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유연 고등학교 학생들이 머물게 될 숙소는 보통의 호텔이 아니라 무려 온천까지 달려있는 아주 훌륭한 호텔이었다. 막연히 학교에서 지정한 숙소이니 무난한 곳이겠지 생각하던 수연이조차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시설이 몹시 훌륭했다.
" 생각보다 시설이 아주 좋은데? 수학여행비가 좀 비싸긴 했지만 이정도 시설을 가진 호텔을 숙소로 정할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상혁이도 이건 예상 외였다. 청이 선배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정말 유연 고등학교는 돈이 많은 학교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 수학여행비가 제법 비싸기는 했지만 애초에 국외여행이었으니 어느정도 감수했던 비용이다.
하지만 이 많은 학생들이 이런 호텔에 머물정도로 비쌌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적당한 숙소는 구할 수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이런 고급 호텔을 대여할 정도로 많이 낸 것은 결코 아니였다.
' ...나중에 청이 선배한테 자세히 물어봐야지.'
학교에서 부담했을 것이 뻔한데 이게 원래 그런 것이면 그러려니 넘어가겟지만 자신과 윤아 수연을 위해 청이 선배가 신경을 써준 것이 아닐까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아니, 분명 청이 선배라면 그렇게 행동하고도 남았기에 더더욱.
" 그럼 여기 벽에 보면 각자 배정받은 방을 알 수 있을꺼다. 그곳에서 짐들 풀고 오늘은 여기 온천을 체험하고 자유시간을 가지도록! 참고로 온천은 반 별로 한시간씩 이용할테니 1반부터 순서대로 시간에 맞춰 들어가면 된다!"
아이들이 호텔의 숙소에 웅성거리고 있자 중앙에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크게 소리쳤다. 벽에 배정된 방이 적혀있다는 것을 듣고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저마다 우르르 몰려가서는 과연 자신과 친한 친구가 같은 방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방은 반 별로 배정되기에 다른 반 아이들과 배정되는 경우는 없었지만 같은 반이라고 다 친하기만 한 법은 아니니까.
남자쪽을 예를 들자면 상혁이처럼.
" ...아, 하필이면."
반 배정표를 본 상혁은 볼을 긁적였다. 하필이면 그다지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삐뚤이 삼인방과 같은 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악연으로 잘 알고 있는 사이지만, 수연이가 '삐뚤이 삼인방'이라고 이름을 붙여버린 탓에 언제부턴가 상혁이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들... 청이 선배가 도와줬기에 자신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틱틱 거리며 가끔 태클을 들어오는 녀석들이다. 입학 첫날만 보더라도 뒤에서 궁시렁 궁시렁 거리며 덕밍아웃 시키지 않았던가.
기본적으로 '어쩔 수없지 뭐-.'라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는 상혁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삐뚤이 삼인방과 같은 방이 되었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여자쪽에선 수연이가 우두커니 서서 자신의 방 배정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남과 같은 방을 쓴다는 것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던 수연이지만 이것은 좀 달랐다.
3박 4일간 여자아이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것은 난생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애초에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었고(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는 바람에 아프다고 빠졌었다.) 초등학교 때는 남자나 여자나 그게 그것이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꽤 컸다고 할 수 있는 여고생들과 한 방을 쓰게되다니! 전생의 자신이었다면 그저 부러워 했겠지만 지금의 수연이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혹시 곱슬이라도 있으면 좀 덜 어색했겠지만 이번엔 정말 아는 여자아이 없이 덩그라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혼자가 된 기억이 없다보니 막상 아는 사람이 없는 방에 혼자 머문다는 것이 괜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예전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을 텐데, 이것도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걸까.
' 그래, 평소와 같을 뿐이야.'
혼자가 좋다. 자신은 혼자가 좋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배정되었다는 방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짐을 풀기엔 그다지 여유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연이의 반은 1반이기에 온천 이용시간까지 고작 한시간이 좀 넘게 남아있었다. 복잡한 것이 싫은 수연이는 아이들이 대부분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배정표를 본 탓에 이미 조금 늦은 상태였다. 그러니 발을 빨리 움직일 수 밖에.
