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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65화 (65/153)

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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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약자가 아닌, 평범한 자를 우선시한다.』

자신은 그 말을 모두가 비웃는 상황에서 쓰러져 들었었다. 기분좋게 물건을 사고 돌아와, 처참하게 부서지고 짓밟히며 모두에게 비웃음을 당하며 그런 소리를 들었다.

네가 생각하는 '꿈'은 말 그대로 꿈일뿐이라고 비웃으며.

" 아-, 니야. 그런거 아니야. 용서 못해, 나의 꿈을 비웃는 것만은 절대 용서못한다고!"

꼴사납게 울면서, 모두의 비웃음에 저항하듯 소리쳤다. 이렇게 소리라도 치지 않으면 자신의 꿈이 부정당할 것만 같았기에 소리쳤다. 지금만큼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넘길 수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저항했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았기에, 오직 나만이 나의 꿈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반항했고 소리쳤다.

『하하하, 뭐래냐, 이 오타쿠자식 찌질하게 울면서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아무도.

누구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염없이 부서진 잔해를 내려다보며 우는 자신에게 누구도 괜찮냐고 물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부축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비웃었다.

세상전체가 자신을 비웃는듯한 기분.

그렇다해도 자신은 이렇게, 이렇게 부정당하고만 싶지는 않았다.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자신도 반항할 것이다. 괴롭힘을 더 심하게 받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고, 그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얼마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처음은 학교선생님에게 말했다.

선생님이라면 뭔가 방법을 제시해주실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자신의 예상과 달랐다.

『음~, 명환이가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한쪽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명환이가 평범하지 않으니 아이들도 기피하는 것아닐까? 우선 명환이가 고쳐보는게 어떠니?』

폄범하지 않아? 자신이 뭘 고쳐야 되는데.

명환은 선생님의 말에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 선생님도 명환이를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왜? 자신이 뭘 잘못해서. 명환은 딱히 특별할 거없는 학생이었다.

단지 취미가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을뿐. 그게 찍혀서 양아치 몇명한테 괴롭힘을 받고 있었을 뿐인, 그런 운이 없는 아이었을 뿐이다.

명환이는 단지 이유없는 괴롭힘을 받는 쪽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유는 양쪽에 있으며, 명환이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말하며 사실은 자신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뭘, 대체 뭘 고쳐야하는 건데.

고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 자신은 더이상 학교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안의 아이들도, 선생님도 이런 문제에는 기피하기 바빴고 명환이 쪽이 잘못이라는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경찰에게 찾아갔다.

난생처음가는 경찰서라 긴장되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다. 불합리한 이유로 괴롭힘을 받는 아이, 그것을 안다면 경찰쪽에서 뭔가 방법을 제시해줄지 모른다고 순진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을 괴롭힌 그 양아치들에게 뭔가 벌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에, 그런 것은 선생님에게 상담하는게 어때? 우리들은 그런 것에 일일히 신경쓸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보아하니 네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게 문제인 것같은데 좀 건전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운동이나 하고 그래라. 그러면 달라질거야.』

대답은 냉정했다.

경찰은 명백하게 자신과 관련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냥 '왠 녀석이 쓸데없이 신고를 하려한다'라는 얼굴이었다. 상황을 해결해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고 그저 이 귀찮은 녀석을 빨리 떨어트리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경찰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제대로는 아니더라도 의견을 듣고 뭔가 위로라도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말이 맞는 것같았다. 그 양아치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상은 약자에게 상냥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것에 미달되면 그 대상이 잘못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자신은 절망했다.

학교에서 자신이 선생님에게 말하고 경찰서에가서 이야기한 것도 소문이 퍼져 괴롭힘의 강도도 점점 심해졌다.

학교의 아이들도 '역시 찌질해서 남에게 기댈줄밖에 몰라.'라는 식으로 지나가면서 비웃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점점 줄어들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젠 자신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혼자서 아무리 소리쳐도 들어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자신을 불렀다.

평상시 자신에게 신경한번 안쓰던 부모님이 자신을 부르자 '혹시 나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려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께 전에 그런 일이 있어서 힘들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었지만 들은척도 하지 않고 넘겼던 것을 생각하며 '혹시나'하는 생각을 하였다.

