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상혁이가 입원한 병원이 어딘지는 듣지 못했지만 애초에 이 동네에 입원을 할 만한 병원이라곤 하나뿐이다. 근처에 마땅한 외과도 없을 뿐으니 입원할 만한 큰 병원은 시내에 있는 미리네 병원정도?
" 수업을 안듣고 도중에 나온 것은 처음이네."
와, 나 정말 최고. 전생에는 감히 시도도 못할 짓을 이번 생에 태연하게 해버렸어. 내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 막상 병원까지 걸어가게 되니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그렇게나 상혁이가 마음에 걸렸다는 것도 이상하고, 이렇게 직접 찾아가는 자신에게도 의문이 들었다.
설마 나 플래그라도 꽂힌거야?
에이, 설마. 물론 나를 받아준 것은 나쁘진 않았다. 아무리 멍청한 짓이라도 나를 위해 몸을 날렸다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말 클날뻔했지. 머리라도 박았으면 어쩔 뻔했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그리 간단하게 플래그가 설리가 없잖아. 내가 보통의 여자아이도 아니고 전생에 남자로서의 기억도 분명 가지고 있다. 뭐 이젠 거의 사라져서 단편단편 인상적인 기억이나 사회적으로 있었던 큰 사건. 또는 좋아하던 것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거지. 게임으로 치면 호감도 업?
막상 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히로인이 된 기분이야. 하기야 소꿉친구에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여자애에, 옆 짝궁인 나는 자칭 타칭 학교 제일의 미소녀다. 심지어 같은 부에 있는 청이 선배는 혼혈아에 머리까지 우수한 미소녀. 역시 생각할 수록 상혁이 녀석은 전생에 나라라도 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복에 겨운 놈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병원까지 금방 도착한 기분이었다. 걸어서 거의 한 시간정도의 거리였을텐데 체감은 한 10분정도 걸은 기분이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두시. 5교시가 끝났을 시간이다. 더불어 나에게 전화를 걸었던 모양인지, 곱슬이와 윤아는 물론 담임 선생님인 박시윤 선생님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이거 큰일난거지? 전화를 못받은 것은 분명 실수지만 다시 전화를 걸기엔 또 꺼림직하다. 학교를 땡땡이 친 학생이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직접 거는 것은 자살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전화를 하지 않는 것도 찝찝한 것이...
아, 아니지. 나도 다쳤다고 하면 되잖아. 곱슬이가 뭐라 말만 안했으면 나도 계단에서 함께 굴러서 병원에 왔다고 하면 될 일이다. 우선 곱슬이에게 문자를 보내서 뭐라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봐야지.
-[나 지금 밖인데 혹시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뭐 물어보지 않음?]
문자를 보내는 행위가 익숙치 않아서 이정도 문장을 치는데 3분정도가 소요되었다. 내가 뭐 문자를 보낼 일이 있어야지. 아무튼 문자를 보냈으니 답장이 오기까진 조금 시간이 걸릴 터. 병원에 들어가서 상혁이의 병실을 알아보도록 해야겠어.
위이잉-.
벌써 답장이 온거야? 진짜 빠르네. 지금 수업시간일텐데 이렇게 빨리 답장하다니, 수업을 듣고는 있는 걸까.
-[너 어디냐 ㅡㅡ]
문자가 참으로 간결하군. 아무래도 내가 교실에 들어오지 않아 신경쓰인 모양이다. 나는 그런 곱슬이의 문자에 [지금 팔 아퍼서 병원가는 중. 그보다 담임이 너한테 뭐 물어보지 않았냐니까.] 라고 답장을 보내면서 병원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환자복을 입은 환자 몇몇과 간호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변에서 이시간에 교복을 입고 병원에 들어온 나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었지만 이럴수록 당당해야한다. 틈을 보이면 학생 학교는 어쩌고... 하면서 물어올 수도 있거든.
나는 태연한 얼굴로 병원 접수대에 걸어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오는 간호사에게 평이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 오늘 입원한 유상혁 학생을 만나러 왔습니다만, 병실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 네? 아, 유상혁 학생 말이신 가요? 잠시만요."
간호사는 나의 말에 컴퓨터로 병동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를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시켰던가 하는 이유로 온 학생인 걸로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가만히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손에 들린 핸드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팔이 아프다고? 구라는;; 아무튼 담임이 나한테 말도 걸지 않았음.]
