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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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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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유유윳키★: 아 모에님 오셨네여.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안냥하세여. 공지보니까 여름 서코에서 정모있는거 같던데여.
빨갛게익은곰 : 그렇지 않아도 그거 이야기하고 있었음.
미사일연발시뮬레이션뿅뿅: 모에님도 오실거?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 네, 저 갈건데여. 여름에 할거도 없고.
빨갛게익은곰: 아~, 모에님 고등학생이라고 하셨지. 방학이니까 시간많이 있으시겠네용.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 네넹. 그리고 카페활동도 오래했으니 한번 가려고 생각하기는 했어여. 거기다가 이번 분기가 흑발미소녀들이 많이나와서 서코에 볼것도 많을 것같고.
유유윳키★: 모에님 진짜 취향 일직선이시네. 검은긴생머리 완전 좋아하시네여.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덤으로 팬티스타킹까지 입어줘야 좋은듯.
미사일연발시뮬레이션뿅뿅 : 헐 변태가 여기잇다.
빨갛게익은곰 : 전 금발캐러가 좋던데, 야미짱이나 가타리의 시노부라던지.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 가타리의 시노부는 저도 완전사랑해여. 야미나 시노부는 취향과 관계없이 사랑스런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여.
미사일연발시뮬레이션뿅뿅 : 완전동감. 모에님은 흑발 생머리 말고도 금발로리캐도 좋아하시네.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그렇긴 한데 역시 전 흑발긴생머리를 젤사랑함.
유유윳키★: 아 글고보니 어제도 정모이야기했었는데 한창고딩님도 이번정모에 온다고 하던데여. 나이도 비슷한 또래인것같은데 잘됐네여.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 아 그래여?
빨갛게익은곰 : 서코완전 기대되네여. 카페분들 얼굴좀 보고싶음.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 그/아/아/앗.
빨갛게익은곰: 헐;; 그런의미 아님. 그냥 보고싶을뿐이에여.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신의 아이를 낳아라!
빨갛게익은곰 : ㄷㄷㄷ 게이됨.
유유윳키★: 암튼 정모 완전 기대되네여. 모에님 완전 재밌을거같음.
검은긴생머리완전모에: 완전기대하고 계세염.
삑.
"....더워."
부실한 구석에 있는 선풍기를 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이놈의 부실은 어떻게 된게 밖에 있는 것보다 더웠다. 지금 부실에 있는 것은 나 혼자. 텅비어있는 부실에 혼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나뿐이었다.
왜 아무도 없냐? 라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오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는 '올 이유가 없다'라는게 정확한 이야기. 바로 어제 여름방학이 시작된 시점에서 학교에, 그것도 동아리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할 것도 없고 컴퓨터도 여기있어서 온거지만.'
심지어 게임기까지 부실에 있다보니 집에서 할게없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니 부실에 옮겨놓은 것이지만 막상 방학을 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게 삶의 모토인데 매일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해야하다니!
심지어 방학인데!
평상시 괴롭히던 곱슬이나 상혁이도 없으니 혼자 게임하는 것도 그렇게 흥이나지 않았다. 예전이면 그리 신경안썼을텐데 확실히 누군가와 어울리기 시작하며 혼자는 쓸쓸해진 것 같았다. 곤란한데. 히키코모리는 정에 이끌려서는 안되거늘.
곱슬이라도 부를까. 그녀석이면 할것도 없을테니 툴툴거리면서 올텐데. 윤아는- 음 기각이야. 윤아를 부르면 그녀석도 올 것같고. 요즘 한창 심란한데 그녀석 얼굴보면 곤란해지기만 할 것같으니까.
그럼 곱슬이라도 불러볼까-하고 전화기를 들어올리는데 갑자기 부실의 문이 열렸다.
어라, 방학의 부실에 올만한 사람이 있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리니 왠만에선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당사자가 그곳에 서있었다.
" 어? 넌 왜 여깄는거냐?"
내가하고 싶은 말이다.
" 시끄럽긴."
" 이제 한마디한 것뿐인데?!"
흥, 하고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았다. 더이상 컴퓨터를 하는 것도 흥이 나지 않았고, 딱히 게임도 생각이 없었기에 책상에 앉아서 선풍기 바람에 열이나 식히고 있을 생각이었다.
" 아마 다들 올거야. 나는 뭐 집에서 있어봐야 놀기나 하니까 공부나 할까하고 온 것이지만."