수연이가 머물게 될 방의 번호는 305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층이었기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가 방문 앞에 섰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느긋하게 움직인 수연이다보니 아마 같은 방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이미 와있을 것이다.
평소처럼하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겠지. 특혀 여자아이들은 몰려다니는 경향이 심해서 아마 자신이 뭘하든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수연은 천천히 방의 문을 열었다.
방은 다섯명이 한 방을 쓰기 때문에 수연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에 들어온 것은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이었다. 반에서 자주 보던 아이들이었기에 이름은 알고 있지만 딱히 대화를 한 적도, 뭔가를 함께 해본적도 없는 말 그대로 같은 반 학생에 불과한 아이들이었다.
이름이 아마... 강예은, 이지은, 한정아, 신지연 이었던가. 저 네 명중 한정아는 곱슬이와 제법 친한 여자아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곱슬이와 친하다는 이야기는 소위 조금 노는 여자아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수연이는 능숙하게 그것들을 받아넘기며 침실로 추측되는 방의 구석에 짐을 풀었다. 침대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다미가 있는 바닥이 약간 일본 전통삘나게 꾸며놓은 구석이 있었다. 아마 잘 때가 되면 여기에 이불을 깔고 자게 될 것 같았다. 점심 식사는 도쿄타워를 보고 오는 길에 근처 식당에서 먹었으니 지금부터 계속 자유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통 수학여행이면 이것저것 보러다니거나 체험하는게 보통인데 유연 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은 자유시간이 무척 많게 느껴졌다. 물론 온천체험도 있고 여러가지 레크레이션이나 행사도 있기는 하지만.
' 온천을 안갈 수도 없고.'
반 여자아이들과 단체로 온천에 가는 것은 솔직히 수연이로서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본에 왔으니 온천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숙소의 샤워실에서 씻기보단 온천에 한번 몸을 푹 담궈 피로를 풀고 싶었다.
" 오."
짐을 정리하던 중 옷장에 들어있는 유카타를 발견한 수연은 작게 감탄사를 흘렸다. 온천에 다녀와서 이걸로 갈아입으라는 이야기인 걸까. 애니에서만 보던 유카타를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따 온천에 갔다가 오면 한번 입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수연은 근처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온천 입장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시간도 때울겸 잠깐 근처 풍경이나 보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 수연이를 바라보는 방 안의 나머지 네 명은 그런 수연이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 수연이-라고 해야하나. 여자아이들 사이에 수연이는 아직 제대로 말도 붙여보지 못한 껄끄러운 같은 반 아이다. 먼저 말을 걸자니 냉랭한 얼굴과 태도가 접근을 거부하고 있는 것같았다.
이번만해도 그렇다. 3박 4일간 같은 방을 쓰게 됐으니 말 정도는 터도 괜찮을텐데 수연이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짐을 풀고 태연하게 자리를 잡아버렸다. 초기에는 그런 수연이를 반 몇몇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재수가 없으니 왕따라도 시키자-라고 햇었지만 수연이가 무려 곱슬이와 함께 다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런 의견은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누구인가. 바로 곱슬이가 이끄는 여자 아이들이었다. 일진이라고 불리지만 자기들 사이에선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이라고 자칭하는 녀석들이다보니(물론 곱슬이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그냥 따라다니는 애들을 냅둘뿐) 보통의 여자 아이들로선 그 친구인 수연이를 함부로 건들 수도 없었다.
난공불락이라고 해야하나.
틈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수연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전국 1등의 공부실력. 체육시간에 어쩔 수없다는 듯이 실기를 할 때도 운동신경은 결코 나쁘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 무척 예쁘다! 소문에 의하면 벌써 근처 학교들 사이에서는 유연고 얼짱으로 소문이 자자한 모양이다.