호오, 그렇다는 말이지. 곱슬이가 나를 속였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중에 천천히 복수해주도록 하고 우선은 그 말을 믿은 체 전화하기로 했다. 간호사는 아직 찾는 중인 것같으니 아직 여유는 있었다.
-『여보세요.』
"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수연이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하자 도리어 박시윤 선생님이 당황한 듯한 음성으로 말해왔다.
-『너 오후 수업 안듣고 어디로 간거야? 5교시에 수업 안들어왔다고 하던데.』
" 아, 저 상혁이와 같이 계단에서 굴러서 팔이 많이 아프기에 같이 병원에 왔어요. 다행히 저는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하네요. 혹시 필요하시면 옆에 있는 간호사를 바꿔드릴까요?"
당당한 나의 말에 그제야 박시윤 선생님은 약간 안도한 목소리로 그럼 그렇지,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하긴 수연이가 멋대로 수업을 땡땡이 쳤을리 없지. 그래, 상혁이는 괜찮니?』
" 저와는 다른 곳으로 가서 잘 모르겠네요. 한번 가볼게요."
-『그래, 그럼 올 수 있으면 다시 학교로 오고. 정 아프면 오늘은 집에가서 쉬렴.』
"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박시윤 선생님이 전화를 끊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 이래서 평소의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거야. 이래뵈도 나는 전국 1등(첫 모의고사 한번이지만)에 초우수한 인재. 반에서 특별한 소란도 일으킨 적 없는 조용한 여자아이다 이거야.
역시 나 정말 최고.
" 저기 학생? 아까 유상혁 학생의 병실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나요?"
" 예, 말씀해주세요."
내가 통화하는 것을 조금 기다리고 있었는지 전화를 끊자마자 접수대의 간호사가 입을 열어왔다. 다행히 나와 선생님의 통화내역은 못들은 듯,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해왔다.
" 보니까 유상혁 학생은 방금 병실이 정해진 모양이에요. 5층에 있는 5004호실에 가면 될거에요."
" 네, 감사합니다."
5004호실인가. 나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간호사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에 등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찾아 걸어갔다. 상혁이는 아마 여태 진찰을 받고 이제서야 병실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나마 조치가 빨리 끝났나보네. 아주 심하거나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럼 나를 이곳까지 오게 한 것에 대해 따지러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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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혁이가 있는 5004호 병실에 들어서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의 외모도 외모지만, 이 시간에 학생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자체가 이상한 일이니 시선이 몰릴만도 했다.
상혁이는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멍하니 침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과 다리에 한 깁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깁스같은 것을 해본적이 없구나. 전생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뼈가 부러지거나 한 적이 없다보니 저런 깁스를 보면 얼마나 무겁고 불편할까, 라는 의문부터 들었다.
조용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녀석의 옆에 태연하게 앉으며 마치 평범하게 대화하듯 말을 걸었다.
" 이제 시험까지 어떻게 공부할꺼니?"
" 그러게, 그게 걱정이..... 아니라, 너 왜 여깄는 거야?!"
예상 그대로 반응해줘서 기쁜걸. 나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혁이를 향해 아래에서 위로 새치름하게 올려보며 느긋하게 이야기했다.
" 어머, 나도 계단에서 굴렀는걸? 병원에 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
" 그건 그렇지만... 정말 어디 다치거나 한거야?"
" 전혀."
" 그럼 올 필요 없잖아!"
" 멍청하긴. 꼭 외부로 티가 나거나 몸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오는 것은 아니지. 계단에서 굴렀으면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아볼 수도 있잖아?"
나의 말에 상혁은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이것을 믿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라는 눈으로 나를 응시해오고 있었다.
물론 지금 말한 것은 선생님한테 내일 설명할 때 사용할 거짓말이지만.
" 거짓말이냐."
이런, 또 무심코 이야기해버린건가. 나도 참 문제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혼잣말을 하는 것은 분명 고쳐야되는 문제야. 상혁은 나의 말에 멀쩡한 왼손을 들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곤 기운없는 음성으로 느릿느릿 말해왔다.
" ....그럼 대체 왜 온거야."
