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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공략당해 버렸다-26화 (26/153)

26화

울고 싶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알리가 없는 눈앞의 금발 양아치는 날카롭게 나를 바라보았지만, 방금 전 대사 때문에 전혀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개를 뚜둑뚜둑 좌우로 꺾으며 나에게 걸어오는 모습이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자칫했으면 뒤돌아서 도망갈 뻔했다.

" 기다리게 했군."

야, 잠깐만. 뭘 기다리게 했다는 거야. 이 녀석 아무리 봐도 이상해. 내 말투도 썩 일반적인 말투는 아니지만 이 녀석은 더 심하잖아. 아무리 봐도 인터넷 소설이나 학원배틀물 만화에서 나올 법한 녀석이다. 거기다가 얼굴엔 철판을 깔았는지 주변에서 웅성거리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따윈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양아치 녀석들도 마찬가지인 듯 금발 양아치가 앞으로 나서니 신이 나서 소리치고 있는 모습이 게임에서 시비는 자기가 걸고 애써 길드장이 해결할려고 하니 옆에서 계속 떠들어 초지는 녀석들과 닮아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긴 길드장이 가장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줄 수도 있다고!"

" 네년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준석이한테는 안 될걸!"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누구도 준석이라고 불린 금발 양아치의 앞으로 나설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금발 양아치도 무표정하지만 내심 자신을 띄우는 양아치들의 말이 기분 좋은 듯 묘하게 발걸음이 들떠 있었다. 대체 뭐하자는 건데.

내가 짜한 눈으로 녀석들을 바라보니, 금발 양아치는 이런 나의 시선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몹시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왔다.

" 보아하니……. 유연 고등학교의 일진회 소속이냐? 우리를 건드리고도 무사히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 무슨 소릴까. 먼저 건든 것은 그쪽이었는데."

" 그 정도 실력이면 유연 고등학교의 적색의 사자와 비견해도 별로 뒤지지 않을 것 같군."

이 녀석 강적이다. 내 말을 조금도 듣지도 않고 있어. 덤으로 적색의 사자ㅋㅋ면 곱슬이지. 아, 초성체 나올 뻔-이 아니라 나와 버렸네. 저 녀석들도 저 녀석들이지만 적색의 사자가 뭐냐 진짜. 거기다 자기 멋대로 왜 나를 오늘 처음들은 유연 고등학교 일진회라는 곳의 소속인 것처럼 멋대로 결정하는 거냐.

우리 학교에도 일진회라는 정체불명의 양아치 집단이 있는 건가.

새삼 곱슬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 녀석 말투를 볼 때 곱슬이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계속 이런 녀석들과 투닥이며 있었다는 말인가. 나의 눈빛과 말투에도 미동도 안하는 그 강철 같은 맨탈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명신 고등학교 사.대.천.왕.이라고 이름은 들어는 봤겠지?"

사대천왕 나오셨다. 전생에 명신 고등학교에 다녔던 한 사람으로서 저런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 사대천왕 한 글자 한 글자 자부심 넘치게 이야기하는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지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해, 나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라고.

" 표정을 보니 들어본 모양이군. 하지만 이미 늦었어."

대체 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하는 거지. 대체 내 얼굴의 어디가 들어본 있는 표정을 지었다는 거야. 이젠 더이상 태클걸기도 귀찮을 지경이라고. 아아, 책방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눈을 두어번 깜빡이는데, 눈앞의 녀석은 마치 자기가 무하마드 알리라도 되는 것처럼 경쾌한 스탭을 밟으며 복싱선수처럼 가드를 올렸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저러는 모양이지만 나에겐 그저 한심스럽게 보였다.

폴짝 폴짝 거리며 정신 사납게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점점 내가 왜 이곳에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건가 라는 분노가 차올랐다. 나는 그냥 책방에 가고 있었을 뿐인데 멋대로 붙잡더니 지들끼리 신나서 말 걸다가 한 대 맞으니 이젠 일진 취급하면서 싸움을 걸고 있었다.

요즘엔 초딩도 이러지 않을 거야.

' 이젠 모르겠네, 정말.'

후, 하고 옅게 심호흡을 한 뒤, 아까처럼 상대가 먼저 손을 뻗기 전에 내 쪽에서 먼저 몸을 움직였다. 더 이상 이 녀석들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짜증났고, 이젠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이었으니까.