『너 최근에 쓸데없이 일 벌이고 다닌다며? 동내에 소문 다났어. 아휴, 부끄러워서 어떡하니. 네가 이상한 그림 쪼가리나 보고 게임이나 하니까 그런거야. 공부나 열심히하고 쓸데없는 짓좀 그만하렴.』

그것은 비난이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책망이었다.

난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괴롭힘을 받았고, 그것을 이겨내기위해 방법을 찾아다녔을 뿐인데.

아무도 구해주지 않아.

명환은 그뒤로 방에 틀어박혔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무서웠다.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다는 것과,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는 것. 선생님도, 주변 사람들도, 경찰도, -부모님조차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학교는 자퇴하게되었고, 집안의 부모님도 보기 싫다는 듯이 명환을 집밖으로 내보냈다. 작은 원룸을 하나 잡아주고, 그곳에서 살으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그 작은 원룸에서 꿈도 잃고, 하고 싶은 것도 잃고, 오직 아르바이트에 전전하며 그렇게 살았다. 그런 식으로 살게되었다.

편의점에 가다가 차에 치어 죽는 바로 그순간까지.

자신은 무의미한 삶을 애써서 살고 있었다.

" 왜, 나는."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 건물의 옥상에서 수연이가 중얼거렸다. 정처없이 헤메다가 우연히 옥상이 열려있기에 올라온 건물이다. 수학여행에 왔고,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또 도망쳐버린 것이다.

" 아,하하. 바보같네, 나..."

도망친다고 뭐가 달라질까. 아니, 지금의 자신은 '수연이'인데 왜 도망친 것인가. 이 억울함은 뭐지? 왜 이렇게 슬프고 가슴이 아파야 하는거야?

하나 둘, 아키하바라의 건물들의 빛이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떡해야하지. 돌아가야 할텐데.

폐를끼치고 있다. 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이제 집합시간이고 자신이 오지 않으면 선생님들도 숙소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돌아가야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돌아가게 되면, 상혁이를 보게 될테니까.

" 왜, 나때는 없었던 거야...."

지금의 명환과 과거의 명환의 차이점이 있다면 '상혁'이와 만났다는 것과 만나지 않았다는 것만이 다른 점일 뿐이다. 그 사소함이 '명환'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생의 자신처럼 혼자서 어떻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상혁이와 모두가 명환이를 돕겠다고 나섰으니까.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며 홀로 웅크릴 필요도 없어졌다. 먼저 손을 내밀고 도와주려고 한 상혁이가 있으니까.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명환은 전생의 자신처럼 '꿈'을 지키기위해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지켜진데다가 혼자가 아니기에 외롭게 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고작 상혁이가 도와줬기 때문에.

억울했다. 너무나 억울하다. 전생의 자신은 무엇때문에 그리 절망해야했던가. 누구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기에 홀로 죽어가야 하지 않았던가.

" 억울해. 분해, 너무 바보같아. 나는, 나는 왜, 왜 그렇게 살아야 했던거야....!"

이젠 이 분한 마음을, 절망에 쓰러졌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이 세계의 명환이라면 그것을 겪으리라 생각했고,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했던 것은 자신뿐이다.

어째서 전생의 자신만이 그토록 절망하고 모두에게 버려져야했다는 말인가. 대체 자신이 뭘 잘못해서!

" 저기-, 혼자서 중얼거린는 중에 미안한데 말이야."

흠칫, 하고 놀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언제 온 것일까.

수연은 자신의 뒤에 머쓱한 얼굴로 서있는 '상혁'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에? 놀란 얼굴은 처음보내. 흠흠, 아무튼 너 말이야 또 멋대로 사라지고.청이 선배가 나중에 데려다주기로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선생님에게 혼날뻔했다고."

또-인가.

수연은 유독 이녀석이 자신을 찾는데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번 어설프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뒤를 쫓아서 달려온다. 매번 매번. 마치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오는 주인공처럼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아는 것처럼 찾아온다.

명환이를 구해준 것처럼.

" ....왜야?"

" 응?"

수연이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상혁이를 향해 다가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상혁이도 당황하며 다가오는 수연이를 제지할 수 없었다. 수연은 단숨에 상혁이에게 다가가 그 멱살을 잡고 근처의 벽에 몰아붙였다.

