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음료수를 사러갔던 명환과 상혁이 돌아온 것은 잠시 뒤였다. 음료수는 근처 가게에서 샀는지 간단한 과일 주스. 개인적으로 포도맛을 무척 좋아하다보니 포도맛 주스가 있으면 먹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사가지고 온 음료수는 오렌지하고 사과맛 두종류밖에 없었다.
" 어떤거 먹을래?"
빨대가 꽂혀 찰랑이는 음료수를 보니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였기에 포도맛이 없다는게 더욱 아쉬워졌다. 으으, 왜 포도맛을 안사온거야. 과일주스라면 포도맛이 제일인게 당연하잖아. 역시 유상혁 이녀석은 센스라는게 없다.
....근데 명환이도 포도맛을 좋아할텐데 왜 포도맛을 안샀데. 과일주스를 사려고 생각했으면 포도주스를 제일먼저 골랐을텐데. 이런 나의 궁금증은 이어진 명환이의 행동에 바로 해결되었다.
" 저, 청이선배. 저번에 오렌지 주스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오렌지 주스를 좋아해서-."
" 어머나~, 고마워."
저런 이유였냐. 아니 내가 저런성격이었나? 아니 명환이는 내가 아니긴 한데... 저녀석을 보고 잇으면 아직도 혼란스럽다. 역시 마음에 안들어 저녀석. 게임으로 치면 평행세계니 뭐니 그런걸로 애써 넘기려고 해도 계속 마음에 걸리는데다가 볼수록 기분만 나빠진다.
" 사과."
" 응?"
" 사과맛 먹을거야."
내가 기분 나쁜듯한 음성으로 이야기하자 상혁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사과맛 음료를 건내주었다. 흥, 오렌지맛을 먹을까봐. 시기만한 과일이 뭐가 맛있다는 거람.
" 너무 신경쓰지마."
" ...?"
기분나쁘게 빨대를 쪽쪽 빨고 있는데 상혁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해왔다. 상혁이는 내가 지금 명환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계속해서 말을 했다.
"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뭐라고 말은 못해주겠지만, 너와 명환이는 다르잖아. 음~, 이렇게 말하면 너무 무책임한가? 그래도 계속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걱정된다고."
" 쓸데없이 참견하긴."
" 쓸데없을 줄은 몰라도 걱정되는건 사실인걸?"
쪽쪽 빨던 빨대에서 입을 때고 고개를 돌린다. 늘 이녀석은 귀찮게 일일이 하나씩 참견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지금의 나에겐 기분좋게 느껴진다는게 함정. 대체 이녀석은 언제 내 위에 플래그를 이렇게 쾅쾅 박아둔거냐고.
' 지금도 게임으로 치면 '호감도가 올랐습니다'하고 하는 장면인가? 아니아니 곤란해, 내 게임뇌. 이런건 일일히 게임에 대입해서 볼 필요가 없잖아.'
아무래도 계속 이런 식이면 피곤해질 것같았기에 아무래도 '오늘은 귀찮게 접근하지마!'라고 말해두려는 순간 상혁이의 입이 재차 열렸다.
"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포니테일이 잘어울리는 것 같아.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나 머리 묶은거 되게 좋아하잖아. 확실히 수연이가 하니 파괴력이 대단한걸?"
"....그래?"
뭐가 '그래?'냐! 실수했다. 무심코 긍정해버리고 말았어. 이녀석 생각해보니 학기초에 분명 '나 머리 묶은게 취향이야' 그랬었지. 크, 사도녀석. 검은 생머리는 당연히 풀고 있는게 예쁜게 당연하잖아.
" 어머, 흥분한걸까?"
" 윽! 진짜 너는...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마!"
" 뭐야 흥분안한거니?"
" ...대체 어떻게 반응해주길 바라는 건데."
흥이다.
더이상 상혁이랑 말해봤자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될까봐 등을 돌리고 걸어가려는데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있었던 탓인지 다리가 꼬이고 말았다. 물론 단순히 다리가 꼬인 것만이 아니라 바닥이 모래사장인 탓도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가 겹친 탓에 균형을 잃었다고 해야하나.
내가 태어나서 넘어진 적이 있었던가?
상황에 맞지않게 문든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팔목을 잡아채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의 손목을 잡아챈 당사자는 상혁이. 손목을 잡아챈 것에 움찔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으므로 특별히 뭐라하지는 않기로 했다.
" 아, 고마워."
" 이정도야.... 가 아니라 너 음료수 쏟은 것같은데....?"
응? 그러고보니 상체가 뭔가 축축한데.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내가 넘어지며 손에 힘을 준 탓인지 사과주스의 뚜껑이 열려 나의 가슴 부분에 쏟아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엑, 끈적끈적해.
" ...뭘 그렇게 봐?"
" 응? 흠흠,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가슴골로 사과주스가 들어가버려 움직일때마다 끈적거렸다. 윽, 이러면 바다에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되도록이면 바다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끈적거린 체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샤워장까지 가기는 거리가 멀었다.
" 끈적거리면 바다라도 들어가서 물에 흘려내는게 어때?"
여전히 고개를 돌린체로 이야기하는 상혁. 갑자기 왜 얼굴을 붉히는거지. 파레오 수영복이라 딱히 보이는 것도 아닐텐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 미안한데 내 사과주스좀 가는길에 버려줘. 아무래도 바로 바다에 들어가봐야 할 것같으니까."
" 오케이. 맡겨줘."
아무래도 쓰래기통까지 버리러 가기엔 찝찝했으므로 사과주스는 상혁이에게 건내주기로 했다. 얼마 마시지도 못했는데 아까워라. 은근 소시민이라 저런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쏟으면 무척 아깝다고 생각한다.
============================ 작품 후기 ============================
으, 15kb체워서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어제 잠을 못자서 졸려서 못쓰겠네요. 조금 자고와서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사람마다 데레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보니 현재 수연이의 모습에 대해 어떤분은 '데레'가 부족해요! 라고 하시는분도 있고 갑자기 '데레'가 많아졌어요. 라는등 의견이 많은 것같아요. 제 생각엔 아직 직접적으로 데레가 나온적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아무래도 이제 막 마음을 알아가는 입장이다보니 완전 공략 포스는 느껴지지 않을지 몰라요. 아무래도 사람마다 수연이에 대해 느끼는게 다르다보니!
아무튼 졸려서 조금 쉬었다가 올게요. 자다가 일어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