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 상혁아 오늘은 정말 먼저 가는거야?"
" 응? 아아, 오늘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부실에서 먼저 일어나 나가려는 상혁이의 모습에 모두가 말도 안된다는 시선을 보냈다. 저 유상혁이 친구를 만나야 되서 먼저 간다고? 소꿉친구인 윤아조차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으며, 그토록 상혁이를 좋아하는 곱슬이조차 고개를 끄덕여줄 수 없는 대답이었다. 상혁이에게 있어 친구라는 인간관계는 여기 부실에 있는 사람이 전부가 아니던가.
" 나란 녀석은 그렇게나 인간관계가 절망적인거냐."
모두의 냉정한 평가에 상혁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런 말은 마음속으로만 해달라고. 다들 수연이를 닮아가는지 중얼중얼 잘도 설명해주고 있다.
" 차라리 다른 변명을 하지 그랬니? 그런 허왕된 소리를 하니까 아무도 믿지 않는거지."
수연이의 날카로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혁이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보내왔지만 상혁이로선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친구를 만나러가는건데 뭘 더 설명한다는 말인가.
...정확히는 친구가 될 예정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몇 일전에 만난 이후 제대로 친해지기 시작했다고. 오늘은 무려 약속까지 잡은 상황이다 이거야. 하지만 문제는 지금 부실에 있는 아이들의 분위기랄까. 도무지 상혁이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것을 믿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변명을 할거면 다른 변명을 하던지 사실대로 말하라는 얼굴.
' 다른건 신경안쓰면서 친구를 만난다니까 저렇게 집착하다니.'
윤아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외로운 족속이라 그런가. 청이 선배는 즐겁다는 듯이 웃고만 있는데 말이야.
" 믿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거지. 아무튼 오늘은 먼저 갈테니까 잘있어."
" 앗! 유 상혁 어디가는거야!"
" 상혁아!"
더이상 설명하려해봤자 시간만 낭비될 것같았기에 상혁이는 서둘러 방의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는 시끌시끌하게 윤아와 곱슬이가 뭐라고 소리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밖으로 나왔으니 상관없겠지. 역시 오늘은 부실에 안가고 바로 집에 들렸다가 갈걸 그랬나. 인사만 하고 가려했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은 듯한 기분이다.
" 그래도 서둘러 가면 얼추 시간은 맞겠네. 40분정도 남았으니까."
집에들려 옷을 갈아입기는 무리겠지만 지금 바로 가면 약속시간자체는 늦지 않을 것같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상혁은 늦지 않도록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40분이라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와 시내까지의 거리를 보면 그리 넉넉한 시간도 아니었다.
자전거라도 가져올걸.
뒤늦게 후회가 몰려왔지만 어쩔 수가 있나. 우선은 그냥 걸어가는 수밖에. 애초에 설득한다고 부실에서 시간만 잡아먹지 않았었어도 여유롭게 집에 들려 옷도 갈아입을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후회해도 늦은 일이다.
" 혹시라도 늦으면 실망할지 모르니까 서둘러야지."
자신이 봤을때 '송 명환'이라는 아이는 자신만큼이나, 아니 자신보다도 훨씬 더 사람과 마주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같았다. 자신이야 그냥 귀찮을 뿐이고 여유가 된다면 다른 녀석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 명환이라는 아이는 정말로 '힘들어'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과 만나자고 약속도 잡은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어서 꺼려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나저나 정말 인연도 인연이네. 우연히 자신이 체포하겠어 피규어를 발견하고 알아본 것만으로 친해지다니.
그때, 처음 명환가 만났던 날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상혁이 볼을 긁적였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해서 근처의 음식점에 갔지만 한동안 어색했던 둘은, 결국 공통된 화재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관련된 것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명환은 만화는 체포하겠어 라던지, 드라마는 CSI나 이런 류를 좋아하는 것으로 볼 때 경찰과 관련된 것을 좋아하는 듯 싶었다. 심지어 로봇 애니조차 k캅스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고.
