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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73화 (73/153)

73화

사과주스 때문에 끈적거리는 가슴을 애써 참고 바다쪽으로 걸어가자 기이하게 사람이 적은 곳이 보였다. 뭐지, 왜 이쪽만 사람이 없는걸까. 조금 이상한 것같기는 했지만 둘러보아도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아~, 끈적거려서 혼났네. 가슴사이로 들어간 사과주스와 수영복에 뭍은 주스를 바닷물에 씻어내는데 문득 옆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응?

바다속에 뭔가가 꿈틀거리는 모습. 처음엔 해파리인가? 싶었지만 긴 적갈색의 무언가가 넘실거리고 있어 헤파리 같이 보이진 않았다.

" 파아!"

" ...?!"

곱슬이었냐! 무슨 빨간 해초인줄알았더니만 물속에서 한참동안 잠수타던 곱슬이가 적갈색 의문의 물체의 정체였다. 내가 해변에서 바다까지 걸어올동안 계속 바다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건가? ....사람들이 슬슬 피할만도 하구만.

" 너 물속에서 얼마나 있었던 거야?"

" 응? 한 5분정도? 그렇게 오래있지는 않았는데."

인간이냐. 아니아니 해녀들은 7분가까이 바다속에 있는다는 이야기도 있긴하던데. 나라면특별히 흉내내고 싶지 않은 짓이다. 왠지 못할 것같지가 않지만 이런 것까지 해버리면 스스로 뭔가 인간같지 않게 느껴질지도...

" 에잇."

푸학! 하는 소리와 함께 곱슬이의 손에서 뿜어진 물이 나의 얼굴에 정확히 적중했다. 그 물줄기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순간 코가 얼얼할 정도.

"... 무슨 짓?"

" 심심하잖아~. 지윤이랑 청이선배는 저쪽에서 성이나 만들고 있고 상혁이랑 명환이는 파라솔에서 떠들고만 있고. 놀사람이 너뿐이라고."

그것참 아주 곤란한 이야기군.

" 나도 잠시 씻으러 온 것일 뿐이야. 수고."

이대로 계속 물속에 있어봐야 곱슬이랑 쓸데없이 어울려야 할 것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황급히 등을 돌려 바다 밖으로 나가려했다. 물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취향도 아닐뿐더러 활발한 야외활동은 조용히 뒹굴거리자는 나의 인생모토에도 반하는 행위이다.

" 헹, 누구 마음대로!"

" 어라."

곱슬이의 행동은 아주 재빨랐다. 내가 등을 돌리기 무섭게 나의 허리를 감아쥐더니 단숨에 뒤로 백드롭하듯 넘겨버렸다. 내 몸무게가 40kg에서 50kg사이라는 것을 볼 때 단숨에 나를 들어 넘긴다는 것은 곱슬이의 근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가 아니라 뭘 차분하게 분석하고 있는거야! 시야가 뒤집힌...

풍덩!

....당했다.

거꾸로 머리부터 입수해서 아주 좋지못한 꼴을 보일뻔했지만 나의 기적적인 균형감각과 반사신경으로 공중에서 곱슬이의 백드롭을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착지까지는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어설프게 빠진 덕에 머리까지 물에 푹 빠졌다가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으, 바닷물에 머리카락 젖으면 귀찮은데.

짝짝짝,

" 대, 대단한데. 공중에서 빠져나가서 한바퀴 돌면서 떨어질 줄이야."

" 흐응, 귀찮은 짓을 해주잖아. 박수소리 거슬리니까 집어치워."

" 아하하. 장난이었어~."

끄응. 저 곱슬이의 마이페이스는 가끔 당항스럽다니까. 복수를 하고 싶기는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이대로 휘말리면 저녀석 뜻대로 되는 것같아서 영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돌아가는 것도 도망치는 것같고...

" 근데 왜이렇게 물밖에서 놀려는거야? 바다에 왔으면 바다에서 놀아야지. 혹시 물에서 노는거 싫어해?"

" ...싫어하진 않아. 그냥 움직이는게 귀찮을뿐."

" 그러다가 살찐다? 아무리 기본이 좋아도 관리않하면 망가지는건 금방이라고~."

곱슬이 답지 않게 올바른 말이었다. ...으음, 하긴 아무리 나라도 뒹굴거리기만 하면 살찔지도 모르는 일이긴 한데.

' 거기다가 바다에 왔으니, 곱슬이말처럼 바다에서 안놀면 손해같은 기분이 갑자기 들기도 하네.'

내가 귀가 얇은건지 곱슬이가 설득을 잘하는건지. 뭐어 어쨌거나 나도 움직이는걸 귀찮아 할뿐이지 바다속에서 가만히 헤엄치거나 하는 것은 싫어하진 않는다. 바다에 온 것은 이번 생에 처음이긴 하지만 수영장에는 가끔 가기도 했었고, 수영장에서 가만히 물에 떠있는 것은 나름 기분이 좋기도 하니 말이다.

