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 이거 한자로 뭐라고 써있는 거야?"
" 후, 한심하네요. 딱 보기에도 철권이라고 써있잖아요."
둘이 투닥거리며 다투는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VS모드로 들어가자 익숙한 캐릭터 선택창이 나를 반겨주었다. 으, 사실 나도 정말 하고 싶지만 안 되겠지. 나까지 같이 해버리면 진짜 스터디 그룹이고 뭐고 다 끝장나 버릴거야.
스스로를 자제하는 이런 나의 기특한 마음을 알리가 없는 두명의 손에 각각 게임 컨트롤러를 쥐어주었다. 그러자 지윤이와 곱슬이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마치 '이기는 것은 나다!'라고 미리 엄포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라 조금 웃음이 나왔다.
" 캐릭터 선택화면이니 서로 하고 싶은 것을 골라서 알아서 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 이후는 둘이서 승부를 낸 뒤 지지고 볶든 내 상관이 아니지. 둘의 얼굴을 보니 고작 게임한판 대결한다고 보기엔 너무나 비장해보여서 황산벌 앞의 계백장군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좋아, 난 이걸로 할거야."
곱슬이가 고른 것은 태권도를 하는 한국인 남자 캐릭터인 화랑이었다. 초보자들이 자주하는 캐릭터랄까. 물론, 화랑이라는 캐릭터를 극한으로 익히기엔 참으로 난해한 캐릭터이다. 다만 기본적인 발차기 짤짤이 때문에 초보들이 멋모르고 하는 캐릭터지. 중수 이상에선 발차기 짤짤이 따위는 가드 위로 다 박힐 뿐이지만 초보대 초보전에선 확실히 화랑의 발차기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 나와 머리색이 비슷해서 마음에 드는 걸."
물론 곱슬이는 그런 것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확실히 화랑의 머리색은 곱슬이의 것과 비슷하네.
" 흥, 그런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양아치를 고르다니 과연 유유상종이네요."
그래도 철권에서 나오는 한국인 캐릭터중 하나인데 폭언은 좀 삼가주라. 백두산과 화랑은 나도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 저라면..., 그래 이게 좋을 것 같아요."
삐링~.
지윤이가 고른 캐릭은 분홍 단발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미소녀(로보트지만!), 알리사였다. 알리사다! 개인 적으로 철권6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철권 5에서 최애캐가 리리였다면 6에서는 알리사다. 물론 여전히 리리도 알리사만큼 좋아하지만... 아무튼 알리사 너무 이뻐.
" 흥, 발랑까진 모양새가 딱 너같네."
" 그 말씀 그대로 돌려드릴게요."
물론 곱슬이와 지윤이는 알리사든 화랑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은 체로 서로를 헐뜯느라 바쁘지만. 조금쯤은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가져줬으면 좋겠는 걸. 뭐 한판하고 그만둘 애들이니 아무래도 좋나.
" 잠깐, 이거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정하자."
캐릭터를 서로 고른 뒤, 맵을 선택하기 전에 곱슬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이야기해왔다. 한창 의욕을 불태우며 무슨 맵을할까 유심히 보던 지윤이로선 퉁명스런 얼굴로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뭐죠. 이제 봐달라고 해도 늦으셨어요."
" 아니, 그보다 이걸로 결판을 내고 아무 일도 없으면 심심하잖아? 말하자면 '내기'를 하자는 거야."
" 호오..., 과연."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곱슬이의 말에 지윤이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의견이 일치한 모습이었다.
" 그럼 내기 내용은 무엇으로 하죠?"
" 그건 이미 생각해뒀지."
후후,하고 작게 웃음 지은 곱슬이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여 한권의 책을 꺼냈다. 그건 한 일주일쯤 전에 곱슬이가 나에게서 빌려간 라이트 노벨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저거 곱슬이한테 빌려줬었지. 부실에서 읽고 있다가 곱슬이가 한번 읽어보고 싶다기에 빌려준 기억이 있다.
저거 겁나 재미없던데. 그냥 쓰래기 처분하는 심정으로 준 것이었지만 여태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 이거 내가 수연이한테 빌려서 읽던건데 아주 가관이더라고. 특히... 어디보자, 아, 이녀석 말투가 아주 장난아니야."