아마 경찰을 동경하거나 그런 것일까. 상혁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특별히 묻지는 않았다. 그런 것은 좀 더 나중에 친해지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타쿠로선 오타쿠의 룰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는 룰이다. 오타쿠들에겐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이 있고, 그것은 꽤나 구체적이어서 그것에 위반되거나 반대되는 것이 있을 경우 극심한 반발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런 것은 오덕을 넘어선 십덕의 경지에 이르러야 나타나는 심마와 같은 것이지만 그만큼 취향이라는 것은 오타쿠에게 민감한 사항이다보니 쉽게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참고로 상혁이의 취향은 금발 트윈테일 츤데레로. 전혀 상관없거나 하나정도만 포함하고 있는 캐릭의 경우엔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금발에 트윈테일이라던지, 트윈테일에 츤데레라던지. 금발에 츤데레라던지 하는 경우, 하나라도 결부되어 있으면 뭔가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상혁 본인도 그것을 깨달았을때 자신이 드디어 십덕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청이 선배를 봤을때 살짝 설래였지. 그땐 심마가 찾아오지 않았음에도 무심코 금발에 트윈테일인 청이 선배를 상상하곤 했었다. 물론 츤데레인 청이 선배가 상상되지 않아 금방 좌절하고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지만.
" 아슬아슬한걸."
약속장소로 이야기한 카페가 시야에 들어오자 상혁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봤다. 반짝 반짝 빛나는 새 핸드폰이 오후 네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본래 폴더폰을 쓰던 상혁이었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던 기분이라 고등학교에 올라오며 구매한 깨끗한 핸드폰이었다.
2년전만해도 폴더폰이 대다수였지만 요즘은 열풍이라 할만큼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윤아의 성화에 못이겨 구입한 핸드폰이라고 할까. 상혁에게 있어 핸드폰은 시간을 보는데 쓰는 들고다니는 시계에 불과해서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지만 막상 안드로이드 폰을 쓰고서부터는 그런 생각이 달라졌다. 굳이 전화나 문자등등 귀찮은 짓을 할 것없이 인터넷이 되니까 말이다. 인터넷은 상혁이와 같은 이들의 영원한 친구이다보니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폰이 없으면 심심할 지경이었다.
끼익-. 딸랑, 딸랑.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에 달린 방울이 흔들리며 작은 소리를 내었다. 동아리의 친구들이 모일때 자주 애용하는 익숙한 카페의 모습 속에서 상혁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평상시 만나던 친구들이 아닌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자리였으니까 말이다.
혹시 자신이 먼저왔나-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둘러보는데 카페의 구석쪽에서 어색한 얼굴로 앉아있는 명환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어찌나 어색한지 정말로 카페에 오는게 처음인 듯 싶었다.
' 하긴 나도 카페에 처음왔을때 저랬던가.'
청이 선배의 손에 이끌려 처음왔을때 커피이름도 몰라서 어버버 거렸던 것이 기억난다. 상혁은 과거의 자신과 투영되는 명환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색하게 대답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카페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명환은 어색한 얼굴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상혁을 발견했는지 조그만 몸동작으로 손을 흔들어왔다. 어쩐지 그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 많이 기다렸어?"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5분 정도 남아있었지만 명환의 모습으로 볼 때, 약속시간보다 최소 30분은 먼저 와있었던 것같았다. 하지만 명환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 나도 방금 왔어. 카페는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하며 말하는 명환의 말에 상혁이 자리에 앉으며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크서클때문에 약간 초췌해보이는 안색이지만 그렇게 나쁜 외모는 아니었다. 말하자면 중성적인 외모? 여자애같지는 않지만 남자라고 하기엔 뭔가 좀 선이 가는 기분이었다.
' 나쁘지 않다기보단... 뭐랄까...'
귀엽다, 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고. 남자치곤 귀여운 얼굴이 맞지. 눈밑에 다크서클 때문에 눈에 띄진 않지만. 만화 캐릭터로 치면 '내가 인기없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이 나빠!'에서 나오는 모콧치? 오오 잘보니, 머리만 기르고 여자처럼 화장만 시키면 모콧치 코스프레가 될거같은 외모구나.
그제야 상혁은 명환이의 외모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감각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여자를 닮았다기보다는 여캐를 닮은거였어.
"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좀..."
" 아, 미안미안. 누구랑 많이 닮아서."
" 내가? 나랑 닮은 사람이 있었구나."
이 다크서클 때문에 닮은 사람은 본적이 없었는데,라고 말하는 모콧치, 아니 명환이의 모습은 조금 기뻐보였기에 상혁은 차마 닮은 것이 사람이 아니며 만화에서 나오는 여자 캐릭터이고 심지어 왕따 캐릭터의 대표주자인 모콧치라는 것을 차마 이야기할 수 없었다.
