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동물귀도 샀겠다. 나름 놀이동산에 온 분위기를 한껏 낸 수연이를 바라보던 상혁은 턱을 긁적이며 다음은 어딜가야 되나... 하고 고민에 잠겼다. 무작정 걸어서 오기는 했지만 결국 아무 목적도 없이 떠돌면 좀 그럴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연이야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상혁이로선 요즘 기분도 안좋은 듯 보이는 수연이에게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명색의 놀이공원인데 돌아다니기만 하면 뭔가 심심하지 않은가.
" 으음~."
그런데 어딜가야 되나. 수연이의 취향이 정확히 어떤지를 몰라서 무작정 데리고 가기가 좀 그렇단 말이지. 동화풍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보니 대체로 잡식성인 듯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막상 데려갔는데 수연이의 취향이 아니라면 '난 싫어, 너혼자타.'라는 발언이 나올 것이 뻔할 뻔자다.
어쨌든 말을 꺼내봐야겠지.
" 저기, 수연아."
" 싫어."
대답은 아주 단호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 아니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거절이냐?!"
" 어머나. 너라면 분명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 있을게 뻔하잖니?"
대체 어째서. 무슨 이유가 있어서 자신이 이렇게 변태 취급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건전하게 살아왔고, 허구언날 19금의 미연시나 하는 수연이에 비하면 자신은 성인용 미연시도 별로 하지 않은 평범한 오타쿠다.
매번 당하기만 하지만 이번만큼은 넘어가주지 않겠단 기세로 상혁이 빤히 바라봐오자 수연은 느긋한 손놀림으로 길쭉한 무언가를 묘사하는 동작을 했다.
묘사한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 그 억울하다는 시선은 뭘까. 벌써 잊은건가? 내 아랫배의 위를 비비적 거렸던 딱딱하고...."
" 미안해! 잘못했어! 다시는 그런 것에 억울하다고 하다는 시선조차 하지 않을게."
상혁이 사람이 많은 가운데서 단숨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자 순간적으로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덕분에 그런 상혁의 행동에 수연이조차 조금 당황한듯 한두걸음 뒷걸음질 쳤지만 이내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 좋아. 명심하도록 해. 마음 같아서는 내 주위를 멤돌며 '난 빡빡이다'를 외치게 하고 싶지만 참는걸로 알아두렴."
" 황송합니다."
저 아랫배 사건은 아마 평생 우려먹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형사고나 마찬가지이니 상혁이로선 이렇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위에서 덮침당한 수연이가 화도내지 않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시점에서 상혁이는 큰 빛을 진거나 마찬가지다.
" 그래, 말하려고 했던게 뭔지 말해볼래?"
" 응? 아아, 맞다. 사실 특별한건 아니고 디즈니랜드에 왔는데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놀이기구도 몇개 타볼까해서. 어때 괜찮아? 절규머신 같은 것은 많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보니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더라고."
오다가보니 스플레쉬 마운틴이라고 쓰여진 놀이기구나, 롤러코스터같은 빅 선더 마운틴이라고 쓰여있는 것은 꽤 재미있을 것같았다. 문제는 수연이가 오케이 하느냐 마느냐인데...
내심 긴장하며 수연이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수연은 자신의 고양이 귀를 만지작 거리더니 가볍게 대답했다.
" 좋아."
딱히 싫을 것없다는 감상이다. 너무 간단하게 긍정해서 오히려 상혁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 어? 정말? 괜찮아?"
" 그럼 싫어할 이유라도 있니? 딱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규머신같은 것도 타면 재미있을 것같으니까."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수연이가 싫어하는 것을 찾는게 더 힘들 것같았다. 그러고보니 뭔가를 하자고 했을때 수연이가 귀찮아서 부정은 할때가 있긴해도 '하기 싫어서' 부정을 하는 경우는 그다지 본적이 없었다.
진정한 의미로 잡식 취향인 건가. 보통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법인데 말이지. 동화풍을 좋아하면 대체로 절규머신은 꺼리던데 수연이는 양쪽다 오케이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 그럼 저쪽에서 오면서 봤던 스플레쉬 마운틴부터 가보자."
" 마음대로 해."
정말 즐기는 것맞는건가? 표정만 봐서는 평상시와 같은 무표정이었다. 아니, 그러고보면 최근에 계속 저기압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무표정'한 얼굴이 도리어 기분이 좋다는 표현인건가? 정말 알 수가 없는 녀석이다.