곱슬이가 페이지를 파라락 넘겨서 가리킨 삽화에 나와있는 것은 고양이 귀를 한 분홍머리의 여자아이였다. 역시 요즘은 음탕한 분홍머리들이 문제라니까. 모게임의 방패든 분홍젖소도 그렇고.
아무튼 저 히로인은 나도 기억하고 있다. 시종일관 개연성 상관없이 나타나서 말끝마다 냐냐거리는 정신 사나운 녀석.
"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 간단해. 이 게임에서 진 녀석이 내일 이 시간까지 이 녀석 말투를 사용해야하는 거야. 물론 전부는 무리니까 적어도 이 부실에서만 말이야. 말끝마다 냐~ 냐~ 붙이면서 말하면 아주 볼만 하겠지?"
확실히 스스로 그런 말을 한다면 자다가도 목을 매고 싶어질지 모른다. 나나 지윤이도 그리 평범한 말투는 아니지만 저건 도를 넘어섰잖아.
저런 것은 지윤이가 꺼려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지윤이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좋아요, 그걸로해요. 학교가 달라서 전부 규제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부실에서는 그렇게 말하기로 하죠. 어차피 제가 할리가 없으니까요."
" 동영상 촬영까지 해서 인터넷에 올려야겠네~. 아주 볼만하겠지?"
" 그러게요. 더이상 이 동내에서 곱슬이 언니가 양아치 짓을 할 수 없게 될 것 같군요."
고작 게임한판에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잖아. 진짜로 지면 이녀석 말투로 말하고, 그걸또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 생각이냐. 정말 가혹한 녀석들이네.
" 그럼 시작하죠."
" 얼마든지."
내기가 성립되자 둘은 몹시 만족한 표정으로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윤이나 곱슬이나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는 듯 몹시 당당한 얼굴이었다. 대체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
[레디]
화면에서 거친 남성의 음성이 들려온다. 맵은 설원맵. 바닥이 부서지는 맵이다. 화면에 각자의 캐릭터가 표시되자 둘의 몸이 살짝 굳는게 느껴졌다.
[파이트!]
시작과 동시에 선공을 취한 것은 곱슬이였다. 무작정 달려간 곱슬이는 지윤이의 알리사에게 접근해서 멋지게 원투펀치를 사용했다.
응? 원투펀치?
'....아 그렇구나.'
열심히 화랑으로 원투펀치를 반복하는 곱슬이를 보며 그제야 깨달았다. 곱슬이는 이 게임이 처음이며 철권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는 것을. 그 이야기는 화랑이 발차기가 주무기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그래도 조금 눈치가 있으면 화랑이 딱 보기에도 발차기하기 좋은 자세로 스탭을 밟고 있다는 것을 알텐데. 주먹질만 하지 말고 발차기를 하란 말이야.
" 가소롭군요."
곱슬이의 원투펀치에 지윤이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쳤다. 확실히 가소롭기 그지 없는 공격이지. 철권 특성상 앞으로만 안가면 그대로 서서하는 펀치는 자동으로 가드가 된다. 말하자면 지윤이는 컨트롤러를 전혀 조작하지 않고 있었음에도 단 한대도 맞지 않고 있었다는 이야기지.
" 무, 무슨. 어째서 한대도 안맞는거야?"
곱슬이가 당황하며 주먹펀치를 멈췄을 때, 그제야 지윤이의 손이 움직였다. 지윤이의 알리사는 엄청난 속도로 곱슬이의 화랑에 접근해서는 공중으로 띄우더니 연속으로 공중콤보를 낸뒤 멀리 차버렸다.
...지윤이가 언제 철권을 한적이 있었던가? 별거 아니긴 하지만 저렇게 할 수 있다는게 놀라운데. 고개를 갸웃하며 지윤이쪽을 보자 나는 방금 전의 공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타닥, 타다다닥!!
그렇다. 단지 우연이었던 것이다. 지윤이의 손은 아주 빠르게 컨트롤러를 뱅글뱅글돌리며 연타하고 있었다. 특별한 규칙없이 좌우로 움직이거나 뱅글뱅글돌리며 각종 버튼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전생의 어린시절 오락실에 가서 킹오파를 할때 저렇게 했었지. 아무 기술도 모르고 그냥 무조건 빙글빙글돌리며 각종버튼을 눌렀었다. 지금 지윤이의 모습은 딱 그짝이었다.
" 이..이녀석 정말 처음이야?!"
