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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28화 (28/153)

28화

둘이 계속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나름 재미있긴 했지만 이러다간 오늘 공부고 뭐고 유야무야 넘어갈 것 같았으므로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기로 마음 먹었다.

" 지윤이도 그만하렴. 말싸움이나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 않니?"

" 윽, 알았어. 언니."

" 그래, 바로 그거지! 저 건방진 동생 관리좀 잘하라니까."

내가 지윤이에게 지적하자 곱슬이가 신이난 목소리로 옆에서 지윤이의 염장을 질러온다. 지윤이는 그런 곱슬이의 모습에 나조차 놀랄만큼 무시무시한 시선으로 곱슬이를 노려보았지만 곱슬이는 혀를 삐쭉내밀며 메롱할 뿐 딱히 반응이 없었다.

정말 멘탈만큼은 존경할 것같네. 예전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인가 싶었지만 어제 이 근방 양아치들의 실태를 확인하게 되고는 그저 존경스러워졌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시시덕 거리며 지윤이를 놀리고 있는 곱슬이를 향해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주었고, 그것을 받아든 곱슬이는 이게 뭔가 싶어 안을 훑어보다가 그것이 이번 시험 범위 내의 요약집인 것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네가 만든거야?"

" 멍청하긴. 딱 보면 모르겠어? 전부 정리한 건아니야. 딱 오늘 하루치 공부할 양이고, 우선은 사회와 과학위주로 정리했어."

나의 날카로운 설명에도 곱슬이는 그저 공책에 시선을 고정한 체 펄럭펄럭 공책을 넘기고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이다보니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르치는게 능숙하지 않으니 다른 애들이 공부할 때 나는 저거나 계속 쓰도록 해야지. 어차피 게임이나 할 분위기도 아니고.

" 수연아, 혹시 내 것도 있어?"

곱슬이가 받아든 공책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윤아는 혹시나 하는 얼굴로 나에게 물어왔다. 아무렴, 곱슬이 것도 준비해왔는데 설마 내가 윤아 것을 놓고 왔을까. 가방에서 천천히 윤아가 못하는 수학관련 내용을 정리한 노트를 꺼내 건내주자 윤아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안겨왔다.

" 수연이 너무 착해! 고마워, 넌 역시 나의 친구라니까!"

" -다 좋은데 떨어주겠니?"

여자애에게 안기는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팔에 무지막지한 가슴이 닿고 있어서 무척이나 복잡미묘한 기분이라고. 전생에 이렇게 안겼다면 정말 좋았을테지만 지금은 여자다보니 좋기는 해도 뭔가 미묘한 기분이었다. 윤아는 정말 가슴이 크구나. 정말 순수 한국인이 맞는 걸까.

" 수학 관련 풀이나, 쉽게 할 수 있는 공식을 정리해뒀어. 하지만 아무래도 수학이다 보니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게 좋을 거야."

" 응, 알았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게 생각해!"

방긋방긋 웃는 윤아의 얼굴을 보니 나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시건방진 곱슬이에 비하면 진짜 친구라는 기분이야. 전에는 잘 몰랐지만 확실히 친구가 생기니 여러가지로 즐거운 점이 많았다.

" 그리고 이건..."

내가 가방에서 또 하나의 노트를 꺼내 상혁이에게 건내자 상혁이는 당황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아마 내가 자신의 노트까지 만들었을 줄은 몰랐나보다. 사실 나도 사내녀석을 돕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있기도 하고. 나름 유일한 이성친구이다보니 특별히 만들어주었다.

이런 나의 행동이 의외라고 생각한 것은 상혁이 뿐이 아닌 듯, 곱슬이와 지윤이의 눈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 이거 미안하네. 설마 내 것까지 만들었을 줄은 몰랐어. 이럴바엔 아까 약속도..."

" 쉿, 그것 이미 넘어간 일이야.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준비하고 싶어서 한 것이니까 보답하고 싶다면 열심히 공부나 하렴."

상혁이가 '아까의 약속'이라고 말을 하자 곱슬이와 지윤이의 눈이 더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좀 수상하게 보였나. 곱슬이야 뭐 좋아하는 상혁이가 나와 비밀을 공유하니 질투하는 거라고 하지만. 지윤이는 왜그러는 걸까. 설마 지윤이가 상혁이를 좋아할리는 없으니... 설마 나 때문?