놀이기구 근처로 걸어가고 있는 탓에, 방금전 외각으로 걸을 때보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상혁은 수많은 사람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말 할필요도 없이 옆에 착 달라붙어서 걸어오는 수연이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보니 일행을 잃어버리지 않기위해 가까이 붙어있는 듯했지만 주변사람들로선 그저 '연인'사이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검고 긴 아름다운 생머리에, 고양이귀를 하고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녀. 차분한 얼굴에 동작마저 우아한 그런 여자아이가 평범한 얼굴의 남성의 곁에 연인처럼 붙어있다면 솔로들로선 질투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조차 저놈 대체 정체가 뭐지? 라는 얼굴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곤란하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곤란하다면 곤란한 상황이지만 상혁이는 딱히 그렇게 곤란하다거나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에 머쓱해지지 않았다. 도리어 우월감이라고 할까, 그런 기분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이 자신을 이렇게 시기의 시선으로 바라볼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자신의 옆에 졸졸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연인사이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미묘하게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전혀 곤란하지 않잖아. 도리어 도취해서 기분이 막 좋아지지 않니?"
작게 중얼거린 상혁이의 말을 받아 수연이가 비웃듯 이야기했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이 이야기하는 수연의 말에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그렇지만 수연이는 남자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곤 한다.
" 벼, 별로. 그렇진 않아."
그렇다고 어찌 대놓고 수연이가 옆에 있어서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색한 음성으로 대충 둘러 말하자 수연은 굳이 더이상 묻지 않고 입을 가만히 다물더니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마치 재미난 장난이 생각났다는 것처럼.
" 그래? 그럼 부러운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팔짱이라도 껴줄까?"
" 응?! 아, 아니. 그러니까 그건 좀 그렇지?!"
" 장난이야. 설마 내가 너한테 팔짱을 낄리가 없잖니. 곱슬이나 윤아도 아니고."
그래, 그러시겠지.
그리고 곱슬이는 확실히 그렇지만 윤아는 자신에게 팔짱을 낀적은 없다. 아무튼 수연이는 상혁이를 놀려먹는 것을 즐거워 한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다. 심한 장난은 치지 않지만 지금처럼 소소하게 놀려먹는다고 해야하려나.
그에 비해 동생인 지윤이는 수연이보다도 더 자비없는 독설을 하는 것같았다. 분명 수연이에게 지금과 같은 독설이나 장난을 배운 것일텐데 어찌 그런 매서운 독설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역시 보고 배운 녀석이 더하다고 하는 건가.
가끔 지윤이가 곱슬이에게 하는 독설을 보자면 몸이 떨릴때가 있다. 뭐 곱슬이는 적응되고 친해지고 한 탓에 그러려니하며 맞대응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차마 그렇게 답변할 자신이 없었다.
" 줄은 별로 길지 않네.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다."
스플레쉬 마운틴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대기 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수연은 상혁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고개를 움직여 둘러보고 있었다. 상혁이도 가만히 서있기 지루하겠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질적인 것이 눈에 잡혔다.
말하자면... 뭔가 사진 같은 것을 건내주는 장소라고 해야하려나. 왠 사진이지? 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문득 나름 절규계라고 할 수 있는 스플레쉬 마운틴으로 시선이 갔다.
스플레쉬 마운틴. 우리나라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로, 설명하자면 높이 올라갔다가 아래로 낙하하는 놀이기구다. 그런 것을 볼때 저기서 나눠주고 있는 사진은 이 스플레쉬 마운틴이 올라가거나 낙하할때 찍히는 사진일 확률이 높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옆에 간판에 보니 작은 글씨로 '사진촬영이 되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 호오... 그렇다면...'
상혁이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자신의 옆에 무덤덤한 얼굴로 서있는 고양이 귀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침창하고 냉정한 얼굴의 여자아이. 여태껏 무언가를 두려워 하는 표정은 본적도 없고. 저 무표정말고 상혁이 보았던 유일한 얼굴은 약간 인상을 찡그린 수연이의 얼굴 정도였다.(그마저도 한번) 아, 생각해보니 살짝 부끄러워하는 수연이를 본 것같기도 하고.
고소 공포증이 없다고는 하지만, 녀석도 사람인 이상 저런 절규계 머신을 타면 표정이 변할 수도 있을터.
