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도쿄.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보통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이며 일본의 문화가 집약된 일본의 수도. 서울조차 가보지 못한 아이들로선 낮선 외국의 땅과, 익숙치 못한 일본어가 쓰여있는 건물들의 모습에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딱히 거리를 걸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리타 항공에서 나와 숙소인 호텔로 이동하며 버스의 차창 밖으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에 괜시리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 상황에서 가장 괜찮은 것은 수연이와 상혁이었다. 상혁이야 상당한 오타쿠였고, 수연이는 한번 일본에 오기도 했을 뿐더러 상혁이 이상의 오타쿠이다보니 일본어 같은 것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우와, 저기 저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다 일본인이라는거지? 우리랑 비슷하게 생긴 것같은데 미묘하게 다르긴 하네."
비행기에서 죽은 듯이 잠만 자더니 내리자마자 급 쌩쌩하진 곱슬이가 상혁이의 옆에서 신나게 이야기했다. 수연이는 상혁이의 앞자리로, 감히 누구도 옆에 앉을 생각을 못해 홀로 앉아있었다.
사실 그런 수연이의 옆에 상혁이가 앉으려했지만 곱슬이가 강제로 자신을 끌고 앉아버린 탓에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 같은 아시아인이니까.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사람들은 아시아인들을 봐도 다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하거든.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 비슷한 나라사람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처럼."
" ...차이가 있기는 한거야?"
" 아마 한국사람과 일본사람, 중국사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
우리는 봐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요즘 TV에서 많이 보다보니 그나마 많이 구분하게 된 편이라고 상혁이는 생각했다. 예전에는 다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TV나 인터넷을 통해 외국사람들을 자주 접하다보니 확실히 조금씩 다른 점을 알 수 있을 것같기는 했다. 어디까지나 조금.
그렇게 뒤에서 열심히 어디가 닮았네 일본은 어떠내 이야기하는 상혁이와 곱슬이의 이야기를 뒤로한 체, 앞자리에서 가만히 앉아있던 수연은 창밖을 응시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와버리고 말았구나- 하고. 전생의 자신이 겪었던 일을 아예 외면하려면 이 수학여행에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었을 테지만 자신의 마음은 자기도 알 수가 없었다.
우선은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둔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도 그게 정말 옳은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이 환생하고 회귀한 것에는 뭔가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라는 이유가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들이 타고 있는 버스가 향하는 호텔이 전생의 자신이 머물렀던 호텔과 멀리 떨어졌는지, 가까운지. 또는 동일한지 모른다. 세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으니 그저 같은 호텔만은 아니길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전생의 자신이 머물렀던 호텔에 다른 학교가 왔었던가? 몇번이나 생각해봤지만 옛날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는게 옳겠지만.
" 자 얘들아, 숙소에 가는 길에 잠깐 도쿄 타워에 들렸다 갈꺼니까 사진 찍을 사람은 준비하고 있어."
바로 숙소에 가기엔 조금 일렀던 걸까. 하기야 첫날은 보통 숙소에서 짐을 풀고 조금 둘러보고 마무리하는게 정석이긴하지. 이런 것은 학교가 달라서 그런가 좀 다르구나. 아마 전생에는 바로 숙소에 들렸다가 밖으로 나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제 막 열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까지 두시간, 이것저건 준비하고 버스타고 이동한 시간까지 쳐서 고작 네시간 정도가 지난 것같았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과 한국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수연은 가방에서 빗을 꺼내 머리를 다듬고 손거울로 어디 이상한 곳없나 얼굴을 훑었다. 전생에 대한 것은 전생에 대한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계속 고민을 하고는 있지만 이런 즐겨야할 시간까지 고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이 아직 좋지 않고, 여러가지로 복잡하기는 하지만 즐길 것은 즐겨야지.
좋아, 역시 나 정말 최고. 평상시보다 아름다운 긴 생머리에 티하나 없는 피부. 자신이지만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날씨가 더워서 검은 팬티스타킹을 입지 못한게 아쉽네. 수연은 자신의 하얀 다리를 보며 혀를 찼다. 거기다가 수학여행임에도 교복착용이 필수 였기에 좋아하는 하얀 원피스를 입거나, 기타 사복패션으로 꾸밀 수도 없었다.