하지만 곱슬이는 무척이나 당황한듯 지윤이의 현란한 공격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점프해서 주먹질, 아래로 주먹질하며 별것아닌 공격이었지만 확실히 곱슬이의 체력은 점점 줄어만 가고 있었다. 그나마 철권이라 이렇지 킹오파였음 확실이 이것저것 기술이 나갔을 것이다.
킹오파와는 달리 철권은 아무리 컨트롤러를 빙글빙글 돌려봐야 나가는게 정말 별거 없거든.
그래도 갑자기 알리사의 팔이 톱으로 변하거나 팔에서 미사일이 나가거나 하는 터라, 휭이동(3차원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것)도 못하는 곱슬이로선 곧이 곧대로 다 맞아줄 수 밖에 없었다.
' ...철권이 이런 게임이었나.'
꽤 철권을 즐겨온 나로선 지금 눈앞의 게임을 보며 정신이 파괴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대부분의 격투게임이 그러하듯 철권도 기술마다 프레임이 다르기에, 그 프레임을 체크해서 정교하게 기술을 넣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경기는 그냥 누가 더 버튼을 더 많이 눌러서 많이 때리는 쪽이 이기는지 알아보는 게임인 것같았다.
저럴 바엔 리듬게임을 하지.
나의 알리사가 저렇게 추하게 점프를 폴짝이며 주먹펀치를 하고 있다니. 물론 화랑은 여태껏 발차기 한번 못해보고 있다는게 더 슬프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게임화면을 보고 있던 바로 그때, 드디어 일이 터졌다. 신나게 공격을 하고 있던 지윤이의 알리사의 머리가 툭 빠져서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간 것이다.
" ...?! 머리가 빠졌어요!"
아, 그 녀석 로보트야. 라고 말하기전에 이미 알리사는 빠진 자신의 머리를 허공에다 던지고 있었다. 본래라면 적 캐릭을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이지만 곱슬이나 지윤이가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었고, 그저 캐릭의 머리가 분리 됐다는 것에 지윤이는 당황하고만 있었다.
머리는 제대로 공중에 날아갔다가 다시 장착되었지만 지윤이의 손은 이미 멈춰있었다. 정확히는 공격버튼을 누르지 않은 체 방향키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틈을 노려 곱슬이의 화랑이 맹렬한 원투펀치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 앗, 비겁하긴!"
" 흥, 방금전의 복수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지윤이가 다시 공격버튼을 누르며 패드를 빙글빙글 돌렸지만 아까 말햇듯 철권은 프레임이 빠른 공격이 먼저 들어간다. 지금 지윤이가 빙글빙글 돌리면서 사용하는 알리사의 공격보단 화랑의 원투펀치가 단연 빨랐고, 알리사는 뭔가 행동을 하려했지만 계속해서 얼굴을 연타하는 화랑의 펀치에 얼마지나지 않아 바닥에 드러누웠다.
[K.O]
철권 특유의 KO모션으로 바닥에 꿈틀 거리는 알리사를 보고 있자니 뭔가 짠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번에 내가 제대로 플레이해서 알리사의 원한을 풀어줘야지. 발차기도 하지 않는 화랑에게 KO당하다니.
" ...설마."
" 뭐가 설마야, 네가 진거지."
판수는 단판 승부였다. 화면에는 게임내내 발차기를 한번 하지 못한 화랑이 기운차게 발차기를 하며 승리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었다. 지윤이는 그런 화면을 바라보며 아연한 얼굴로 컨트롤러를 조용히 바닥에 내려두었다.
" 졌어요. 제가 이길 줄 알았지만 패배는 패배겠죠."
지윤이는 작게 한숨을 쉬며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런 지윤이의 모습에 곱슬이는 씨익 웃으며 기고만장한 얼굴로 지윤이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 너도 제법이었어. 화려한 기술에 하마터면 질 뻔했다니까."
" 흥, 어줍잖은 위로는 그만두세요. 머리만 안 빠졌어도..."
뭐가 화려한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사이좋게 대화를 하고 있었기에 나로선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분간 방금전 게임에서 너의 기술이 제법 대단했다느니, 화랑의 원투펀치가 아주 매서웠다느니 하면서 대화를 하는 둘의 모습에, 이제 다시 공부를 하자고 하면 되겠구나 싶어 입을 열려는 순간.
" 그럼 내기에 졌으니 약속을 지켜야겠지?"