그건 기특하네. 나는 흘깃 옆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처럼 나의 옆에 앉으려는 상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열심히 공부하기는 하는 것같았다. 애초에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었던 만큼 고등학교 3년동안 노력하면 못할 것도없겠지.
"....자리도 많은데 덥게 꼭 내 옆에 앉아야하겠니?"
" 아, 그러네. 습관적으로 그만."
톡 쏘아붙이자 상혁이가 머쓱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상시야 윤아도 있고 곱슬이도 있어서 어쩌다보니 내옆에 앉게된 것이지만 단 둘만 있는 상황에 내 옆에 앉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찜통같은 부실에 달라붙어있으면 얼마나 덥겠는가.
"......"
하지만 막상 나의 말에 기껏 내려놓았던 책을 다시 들고 다른 자리로 옮기려는 상혁이의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으음-, 아 정말.
" -이번에는 봐줄게. 이미 책도 내려놓았으니 그냥 옆에 앉아."
" 응? 그러면 역시 덥지않을까?"
" 두번 말하지 않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 옆자리에 앉았다. 으~. 나 진짜 뭐하는 거람. 곤란해, 곤란하다고. 요즘 나 이상해. 정말 이상해. 이렇게 더운데 왜 굳이 내 옆에 앉게 한거야. 스스로 자리도 옮기고 있었는데 붙잡다니.
유상혁 무서운 아이.
요즘 계속 이렇다. 사실 방학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식으로 마주칠 줄이야. 학기초부터 이번 수학여행 사건까지. 유상혁이 얼마나 나의 호감도를 차근차근 올려왔는지 이제야 실감이 날 정도다.
큰일났다.
정말 완전 큰일났어.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날이 올줄이야. 지금 나의 모습은 명백히 호감도가 갑자기 올라가서 당황하는 히로인의 모습이다 이말이야. 거기다가 솔직하지도 못해.
나 츤데레!
" 너 역시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 그런 말 하지마 무섭게!"
흥. 시끄러워.
모든 원흉은 유상혁이다. 학기초에 뜬금없이 아버지와의 일도 해결하고, 중간고사때 계단에서 몸던져 구해주기도 하고. 놀이공원에서 쫒아와주고. 수학여행 마지막 밤에도 쫒아온탓이야. 나 너무 히로인스럽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통 게임에서 이미 호감도 만땅찍을 이벤트는 다 겪었네. 플레이어 입장에선 어렵게 공략할 수록 기분이 좋지만 당사자가 나여서야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
" 뭐야, 또 뭔가 걱정있어? 표정이 좋지 않은데."
" 응? 아, 아니 그런거 아니야."
깜짝이야. 갑자기 얼굴 들이밀고 말하지 말란 말이야. 미연시 주인공같은 녀석.
" 이쪽보지마. 기분나빠."
" 갑자기 벌래보듯 보냐..."
누가 갑자기 얼굴들이밀고 그러랬니? 나 였으니 넘어간거지, 다른 여학생이었으면 뺨이라도 후려쳤을거야. 정말 젠장 왜 내가. 하필이면 저런녀석에게...
" 그럼 역시 돌아앉아 있을까? 뭔지 모르지만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것같은데."
미안한 표정으로 몸을 옆으로 틀어 돌리려는 상혁. 그 모습에 나는 또다시 움찔 할 수박에 없었다. 뭐야 진짜. 겨우 이런거 하나하나에 반응하는거야? 어쩐지 상혁이가 정말로 내 옆에서 돌아앉으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같았기에 퉁명스러운 어조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 흐응, 뭐어. 난 예쁘니까 보는 것정도는 어쩔 수 없겠네. 그정도는 용서해줄게."
흘려말하듯 이야기하자 상혁이 나의 말을 들었는지 눈을 게슴츠레 뜨며.
" 본인 입으로 그런 이야기하면 창피하지 않냐?"
" 별로."
예쁜건 예쁜거다. 길다란 검은 생머리에 눈이 부실정도의 미소녀. 나 정말 최고라니까. 나와 상혁이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때, 다시 한번 부실의 문이 열렸다. 아까 상혁이가 말하길, 모두 온다고 했으니 곱슬이나 윤아가 온 모양이었다.
" 어머♬ 상혁이랑 수연이 일찍왔네."
예상외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청이 선배였다. 이놈의 부는 하는 일도 없는데 왜이렇게 성실한 사람만 있는거야.
" 이수연, 너 또 상혁이랑 단둘이 있었구나! 요즘 수상해 정말!"
청이 선배의 뒤로 곱슬이와 윤아도 같이 왔는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곱슬이는 또 내가 상혁이와 단둘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뜩이나 고양이 같은 눈을 더욱 날카롭게 빛내며 노려보았다.