" 저, 저기 갑자기 왜-?"

" 왜야, 대체 왜냐고. 왜 나를 찾아온거야? 왜 명환이를 구해준거야? 어째서 지금만 그런거야? 왜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던 거나고!"

놀랐다. 수연이는 언제나 냉정하고, 무표정하고 무감정한 그런 여자아이었다. 상혁이나 다른 아이들은 우스갯소리로 '수연이는 저 얼굴밖에 못하는 모양이야'라고 할 정도로 여태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디즈니 랜드에서 웃었던 것을 제외한다면.

하지만 지금의 수연이는 화내고 있었다. 분노하고 있었다. 이토록 맹렬한 불길을 그동안 어떻게 숨겼는지 궁금할정도로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윤이가-, 그랬었지.'

지금은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어린시절의 언니는 무척 감정적이었어요.-라고.

잘웃고, 잘 화내고. 잘난척하고 그런 여자아이였다고 지윤은 말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수연이는 '달라졌다'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감추었던 본심이 튀어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상혁은 멱살을 잡혀 벽에 몰아붙여져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수연이가 화를 내고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생각하는 한 수연이가 화를 낼만한 이유는 없었다.

오늘 있었던 일도 명환이를 도운게 전부였고, 그 전에는 특별한 일 없이 즐겁게 아키하바라를 구경한게 다였다.

" 대체, 왜, 왜, 왜냐고... 왜 전에는 나를 구해주지 않았던 거야..."

수연의 눈가에 반짝이는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멱살을 쥐고 있던 손의 힘도 풀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연이가. 너무나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이런 수연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입학하고 처음있었던 사건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었음에도 수연은 자신의 감정을 잘 절제하고 있었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수연이는 울고 있었다. 너무나 가녀리게 가냘프게 그렇게 울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상혁이가 당황하며 울고 있는 수연이를 눈앞에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조그만 음성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세상은 약한 자에게 상냥하지 않아."

" 응?"

" 그렇게 생각했어. 그렇게 살아왔어. 그랬기에 지금의 자신이 되었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라고."

그것이 다시 태어난 수연이의 원동력이었다.

아름답고, 뭘해도 잘한다. 남들보다 월등히 우월했기에 누구도 자신이 '조금 다르다'라는 것에 괴롭힘을 할 생각도, 어떻게 하지도 못했다. 자신은 '약자'도 '평범한 자'도 아닌 강자였다.

" 노력했어. 이번만큼은 실패하지 말아야지. 세상은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으니 스스로 지켜야 된다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야한다고 생각했거든."

수연이는 그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갑자기 왜 이런말을 하는 것인지 상혁은 알 수 없었다. 그 의미도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하는 수연이의 말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근원이며 지금의 수연이의 모든 것이라는 것을.

수연은 상혁이에게 말이 없는 것을 알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단지 계속 말하게 되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억울함, 그것에 대한 투정인지도 모른다.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상혁이를 책망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수연이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외면받지 않으려면 훨씬 강하고 뛰어나야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난 이번에도 한번 실패해버려서,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남도 다가오지 않고, 다가가지도 않는 것이라 생각했어."

이번만큼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전생의 자신'과는 괴리가 될 수 있도록 극단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그것이 원흉이었는지 또 다시 한번 외면받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 먼저다가가지 않고, 다가오기를 바라지도 않는. 이젠 자신만을 지키기위해서 그렇게, 그렇게 바뀌어왔다.

" 세상은 혼자살아가는 거라고, 이기적이고 약자를 경멸하기에 살아남으려면 강해지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말하고 보니 꼭 중2병같구나. 바보같네..."

거기까지 말한 수연은 뚝, 하고 말을 멈췄다. 상혁은 그런 수연이에게 뭔가 말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수연이가 지금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두기에는 수연이가 너무나 불안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이가 말하기전에 수연이는 재차 말하기 시작했다. 방금전보다 거친 음성으로. 마치 고장난 라디오처럼.

" 그래, 그렇게 생각했어. 전의 내가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어. 근데 너는 뭐야? 왜 갑자기, 네가 나타나서 모든게 달라지는 거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가져야 되는거지? 전에 나에게 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면 되는 거잖아. 대체 뭐때문에 갑자기 명환이와 아는 사이가 되서 그것을 바꾸는 거야? 왜 구해주는 거냐고. 네가 그녀석을 도울 이유는 없었잖아. 알지도 못했어야 하는데, 어째서 어째서 너는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꿔 버리는 거야!"

