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밤이 깊었다.
지윤이는 이곳에서 자고 간다, 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나의 옆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뭐야 밤 세도록 설득한다고 했으면서 쿨쿨 잠들다니. 나의 옆에서 자고 있는 것은 지윤이 뿐이 아니었다. 지금 이 방. 내가 누워 있는 이 방은 상혁이의 집 2층에 있는 윤아의 방이다.
그리 넓지 않은 이 방에 윤아도, 곱슬이도, 나도, 지윤이도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물론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멍하니 눈을 뜨고 있을 뿐이지만.
아아, 곤란하네. 마치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야. 이제 만난 지 겨우 5일된 녀석들이 나를 위해서 이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리 쉽게 이루어지는가 싶기도 했다.
심지어 언제나 집에서 나를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던 지윤이까지 나를 찾아 여기에 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어떻게 되버린 걸까.
시간은 열두시 정각을 넘었다. 벽에 걸려 있는 전자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새벽 네 시.즉, '오늘'은 어머니의 기일인 것이다. 이대로 아침이 찾아온다면 지윤이와 모두는 나를 어머니의 묘소로 나를 끌고 가려 할 것이다. 내가 그것을 뿌리칠 수 있을까?
지윤의, 곱슬이의, 윤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 손을 뿌리치고 이번에도 도망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어머니의 묘소에 가면 아버지를 만날 것이다. 어머니의 묘소 앞에서, 어머니를 죽인 나에게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할까.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며 그저 두려울 따름이다.
그동안은 단지 외면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다시 대면하게 되면 무언가 분명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로 달라질 것인지 나쁜 의미로 달라질 것인지는 모른다. 불완전한 확률, 그것만을 믿고 그곳에 가기엔 너무나 무서웠다.
전생에도 실패했고, 이번 생애에도 한번 실패했다.
그동안 애써 평행선을 유지해 온 아버지마저 실패한다면 나는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길에 넘어져, 다시는 그 앞으로 걸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대로 이탈하여 다른 곳으로 가 버릴지도 모른다.
역시 안 되겠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무척이나 밝았다.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지윤의 얼굴을 한번 바라본다. 나와 전혀 닮지 않았지만 분명 닮은 하나뿐인 여동생. 어렸을 적에는 내가 이끌고 지윤이가 항상 따라왔었다.
만약 내가 그때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지윤이는 어째서인지 나를 이끌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주제에, 언제나 나 때문에 집에서 비교당하고 구박을 받았으면서 왜 이곳에 온 것일까.
모르겠어, 정말.
이대로 잠을 잔다면 나는 내일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모두의 얼굴을, 눈을 마주친다면 나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도망친다.
모두가 잠들어있는 지금. 나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바로 이때 나는 도망친다.
겨우 5일된 관계다. 만약 내가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면 깨져 버릴지 모른다. 아니, 확실히 깨져버릴 것이다.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지. 기껏 나를 찾아온 지윤이도 이젠 정말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아. 외톨이는 익숙하니까.
내일 아버지를 찾아가게 되어, 가정에 맹독을 심어 버리는 것보단 이 편이 좋다. 어차피 나는 평범하게 사람과 엮일 수 없는 인간인걸.
전생에는 무지하고, 그저 사람을 거부하며 바닥의 인생에서 살았기에 엮일 수 없었고.
현생에는 너무나 뛰어나고, 사람을 믿지 못했으며 누구도 올라올 수 없는 위치에 있기에 고립되었다.
그래,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반복 할뿐이야.
그렇게 결심한 나는 몸을 완전히 일으켜 윤아의 방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모든 것을 거절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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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천천히 방의 문을 닫고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이대로 1층으로 내려간 다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분명 성공적으로 도망쳤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옆에서 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 이런 늦은 밤중에 어디로 가는 거지?"
들켰다.
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윤이 너무나 태평하고 자고 있어 방심했던 것일까. 녀석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잠들었을 리가 없었는데 자신이 너무 안이했다. 아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생각이 짧아져 버렸던 모양이다.
" 흐응, 그러네.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 아아, 지윤이가 언니라면 분명 늦은 밤에 나갈 거라고 했거든. 덕분에 잠도 못자고 지금 거의 쓰러질 지경이야."
실제로 상혁은 몹시 피곤한 듯 크게 하품을 하며 바닥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마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기에 도리어 수연 쪽이 당황했다.
" 지금 나를 붙잡으려고 한다면 크게 소리라도 치는 게 어때? 혼자서는 넌 나를 못 막아."