' 그나마 교복이 예쁜 편이니 다행이지.'
만약 단색의 무미건조한 교복이었다면 정말 싫었을 것만 같았다.
아무튼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30분정도 지났을 때, 버스는 붉은색의 높은 타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섰다. 우선 입장권을 끊어야 했기에 학생들은 버스에서 대기하고 선생님들만 먼저 내렸다.
" 도쿄 타워 높기는 하네. 야, 이수연. 도쿄타워 높이가 어느 정도냐?"
" 삼백 삼십 삼 미터."
뒷자리에서 고개를 비쭉 내밀며 묻는 곱슬이의 말에 수연이가 창 밖에 시선을 고정한 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번에 대답했다. 그런 수연이의 모습을 보며 곱슬이는 질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 완전 사전이네, 사전. 그럼 우리나라 육삼빌딩은 몇미터야?"
" 이백 육십 사 미터, 안테나 포함하면 이백 칠십 사. 귀찮으니까 말걸지 말아주겠니."
수연이가 마지막에 날카롭게 쏘아붙였지만 이미 곱슬이의 시선은 도쿄타워로 가있었다.
그럼 도쿄타워가 더 높구나... 저렇게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는 수연이가 신기하기는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한 곱슬이다. 이젠 오히려 수연이가 모른다고 대답하는게 더 신기할 것만 같았다.
" 그럼 자 앞자리부터 내려서 대기하렴."
그런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있는 사이 박시윤 선생님이 버스로 들어오며 시끌 시끌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드디어 일본땅을 제대로 밟아보는 구나!라고 들뜬 마음으로 눈을 빛내던 아이들은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 순서대로 한명씩 순서대로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표는 선생님들이 도쿄타워 측에 수학여행 인 것을 이야기해서 알아서 처리한 모양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공기가 약간 한국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도 더웠지만 일본의 기후는 조금도 덥하다고 해야할지, 습하다고 해야할지. 수연은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올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연이도 도쿄타워는 처음 와보는 곳이었기에 근처의 일본 건물들이나 높게 솟아있는 붉은 색의 철탑을 신선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주변의 일본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나와 있는 한국학생들이 신기한지 슬쩍 슬쩍 바라보고 있었지만. 특히 그중 가장 많은 시선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나 다를까 수연이였다. 이국적인 아름다운 외모에 검고 아름다운 긴 생머리. 다른 아이들과 조금 떨어져 고고하게 있는 모습이 마치 공주님과 같았기 때문이다.
" 너 되게 많이 쳐다보는데."
그런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곱슬이가 옆으로 다가와 슬쩍 귓속말을 해왔다. 수연이는 그런 곱슬이의 행동에 눈동자를 작게 흘기며.
" 더우니까 떨어져주겠니. 그리고 알고 있어. 하지만 안다고 특별히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 그렇긴 하지."
곱슬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수연이의 말투야 이미 적응된 탓에 지금처럼 날카롭게 쏘아붙이듯 이야기하는 말에도 이젠 능숙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 도리어 여유롭지 않고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수연이일 수록 대하기 쉬웠다.
본래 수연이는 언제나 여유롭고 차분한 어조로 비비꼬며 이야기하지만 최근 몇 일간은 저렇게 날카롭게 쏘아붙이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 것 격어와서 깨달은 것이지만 저렇게 날카롭고 차가운 수연이일수록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거나 무언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 말하질 않으니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되겠지 뭐. 곱슬이로선 그런 느긋한 생각을 하며 다시 상혁이 옆에 천천히 다가가 딱 붙었다. 언제나 함께 다니는 윤아도 자신의 반 아이들과 어울려야 되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니 지금이라면 단 둘이 있을테니 말이다.
거기다 조사한 바로는 도쿄타워 전망대엔 무슨 소원을 써서 명패를 달아두는 곳이 있는데, 연인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듯했다. 올라가면 제일 먼저 이용해야지.