" 그러면 조금정도는 바다에 있어볼까..."

" 예! 수연이 뭘 아네! 나혼자 심심했는데 잘됐다. 공이라도 가지고 와서 놀까?"

이녀석은 왜이렇게 텐션이 높아. 그리고 딱히 공을 가지고 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걍 물속에서 이리저리 휘적휘적 걸어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해.

내가 고개를 흔들어 곱슬이에게 거부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려는 순간. 뒷편에서 조그마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에- 저 혹시...."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왠지 말투가 헌팅인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지 뭔가 물어볼려고 하는 걸수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해변이다보니 헌팅일 확률이 높다고 결론을 짓는데.

" ....어라? 이녀석 어디서 보던 얼굴인데."

라고 곱슬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성큼성큼 나의 뒷편으로 걸어갔다. 뭐지 헌팅이 아니라 곱슬이랑 아는 사람이었던 건가?

" 에-, 아. 역시 '여왕'이 맞군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 엑, 여왕이라니 이름으로 부르라니까.... 가 아니라 설마- 너.... 그 울보녀석 맞냐? 김예원?"

김예원? 뭔가 여자애같기도 하고 중성적인 이름인걸.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궁금증에 뒤를 돌아보다가 순간 깜짝놀랐다. 말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미소년. 남자보다는 여자같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생긴 남자놈은 처음봤기에 나도 숨간 깜짝 놀랐을 정도다. 리얼 오토코노코가 존재하다니. 그건 전설의 생물이라고 생각했는데.

" 에헤헤, 기억해주시니까 기뻐요.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유연 고등학교로 가시고 제가 다른 동내의 중학교로 전학가서 못볼줄알았는데."

" 그러게. 이야, 너 오랜만이다. 여전히 진짜 계집애같이 생겨가지곤. 그 외모로 내가 많이 부려먹었지."

곱슬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는 처음이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곱슬이도 남자랑 그리 친한 스타일은 아니니까. 특히 우리중에선 정말 허술해보여도 실제론 가장 많은 여자애들 패거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여왕'이니 뭐니 하는 이름아닌 별명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남자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갈정도.

곱슬이도 딱히 상혁이를 제외하곤 남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서 '관심이 없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오토코노코와 아는 사이일 줄이야.

몬다이나이.

" ...둘이 아는 사이?"

어떻게 이런 곱슬이랑 오토코노코-라고 이야기하면 좀 그러니 한국식으로 말하면 낭자애랑 아는 사이인지 궁금증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물었다. 솔직히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 응~? 아아, 소개해줄게. 이녀석 내가 우리동내에 있는 자명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던 사이야. 디게 울보에다가 음침한 녀석이었는데 이정도면 사람된거지."

" 그, 그정돈 아니었어요. 덕분에 안경에서 콘텍트렌즈로 바꾸고. 조금 인기가 많아졌지만요."

빙긋 웃는 녀석은 과연 낭자애답게 시원스러운 남성의 미소라기보단 여성의 그것과 같았다. 속된말로 게이같은 놈인데 미소녀스럽게 생기다보니 그게 또 어울렸다.

" 중학교때 대단했지. 너 여장시키고 미끼로 꾀어내는게 좀 많았어야지. 지금은 여장같은거 시키는 사람없어서 심심해서 어쩌냐."

킥킥, 거리고 놀리는 것처럼 말하는 곱슬이. 여장시키고 미끼로 꾀어내? 대체 중딩때 뭔 짓을 저지르고 다녔던 거야 이녀석은.

낭자애는, 아니 그러니까 예원은 곱슬이의 말에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흔들었으면 아니라는 이야기일테고. 그렇다는 것은 지금도 여장을 한다는 거야? 이건 나도 조금 쇼크다. 히익, 소름.

" 아니요, 그때 여왕이 시키는데로 여장을 하다가 뭐랄까- 뭔가에 눈을떴다고 해야하나. 그뒤로 여성코스프레해서 루리웹같은 곳에 올리니 반응이 좋아져서... 그 헤헤..."

루리웹이라니. 그곳이면 그럴만하지. 듣자하니 곱슬이녀석이 중학시절에 여장을 시킨게 원흉이 됐던 모양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버리다니 굉장한 녀석.

" 그, 그러냐. 그거 잘됐네...?"

" 네. 덕분에 지금 친구도 잘 사귀고 잘지내고 있어요. 오늘도 코스프레때문에 바다에 온거라."

" 오, 오우~. 힘내!"

곱슬이도 살짝 안색이 창백한 것이 상대의 말이 꽤나 예상외였던 모양이다. 천하의 둘도없는 오타쿠인 나도 당황할정도인데 곱슬이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심지어 지금 저모습이 된게 자신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뭐라할수도 없고. 죄책감을 느끼지나 않으려나.

....하지만 나라도 저런 낭자애를 본다면 여장시키고 싶을지 몰라. 솔직히 좀 보고싶은 마음도 있다. 루리웹이라고 했던가.