" 어?"

갑자기 눈앞으로 다가온 나의 주먹에 금발양아치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나의 주먹엔 자비가 없다. 아까 뺨을 쳤던 양아치보다 더욱 강한 힘을 실어서 거의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가드하고 있는 금발 양아치의 팔을 향해서.

퍼억!

덤으로 동시에 발로 녀석의 중심을 툭 쳐서 무너트리자 녀석의 몸이 엄청난 기세로 지면으로 때려 박혔다. 여자아이가 남자를 쳤다고 보기엔 어마어마한 위력. 새삼 내 근력에 놀랐지만 그보다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순간의 정적.

신나서 떠들던 양아치도, 웅성거리며 구경하던 시민들도 뭐라 말을 하지 못한 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뭐, 뭐야."

" 준석이가 한방에……."

망연자실한 양아치들의 얼굴을 보니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웅성거리며 바라 보는 게 좀 마음에 안들기는 했지만 그보다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좋아, 좋아. 이제 지나가야지.

" ……잠깐."

기쁜 마음으로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어가는데, 나의 뒤편에서 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니 다른 양아치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있는 금발의 양아치가 눈물까지 찔끔한 얼굴로 입을 열어왔다. 코피도 터졌는지 얼굴이 영 만신창이였다. 헹, 쌤통이네.

하지만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여전히 근엄한 말투로.

" 그렇게 강력한 주먹은 처음 맞아보았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나 강력한 주먹을 연마한거지?"

무려 연마냐.

어떤 방법이고 자시고, 나는 연마라는 거창한 이름을 들을만큼 운동을 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면 진짜 죽을 때까지 쫓아올 것 같은 강렬한 시선이었기에 나로선 대충 대답해서 이 상황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 ……하루에 1만 번 씩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정권 지르기."

" 그렇군."

뭐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납득한 얼굴로 '하루에 1만 번인가.'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이 무척이나 소름이 돋았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걸음의 속도를 더욱 늘렸다.

아, 진짜 책방 한번 가려고 했다가 이 고생이라니. 정말 짜증나.

그래도 기껏 이곳까지 온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서 결국 책방에 들려 제대로 교재와 공책을 샀다. 책방에 나와 돌아갈 때 혹시나 그 양아치들과 마주칠까 두려워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걸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녀석들과 다시 마주치지는 않았다.

하아, 내일 학교에 가면 곱슬이에게 먹을 거라도 사줘야겠어.

그 사대천왕인지 뭔지 하는 오글거리는 녀석들이 그 놈을 포함해서 적어도 셋이나 더 있다는 것을 볼 때, 한시라도 빨리 곱슬이를 전장으로 내몰아서 명신 고등학교 일진놈들을 강제로 해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독제독이라고 할까. 그러기 위해선 곱슬이가 이번 중간고사를 잘보고 걱정 없이 싸울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쳐야 할 것같았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곱슬이를 전력을 다해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__

" 늦었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자 TV를 보고 있던 지윤이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반겨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묘하게 힘드네. 간만에 시내 한번 갔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람. 평소에 안하던 짓을 했더니 벌이라도 받은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작게 한숨을 쉬자,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지윤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 무슨 일 있었어?"

방금 전까지 짓고 있던 퉁명스러운 얼굴이 아닌 당황한 얼굴로 지윤이가 말했다. 응? 뭘까, 설마 걱정해준 거야? 내가 대답이 없자 지윤이의 표정이 한층 안 좋아진다.

" 후후, 별거 아니야. 밖에서 좀 트러블이 있었어."

내 동생 정말 천사. 그동안 몰랐지만 요 두 달 사이 지윤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바보 같은 나는 지윤이가 날 싫어하고 그런 줄만 알았지만 사실은 정 반대였던 모양이다. 이렇게나 날 생각해주고, 걱정해주고 있는데 어째서 그동안 몰랐을까.

내가 살짝 웃으며 이야기하자 지윤이가 그제야 안도한 얼굴로 새침하게 이야기했다.

" 그럼 다행이지만. 쓸데없이 밖에 있으니까 그런 거야. 예전에는 집에만 있더니."

" 흐응, 틀린 말은 아니네. 오늘도 간만에 시내에 갔다가 트러블에 얽혔고."