왜 온거냐,라고 묻는 상혁의 말에는 솔직히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냥 마음에 걸려서 왔을 뿐이고 다른 이유는 없는 걸.
" 글쎄, 바보같은 너의 머리로 한번 고민을 해보지 않을래?"
" 하아, 됐다. 이야기하기 싫으면 됐어. 그럼 너 학교수업도 빠지고 온거야?"
싱겁긴. 좀더 스스로 고민해주길 바랐지만 상혁은 그저 귀찮다는 음성으로 이야기해왔다.
" 그래, 계단을 굴러서 너와 같이 입원했다고 했지."
" 그래도 괜찮은거야?"
" 물론이야. 이래뵈도 전국 1등의 우등생이니까, 선생님들에게 신뢰가 높거든. 지금 눈앞에 있는 누구와는 달리 말이지."
녀석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말을 할 수록 내가 이곳에 온 것에 대해 의문이 드는 듯, 시선에는 여전이 궁금증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묻지 않는게 상혁이 다워서 속으로 작게 실소할 수 밖에 없었다.
" 솔직히 왜 너를 찾아왔는지는 나도 정확히 몰라."
" 응?"
" 정말 답답하구나? 네가 아까 왜 내가 이곳에 왔냐고 물었잖니."
갑작스런 나의 말에 상혁은 당혹스런 나를 응시했다. 뭐 누구라도 이유없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 더군다나 나처럼 만사에 관심없던 여자애가 자기 스스로 한 시간넘게 걸어서 찾아왔다면 더더욱. 나 스스로도 의문이니 상혁이가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 마치 플래그 박힌 히로인 같지 않아?"
" 스스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전혀 아닌거 같아."
" 흐응, 그래? 솔직히 나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직접 찾아왔으면 플래그를 의심 해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나도 모르는 이 마음속 깊은 곳에 푹 박혀있을줄 누가아니?"
나의 말에 상혁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그것만큼은 절대 아니라는 듯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도무지 회수하고 싶지 않은 플래그네. 회수하면 사망플래그가 되는 거냐?"
" 어머, 센스있는걸. 선물로 깁스에다가 그림 그려줄게."
교복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며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명백한 거절의 표현이었다.
" 너 깁스에다가 이상한 멘트나 그림 그리려는 거지.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는 안 돼!"
예리한 녀석.
환자를 괴롭힐 수도 없는 관계로 나로선 아쉬운 마음으로 펜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틈이나면 꼭 팔과 다리의 깁스에 낙서를 해야지.
" 아무튼, 언제 퇴원이니? 중간고사에 맞게 학교에 올 수 있어?"
나의 말에 상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작게 한숨을 쉬고 이야기해왔다.
" 그건 선생님과 이야기했어. 병원은 한달정도 입원할 거같아. 뼈가 되게 깔끔하게 부러져서 금방 붙을거라고 하더라고. 하지만 중간고사인 일주일 후까지는 무리겠지."
" 그럼 시험은 못보겠구나?"
" 아니, 중간고사에 가서 제대로 시험보기로 했어. 시험만 보고 다시 돌아올거야."
그래도 되는 건가? 내가 의문섞인 눈으로 바라보자 상혁은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 아, 물론 의사선생님은 반대하셨는데. 그래도 내가 기왕이면 시험은 같이 보고 싶어서 말이야. 기껏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서 했고. 그런데 시험을 못보면 아쉽잖아. 내신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꼭 봐야지."
흐응, 그런가. 하필이면 다친 팔이 오른팔이라 시험볼때 고생하겠네. OMR마킹도 그렇고 수학같은 과목은 정말 힘들 것같았다. 뭐 그래도 내가 만들어준 공책과 스터디 그룹에서 함께 공부했으니 꼭 시험보고 싶다고 말하니 기특하게 느껴지긴 했다. 약간 뿌듯한 걸. 내 요약노트 때문에라도 열심히 한다고 하니까.
" 그럼 일주일은 여기서 혼자 공부해야겠네."
" 그렇지 뭐. 부실까지 매일 가기는 무리 이기도하고, 의사선생님이 절대 허락안해줄거야."