" 커, 커피라도 시킬래?"
애써 화제를 돌리자 명환은 퍼득 놀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아, 그런데 나 카페에 온 것이 처음이라 커피이름 잘몰라. 블랙커피나 뭐 이런 것만 알아서."
" 여기 메뉴판 있으니까 보고 시켜."
정말이지 처음의 자신과 같은 모습이다. 오타쿠들은 다들 비슷한 구석이 있는 걸까.
' 그런 점에서 수연이는 다른걸. 분명 처음왔을 거라 생각하는데 태연하게 주문하는 것을 보면.'
처음 카페에서 주문하던 수연이의 모습을 떠올리자 무척이나 우아한 얼굴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던 수연이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뒤로도 아메리카노만 주문하는 것을 보니 아메리카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 그럼.... 나는."
명환은 메뉴판을 들고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하나를 가리켰다. 공교롭게도 명환이 가리킨 커피는 아메리카노였다. 마침 수연이를 생각하며 아메리카노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라 할 수 있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상혁이 빤히 바라보자 명환이 어색하게 웃으며 이야기해왔다.
" 그... 기왕이면 들어본 커피를 시켜보려고. 아메리카노는 노래도 있고 익숙하니까 말이야."
아, 그런가. 확실히 아메리카노는 노래도 있고 익숙할만도 하지. 그래도 기왕 처음시킬거면 카라멜 마키아또나 이런거 시키는게 날텐데. 뭐 본인이 먹고 싶다니까 한번 먹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맛없다고 하면 자신이 새로 시켜주면 될 일이다.
종업원을 불러 커피를 시키자 옆에서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명환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작은 동물 같은 녀석일세. 이런 것에 하나하나 반응하면 힘들뿐인데.
" 너희는 수학여행 어디로 가?"
커피를 시키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던 상혁이 먼저 운을 띄웠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만 줄창하는 것도 그렇고, 좀더 상대에 대해서 아는 게 좋을 것 같았기에 차근차근 대화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 제주도로 갈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본 도쿄에 간다고 하더라고."
가도 오키나와나 이런 곳으로 갈줄알았는데 참 의외지. 라고 이야기하는 명환의 말에 상혁이 도리어 놀랐다. 일본 도쿄라니, 이런 우연이 있나!
" 아, 진짜? 우리도 일본 도쿄로 간다고 하던데. 잘하면 도쿄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자유시간되면 아키하바라 갈거지?"
아키하바라.
모든 오덕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라고 설명하는 가이드도 있었지만 사실 전혀 다르지. 한국 오타쿠에겐 덕심이 사라지기 전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말 그대로 '성지'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비단 그것은 상혁도 다르지 않아서 이번 도쿄 여행을 가장 반기던 사람중 하나였다.
" 당연하지. 우리는 셋째날에 자유시간이던데."
" 오 진짜? 이렇게 겹치냐. 우리도 셋째날 자유시간인데 괜찮으면 만날 수도 있겠다. 나는 일행이 있어서 함께 다니자고 하긴 좀 그렇지만 잠깐 얼굴정도는 볼 수 있겠지."
일행이 있다는 말에 명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 일행이라면 친구들이야?"
" 친구들-이긴 한데. 다 여자애들이라 좀 그래. 아무래도 아키하바라 같은데 가면 좀 거시기 하잖아. 기왕이면 남자들이랑 가야될 것같은데 나에게 남자인 친구가 없다보니."
그러고보니 확실히 상혁이에겐 남자인 친구가 없었다. 친구라고 있는 존재는 모두 여자였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당사자에겐 슬프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여자인 친구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남자끼리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는 법이니까.
" ....우와, 그건 또 대단하네. 무슨 미연시의 주인공인가 했어. 여자애들을 데리고 아키하바라에 가다니."
" 그렇지? 근데 이게 말이야. 두명은 일반인이고 나머지 한 여자애는 나보다 더한 오타쿠거든. 아, 여성향 오타쿠가 아니라 보통 우리와 같은 오타쿠. 정품으로 사서 미연시도 한다고 이녀석."
여자인데 오타쿠라니. 여자 오타쿠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혁이가 말하는 오타쿠는 누가봐도 남성향 오타쿠였다. 여자애가 미연시라니 이 무슨 매니악한.