에이, 설마. 지윤이와 많이 사이가 좋아지고 나를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쓸리가 없잖아.

하지만 지윤이가 계속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는 시선을 보내오는 것도 마음에 걸렸으니 서둘러 마지막 남은 공책을 꺼내 지윤이에게 전달해주었다. 지윤이는 가방에서 나오는 또하나의 공책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그것이 자신에게 오자 어색한 얼굴로 그것을 받았다.

" ...언니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을 줄 몰랐어. 진심이구나? 도와준다는 거."

" 내가 허언을 할리가 없잖니? 다만 난 가르치는게 익숙하지 않으니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정도 뿐. 나머지는 청이 선배에게 배우도록 해."

" 응,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고마워 언니."

지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공책을 감격한 얼굴로 소중히 껴안았다. 어, 어라. 너무 기뻐하는 거 아냐. 저렇게나 고마워 할줄은 몰랐기에 내심 당황했다. 별것 아닌 요약노트에 저렇게나 기뻐할 줄알았다면 그동안 선물도 자주해주고 그럴 걸.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잖아.

" 자자, 그러면 수연이가 열심히 공부할 것도 준비해줬으니 어서 하도록 하자♪ 이제 중간고사까지 겨우 열흘 정도밖에 안 남았으니까."

열흘인가. 주말을 제외하면 학교에 있는 시간은 정말 얼마 안 되니 확실히 조금이라도 열심히 하지않으면 안 되겠지. 청이 선배야 즐거운 듯이 웃으면서 이야기해왔지만 곱슬이나 윤아에겐 절대 즐거운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 으, 열흘..."

" 열흘안에 이 처참한 성적을 어떻게 올릴 수 있으려나."

곱슬이와 윤아의 표정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그나마 중간고사라서 다행이지 기말 고사였다면 여기서 과목이 더 늘어나버렸을 거야. 열흘안에 어떻게든 가장 절망적인 수학을 비롯한 기타 과목들의 성적들을 적어로 평균으로 맞춰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좋은 과외 선생님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혼자였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윤아와 곱슬이는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내가 준 요약노트와 교재들을 펼쳐놓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청이 선배에게 물어가며 나름 열심히 공부하려는 자세가 엿보였고 상혁이도 내가 공책을 준 탓인지 어제보다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들 열심히하는 모습에 내심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지윤이를 보니 지윤이도 내가 만들어준 요약노트를 유심히 바라보며 색색깔 볼펜으로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여자애들은 다양한 색으로 공책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도 여자애이지만 그런 점은 아직 잘 모르겠는 걸.

자세히보면 윤아나 곱슬이도 나름 공책정리 만큼은 정말 깔끔하고 예쁘게 되어있다. 이런저런 색깔로 공책에 필기하는 것은 여자애들의 본능인걸까. 뭐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본 여자애들은 그렇더라고.

나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나중에 노트에 정리할 내용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다들 요약노트를 쓰고 있으므로 적을 수는 없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이따 집에가서 내용을 적을 때 금방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각 사각.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부실 내에는 볼펜이나 샤프가 움직이는 소리와, 간간히 청이 선배의 말소리만이 조용이 들려왔다. 슬쩍 부실의 시계를 보니 어느 세 부실에 온지 한 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음, 여섯시 쯤에 집에 간다치면 앞으로 한 시간 반 정도는 더 있을 수 있겠네.

부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하루에 3시간인가. 곱슬이와 윤아가 따로 집에 가서 공부하지 않으면 남은 열흘안에 시험범위를 다 끝내기 힘들겠는걸.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샤프를 툭툭 두드리는데 지윤이가 허리가 아픈 듯 기지개를 폈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곱슬이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곱슬이는 내가 요약정리한 과학과 사회를 훑어본 뒤에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듯 싶었는데. 무언가에 막힌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 어머, 설마 곱슬이 언니. 그 문제에서 막힌건가요?"

심심했구나. 나는 줄곧 곱슬이를 바라보다가 꼬투리를 잡은 모양새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지윤이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좁혔다. 겉모습이야 비웃는 듯한 얼굴에 말투였지만 저건 명백히 심심해서 놀아달라고 투정거리는 모습이었다.

" 뭐, 뭐야! 그럼 너는 중딩주제에 풀 수 있다는냥 말하고 있는거냐?"

