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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71화 (71/153)

71화

혹여 바다에 가는 날 비라도 오면 어떡하나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날씨는 무척 화창했다. 너무 화창해서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 땀이 흐를정도. 만화같은데 보면 보통 부자집 따님과 해수욕장에 가는 이벤트에서 이 일대가 사유지라거나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 사람이 많기는해도 이정도면 무난하네."

" 그러게. 발디딜틈도 없을줄 알았는데."

옆에서 곱슬이가 바다에서 놀고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윤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름방학이긴 하지만 평일이기도 해서 사람이 아주 많거나 하지는 않았다. 휴가철도 아직 이르고.

" 자아~, 그럼 다들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지. 바다에 왔는데 언제까지 그런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잖니?"

청이 선배는 무척이나 신이난듯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자'라는 선배의 말에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명환이가 얼굴을 붉혔고 상혁이도 내심 기대된다는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윽, 명환이는 여전히 꺼려지는데 말이야.

그래도 주변에 또래 남자친구가 없는 상혁이 입장에선 명환이가 소중할 수밖에 없겠지. 여기오는 차안에서 내내 명환이랑만 이야기했었고.

치, 오늘은 제법 꾸미고 온건데도 모른단 말이지. 흥이다.

" 더운데 뭘 그리 멀뚱히 서있어. 옷갈아입어야지 언니."

내가 상혁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 사이 다른 여자들은 이미 탈의실로 간 모양이었다. 오직 지윤이만이 내 옆에서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 위치는?"

" 저쪽. 흐응, 근데 언니 방금 저 구더기를 보고 있던 것같은데..."

" 설마. 내가 저녀석을 보고 있을 리가 없잖니?"

" 그건 그렇긴 하지만..."

지윤이는 나의 말에도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나를 잠시간 바라보다가 '하긴.'하고 작게 중얼 거렸다. 역시 내동생이라 그런지 예리하다니까. 이게 다 저 유상혁때문이야.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탈의실로 걸어가니 이미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오는 윤아와 곱슬이랑 마주쳤다. 곱슬이야 뭐 그냥 무난무난한 하늘색 비키니를 입고 있었고, 윤아도 그리 다르지 않은 비키니를 입고 있었지만 목에 끈으로 연결된 형태의 비키니였다.

수영복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세였지만 둘에게 있어서 크게 다른점이 한가지 있었다.

바로 가슴.

지윤이는 윤아의 가슴을 보는 순간 숨을 멈췄을 정도다. 그만큼 D컵의 위용은 굉장했다. ....청이 선배는 E컵인데 보기가 두려워지는 걸.

" 수, 수연아 너무 가슴만 보지마~."

" 아, 실례."

가슴을 가리면서 얼굴을 붉히는 윤아. 뭐 그렇다고 특별히 부럽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나도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 C컵이기도 하고 말이지. 더 커봤자 어깨가 결리고 달릴때 아플뿐이다.

" 크으, 저 가슴괴물들. 커봤자 불편하기만 할뿐이야."

" 맞아요. 가슴이크면 가슴아래에 땀이차서 냄새도 나고 달릴때 아프고, 좋은 점이 없네요."

난생처음으로 지윤이와 곱슬이의 의견이 일치한 모습이었다. 역시 사이좋은데 둘다. 그리고 지윤이 너도 아직 중학생이니까 그렇게 집착할 필요없다니까. 곱슬이야 희망이 없지만.

" 그, 그렇게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보지말라고! 나 그래도 B컵이니까 어디서 꿀리진 않아!"

" 여기서 꿀리잖니?"

" 으으, 저 성격나쁜녀석! 가슴커서 좋겠다 그래!"

" 싫다~. 난 가슴크다고 자랑한적도 없는데. 그렇게 열등감이 폭발해서야."

" 지윤아 네 언니좀 때려도 되냐."

" 오늘만큼은 괜찮은 것같아요."

에에~, 뭘 그리 살기등등하게 쳐다본데. 아무튼 탈의실 입구에서 계속 죽치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 뒤에서 방방뛰는 곱슬이는 무시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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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은 것은 흰색 파레오 수영복. 지윤이가 입은 것은 검은색 파레오 수영복이었다. 본래 사이즈가 없는 지윤이의 수영복이었지만 정말 예쁘게 주문제작되서 나온 탓에 지윤이에게 아주 잘어울렸다.

" 지윤아 잠시."

"...왜?"

아무래도 햇빛이 내리쬐는 바다다보니 검은 긴생머리는 아주아주 무지무지 덥다. 검은색이 빛을 흡수할뿐더러 등 아래까지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은 등에 검은색 이불이라도 입고 있는 기분이다.

고로 해수욕장에서 만큼은 머리를 묶어줄 필요가 있다는 거지.

긴 생머리에 집착하는 나지만 자연의 힘앞에서는 어쩔수가 없다.

" 더우니까 머리 묶어줄게."

" ...흐응, 뭘까 그 친절은. 알았어 부탁할게."