씨익 웃으며 말하는 곱슬이의 말에 나는 말하려던 입을 꾹 닫고 지윤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윤이의 성격상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낼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지윤이는 무척이나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에에. 예상외네, 그걸 어떻게 해요! 라고 하면서 절대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실, 내심 지윤이가 말끝마다 '냐냐'거리면서 하는 말투를 솔직히 듣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오글 거릴지 모르지만 분명 귀여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윤이는 나를 닮은 검은 긴 생머리에 외모도 초등학교 6학년정도로 보일정도로 동안이다. 내 동생이지만 정말 완전 귀여운 외모라고. 물론 그런 자신이 외모에 지윤이는 나름 고민을 하는 듯했지만 언니로서는 정말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말씀이야.
기왕하는 김에 고양이 머리띠도 해주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현재 부실에는 고양이 머리띠가 존재하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 있는 걸 가져다 놔야지.
" 좋아요. 내기는 내기 였으니까요."
" 수상할 정도로 순순히 따르네."
" 그럼 하지 말까요?"
확실히 지윤이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해서 무척이나 수상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곱슬이도 약간 의문섞인 눈으로 지윤이를 바라보았지만 지윤이의 얼굴은 무척 태연했다.
" 무슨 소리야. 당연히 해야지."
" 알았어요. 그럼 뭐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죠. 말끝마다 '냐'를 붙이면 되는 건가요."
" 그래. 이 소설에 나온 녀석처럼 말끝마다 '냐'자를 붙여서 말해봐."
곱슬이는 무척이나 신이난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실행시켰다. 지윤이의 언니 된 입장으로서 말려야 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지윤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태연했기에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 자, 시작해."
빙글빙글 웃으며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한 곱슬이를 향해 작게 한숨을 쉰 지윤이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 됐냐?"
" .....?"
" 이렇게 하면 되냐?"
분명 '냐'로 끝나긴 했다. 하지만 곱슬이가 원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 아니, 그게 맞긴 한 것 같은데 이게 아니라고 해야하나."
" 뭐가 불만이냐."
" 불만이라기보단..."
당황한 듯 말을 얼버부리는 곱슬이를 바라보며 지윤이가 사악하게 웃어보였다. 게임 시작전에 지었던 바로 그 사악한 미소였다.
" 바보냐?"
이제야 안 것이지만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구만. 그래서 지윤이가 이토록 태연했던 모양이다. 역시 내 동생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솔직히 이번 것은 나조차 좀 당혹스럽네.
" ...그냥 내기는 없었던 걸로하자."
그나마 존칭이었던 지윤이의 말이 이젠 아주 시비를 거는 어조로 바뀐 탓에 곱슬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리 이야기 했지만 지윤이는 몹시 완고했다.
" 내기를 없었던 일로 할 생각이냐."
" 그렇지만..."
" 내기는 내기 아니냐."
그나마 맞고싶냐? 죽고 싶냐? 이러지 않는 것만해도 어디야. 곱슬이는 눈에 띄게 낙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지윤이는 옆에서 왜그러냐? 하면서 신경을 박박 극고 있는 것이 내 동생이지만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 지윤이도 그만하고, 이제 공부하도록 해. 이제 집에 가려면 30분 밖에 안남았으니 조금은 하고 가야겠지?"
내가 보다못해서 그리 말하자 곱슬이가 화색이 도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하라고 하는데 저렇게나 기뻐하는 곱슬이는 처음이네. 지윤이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지만 나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책을 펼쳤다.
" 내일까지 이렇게 하는거 맞냐?"
" ...그래."
책을 펼치며 한 지윤이의 말에 곱슬이는 애써 대답했다. 나는 그런 곱슬이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지윤이와 내기를 할땐 좀더 심사숙고해서 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곱슬아, 힘내.
============================ 작품 후기 ============================
이번편부터 중간고사편 메인부분을 진행하려했는데 또 한편 밀렸네요. 내용이 좀 짧은 것도 그때문입니다. 다음 내용 때문에 짤렸다고 해야할까요. 어째 쓰다보니 양이 늘어나는 기분... 아무튼 다음편부터 메인파트가 진행되겠네요. 상혁이와 지윤이가 좀더 가까워지는 파트입니다.
p.s 그리고 1권 분량에서 나왔던 카페 채팅에 언급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건 제가 계속 여름방학편에 카페 정모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마 4권분량에서 나올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