물론 곱슬이는 전혀 그런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싶었지만. 당황한 얼굴로 말하는 곱슬이의 말에 지윤이는 옳다구나 하고 미끼를 물은 물고기를 바라보는 강태공의 시선으로 슬쩍 웃음지었다.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린 것이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구나.

" 저를 해파리와 동급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한 지윤이는 기고만장한 얼굴로 곱슬이에게 바짝 밀착하더니 능숙한 손놀림으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곱슬이가 한참을 고민한 것을 비웃듯이 단숨에 공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으음...?"

곱슬이가 그런 지윤이의 손을 바라보며 작은 신음성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지윤이가 사용하는 공식은 절대 중학교때 배우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저렇게나 능숙하게 사용하니 곱슬이로선 신음성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기를 몇분, 분명 어려운 문제였음에도 단숨에 풀어낸 지윤이는 곱슬이를 향해 어떠냐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곱슬이는 지윤이가 푼 문제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 수연아, 정답이야?"

" 그래, 암산해보니 정답이 맞아."

내 말에 곱슬이는 '암...암산이라니...'하고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그런 곱슬이의 모습을 지윤이는 몹시 즐겁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로선 저런 동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나도 나름 남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저렇게나 즐기지는 않는데.

" 수학 정도로 이겼다는 듯 기고만장 하지마!"

"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흐응, 전 해파리를 이기고 좋아할 정도로 인간성을 버리지 않았답니다."

딱 보기에도 엄청 좋아하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려나.

" 좋아, 그렇다면 해보자 이거지! 겨우 수학정도로 내 전부를 알았다고 하면 오산이야."

"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있어요. 다른 것도 뻔할 뻔자죠."

지윤이의 도발에 곱슬이는 너무나 깔끔하게 넘어가버렸다. 이미 머릿속에 공부를 한다는 선택지는 사라진 모양이네. 그 옆에 앉아있는 윤아가 간절한 얼굴로 '고, 곱슬아 공부해야지'라는 말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이미 분노만땅 의욕MAX가 된 곱슬이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청이 선배는 말려야할 입장임에도 그저 언제나처럼 재밌다는 듯이 방관하고 있었고, 상혁이는 이런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아니 왜 이럴때만 공부에 전념하는 건데 너는.

" 하지만 딱히 해볼만한게 없네.... 아 그래, 팔씨름 어때?"

" ...팔씨름 말인가요. 이건 또 의외의 승부네요. 언니답다면 언니 답지만."

거기다가 수학문제를 끝으로 이미 머리싸움은 종결된 분위기였다. 곱슬이도 머리가 있다면 더이상 지윤이와 공부로 승부하려고 하지는 않겠지. 지윤이도 그것을 알고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곱슬이에게 순순히 따라주는 모습이었다.

' 단순히 놀고 싶었던 건가.'

지윤이의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이미 중학교 중간고사 범위정도는 다 끝낸 것같았다. 그렇지 않다면야 지금처럼 자기가 먼저 도발을 해서 놀고 있을리가 없겠지. 곱슬이는 아직 할게 산더미같이 많은데 저렇게 지윤이에게 질질 끌려다녀서야...

아니, 지금 모습을 보면 곱슬이도 나름 신난 것같으니 됐나. 자기가 직접 작은 책상을 준비해 와서는 본격적으로 팔씨름을 하려는 모양새였다. 지윤이에겐 미안하지만 이것만큼은 곱슬이가 이길거라 생각한다. 정말 귀찮게도 저 곱슬이 녀석의 근력이나 순발력만큼은 나에 비교해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수준.

저번 금발 양아치때 알았듯이 내 근력이 보통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지윤이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 이얍!"

" 꺅?!"

콰앙!

역시. 그야말로 일방통행이로구만. 몇초도 버티지 못하고 단번에 책상에 때려박히는 지윤이의 팔을 보니 무척이나 아파보였다. 당연히 이길 팔씨름을 이기고 저렇게 당당히 웃을 수 있다니 곱슬이도 참 못났네. 지윤이는 얼마나 아프면 눈물마저 글썽이며 자신의 손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끝까지 여유있는 미소만은 잃지 않았다. 내 동생이지만 장하기 그지없군.

" 흐, 흥! 역시 야만적이시네요. 이런 팔씨름 같은 것을 아무리 잘해봐야 살아가는데 도움도 안될걸요. 도리어 주변에 남자들이라도 있다면 경멸할거에요!"

