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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39화 (39/153)

39화

<3권>

전생은 분명 기억하고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세계에 태어나서 십 육년의 세월을 여자로 살아왔다.

새로운 기억.

새로운 추억.

새로운 삶.

새로운 버릇.

새로운 취미.

새로운 특기.

말하자면 전생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정도로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전생은 분명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너무나 막연해서, 마치 흑백 영화속의 화면처럼 무기건조하게 다가올 뿐이다. 그저 장면장면 머릿속에 새겨져 직접 떠올리지 않는 한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는 그런 것.

이 세계에 태어나고, 나는 그것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뭍어왔다. 굳이 떠올려 괴로움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마음속을 좀먹고 있었고, 사소한 버릇이나 행동은 분명 그것에 영향을 받아왔다.

내가 보통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하거나 선을 긋는 행위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영향을 받지 않으려했고, 살아가며 대부분 사라져갔지만 분명 남아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 '전생'이라는 것이겠지. 내가 이 세계에 처음으로 한 실패도, 전생의 기억이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아이였다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전생을 기억하고 있어도 지금의 세계는 전과 다르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아니, 애써 그렇게 생각했던 것인지 모른다.

더이상 갈등하고 싶지않아서.

그것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싶었기에.

말하자면 내가 가장 잘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도망쳤다.

바로 그것이 내가 선택한 삶이며 행동이었다.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태어났으니 이렇게 살아야겠다 싶어 계속 살아왔을 뿐이다. 전생과 비교하여 이것이 같고, 이것은 다르다는 식의 분별은 하지 않았다.

막연히.

아주 막연히.

이런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알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때 거리에서 양아치들과 마주쳤을 때. 그녀석들이 내가 전생에 다니던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가 있다는 것은, 전생의 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나는 환생했다.

동시에 과거로 회귀했다.

나 이수연이 태어난 시기는 전생의 내가 태어난 년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날짜까지는 일치하지 않았지만 년도만큼은 딱 맞아들었다.

환생했으면서 과거로 회귀.

그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나는 다시 태어났지만 전과 같은 세상에, 전과 같은 시기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생의 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이 세계는 다르다. 내가 기억하는 사건이 그대로 일어나고, 사회의 틀이 같다고 하더라도 분명 다른 세계라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도망쳐왔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이번에도 막다른 길로 도망치고 말았다. 전생의 나를 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아릿하게 기억하는 나의 모습과 똑같은 외견으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똑바른 눈을 하고 있는 과거의 나.

신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한 것일까.

무엇을 바라고 이런 상황을 마련한 것인가.

나는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 신이라는 자는 정말 악취미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얼마나 악취미냐면 나보다도 더.

전생의 나.

전생의 나는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을 하고 있었지. 아아, 그래. 전생의 나는 이 시기에 그저 언제나처럼 취미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람과 조금 못어울리고 조금 쓸쓸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꿈이 있었고, 제대로 학교에 다니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달라지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있었던 수학여행 때.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바로 그때에 모든게 망가졌었지. 아니, 애초에 망가져가던게 단번에 무너졌다는게 옳은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신은 나에게 이것을 바로잡길 바라는 것일까. 무리다. 계속 도망쳐왔던 것을 마주하고 구해내기까지 하라고? 나에겐 불가능한 이야기야. 제대로 마주보는 것마저 힘든 일에 손까지 뻗으라니.

그렇기에 나는 이번에도 외면한다. 그렇게 도망친다.

이 세계의 나도 결국 전생의 나와 같은 삶은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나에 대한 방관일까. 이 세계에 꽤나 오랜시간 살아왔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만큼은 생동감이 넘친다. 흑백 영화속에 유일하게 컬러가 있는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만큼 그때의 절망은 나에게 있어 크나큰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막는다. 그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운명자체를 바꾸는 일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해야하는 걸까? 아니, 아니야. 굳이 안좋은 기억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전생의 나는 전생의 나일뿐이고. 이세계의 '나'는 어디까지나 그녀석이 해결할 일이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모든게 같다는 법은 없잖아.

나는 '전생의 나'가 아니라 '이 수연'이라는 소녀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생활해왔다.

이제부터 있을 일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운명의 길을 따라 흘러갈 뿐이다. 그 녀석이 죽어 다시 태어나 '이수연'으로 환생하거나 또 다른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면 그건 그 녀석의 운명인 것이다.

전생의 나의 삶은 끝났다.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이것이 바로 내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이것을 뭘까. 이해할 수 없는 마음, 막연한 이 감정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거지. 나는 그것을 변화시키고 싶은건가.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모른다.

알 수 없다.

우선은 보류하도록 하자. 어차피 아직 그 사건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차피 내가 고민을 하건 말건 모든 일은 전생의 내가 했던 일을 순차적으로 겪어갈 것이다.

기다리자.

이 세계는 전생의 내가 살던 세계인지 아닌지 모른다. 전생의 나가 살던 곳에 '이 수연'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른다. 만약 그 세계에도 이 수연이 있었다면 그 녀석은 내가 그런 일을 겪을때도 모습한번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른다. 어떤 것이 해답인지 모른다.

아무리 고민해도.

아무리 걱정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은 기다리자. 그 일이 닥쳐오는 순간까지 도망칠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다른 길이 없나 고민해보도록 하자.

나는 그렇게 결정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랬기에, 나는 이 세계의 '나'가 어떤 우연한 만남과 마주치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날이 닥쳐올때까지 애써 외면했기에, '나'와 우연히 만난 그녀석이 어떠한 미래를 만들어 갈지 전혀 추측할 수 없었다.

어떤 변화를 만들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직 좀 먼날의 이야기.

그 달라진 나를 보게 되는 것도, 좀 나중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그 나중의 이야기이다.

============================ 작품 후기 ============================

프롤로그 부분입니다. 우선 정확한 플롯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에 프롤로그만 미리 올립니다. 본편은 플룻이 완료되면 올리게 될 것 같군요!

덤으로 전편의 대댓글은 전편에 댓글로 올려두었습니다. 못보신 분들은 확인해주세요~.

p.s 참고로 프롤로그라 그런지 술술 써져서 10분만에 작성해버린...! 이런거는 잘써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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