참고로 나는 머리를 높게 올려 포니테일의 형태로 묶은 상태다. 지윤이 같은 경우엔 외견이 어려보이고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트윈테일이 좋겠지. 간단히 설명해서, 지윤이의 트윈테일을 보고 싶다는 말이다!

" 됐어."

" ~흐음, 뭐어 괜찮네."

지윤은 내가 해준 트윈테일을 탈의실 근처에 있는 거울에 비쳐보며 내심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의 귀여움이 백분 발휘되는 모습이기에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귀여운 것이 좋으면 가슴에 집착하지말라고.

내 동생이지만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일행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어마어마한 가슴을 자랑하는 청이 선배와 윤아의 모습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말 대단하구나. 고등학생이 맞는지 정말 궁금할따름이다. 명환이 녀석은 그런 청이 선배가 신경 쓰이는 듯 계속 흘깃흘깃 바라보고 있었고 상혁은 특별히 윤아나 청이선배에 시선을 보내지 않고 근처 흙바닥에 파라솔을 세우고 있는게 보였다.

기특한걸.

" 어머나~♬ 수연이 너무 예쁘네. 지윤이도 잘 어울려."

우리가 온 것을 알았는지 청이 선배가 눈을 반짝이며 나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노골적으로 몸의 라인을 훑어보았기에 조금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맨몸을 보이는 것은 좀 창피하니까.

" 그렇게 보시면 좀-."

" 그렇게 가릴 필요없어~. 수연이 교복입은 모습이나 사복차림을 봤을때도 알기는 했지만 이렇게 벗겨놓고 보니 정말 스타일이 좋구나? 허리도 날씬하고... 같은 여자로서 부러울 정도인걸?"

" 그러게요. 피부도 엄청 하얗네. 티하나도 보이지 않고- 어쩜 이렇지?"

청이 선배와 윤아는 그렇게 말하며 나의 팔이며 허리를 쓸었다. 으~, 저번에 온천에서의 사건이후로 알게된 것이지만 나의 몸은 엄청 민감한 모양이다. 별 것아닌 것처럼 이렇게 슬슬 몸을 쓸어가는 청이 선배와 윤아의 손길에 뭔가 오싹오싹한 기분이 드는 것을 보면.

' .....근데 저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네.'

상혁은 여전히 파라솔을 열심히 세우고 돗자리를 깔고 주변을 정돈하고 있을뿐이다. 이렇게 예쁜 내가 수영복을 입고 등장했는데 눈길한번 주지 않다니. 뭔가 좀 충격이다. 특별히 저녀석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모에 자신이 있는 나로선 저렇게 완전 무관심을 보이니 자존심이 상했다.

" 에잇."

팍, 하고 살짝 바닥을 차자 모래가 상혁이의 등에 적중했다. 파라솔을 세우고 돗자리를 까는데에 집중하고 있던 상혁이로선 깜짝 놀랐는지 뒤를 돌아보며 모래를 찬 당사자인 나를 바라보았다.

" 뭐-, 뭐야? 에, 오. 수영복 갈아입고 왔구나? 진짜 잘어울린다 야."

" 응? 뭐, 뭐어. 나니까. 아무튼 파라솔이나 열심히 세우도록 해."

" 오우, 걱정마. 지금 완전 잘 정돈하고 있거든."

파라솔에 집중하느라 내가 온 것도 몰랐던 건가. 뭐 그런 점은 싫지 않지만. 그리고 잘 어울린다-라. 흥, 당연한 소리나 하고 있어. 바보.

" 선배, 근데 곱슬이는..."

" 응, 벌써 저기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어."

청이 선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바다에서 신나게 헤엄치고 있는 곱슬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애냐 무슨. 주변에 꼬마 애들이 곱슬이의 거센 움직임에 못이겨서 멀찍히 떨어지고 있었다.

완전 민폐가 따로 없는 녀석이라니까.

" 저는 파라솔 아래에서 좀 쉬어야 겠어요. 피부가 탈것같으니 선크림도 발라야 되서."

" 그렇게 해. 지윤이는 곱슬이랑 같이 바다에서 놀지 그러니?"

" 에, 전...."

청이 선배의 말에 지윤이는 내가 양갈래로 묶어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비비꼬며 조그만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지윤이는 유독 청이 선배를 어려워 한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다.

" ....성만들거에요."

" 응?"

" 모, 모래로 성만들고 싶어서..."

얼굴을 화륵 붉히면서 말하는 지윤이. 어제 저녁에 바다에 가기전부터 물에는 안들어간다고 하더니만 그런 의미였나. 우우, 여동생 완전 귀여워. 묘하게 들떠 있더니만 바다모래를 만져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 그래? 그럼 언니랑 같이가자. 옛날에 언니도 모래로 성쌓는 것을 좋아해서 대회도 나갔을 정도인걸? 베르사이유의 궁전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어."

" 정말요?"

" 그럼~."