" 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뜬금없이 남자들이 왜 경멸을 해!"

" 역시 멍청하시네요. 과연 어떤 남자가 자신보다 근력이 쌘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거기다가 언니처럼 폭력적이고, 겉보기에도 고압적으로 보인다면 사나운 여자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군요."

지윤이의 단호한 말에 곱슬이가 크게 충격받은 얼굴로 상혁이를 힐끔 바라보았지만 놀랍게도 상혁이는 그런 곱슬이와 지윤이의 모습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상혁이의 모습을 본받아 조금쯤은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자리에 앉아 주었으면 했지만 곱슬이는 그저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지윤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 사나운 여자든 뭐든 상관없어. 어쨌든 내가 이긴게 중요하니까."

" 그런 육체적인 것만 아니면 저를 이길 수 있는게 있으신가요."

" 몸을 쓴다는 건 인간에게 중요한거야. 너야말로 머리쓰는거 빼고 나한테 이길 수 있는 것이 있어?"

아주 애들 싸움이잖아.

누가 서로가 잘났네 못났네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나를 향해 빙그레 웃고 있는 청이 선배와 시선이 마주쳤다.

청이 선배는 웃는 얼굴로 손가락만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려 청이 선배가 가리킨 곳을 보자 그제야 나는 청이 선배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둘이 공평하게 승부를 볼수 있겠지만... 차라리 이 쓸모없는 다툼을 그만두게하고 공부를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물론 저 다툼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나지 않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청이 선배가 제시한 방법을 둘에게 전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 둘다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주겠니? 그렇게 승부를 하고 싶으면 조용히 이걸로 승부를 보도록해."

갑작스럽게 내가 끼어들자 둘은 시끄럽게 다투다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둘은 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응? 그건..."

" -게임이잖아요?"

어차피 냅두면 이곳저곳 들쑤시면서 시끄럽게 할 것같았으므로 차라리 이 편이 나았다. 부실 구석에 있는 플스에서 조용히 게임이나 시키는 것이 나을 것같았다.

" 격투게임이야. 둘다 게임은 처음이지? 이러면 지윤이가 말하듯 육체를 쓰는 것도, 곱슬이가 말하듯 머리를 쓰는 것도 아니니 공평하게 대결할 수 있어."

" 과연..."

나의 말에 둘은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곱슬이도 곱슬이었지만 지윤이에게도 꽤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된 기분이다. 하긴, 지윤이는 옛날부터 지는 것을 싫어하기는 했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미 본래 목적인 공부를 하는 것에서 한참 벗어났잖아.

곱슬이와 지윤이는 누가 먼저랄 것없이 시선을 마주치더니 서로를 비웃듯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 서로가 처음이라면 안타깝게도 제가 이기겠네요. 곱슬이 언니는 흥분해서 컨트롤러를 부술 것 같거든요."

" 너야말로 딱 보기에도 센스가 없어보이니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야. 울어도 책임 못진다고."

" 흥, 그건 제가 할말인걸요. 연하에게 게임으로 져서 울면 그거데로 볼만하겠네요."

헤, 기싸움이 장난 아닌걸. 이건 이거대로 나름 재밌네. 부실 구석은 윤아나 상혁이의 시선도 미치지 않는 곳이니 조용히만 한다면 공부하는데 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위이잉-!

게임 소프트를 넣고 실행시키자 작은 기계음이 들리며 화면에서 게임 소프트의 타이틀이 표시된다. 화려한 오프닝이 나오면서 나오는 타이틀의 이름은 '철권6'. 내가 격투게임중에서 꽤나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예전에는 킹오파를 즐겨했지만 최근 시리즈가 부진한 관계로 요즘엔 철권을 많이한다고 해야하나. 뭣보다 리리하고 알리사가 너무이뻐. 검고 긴 흑발의 여캐가 나오지 않는게 아쉽지만 금발도 나쁘진 않지.

============================ 작품 후기 ============================

오타수정은 내일 아침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왜이렇게 길어졌을까요. 이제 다음편부터 중간고사편 메인 스토리 시작해야되는데. 원래 게임씬을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내용이 길어져버렸어요. 내일 마무리 짓도록 해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먹는 병원밥은 보통이랑 달라요. 무균식이다보니... 백도가 넘는 열로 살균한것이라 맛이 절망적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군대밥 학교밥 다 맛있게 먹었는데 이건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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