선배들도 어떻게 다리좀 놔보려고 아는 1학년들을 포섭해봤지만 그 중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로인 수연이와 말을 한마디라도 섞어본 학생이 있을 턱이 없었다.
" 어떡하지... 이 기회에 좀 친해지는게 좋지 않을까."
자신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체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수연이를 보며 예은이가 자신의 옆에 있는 지연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보통 수연이를 꺼려하는 여자애들과 달리 예은은 수연이와 나름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 반에서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말이라도 트는게 좋지 않을까하고.
" 쟤도 우리 무시하는데 걍 냅두는게 좋지 않아?"
지연이는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며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해외다보니 사용할 수는 없지만 찍혀있는 사진이나 이것저것 기능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 그래도 수연이랑 친해지면 여러가지 메리트가 많다고."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먹고 있던 지은이가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그리곤 '물론 저쪽은 커뮤니케이션이 빵점인 것같지만 말이야.'하고 덧붙였다.
" 메리트?"
주변 여자아이들이 의아하다는 듯 반문하자 지은이 검지손가락을 쭉피며 수연이가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물론 수연이가 집중하면 들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수연이는 정말로 이쪽에 시선을 완전히 끄고 있었기에 그들의 대화는 수연이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 그래. 우선 수연이는 전국 1등이라 선생님의 신뢰도 두텁고. 심지어 친구로는 여왕님이 계시지. 너도 그 여왕과 같이 다녀서 알텐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아는 지은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받들어 모시는 여왕님. 타 학교에서는 곱슬이를 '적색의 사자'라는 나름 웃기고 흉흉한 오칭으로 부르지만 기본적으로 유연고등학교의 여학생들은 곱슬이를 칭할때 보통 별명처럼 '여왕님'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비꼬는 의미로 한 학생이 한 것이었지만 언제부턴가 하나의 호칭으로 곱슬이를 지칭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곱슬이를 이름으로 부르는 상대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유연 고등학교 내라면 오직 선생님정도만이 곱슬이의 본명을 부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 알고 있어. 여왕이 자주 만나는 친구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무척 친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여왕을 곱슬이니 뭐니 하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하고. 실제로 곱슬이에게 들러붙어 있는 아이들 몇몇은 수연이를 아직도 무척 싫어하고 있었다. 물론 곱슬이는 자신을 곱슬이나 부르는 수연이나 여왕이라 부르는 동급생들이나 둘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차라리 여왕이라고 오글거리게 부르는 아이들보단 차라리 곱슬이가 정겹고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예전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녀석들이기에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
" 그래? 그래도 친해져서 나쁠건 없잖아? 여자 아이들중에서 개인으로는 가장 강력한 녀석인 것은 맞다고. 온천에 들어가면 가볍게 대화라도 해볼 생각이야."
" 우와, 용기있네. 나는 저 냉랭한 얼굴에 입도 안떨어지던데."
" 맞아 맞아. 특히 눈이 아주 매섭지. 다가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지은의 말에 지연과 예은이 맞장구를 쳤다. 평상시에는 그냥 아름답기만 한 여자아이지만 말이라도 걸어볼라치면 무섭게 노려봐서 감히 입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 오버는. 조금 노려보는 정도로 떨어져 나가니까 그렇지. 온천에선 분명 틈이 생길걸. 그때 이야기하면 돼."
" 과연..."
" 난 틈 같은거 전혀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수연이 창밖을 보며 망상을 하고 있을 때 여자 아이들끼리는 그런 이야기가 조그맣게 진행되어갈 무렵. 상혁이는 상혁이대로 자신의 방에서 난감한 상황에 쳐해있었다.
자가 베리어가 워낙 튼튼해서 낯선환경에서도 고고하게 있을 수 있는 수연이와는 달리 상혁이는 낯선 무리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포박되어 앉아있는 상태였다. 방에 들어온지 벌써 10분이 넘은 것같은데 아직 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자신을 제압한 뒤 포장용 끈으로 양손을 묶은 삐뚤이 삼인방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같은 반 두명을 향해 상혁이는 떨떠름하게 물었다. 분위기가 무척 이상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진지하고 엄숙한 것이 장난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자신을 전처럼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기위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 유상혁. 그동안 이수연의 옆에 있어서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주 잘됐다."