곱슬이가 아쉬워하겠네. 윤아도 그렇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지윤이 정도일려나. 상혁이 스스로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던 터라, 이대로 부실에 못가서 함께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많이 아쉬울 것이다. 곤란한 걸. 이유야 어쨌든 나를 받아주다가 부러져버린 거잖아. 지난 달의 사건처럼 자기 멋대로 했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걸.
이번 것도 분명 상혁이가 스스로 나를 받으려다가 부러진 것이지만 분명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쓸데없는 짓이라 매도하긴 했지만, 분명 받아주지 않았다면 나도 확실히 어찌 됐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 것은 확실하게 상혁이게 빚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고민이네. 이 건에 대해선 좀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나는 빚을 지는건 싫으니 이런 것은 빨리빨리 갚도록 해야지.
" 뭐 좋아. 그래도 아까 나를 받아준 것에 대해선 고맙다고 해둘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하는 나의 말에 상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내가 고맙다고 하는 말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 어머? 나의 갭에 반하기라도 했어?"
" 아, 아니. 반했다기보단 놀라서. 네가 나한테 고맙다고 한 것은 처음이잖아."
그런가. 확실히 상혁이게게 고맙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 것같네. 저번 일에 대해서 내가 고맙다고 표현한 것도 청이 선배뿐이고. 확실히 상혁이가 의외라고 생각할만도 했다.
" 이래보여도 나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선물로 깁스에-."
" 아니 그건 거절할게."
틈을 보이지 않는걸.
" 그래도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아까 네가 쓸데없이 그랬다고 해서 솔직히 좀 침울했거든. 아, 물론 네가 고맙다고 하지 않아서 그랬다던지 한게 아니라. 내가 또 멋대로 폐를 끼친 기분이라."
아까보다 한층 부드러워진 얼굴로 상혁이가 씩 웃었다. 아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조금 멋대로 행동할때가 간혹 있지만 그래도 분명 좋은 녀석이지. 남을 도우려는 의도로 하는 행동이지만 가끔 삑사리가 날 때가 있다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분명 착한 녀석이긴 하다.
" 이번 것은 폐가 아니었어. 순수하게 고맙다고 한 것이니까, 순순히 받아들이렴."
그렇게 말하자 상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감사에 저렇게 순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니 내심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 할 말도 끝났으니 이만 가볼까."
" 아, 가게?"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아까 마음에 걸리던 것도 어째서인지 사라진 것같고, 상혁이도 멀쩡한 것같으니 슬슬 가기로 했다. 물론 학교에 갈 건아니고 집에 가야지. 기껏 일찍 학교에서 나왔는니 이런 날 일수록 푹 쉬어야하는 법이다.
" 그래. 어차피 내가 가도 학교가 끝나면 다들 우르르 몰려올테니 말이야."
" 그럼 너도 그때 같이 오지 그랬어."
" 난 시끄러운걸 싫어해. 도리어 이렇게 혼자라도 와준걸 고맙게 여기도록 하렴."
몸을 일으키며 차분히 말하는 나의 말에 상혁이는 '역시나'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한 것처럼 나는 시끌벅적한 것을 여전히 꺼리는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점심시간에도 여전히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며, 집에 갈 때도 혼자가는 편이다.
예외가 있다면 동아리 부실에 있을 때 정도? 그것만해도 나에게 있어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누가 칭찬좀 해줘.
" 형식상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몸조리 잘하고 있어. 혹시 위급해지면 찾아올테니까 걱정말고."
" 아무렇지도 않게 큰 병에 걸린 사람 취급하지 말아줘. 지금 그 말은 다시는 병원에 안온다는 말이잖아!"
" 장난이야.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아쉬워하지 말도록 해."
천천히 등을 돌리며 하는 말에 그건 또 의외라는 듯이 상혁이가 말했다.
" 에, 그러면 또 온다는거야?"
" 글쎄."
나는 등 뒤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는 상혁이의 모습에 작게 고개를 숙여 답례한 뒤에 병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상혁이가 입원에 있는 기간동안 다시 올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무심코 이야기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뭐 그래도-, 마음내키면 올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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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제가 어제 올리지 '못한'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 세계수의 미궁을 구매해버렸거든요. 아주 재밌네요. 헤헿헤헿 프레드리카 귀요미.
오타 수정 및 문장 오류는 저녁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한 점(오타나 문장오류)이나 궁금증은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