별 생각 없었는데 저 사진촬영 기능을 보고 있자니 새삼 수연이의 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병원에서 덮쳤을때도 표정하나, 안색하나 변하지 않았던 수연이다. 그런 수연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경악하거나 놀란 얼굴을 짓는 것을 갑자기 무척무척 보고 싶어졌다.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
" 응? 서, 설마."
진짜 독심술이라도 하는 건가. 이상한 곳에서 정말 예리하다.
" 흐응, 수상하지만 넘어가줄게. 그보다 조금있으면 우리 순서니까 너무 정신팔고 있지는 말도록 해."
줄도 길지 않은데다가 한번에 여럿이서 타는 놀이기구다 보니까 확실히 줄어드는 속도가 빨랐다. 지금같은 속도라면 다다음번에 상혁이와 수연이가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빨리 타서 사진촬연한거 보고싶다. 상혁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보다 그 결과에 대해서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저런 상황에서 무표정하진 않겠지. 아니, 수연이라면 가능할 것같기도 하고...
" 수연아. 너 정말 이런 놀이기구 처음타는 거지?"
" 그래. 관심은 있었지만 올 기회가 없었어. 이번에 타보고 재밌으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가게 될지 모르지. ...참고로 회전목마는 꽤 좋았어."
처음타면 더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본 것이지만 이건 또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까 회전목마를 탔을때 곱슬이가 찍었던 사진을 보면 죄다 평상시와 같은 얼굴이고, 타고나서도 담담했기에 그냥 분위기만 즐긴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말로 회전목마같은 놀이기구를 좋아할줄이야.
하긴 윤아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여자애들은 대체로 그런 것을 좋아하는 건가?
' 아니겠지, 곱슬이를 보면 그냥 수연이가 그런 것이 취향이라는 건데...'
곱슬이 말처럼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거나, 어덜트 한거나 둘중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취향이 너무 포괄적이라 감당할 수가 없어.
과연 수연이가 가장 좋아하는 취향은 뭘까 고민하고 있는데 줄은 금방 줄어들어 수연이와 상혁이가 탈 순서가 되었다. 안내원들이 친절하게 일본어로 설명해주고 의자에 한명씩 앉게 해주었다. 특히 안내원이 남자라 그런가 유독 수연이의 안전바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까지 해주어서 상혁은 게슴츠레 눈을 뜬 체 그런 안내원의 행동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 난 그냥 대충 내려주고 갔으면서.'
확실히 예쁜 여자아이는 이러나 저러나 해도 확실히 혜택을 받는 것같았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곧 시작하겠습니다. 안전바를 꽉 잡아주세요.]
일본어로 안내방송이 나오자 내심 긴장되는 손을 두어번 흔든 뒤에 안전바를 꽉 잡았다. 옆에 수연이는 어떤가 싶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정말 평상시와 한치도 다름없는 얼굴로 태연하게 안전바를 잡고 앉아있었다.
' 설마 사진촬영을 해도 그대로인 것 아니야?'
에이, 설마. 그건 감정이 결여 됐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얼굴의 근육이 굳었나 안굳었냐의 문제다. 적어도 수연이의 얼굴 표정은 제대로 동작하는 것같으니 사진촬영을 기대할만 했다.
기이이잉-.
아래에 있을때는 그냥 '꽤 높네?' 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기계가 작동하며 고도가 점점 상승하자 손바닥에 땀이 생기는 것같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고소공포증이고 자시고 사람의 발이 땅에서 떨어져 이렇게 높이 올라오니 안전바가 있든 말든 공포심이 몰려왔다.
옆에 수연이는 어떤가 신경쓰였지만 상혁은 차마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조차 없었다. 그저 목을 딱딱하게 경직시키며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초.
고도가 정상에 다다른 순간,
어마어마한 속도로 기계가 지상으로 낙하했다.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절규계가 별로 없다는 것 취소! 이것만해도 충분히 무섭잖아. 전연령 대상의 놀이공원이라며! 한국에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절규계고, 이건 딱히 소문에 없었는데 이리 무서운 것을 보면 상혁 자신이 겁이 많은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곧 사라지고 말았지만.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렇게 소리를 지른게 언제였을까. 정신이 혼미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질때서야 상혁은 놀이기구에서 엉덩이를 때고 지상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아, 놀이공원은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 난생처음으로 타본 절규계의 놀이기구는 상혁이에게 있어 허들이 너무 높았다.
그래도...