" 그러면 올라갈테니 딴 짓하지 말고 잘 따라오도록! 전망대에선 자유시간이니까 한시간 후에 다들 이 자리에서 모여서 아래에 대기하고 계실 선생님들의 인솔을 받으면 돼. 늦으면 얄짤없다."
곱슬이가 그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때 준비가 다 되었는지 박시윤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인솔해서 도쿄타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망대에 올라가야 볼거리가 많다보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했다.
' 딱히 이렇게 기다려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본래 별로 밖을 구경하거나, 여행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수연이다보니 벌써부터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나름 신선하고 보는 맛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한참을 가만히 서있자 심심함이 느껴졌다.
망가질까봐 휴대용 게임기를 버스에 두고온 것이 화근이다. 이렇게 안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릴 줄 알았다면 작은 손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오는 건데.
괜히 바닥을 툭툭치며 심심함을 달래던 수연은 어느새 엘리베이터 문이 자신의 앞에서 열리는 것을 느끼고 같은 반 아이들과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인원수에 맞게 딱 맞춰 타다보니 약간 부대끼는 감이 없잖아 있었던 터라 수연이로선 상당히 껄끄러웠다.
이렇게 반 아이들과 가까이 있던 적이 없었기에 특히 그랬다. 그렇다고 위험하게 꽉꽉 매워져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적당히 틈을 만들어 나름 전망대에 올라갈 때까지는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귀여운 아가씨.」
전망대에 도착해서 아이들이 모두 내리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마지막으로 내리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튼을 눌러주던 엘리베이터 걸이 일본어로 배웅을 해주었다. 한국 학생들인 것을 알텐데도 저렇게 말을 해주다니. 일본어로 답변해줄까 하다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고개만을 끄덕여 그 말에 답해주었다.
" 상혁아! 우리 저거 쓰러가자!"
옆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곱슬이가 상혁이를 끌고 어딘가로 힘차게 가는 모습이 보였다. 전망대에 왔으면 전망을 봐야지 다른데에 마음이 팔려있구만. 수연은 작게 혀를 차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전망은 좋았다. 이런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수연이조차 순간 멋지구나-하고 생각할만큼 도쿄의 경치가 한눈에 보였다. 만약 지금이 밤이었다면 더더욱 멋졌겠지. 낮있데도 이렇게나 가슴에 다가오는데.
" 호오."
경치를 볼 수 있는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자 바닥이 군대 군대 유리로 되어있어 아래가 훤히 보였다. '록 다운 윈도'라고 친절하게 한글로 쓰여있었는데 아래가 훤히 보여서 나름 아찔했다. 곱슬이를 이곳에다가 세워두면 아주 자지러지겠는걸.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만해도 좀 귀찮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렇게 올라와 전망을 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이로선 애니로 잔뜩 본 도쿄타워 이기에 2D로만 머릿속에 그려져있었는데 이 기회에 2D를 3D로 바꿀 수 있었던 듯 싶다.
특히 수연이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도쿄타워는 크라우져 씨에게 범해지던 도쿄타워 뿐이었기에... 솔직히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 장면만은 머릿속에 똑똑히 남아있었다.
크라우져씨의 음성을 머릿속에서 재생하며 그때의 그 장면을 떠올리고 있던 수연이는 문득 옆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차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누가 자신에게 다가온 걸까. 상혁이는 곱슬이가 끌고다니니 정신이 없을테고, 온다면 반 아이들에게 끌려 사라진 윤아정도일까?
수연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윤아도, 곱슬이나 상혁이도 아닌 난생처음보는 일본인이었다. 키는 수연이보다 조금큰 마른 인상의 청년. 딱 보기에도 20대의 외모였다.
" 아..아녕 하세요-."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한국말을 하는 청년. 어떻게 한국인인 것을 안거지? 아 맞다 지금 다들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구나. 수연은 자신이 한국에서 온 고등학생인 것을 알면서도 말을 걸어오는 그가 의아했기에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그 어색한 한국말이 귀를 거슬리게 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교정해주어야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하셔도 됩니다. 근데 무슨 일이신가요.」
유창한 일본어에 도리어 일본 청년 쪽이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일본어를 잘하는군요! 아..., 그리고 뭐라고 할까 정말 귀엽고 아름다워서 혹시 메일주소라도 알 수 있을까 하고.」
귀엽다,라는 단어는 그다지 수연과 익숙하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십대인 청년의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에선 흔히 예쁜 소녀를 향해 카와이라고 자주 표현하기도 하고.