애니에서나 나올법한 존재의 이야기에 명환은 벙찔 수밖에 없었다.
" 괴, 굉장한걸."
" 더 대단한건, 엄청난 미소녀. 2D를 압도한다고. 흑발의 긴 생머리를 한, 정말로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같은 녀석이야. 학교에서 팬클럽까지 존재한다고. 본인은 모르는 것같지만 무서운 놈들이야. 고백하는 것도 통제하고 있거든."
사실 나도 몇번이나 끌려갈뻔했지. 청이 선배가 아니었다면 뒷산에 뭍혀있을지도... 상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지? 정말로 그런 미소녀가 오타쿠라고?"
" 그렇다니까. 성인물도 엄청많이해. 보는 내가 민망할 지경이라고."
" ....에, 성인물은 나도 많이 하지만 그리 나쁜 것만 있는 건아니야."
" 갑자기 알기 어렵게 성인물 편을 들지는 않아줬으면 해."
아무튼 그런 상혁의 말에 명환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사실인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현실의 학교에 팬클럽이 있는 것도 웃기고, 오타쿠인 미소녀가 존재하는 것도 믿을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듣는 입장인 명환으로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 뭐, 그래도... 여자애들밖에 없으면 힘들겠네. 아키하바라 가서도 그러면 보고 싶은거 다 못볼거 아니야."
" 그러게. 아니 오히려 끌려다닐 것 같은걸."
남자인 친구가 없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상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친구가 적다보니 가릴 처지는 아니니까 나로선 감지덕지지."
" 에, 진짜? 상혁이는 친구 많아보이는데."
" 없어 없어. 고교 입학 첫날부터 덕밍아웃해서 완전 아웃사이더라고. 거기다 옆에 있는게 수연이라... 아 수연이가 내가 방금 말한 초 미소녀 오타쿠야. 아주 표정이 얼음장이라 사람들이 못다가오게 만들지. 아무튼 수연이랑 같이다니다 보니 보통 애들이 접근할 생각을 않한다니까."
아마 그 팬클럽 녀석들도 한가지 원인이 아닐까 싶다. 수연이 옆에 있을 수 있으니 나쁜 조건은 아니지만 남자인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울고 싶을 지경이다.
" 그러면-. 저기. 내가 그, 첫 친구인 셈이네?"
어색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명환의 모습에 상혁은 한숨을 푹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계속 한숨만 쉬고 있는 것같았다.
" 그래 맞아. 얼마나 반가운지. 네가 내 첫 동성 친구라니까."
" 그래?"
명환은 그렇게 답하며 빙긋 웃었다. 자신은 또 혼자만 친구라고 생각한 줄 알았는데 상혁도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 정말 최고야. 드디어 친구를 사귀다니 오늘은 기념일로 좋은건가. 괜찮은거지?
체포하겠어, 라는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은 없어서 상혁이 웃으며 이야기해올때 정말 기뻤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을 키웠지만 정작 이것에 대해 대화해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만난 상혁이와 이렇게 '친구'가 되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아, 이렇게 조금만 용기를 내면 되는 거였는데. 뭐, 지금 반에서는 완전 아웃사이더라 무리지만. 명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다가 금방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리곤 자신을 바라보는 상혁을 향해.
" 나에겐 네가 '첫 친구'야."
그렇게 말하는 명환의 모습은 지금까지 초췌한 모습이 거짓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척이나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드크 재밌네요. 던파 같다고 생각했는데 중독되는 기분임. 지금 닌텐도는 와이파이가 안되서 봉인중인데 드크도 멀티플레이 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흑흑.
그나저나 전편에 진격의 거인 애니 까먹고 있었네요. 이거 시점이 2010년 쯔음이니까 아직 애니 안나왔는데 무심코 써버림. 즉석에서 바로바로 쓰는 것의 단점이에요. 참고로 일본 수학여행은 사실 이때 방사능 사건땜시 절대 무리지만 그냥 이 세계에서는 아직 멀쩡하던지 좀 나중에 터졌다고 생각해주세요! 아키하바라는 왜 일본에 있어가지고.(?)덤으로 전편 댓글보다 적는건데요. 수연이는 환생이지만 동시에 과거 회귀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생의 '나'가 있을 수도 있는거죠. 말하자면 과거로 회귀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환생한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