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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58화 (58/153)

58화

" 여기가 아키하바라야?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데?"

아키하바라에 도착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곱슬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뭐가 다르다는 걸까. 수연은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딜봐도 전에 보았던 아키하바라의 모습 그대로다. 애니메이션ost가 아련히 옆에서 들려오고 캐릭터 굿즈나 여러가지 오덕상품들이 즐비한 동내.

" 대체 어떤 이미지를 생각했기에..."

수연이의 의문을 대변하듯 상혁이가 곱슬이에게 물었다. 하지말 그 말에 대답한 것은 곱슬이가 아닌 윤아 쪽이었다.

" 뭐라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에니메이션이나 이런것의 메카니까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대체 어떤 식으로 말인데. 도대체 얼마나 굉장한 것을 상상하고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덕에 '아키하바라'라는 것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같았다. 하기야 아키하바라가 오타쿠 용품만 파는 곳은 아니니까. 세간에는 일본 최대의 전자상가로도 알려져있다.

하긴 상혁이나 수연이로부터 '오타쿠'적 지식만 잔뜩 주입받고 온다면 '전자상가'라던지 하는 것은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 오오... 상혁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에만 나오는 줄알았는데 정말로 메이드가 있네?"

" 메이드 카페라는데? 어떤 곳인지 알아 곱슬아?"

" 메이드만 가는데인가?"

도리어 상혁이나 수연이보다 신이난 것은 윤아와 곱슬이 쪽이었다. 두명은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한쪽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메이드를 가리키곤 속닥거리고 있었다.

' 뭐 싫다는 것보다는 좋지만.'

싫다는 아이들이 크게 없었기에 온 것이지만 관광은 관광이고 이미지는 이미지다. 2D를 괜히 혐호하듯이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곱슬이와 윤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상혁이 자신으로선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 근데-, 수연이는 별로 즐거워 하지 않는 것같은데? 재미없어?"

오타쿠 문화가 생소한 곱슬이와 윤아쪽이 도리어 호들갑떨며 좋아하는 것 같았다.

수연이는 아키하바라에 도착하고 계속 말없이 주변만을 둘러볼 뿐이었다. 어쩐지 어제 디즈니 랜드를 돌아다닐 때보다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 별로."

뭐가 별로인데! 새치름하게 대답하는 수연이의 모습에 상혁은 머리를 벅벅긁었다. 아니,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문제가 있으면 말을 해달란 말이다.

" 어라, 저거."

무료한 얼굴을 한체 영 재미없다는 듯 발걸음을 움직이는 수연이에게서 시선을 떨어트린 상혁은, 곱슬이와 윤아가 이야기하는 쪽을 보다가 뭔가를 발견한 듯 중얼거렸다. 수연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듯 싶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기보단 수연이 쪽이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

" 에, 저거?"

" 수연아, 저기 가볼래?"

곱슬이와 윤아도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수연이를 불렀다. 아마 그녀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 평상시 수연이의 머리스타일이나 게임을 하는 것을보면 '검은 긴 생머리의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저쪽에서 이벤트하고 있는 것또한 그런 수연이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각종 '검은 긴생머리'의 애니메이션 미소녀들의 마네킹이나 포스터를 붙여두고 하고 있는 이벤트는. 그렇지만 구리다고, 뭐가 '현실의 검은 긴 생머리의 미소녀를 찾아라!'라니. 보아하니 dvd같은 곳을 파는 곳의 개점행사인 모양인데...

" 호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하나 수연이는 무료하다는 표정을 단숨에 싹 지우며 흥미로운 듯 눈동자를 빛냈다. 저렇게 포스터와 마네킹을 쭉 나열해놓은 것을 보니 검은 긴 생머리의 미소녀가 많기는 많구나.

' 여기서 보이는 것만 쿠로네코, 요조라에-. 아무튼 엄청많네.'