휭설수설하듯 수연은 되는데로 말하고 있었다. 본인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만큼 수연이는 지금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평상시처럼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이야기할 정신따위 없었다. 그냥 마음속에 내제되어있던 말을 아무렇게나 끄집어 내어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 수연아, 진정-"

" 그러네, 그런가? 나때문인가? 내가 나타나서 달라진 거야? 내가, 이수연이 이세상에 태어나서 달라진건가? 웃기네, 우스워. 다른 것도 아니라 '이수연'이 태어난 것만으로, 내가 아무생각없이 한 것만으로 명환이가 구해진거냐고. 내가 너와 만나고. 네가 단지 명환이와 만난 것으로 이렇게 달라졌어. 구해졌어. 꿈을 잃지않고 살아가게 됐어! 대단해, 굉장해. 정말 해~피 엔딩이구나. 하지만 나는, 전생의 나는 과거의 나는 겨우 그것도 못해서 그렇게 버려진거야? 망가진거야? 외면당한냐고!"

아하하, 바보같아 하고 수연은 깔깔거리고 웃었다.너무나 비통한 얼굴로.

" 기뻐야하는데, 내가 구원받았으면 기뻐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네. 억울해, 너무 억울해. 너무 비참해. 과거의 내가 너무너무 불쌍해. 나는 단지 너를 만나지 못했기에 그렇게 불행했던거야? 그렇게 비참해야 했던거야? 왜, 대체 왜? 너는 대체 왜 나를 만나지 않았던거야. '이수연'이 없어서? 단지 그것때문에? 그것때문이냐고. 왜, 대체왜 그런건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겨우 그것때문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거야"

" -진정하라니까!"

상혁은 수연이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흔들며 소리쳤다. 수연이의 몸은 그 움직임에 그대로 흔들려서 마치 고장난 마리오네트처럼 비딱한 시선으로 상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은 진정이 된걸까. 상혁은 바싹바싹 입이 말라오는 것을 느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 네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는 몰라. 솔직히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하자민 네가 명환이에게 뭔가를 느꼈고,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것은 알겠어. 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명환이를 도왔으니 나쁜 건 아니잖아? 내가 전에 수연이를 돕지 못한 것은 알지못해서 그런 것이니 미안해. 하지만 적어도 명환이라도 도울 수 있었잖아? 수연이도-."

" 틀려."

수연이는 삐딱하게 꺽인 머리를 그대로 상혁이를 올려다보며 웃음기마저 섟인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 네가 돕지 못한 것은 '이수연'이 아니야. 네가 돕지 못한 것은 전생의 나야. 아하하, 나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이해불능? 미친거같아, 내가 너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됐어, 됐구나. 됐으니까 믿지 않아도 되. 그냥 혼잣말, 머리가 이상하게 되서 되는데로 지껄이는 이야기야. 너에게 이야기해봤자 바보같아지는 것은 나일뿐"

전생의 나?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상혁은 실성한 듯이 계속 이야기하는 수연이의 말에 눈가를 좁혔다. 그러고보니 맨처음 자신들에게서 도망칠때도 '왜 나는 구하지 않았냐'라고 이야기했었지.

처음엔 그말이 '예전 밝고 명랑했을때의 수연이'를 돕지 않았냐는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그것과는 좀 다른 것같았다.

하긴 그것만으로 수연이가 이렇게 폭주하기에는 '단지 명환이를 구했다'라는 것과 관련이 너무나도 적었다. 명환이를 '자기 자신'으로 감정이입해서 보았는데 명환이는 구해지고 옛날의 자신은 구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생이라니-, 너무 허황된 이야기잖아....'

거기다가 만에하나, 전생과 관련이 있다쳐도 그것과 명환이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상혁이는 속으로 침음성을 흘리며 눈앞의 수연이의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뭔가 새로운 힌트가 나올지 몰랐으니까.

============================ 작품 후기 ============================

멘탈이 절찬리에 붕괴중인 수연이. 쓰다가 길어져서 한번끊습니다. 원래 이편에서 끝내려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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