대회라니. 거기다가 베르사이유의 궁전이라니 뻥을 쳐도... 청이 선배가 말하면 그럴싸해보인다는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지윤이는 이미 믿었는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저런 어린아이같은 지윤이도 오랜만에 보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같이 놀때도 지윤이는 유독 놀이터에서 모래장난을 하는 것을 좋아했었지. 달리기를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는등,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은 싫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그나저나 지윤이가 청이 선배와 가버리면..."

선크림좀 발라달라고 하려했는데 부탁할 사람이 없어졌다. 곱슬이는 물에서 뛰어놀고 잇는데다가 부탁하고 싶지도 않고(온천의 사건때문에) 청이 선배와 지윤이는 모래성을 쌓으러 가버렸고.

손에 선크림통을 들고 어떡해야하나 흔들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수연아, 선크림 바를거면 내가 도와줄까? 나도 발라야해서."

" 아, 고마워."

생각해보니 윤아가 있었구나. 윤아라면 안심이지. 상혁이나 명환이에게 발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 아 돗자리 다깔았으니까, 여기서 발라. 나하고 명환이는 음료수 사가지고 올테니까."

돗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해둬서 엎드리거나 누워서 발라도 괜찮을 것같았다. 상혁이와 명환은 아무래도 여자둘이 선크림을 바르는데 옆에 있기 무안했던 듯 음료수를 사러 사라졌고 나로서도 '혹시' 몰랐기에 둘이 가버린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자아, 수연아 여기 엎드려봐. 등부터 발라줄게."

" 응, 그런데 윤아야. 그-."

돗자리를 탁탁치며 말하는 윤아에게 나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잠시 고민해야했다. '나 무척민감하니까 조심스럽게 해줘.'라고 하기엔 뭔가 어감이 이상하고.... 애초에 민감하다고 말하는 것자체가 부끄러웠다.

" 아냐, 아무것도 아니니까 잘 부탁해."

" 맡겨둬. 나 옛날부터 이런거 바르는거 되게 잘했으니까."

선크림을 바르는 것도 잘하고 못하고가 있는건가. 뭔가 윤아의 말에 일순 불안감을 느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곱슬이도 아니고 윤아인데.

" 그럼 바를게~. 좀 차가울지도 몰라."

" 응."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엎드리자 윤아의 가는 손가락이 나의 등에 닿았다. 차가운 선크림의 감촉과 미끌미끌한 감각이 등에 스르르 미끌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 뭔가 이상한데.'

확실히 윤아는 잘했다.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잘했다. 뭐라고 설명해야하려나. 가는 손가락이 등 위를 훑으며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선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손놀림이 무척이나 부드러워서 나의 입장에선 점차 몸이 오싹오싹해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는 것.

" 저-, 윤아야."

" 응? 왜?"

순진무구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오는 윤아. 그런 윤아의 눈을 보니 차마 손놀림이 너무 야하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곱슬이었다면 음란하다거나 음탕하다거나 하면서 마구 면박을 줬을텐데. 기분좋은 얼굴로 내 등에 선크림을 바르고 있는 윤아를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읏."

히, 히익. 온천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잖아. 자, 잠깐만. 그런 식으로 쓸지 말라니까!

" 수연아 더워?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데?"

" 앗, 으. 아니-. 그게."

무슨 선크림을 그렇게 발라! 전신을 슬슬 쓸며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듯 움직이는 윤아의 손길에 나는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참았다. 여기서 신음이라도 튀어나오면 무척 야한 소리가 날 것같은데다가 차마 감당할 수 없을만큼 쪽팔릴 것같았기 때문이다.

참자. 참아야되 이수연.

으, 왜이리 내몸은 민감한거야 진짜. 나로선 지옥같은 몇분이었다.윤아가 나의 몸에 선크림을 바르는 동안 수많은 번뇌가 나의 머릿속에 멤돌았고, 몇 분 뒤 윤아가 '다 끝났어.'라고 이야기했을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있었지만 저번처럼 정신을 잃지는 앟았다. 장해, 정말 장해 나.

" ? 수연아 호흡이 좀 거친데. 어디 아파?"

" 아-무것도 아니야. 이젠 내가 발라줄게."

" 응~. 부탁해!"

계집애 복수해줄테다.

나는 속으로 이를갈며 내 앞에 엎드린 윤아의 등을 아까 윤아가했듯 최대한 에로하고 야한 움직임으로 선크림을 발랐다. 미연시에서 익힌 화려한 테크닉을 이용한다면 윤아정도는 단번에 떡실신 시키리라 생각했지만.

" 수연이는 안마도 잘하는것같아. 선크림을 발랐을 뿐인데 온몸이 시원해진 것같은걸?"

"....고마워."

역시 게임은 게임이었을 뿐인 모양이다.

젠장.

============================ 작품 후기 ============================

몸이 민감한 우리 수연이. 그리고 어제부터 심심할때마다 쓰려고 공략당해버렸다의 외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날때마다 가끔 쓰려고 올린 것이지만 이것도 나름 쓰는게 재밌네요.

덤으로 해수욕장편에서는 담력시험도 있을 예정. 예전 일본 귀신의 집에서는 그리 무서워하지 않던 수연이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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