' 이정도면... 아무리 수연이라도 표정이 변할 수 밖에 없겠지.'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옆에서 내리고 있는 수연이를 바라보았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고 있는 수연이는 놀랍도록 평상시와 같았다. 겉모습만 보면 방금전 놀이기구를 함께 탓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별로 안무서웠나?
" 저기 수연아. 혹시 재미없었어?"
사실 무섭지 않았냐고 묻고싶엇지만 왠지 그렇게 물으면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변태같이 느껴저서 살짝 수정해서 물었다. 수연은 놀이기구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 재밌엇어. 나름 무섭기도 했고. 단순히 높은 것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다르네."
무서웠다! 라고 수연이는 분명히 이야기했다. 이것은 분명 수연이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다는 희망적인 간측이기도 했다. 상혁이는 더더욱 사진촬영한 것은 빨리 보고 싶어졌다.
" 아,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 요 옆에서 사진인화해주는데 가지고 올게."
" 그래."
수연은 딱히 관심없는지 밖으로 나와서 어디 흐트러진 곳이 없나 하고 거울로 훑어보고 있었다. 저런 것을 보면 천상 여자아이지만-.
' 그보단 사진을 봐야지!'
긴장된 마음으로 사진을 인화해주는 곳에 가자 친절한 안내원이 웃으면서 어디 자리인지 물었다. 보통 사람이면 대답하지 못했을테지만 상혁은 뛰어난 자신의 일본어 스피킹능력을 백분 발휘해서 원어민과 동등한 발음으로 단숨에 인화한 사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긴장된다."
딱히 이렇게 기대할 것이 아님에도 무척 긴장되었다. 과연 수연이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 것인가. 천천히 노란 봉투에서 네다섯장의 사진을 꺼내자 상혁이 자신의 사진과 수연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 그거 뽑은 것?"
" 어? 응. 여기 나하고 네 사진."
언제온거냐.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수연이 때문에 상혁은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알았다. 당장 수연이의 사진을 보고 싶었지만 굳이 급하지 않은 척 천천히 자신의 사진과 수연이의 사진을 분리한 뒤, 능숙한 손놀림으로 수연이에겐 상혁, 자신의 사진을 건내주었고다.
" 자, 내 것 먼저 보고 있어."
끄덕.
수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받아든 것을 확인한 뒤, 상혁은 기대하고도 고대했던 수연이의 사진을 펼쳤다.
".....응?"
이상했다.
어째서 출발전 사진이 찍혀있는거지? 아니, 주변에 살짝 찍혀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분명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사진인데...
무표정했다.
아주 담담했다.
평상시처럼 아주 싸늘하고도 냉정한 얼굴 그대로였다.
설마 설마했건만 나머지 사진도 마찬가지. 수연이의 얼굴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인간이냐."
그토록 놀이기구가 오르락 내리락했는데. 본인도 '무서웠어.'라고 대답했으면서 표정은 어째서 아닌건데! 엄청나게 기대했건만 결국 사진은 상혁이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었다.
" ...풋."
" 응?"
이건 무슨 소리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잘못들었나 싶어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자신의 사진을 보며 살짝 정말로 살짝 미소를 지은 수연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곧이어 평상시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분명 '살짝 웃는' 얼굴이었다.
설마 웃을줄이야.
다른 누구도 아닌 수연이가.
" 왜 그러니?"
" 응? 아아, 아니야."
수연은 상혁이 자신을 빤히바라보자 의아한 듯이 물어왔다. 어라, 설마 자신이 방금 웃었던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건가? 비록 보려고 했던 놀라거나, 무서워하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그런 것에 집착을 했는지도 갑자기 우스워졌다.
' 뭐야, 제대로 다른 표정 지을 수 있잖아.'
웃는 얼굴은 처음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상혁은 자신의 사진을 보며 아주 잠깐 웃었던 수연이의 모습에, 이것을 타고 사진을 가져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별로 오랜만 같은 기분이 들지않지만 시간은 일주일만에 올리내요(...)조금 몸이 안좋았던 것도 있지만 디아3 확장팩을 지르고 스카이림을 깔았더니 어쩌다가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이제 다시 일일연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병실이면 할 것이 없어서 꾸준 연재가 가능한데 집에 오니 할게 많아서 연제에 손이 잘안가게 되는 기현상이...!
아무튼 다음편은 되도록 내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놀이공원편도 다음이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