확실히 최근 내가 상혁이랑 단둘이 있었던 적이 좀많은게 아니니 저렇게 노려보는 것도 이해할만 했다. 아마 내가 상혁이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제는 점차 그게 진짜가 되고 있던 터라 곤란한 상황이다.
" 시끄럽네. 이상한 오해하지 말고 자리에나 앉도록 하렴."
" 으으음~, 너 요즘 정말 수상하다니까."
예리한 녀석.
" 자자, 곱슬이도 그만하고 자리에 앉아. 이제 방학이기도 하니, 생각해둔게 있거든."
다행히도 그런 곱슬이의 의심은 박수를 짝짝치며 시선을 모은 청이 선배의 말에 금방 사라졌다. 방학이라서 생각해둔게 있다? 또 무슨 일일까. 딱히 활동도 없는 이런 동아리에서 여름방학에 할만한 일이 있는건가.
" 여름방학이니 부실에만 있거나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잖니. 그래서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우리집 별장이 있는 해수욕장에 갈생각인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 헤, 별장이 딸린 해수욕장이요? 그거 재밌을 것같은데, 우리가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가요?"
별장이라니. 역시 청이 선배는 우리같은 서민과 다른 모양이다. 해수욕장이면 그냥 파라솔 꽂고 노는 곳 아닌가? ....생각해보니 나 해수욕장에 가본적이 별로 없네. 전생에도 그리 관심이 없었고 현생에는 아예 가본적이 없다. 뭐야 이 방구석폐인.
" 괜찮아, 괜찮아. 어때? 생각있어?"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청이 선배의 말에 가장먼저 손을 든 것은 곱슬이와 윤아였다. 두명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기대감에 부푼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 저 가고싶어요! 가뜩이나 집에서 바다가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못가게 되서 아까웠는데."
" 저도 저도. 이번 기회에 수영복도 새로사야 겠는데요."
어린애냐. 바다에 가는 것만으로 저렇게 기뻐하는 두명을 보며 짧게 혀를찼다. 그러고보니 나는 수영복이 있던가. 초등학교랑 중학교때 입던 것은 있는 것같은데 고등학생이 되서 산 기억은 없다.
애초에 수영장에 갈때 빼고는 입은 기억이 없는 터라 이번에 바다에 간다면 새로 하나를 사는게 좋을 것같았다.
" 수연이는 어때?"
말이 없는 내가 걸렸던 듯, 청이 선배가 부드럽게 물어왔다. 이미 다들 가려고 들뜬 모양인데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겠지.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
" 저도 괜찮아요. 수영복도 하나 사야되니."
나의 말이 결정적이었던 듯 청이 선배는 방긋 웃으면서 손바닥을 짝짝 두드렸다. 아마 선배 본인도 모두와 함께 무척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 아, 상혁아. 괜찮으면 명환이도 불러."
" 네? 아, 그게-."
상혁이는 청이 선배의 말에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윽, 명환이인가. 솔직히 나로선 아직도 꺼려지지만 전처럼 당장 도망갈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계속 얽메이고 싶지도 않았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고 표시했다.
" -에, 그러도록 할게요."
" 그래~, 그러면 다들 준비 잘하고 있어. 날짜가 정확히 잡히면 알려줄테니까. 아마 일주일 안에 알 수 있을거야."
해수욕장에 간다는 생각에 다들 들뜬 것같았다. 난 좀 귀찮은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싫거나 한 것은 아니다. 여름 바다에 한번쯤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수영복을 입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흐음~, 산다면 무슨 수영복을 사야되나. 역시 비키니가 좋을까.
' .....어떤게 취향이려나.'
흘깃, 상혁이를 바라보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나. 으으~, 뭐야 진짜. 이러면 안된다고 정말. 이래서야 해수욕장에 가고싶어 하는게 아니라 내 수영복차림을 상혁이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같잖아.
뭐 난 예쁘니까 뭘 입어도 예쁘겠지만. 나 정말 최고!
' -가 아니라 뭐라고 떠드는 거야. 한심해....'
푹, 하고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평화롭게 부실에서 게임이나 하며 보낼 생각이었던 여름방학이 생각보다 귀찮아질 것같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작품 후기 ============================
프롤로그 끝! 이제 해수욕장 편의 시작입니다. 우선 수영복을 사러가야겠네요.
어떤 수영복을 수연이에게 입혀야 하나 고민중!
수연이의 1인칭 츤데레 시점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