수연이 말로는 요조라는 죽었다고 했는데. 나친척을 않보니 뭔이야기인지 알 수가 있나. 잘 살아있구만.

" 틀려, 요조라는 머리가 잘렸어."

" 끔찍하게 표현하지마! 단발일 뿐이잖아!"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수연이를 향해 상혁이 급히 태클을 걸었지만 수연이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 뿐이었다.

" 검은 긴 생머리의 히로인에게 '긴 생머리'가 없어진다면 그냥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었다.

" 그리고 요조라는 더욱더 비참해."

"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보는 애니나 라노벨은 아니지만 저 이상한 열정에 휘말릴 생각은 없었다.

" 수연이같은 애들이 잔뜩있네? 어딜보나 다 성격 안 좋아 보이는 애들뿐이잖아?"

" 그러게 다들 눈이 수연이같네."

곱슬이와 윤아가 세워져 있는 마네킹이나 포스터를 보며 힐끔힐끔 수연이를 보았다. 센죠가하라, 요조라, 쿠로네코- 유키노시타까지. 그러고보면 대부분의 검은 긴 생머리의 여자아이들은 최근 독설캐릭들이 많구나.

곱슬이나 윤아의 '수연이 같다'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발언이었다.

' 하지만 상냥한 캐릭들도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빙과의 에루라던지... 아, 에루는 상냥-과는 좀다른가. 상냥한 것은 맞는데. 아니 그러니까.'

상혁이 진지하게 상냥한 검은 긴 생머리의 미소녀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 수연은 발그레 해진 볼을 문지르며 검은 긴 생머리의 미소녀들에 둘러쌓여 행복한 한숨을 쉬었다.

뭐지? 여기 천국이야?

왜 전생에 아키하바라에 왔을때는 이런 것을 보지 못했을까. 옆에서 곱슬이와 윤아가 자신에게 '수연이와 닮았다'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들렸다. 그거 좋은걸.

" 칭찬 고마워."

" ?! 윤아야, 성격나빠보인다고 했는데 칭찬이라고 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하기야 일반사람들이 보기엔 가하라씨나 유키노시타 등등 눈이 새치름하게 올라가있으니 성격이 않좋아보일 수도 있다. 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뒤.

" 성격이 나쁜거야 당연한거야."

" 당연하지 않아! 아니 무슨 말에 맞장구치는거야!"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곱슬이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본인의 성격나쁨을 강조하는 수연이의 말에 당황했지만 수연이는 전혀 상관없는 듯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 요즘은 성격나쁜(애니메이션) 여자아이들이 인기니까."

" 어.., 정말? 확실히... (수연이가)계속 그렇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을 보면 남자들 사이에선 성격나쁜 (현실의)여자아이들이 인기인거야?"

" 그래, 흐응. 바보인걸. 아직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다니. 상혁이도 상냥한 (애니메이션)여자아이들보단 저런 새침한, 성격 안 좋은 (애니메이션)여자아이들을 좋아할걸?"

" 정말?!"

그럴수가! 확실히 자신이 아무리 사근거려도 반응이 없더니만! 곱슬이는 뚫어져라 눈앞의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꽤 귀여운 캐릭터이긴 했지만 역시 성격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눈매였다.

눈매라면 나도 지지 않는데...

곱슬이는 나름 '고압적'이라고 표현되는 매서운 자신의 눈초리를 매만졌다. 요즘 여자애들 사이에서 '나쁜남자'가 인기라더니만 남자들 사이에서도 '나쁜 여자'가 인기인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윤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이 화들짝 놀라며 곱슬이의 등을 때렸다.

무릎으로.

" 어째서 무릎으로..."

" 아, 미안. 순간 상혁이한테 하던 버릇이 나와서."

보통은 손으로 때리지 않나. 아무튼 아픈 등을 슥슥 문지르며 곱슬이가 고개를 돌리자 윤아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아무래도 수연이가 방금 말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이 여자애들의 성격이 나쁘다고 하는 것같아."