진지하게 말하는 삐뚤이들 중 대장에 속하는 삐둘이 리더의 말에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녀석이 언제부터 남의 눈치를 봤다고 자신이 수연이 옆에 있는데 말을 못걸었다고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상혁이가 곰곰히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때 입을 연 것은 삐둘이 삼인방이 아닌 같은 반의 남학생인 명호와 건수였다.
" 수연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말을 걸러가냐? 난 그렇게 예쁜애 옆에선 말도 못한다고."
" 사실 나는 수연이의 친위대에 속해있어서 네 녀석을 꼭 한대 쯤 때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대의를 위해서 참겠다."
두명이 떠드는 것이 시끄러웠는지 삐뚤이 리더는 나머지 작은 삐뚤이와 큰 삐뚤이에게 지시하여 조용히 제압했다.
" 내가 너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지. 그 이수연이라는 녀석이 정말로 무서운 녀석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야. 아니 애초에 인간이냐 그녀석?"
물론 상혁도 가끔 그것이 궁금해질 때가 있기에 담담히 그런 삐뚤이 리더의 말을 들었다.
" 그때 입학 첫날에 한소리 들어서 다음날 말이라도 걸어보려했더니 노려보더라고. 그래서 화가났지. 홧김에 뒷통수를 향해 신발을 던졌는데 귀신같이 잡아버리더라. 덤으로 되돌아온 신발에 얼굴을 맞았는데 진짜 오지게 아팠어."
초딩이냐.
" 그뿐이 아니다. 가방도 몰래 숨겨보고, 체육시간에 축구하다가 쉬고 있는 그녀석에게 공도 뻥차보고 별짓 다해봤는데 다 소용없더라. 무슨 코난도 아니고 어떻게 알았는지 가방을 숨기면 내 뒤에 서있고 공을 차면 바로 내 얼굴로 돌아솨서 감히 어떻게 해볼 생각이 들지 않았어."
상혁은 그런 삐뚤이 리더를 보며 갑자기 스스로가 무척 비참해졌다. 자신은 이런 바보에게 중학시절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인가. 그때는 저런 행동이 무척 힘들고, 견디기 힘들었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덤으로 상혁은 이녀석에게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녀석이 별짓을 다하며 수연이를 괴롭히려고 해도 수연이는 이녀석을 길가에 돌맹이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쥐죽은 듯이 엎드려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오늘 기회가 온거야!"
" 그래서 우리들이 그 일을 돕기로 했지! 물론 우리 뿐이 아니라 반의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옆에 작은 삐뚤이에게 제압당해있는 건수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기회? 무슨 기회. 지금의 상황에서 수연이에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가.
" 간단해. 온천의 여탕을 훔쳐본다."
"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그리고 애초에 왜 결과가 그렇게 나는 거냐! 무심코 딴지를 걸고 말았지만 삐뚤이 리더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좀 신경을 쓰라고, 그거 범죄야.
" 이미 반의 남자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상태다. 이 날을 위해 혹시 몰라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왔는데 정말 신의 한수였지. 수연이 친위대녀석들도 내가 사진을 제공한다고 하니까 금방 분열되기 시작했지. 정말 지키고 싶다는 쪽과 보고 싶다는 쪽! 물론 보고싶다는 쪽이 승리하여 친위대도 깔끔하게 제압되어 있는 상태다."
대체 뭐하는 걸까 이놈들은.
" 간단히 설명해서 우리는 여탕에 몰래 잠입한다. 여기 온천은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무로된 벽으로 가로막혀있는데 위는 열려 있더라고? 근처에 있는 지형지물을 적제적소에 이용해서 뒤에 있는 통로로 몰래 넘어가는 거지. 그리고 사진을 찍는 거다. 수치심으로 물든 그 얼굴을 사진으로 찍고 말거야!"