보통 때의 수연이라면 이런 헌팅따위 단칼에 거절했지만 이 장소가 일본인데다가 자신에게 외국인임에도 용기있게 말을 걸어온 이 청년에게 나름 재미를 느꼈다. 아무래도 자국인이 아니니 전화번호를 물어보긴 보다는 메일 주소를 물어본 모양이다. 혹시 편지라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는 마음이었을까.
애니메이션에서도 보기 힘든 이벤트다. 그리고 딱 보기에도 여자와는 인연이 없을 것같은 외모에 숫기 없는 이 청년이, 고등학생이며 다가오기 힘든 분위기를 가진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 나름 흥취가 있었다.
" 흐응 ..."
자신이 이렇게 빤히 바라보기만 해도 얼굴을 붉히는 청년의 모습에 조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딱 보기에도 급히 오느라 미처 다 숨기지 못했지만 수연은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오타쿠라는 것을! 외국인인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온 모양이었지만 그의 가슴팍에는 당당히 DMC라고 쓰여있고 특유의 글씨체와 마크와 그림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애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것이 쓰여진 옷을 입은 일본인이 말을 걸어올 줄이야.
청년은 수연이 말없이 지긋이 바라보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마른 체형에 수연보다 약간 더 큰 키. 그리고 오타쿠. 이렇게나 전형적인 사람은 수연으로서도 오랜만이었다.
근처에 있는 오타쿠라곤 상혁이 뿐인데, 아무리봐도 이녀석은 하는 짓은 오타쿠답지 않다보니.
「 그... 괜히 말걸어서 죄송....」
「 좋아요.」
계속되는 수연이의 시선에 결국 남자가 거절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돌아서려했지만 수연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하자 몸을 급히 멈췄다.
「 ....에?」
설마 승낙할 줄은 자신도 몰랐던 듯 청년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청년에게 수연은 주머니에 있는 작은 수첩의 종이를 한장뜯어 자신의 메일주소를 적어서 주었다. 청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도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종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럼.」
더이상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기타부타 다른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종이만을 쥐어준체 깔끔하게 등을 돌렸다. 그 뒤로 저 청년이 진짜로 메일을 보내던지 아니면 역시 아니라고 생각하고 종이를 버리던지 수연과는 상관없었다.
수연은 그저 그 상황에서 재미있을 것같은 선택을 하였을 뿐이고, 나머지는 그 청년의 몫이니까.
뒤를 흘깃 보았지만 청년은 그자리에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리고 조금 후 청년의 동료로 보이는 친구들이 등을 두드리고 정신차리라고 이야기 할 때서야 그제야 움직일 수 있었다.
' 친구들은 뚱뚱한 걸.'
역시 전형적인 오타쿠 상들이다. 오타쿠가 아니라면 실례지만 적어도 수연이의 오타쿠 센서가 반응하는 것을 보니 거의 확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연은 그 뒤로 다시 그 청년이 말을 걸어 올어 오려나~하고 생각하며 전망대를 구경했지만 수연이가 시간이 다 되서 버스에 탑승하게 될 때까지 청년이 다시 오는 일은 없었다.
과연 한국에 돌아갔을 때 메일로 그 청년이 정말로 메일을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보내지 않아도 상관없고, 보내면 나름 재미있을 것같다고 생각했다. 수연은 과연 어느 쪽일까, 하고 생각하며 버스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아, 이거 다음이 온천이야기인데 도쿄타워가 이상하게 용량을 잡아먹어 다음편으로 밀렸습니다. 짜르려고 해도 이상하게 내용이 길어지내요. 다음편은 온천이 있는 호텔이 있다보니 온천편이 되겠습니다. 노블레스와 한번 줄타기를 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