" 아."

그런건가. 설마 나 혼자 현실의 여자애들로 알아들은 거야? 곱슬이는 그런 생각을 하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태연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 아, 알고 있었어."

" 헤에~, 정말?"

사실 윤아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상혁이에게 '나쁜여자'행세를 해볼 생각이었지만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한편 수연이는 곱슬이와 윤아가 그런 대화를 하건 말건 '검은 긴생머리의 소녀'와 관련된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 아, 쿠로네코 머리띠도 파는구나."

이거 가지고 싶었는데. 수연은 자기 머리에 쿠로네코 특유의 고양이 머리띠를 쓰며 옆에 놓여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역시 나 정말 최고. 완전 대박 귀여워. 눈물 점이 없어서 아쉽지만-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조금 떨어진 옆 편에선 가게 주인인지 일일 아르바이트 mc인지는 모르지만 진행자가 여러 검은 깅 생머리의 여자들과 함께 거리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옆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수연이도 참가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오고 있었지만 무시중.

나름 재밌어보였기는 했지만 수연이는 미인대회와 같은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참가하지 않았다. 특유의 '나 최고!'라는 생각때문이 아니라, 굳이 외모로 순서를 메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굳이 꼽자면 나는 네가 쓰고 있는 그 머리띠의 주인정도가 좋아하는 검은 긴 생머리의 여성 캐릭터려나."

" 호오."

쿠로네코 말인가? 머리띠를 쓴체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던 수연은 뒤에서 들려온 상혁이의 목소리에 샤프트 목꺾기를 간만에 선보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 무, 무섭다고! 갑자기 인체공학적으로 할 수 없는 목꺾기를 사용하며 뒤를 돌아보지마!"

" 샤프트한테 실례야."

아무튼.

" 쿠로네코는 나도 좋아해. 독설은 요조라 같은 무난한 쪽을 좋아했지만 죽어버렸고..."

" 독설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바라는데. 그리고 죽지도 않았다니까."

내여귀는 결말을 보고 작가를 후려쳐버리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았던 기억이 있다. 수연은 그래서인지 이 머리띠의 주인에게 더욱 연민이 갔다. 부디 다음 생애에는 좋은 작가를 만나도록 빌어줄게.

" 네가 그런 검은 긴생머리의 독설 캐릭터 좋아하니까 여동생까지 영향받잖아."

" 흐응, 네가 무슨 상관일까? 지윤이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할 뿐이야."

사실 지윤이가 스스로 검은 긴생머리에 자신과 닮은 말투를 쓸때 두근두근 했었던 수연이다. 피는 이어져 있지 않다해도 언니를 닮는 다는 건가. 그래서 수연이는 집에서도 말투와 몸가짐에 더욱 신경을 썼던 기억이 있다.

" ...아니 누가봐도 나쁜 쪽으로 신경쓴거지 그거는."

" 남의 마음을 읽지 말아줬으면 해."

" 그런 초능력따위 없어. 그냥 네가 입밖으로 중얼거린 거라고."

" 그러지 않았어."

이 말버릇은 아무래도 자신의 불리한 점까지 숨김없이 말해버리는 모양이었다.

실례.

============================ 작품 후기 ============================

어제는 병실 바꾼 첫날인지라 못썼습니다. 여긴 무슨 영창 비스무리한 아주 좋은 병실인데(물론 영창이 좋다는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볼수 있는 짱짱 좋은 병실!이라는 말) 글쓰기는 허리가 아파서 오래 못쓰겠네요(...) 저쪽에선 침대 각도 올려가지고 편하게 등 기대고 썼는데 말이죠.

그래서 더 짧습니다! 짧은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그렇게 알아두시고.. 흠흠. 사실 내청춘은 12년말인가 13년 초에 나왔지만 그냥 채워넣은 것이니 신경안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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