" 너 그냥 수연이를 좋아하는 거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남자아이. 딱 그짝이다. 문제는 그 행동이 범죄라는 것이지만. 물론 상혁이는 그것을 냅둘 생각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반발한다고 해도 제압되어 이곳에 묶여있을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이녀석들이 자신에게 대화를 청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터.
"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너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이런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 우리 중학교 때 이리저리 엮이고 그랬잖아. 이 기회에 화해를 하는게 어떠냐."
삐뚤이 리더의 말에 상혁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이녀석이 괜히 이런말을 하는게 아닐 것이다. 분명 목적이 있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겟지.
그런 상혁의 시선을 깨달았는지 삐뚤이 리더는 작게 헛기침을 하며.
" 네가 그래도 이수연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오래 지켜봤잖아. 앞으로의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사자인 이수연이라고. 그 녀석이면 정말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니까. 그런 상황에서 네가 끼면 딱 좋다 이거지. 네가 뭘할 것없이 그냥 있는 것만으로 남자 쪽은 분명 사기가 오를거다!"
언제부터 자신이 그토록 상징적인 존재가 된 건지 상혁은 알 수 없었지만 여기서 거절해봐야 좋을 것없었다. 차라리 계획에 뛰어들어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좋았다.
" 어때? 싫으면 이 방에서 저 두명이 너를 지키고 있을거라고."
온천 시간까지는 앞으로 20분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상혁은 삐뚤이 리더- 창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온천에는 수연이만 있는게 아니었다. 곱슬이도 있었다. 자신이 힘을내서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할 필요성이 잇었다.
" 좋아. 도울게. 난 뭘하면 되지?"
진지한 눈으로 상혁이 말했다. 겉만 보자면 두말 할 것없이 온천을 훔쳐보기 위해 결의를 한 것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상혁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은 듯 창호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 간단해. 넌 여기 가만히 있는게 돕는거야."
...?
방금전 돕지 않으면 여기있는 건수와 명호가 감시하게 하고 여기에 냅둔다고 하지 않았던가.
" 그럴거면 대체 왜 물어본건데."
그럼 애초에 자신을 이렇게 묶고 심문하듯 대화를 할 필요가 없잖아. 마치 자신이 필요하다는 듯이 말하다가 이렇게 나오자 상혁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혁의 말에 창호는 진지한 얼굴로.
" 안 알랴준다."
어쩌라고 진짜. 아오.
============================ 작품 후기 ============================
진짜 아오, 내용이 왜 걔속 늘어나지. 이번 3권분량은 용량이 400kb는 되겠네요. 이거 다음에 됴쿄 디즈니 랜드인데 플룻상 두편이었는데 말이죠.
비타 재밌는 게임이 너무 많네요. 올해 한글화 되는 타이틀이... 섬의 궤적 1,2, 슈타인즈게이트. 넵듄, 내 시체를 넘어서 가라2가 확정이고. 디스가이아4랑 프리덤워즈도 한글화 될지 모른다고 하고. 파판도 안 했는데 할게 쌓여만 가네요.
아무튼 담편에 온천편 끝내고 디즈니 랜드까지 놀러가는 부분까지 써야겠네요. 쓰다보니 내용이 계속 늘어남. 담편 온천에선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두근두근.
참, 위에 여자애들끼리 세력이 있다는거 진짭니다. 제 여동생한테 듣고 깜짝놀람 ㅋ.
현역 여고생인 여동생님의 말로는 여자애들끼리는 잘나가는파 못나가는파로 크게 양분되는데 잘나가는 애들이 흔히 노는 애들로 일진이 속하고 못나가는 애들은 조용하거나 공부잘하는 애들을 잘나가는 애들이 찐따취급한다고 하더라구요. 대학만가도 누가 잘나가고 못나갈지 알텐데... 그리고 그 잘나가는 아이들끼리는 무수히 많은 집단이 있답니다. 아무튼 여고생들 무섭네요. 여기야 소설이니 좀더 순수한 여고생들이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