나는 거기까지 이야기하다가 문득 오늘 만났던 금발머리가 생각났다. 명신 고등학교 사대천왕 뭐시기 라던가. 우리 학교와는 좀 멀지만 지윤이의 중학교와는 가까이 있으니 혹시 그 사대천왕인가 하는 것을 알지 않을까.

" 지윤아, 혹시 명신 고등학교 사대천왕이라고 아니?"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지윤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웃음을 참는듯 붉어진 얼굴로 수차례 심호흡을 한 지윤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사대, 풋. ...천왕이라고? 언니, 요새 인터넷 소설 읽어? 요샌 초딩도 그렇게 자칭하지 않겠는 걸."

크크크, 하고 낮게 웃는 그 모습에 지윤이는 사대천왕(웃음)을 모른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나도 꽤 부끄러운 소리를 한 거지. 내 입으로 사대천왕이라고 들어봤어? 라고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게 다 그 금발양아치 때문이야. 빠른 시일 내에 곱슬이보고 박살을 내라고 엄포해야겠어. 적색의 사자가 크롸롸롸 울부짖으면 다 죽는 거야, 진짜.

내가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데 지윤이가 나의 손에 들려있는 봉투를 발견하고는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 호오, 언니 오늘 책방에 다녀 왔나봐? 보아하니 평상시처럼 만화책이나 소설도 아닌 것같은데."

" 동아리에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어. 귀찮지만 이런 것도 나름 재밌잖아?"

사실 재미보다 귀찮은 마음이 더 크지만. 하지만 이런 나의 대답에 여동생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뚱한 얼굴로 내 손에 들린 봉투를 계속 응시했다.

" ....내 공부는 한 번도 안 봐줬으면서."

" 응?"

"아, 아냐!"

얼굴을 확 붉히는 지윤이의 모습에 내심 여동생 짱 귀엽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다. 못들은 척 반문했지만 설마 내가 지윤이의 말을 못 들었을까. 그러고 보면 확실히 내가 지윤이의 공부를 봐준 적은 없는 것 같았다. 혼자서도 열심히 하는 아이고, 실제로 전교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내가 딱히 봐줄만한 것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흐음.'

괜히 거실 바닥을 툭툭 발로 차는 지윤이를 바라보며 내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렇게 된 거 지윤이도 이번 스터디 그룹에서 같이 공부하면 괜찮지 않을까. 지윤이네 학교는 우리보다 일찍끝나니 부실에 도착하는 시간도 비슷할 테고. 중학교 중간고사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같이 공부를 봐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청이 선배도 있으니 지윤이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

" 지윤아, 혹시 내일 언니 학교에 올 생각 있니?"

"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 거야?"

" 중학교 중간고사 많이 안 남았지? 학원 없는 날은 우리 스터디 그룹에서 같이 공부하는 게 어떨까?"

이런 나의 말이 의외였던 듯, 지윤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잠시간 굳어 있다가 나에게 눈을 흘깃 노려보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어왔다.

" 뭐 마침 가져가야할 것도 있으니까 가줄게."

가져가야할 거? 지윤이가 우리 부실에 가지고 가야할 것이 있던가? 내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바라보자 이런 나의 시선을 알아들었는지 지윤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처음 방에서 들고 나올 때 크기를 가늠해보고 책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절대 책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도 몹시 익숙한 것이었다.

" 어제 언니 방을 청소하다가 발견했어. 침대 한구석에 떨어져있더라. 이런 건 전부 언니 고등학교의 부실에 가지고 간 줄 알았는데 남아 있었나 보네."

일본어로 귀엽게 쓰여 있는 글씨와 맨 위 상단에 R-18이라고 쓰여 있는 마크가 보인다. 일본에서 원격구매한 18금 미연시가 현재 여동생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다! 뭐, 뭐 나름 명작이긴 하지만.... 그렇달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참고로 지윤이가 들고 있는 저 미연시의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면.

[여동생과 함께 하자!]

라는 것이다.

표지의 귀여운 여자아이 두 명이 주인공의 여동생인데 한명은 의붓 여동생 이고 한명은 친 여동생이다.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H씬은 나에게 충격을 줄만큼 꽤 하드했달까... 설마 지윤이가 일본어를 읽거나 할 수는 없겠지? 딱히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 본적도 없는데.

" 흐응. 근데 [여동생과 함께 하자!]라니. 언니도 참 특이해. 이런거 하면 재밌어?"