" 근데, 이쪽은..."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낭자애-가 아니라 예원. 이름보다 낭자애가 어울리지만 아무튼.

" 아, 이녀석은 이수연이라고 해. 틱틱거리긴 해도 친구야."

친구- 윽. 난 왜이리 저런말에 약한지. 또 내심 좀 감동해버리고 말잖아. 평상시라면 표독스럽게 내가 왜 네 친구니? 라고 말할지 몰라도 이번만큼은 조용히 수긍해주기로 했다.

" 만나서 반가워요."

" 아, 아니에요. 여왕과 같은 나이시면 저보다 한살 연상이신데... 말 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정말 예쁘시네요. 머리카락이 긴게, 풀고 잇으면 생머리가 정말 잘어울리실 것같아요."

핫, 뭘좀 알잖아. 비록 포니테일로 묶고 있긴 하지만 역시 검은 긴 생머리지. 역시 낭자애라 그런가 사람의 아름다움을 잘아는데. 꼭 나중에 루리웹에 들어가서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 그러면 저는 친구들도 기다리고 있고 코스프레도 해야되서 가볼게요. 아, 제 핸드폰 번호 알려드릴게요. 그때 바뀌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말씀 못드렸는데."

예원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볼펜을 꺼내 곱슬이의 오른손에 써주었다. 물에 지워지면 어떡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물에 지워지는 종류는 아닌듯 곱슬이가 바닷물에 첨방첨방거려도 지워지지 않았다.

" 그래. 이야, 그래도 중딩때 파트너였잖냐. 이렇게 만나니 되게 반갑네."

" 저도요. 그 뒤로 '여왕'이라고 불리신 것도 그렇고. 저도 나름 뿌듯해요. 여왕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걸요. 당시에 진짜 완전 무법지대였던 일대도 다 정리했고..."

...같은 동내에 살았던 것맞나? 뭔 무법지대고 뭐시고. 아무튼 중딩때 뭔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겠다. 곱슬이의 '여왕'이라는 것도 유연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기 보단 뭔가 사건을 계기로 계속 불리는 것같고.

아, 그러고보니 곱슬이는 중딩때 일대 폭력배들과 싸우다 싸우다보니 적색의 사자니 뭐니 이상한 호칭도 얻은데다가 대충 깡패퀸이됐다고 했지. 명신 고등학교 그 이상한 일진도 곱슬이를 잘알고 있으니 일진들 사이에선 슈퍼스타인 모양이다.

" 그럼 가볼게요. 꼭 연락하세요!"

" 오~, 잘가!"

뒤돌아 달려가는 낭자애를 향해 기분좋게 손을 흔드는 곱슬이. 아는 사람을 만나서 정말 기뻐보이는 표정이었다. 중학생때 정말 친했었던 모양이다.

" 둘이 사귀지 그래?"

" 무, 무슨소리야. 난 상혁이 일편단심이라고. 뭐 저 울보녀석이 저렇게 변해서 좀 당혹스럽긴 하지만. 중딩땐 예쁘장하긴 했지만 그리 외모에 신경쓰지 않던 녀석인데..."

자신이 여장의 맛을 알게해줘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기에 곱슬이는 여러모로 복잡한 표정이었다.

" 뭐 그건 그거고. 말만하지말고 움직이자고. 바다에 왔으면 뛰어놀아야지~!"

" ....아."

엄청난 기세로 물을 날려대는 곱슬이의 행동에 나는 고스란히 물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여자애들이 꺄꺄 거리면서 물을 날리는 것을 보면 그냥 조금 튀기는 정도인데 곱슬이는 그야말로 원피스에 나오는 인어들이 물을 탄환같이 사용하는 것처럼 전신이 아주 아팠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지.

곱슬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없을 턱이 없다.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여 강력하게 물을 뿜어대자 나를 향해 신나게 물을 뿌리던 곱슬이가 주춤하는게 느껴졌다.

" 뭐, 뭐야 물을 날리는데 아프잖아. 너어, 대체 어캐하는거야!"

" 흥, 쌤통이네."

내가 혀를 쏙 내밀며 말하자 곱슬이는 분개한듯 한층 강력한 물보라를 내게 쏘았고 나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더 강력한 물을 마구 곱슬에게 끼얹었다.

주변사람들이 더더욱 멀찍히 떨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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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원래 어제가 여기까지 분량이었는데 몸도 좋지 않고 졸려서 못올렸네요. 으 지금도 입안이 좀 헌데다가 혀가 너무 아픔 ㅠㅠ.

그나저나 이번편에 곱슬이 과거가 살짝 언급됐네요. 저 낭자애는 이 공략당해버렸다에선 더이상 안나올 듯!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마 곱슬이 사이드에서나 나올려나요. 공략당해버렸다에선 딱히 나올일이 없다보니.

곱슬이가 수연이 일행한텐 호구호구 해서 그렇지 주변사람들한텐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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