제대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런 게임은 줄곳 감춰 왔는데.... 아니, 잠깐 그러면 지윤이는 내가 이런 것들을 쭉 가지고 있다가 부실로 옮긴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어진 여동생의 발언에 나는 계속 그것에 대한 생각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 이 R-18마크는 뭐야? 궁금해서 내 노트북으로 좀 해봤는데... 음. 언니 혹시 이런거 밤에 혼자하거나 해?"

" ......."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설마 플레이까지 했을 줄이야. 내 생각을 뛰어넘었어. 저거 미연시 이긴 해도 나름 고사양인데 노트북으로도 잘 돌아가나 보구나. 거기다가 어플로케일까지 깔아서 실행해야 되는데...

" 뭐 그래도 이 녀석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얘는 좀 감동적이었어."

평가까지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여동생이 가리킨 히로인은 의붓여동생 쪽. 인터넷에선 막장으로 이름 높은 엔딩인데 지윤이에겐 감동적이었던 모양이다. 보아하니 제대로 해석하면서 플레이한 모양인데, 지윤이의 일어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언니는 누가 더 괜찮은 것 같았어?"

내가 진지하게 지윤이의 일어실력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이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여기서 나는 과연 어떤 답변을 해야할까. 지금 지윤이의 말을 볼 때 놀랍게도 두 여동생 히로인을 모두 공략한 모양인데 친 여동생은 내용은 감동적이고 H씬이 하드코어하다. 의붓 여동생의 경우엔 지윤이의 평은 좋았어도 사실 개막장 수준의 엔딩. H씬은 그냥저냥한 수준.

사실 나는 당연히 친 여동생쪽 엔딩이 좋았지만 의붓 여동생이 재밌었지? 하고 눈을 빛내고 있는 지윤이의 앞에서 차마 그 쪽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저 초막장인 스토리를 긍정하기도 그랬고, 친 여동생 쪽을 선택하자니 하드코어한 H씬이 눈에 밟혔다.

" 어, 어머. 글쎄, 나는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 걸? 아는 사람한테 선물 받은 거라. 난 하지 않았어."

" 언니에게 선물을 해줄 만큼 친한 아는 사람이 없잖아."

놀랍도록 나를 잘 아는 여동생이다.

' 그래도 지금은 다르지.'

후후, 분명 확실히 전이라면 그 말에 반론을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그 말에 확실히 반격을 할 수 있다고! 우리 교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녀석이 있으니까!

" 상혁이가 준 거라서, 잘 모르겠는걸."

" 상혁? 아, 그 구더기같이 낑낑거리던 오빠?"

내 동생이지만 표현이 좀 너무하다. 그렇다고 상혁이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상혁이지만 조금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네. 내일 곱슬이와 윤아말고도 상혁이의 공부도 제대로 봐줘야겠다.

" 흐음."

지윤이는 나의 말에 다행히도 납득한 듯 미심쩍은 눈으로 손에든 미연시 패키지를 노려보았지만 노려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그런 지윤이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는 무척 두근거렸지만 겉으로는 전과 전혀 다름없는 얼굴로 쿨하게 그런 지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래? 뭐 어차피 내일 부실에 간 김에 놓고 오면 되겠지."

" 그러도록 하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말하는 지윤이의 모습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만약 더 추궁을 하면 어떻게 대답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지윤이는 말이 다 끝난 것이 아닌 듯 눈을 날카롭게 치켜 올리며.

" 다만 언니에게 이런걸 선물한 것에 대해 추궁을 해야겠어.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성인 게임이라니, 언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래도 내일 학교에 가면 상혁이에게 입을 맞춰주길 부탁해야 할 듯싶었다. 날카롭게 눈을 좁힌 체 상혁이에 대한 욕을 하는 지윤이를 보며 나는 속으로 상혁이의 명복을 빌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게 빚을 져버렸구나. 나중에 이 빚은 꼭 갚도록 할게.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몸이 별로 좋지 않아서 좀 짧아요. 그리고 저 금발양아치는 나중에 또 나옵니다. 거짓말처럼 백식관음을....사용할리는 없겠죠. 오타수정도 못했습니다 ㅠㅠ 죄송해요. 몸이 좋지 않아 내일 마저 오타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평상시면 한시간 반이면 쓰는양인데 오늘은 무려 다섯시간이나 걸려서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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