만약 상혁이 지금 크게 소리라도 친다면 방안에 있던 윤아와 곱슬이, 지윤이가 모두 나와 나를 곤란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분명 도망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 입학식 첫날을 기억해 보자면... 절대 못 막을것 같기는 하지."
상혁은 느긋하게 수긍했다. 그런 상혁을 보며 수연은 이녀석은 오타쿠 주제에 언제나 쓸 때 없이 여유롭구나, 하고 생각해 버렸다. 지윤이도 그렇고 이녀석도 그렇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 도망칠 거냐?"
" 정답이야, 상이라도 필요하니?"
" 딱히."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다. 도리어 그런 그의 모습에 수연이 의아해졌다. 갈 테면 가고 아니면 말라는 듯 한 상혁의 모습. 그럴 거면 그는 대체 왜 이곳에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걸까.
" 나를 막기 위해 이곳에 있던 것 아니었어?"
" 뭐 그렇지."
" 그런 것치고는 나에게 그냥 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어투인데. 내가 느끼고 있는 게 틀린 걸까?"
상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방금 수연이 말한 것이 정답이었기 때문이다. 지윤이가 말했었다. 언니는 분명 모두가 잠들었을 때 밖으로 나와 도망치려 할 것이라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면 설득을 해보고, 평소와 같은 모습이면 도망치게 두라고 했었다.
상혁이 봤을 때 지금 수연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도망 치려하고 있었다.
거절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를 이 자리에서 잡아 봤자 수연은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 된다. 그런 것은 아마 지윤이 원한 게 아닐 것이다. 반항하지 못하는 인형을 데리고 가 봤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형은 이야기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지윤은 바란 것이다.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수연이 직접 그곳으로 가는 것을 마음먹기를. 차가운 인형 이수연이 아닌 스스로 그곳에 걸어갈 수 있는 인간 이수연으로서 그곳에 가기를.
" 뭐 좋아."
수연도 상혁의 침묵이 가도 좋다는 긍정으로 들은 모양이었다. 더 이상 묻지 않고 등을 도려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수연의 연약한 등을 조용히 바라보며 상혁은 무심코 물었다.
"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 얼마든지."
수연은 언제나와 같이 차갑게 답했지만 상혁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 내가, 그리고 우리가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아니."
수연의 대답은 단호했다. 더 이상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순간 몸을 멈칫하고는 살짝, 아주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흘러가듯 속삭였다.
" 하지만."
마치, 사라져 가는 유령과 같이.
" 한번쯤 혼자 쓸쓸히 죽어 본다면 이해할지도 모르지."
수연은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긴 체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상혁은 조용히 바라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1층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수연은 다시 한 번 자신들에게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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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하고 다른 이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당연하게도 수연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마음속엔 막연히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윤아는 그런 수연의 모습에 생각난 것이 있어서 쓰게 웃었다. 과거의 누가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다.
곱슬이는 '가 버렸나~.'라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풀썩 쓰러져 고로롱거리며 잠들었고 지윤은 몸을 일으켜 방의 문을 열었다.
" 역시 언니는 도망쳤군요."
방 밖으로 나오자 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혁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지윤이 말했다. 어제 추운 복도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상혁으로선 그런 그녀의 행동이 더할 나위 없는 고문으로 느껴졌다.
" 봐주라……. 나 어제 정말 잠 한숨도 못 잤다고. 수연이가 나온 게 새벽 네 시쯤에 나왔다니까."
상혁의 말에 지윤은 윤아의 방에 걸려 있는 전자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간은 아침 여덟시. 네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대체 새벽 네 시에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찾을 려면 고생좀 할 것 같았다.
" 네 말대로 우선 보내 주긴 했는데 어떡하려고?"
" 다시 잡아야죠."
지윤의 반응은 태연했다. 너무 태연해서 '아 그렇구나, 그럼 다시 잡아야지.'라고 무심코 대답해 버릴 뻔했다.
" 그, 그러면 보내 준 의미가 없잖아! 다시 잡아서 끌고 갈거면 어제 그냥 잡는 게 좋지 않았어?"
상혁이 당황하며 말하자 지윤은 '정말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해 줘야 할까.'라는 짜증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 틀려요. 처음 언니가 이곳에 온 것은 어머니의 기일을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이번에 언니가 도망친 것은 우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였고요."
" 응. 그런데?"
" 언니는 도망치는 것에 익숙해요. 그때마다 외톨이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잡힌 적은 없죠. 분명 당황할 거라 생각해요. 외면 받을 거라 생각하고 한 필사의 도망이에요. 하지만 계속 쫓아가 주면 잡을 수 있어요. 어제의 언니는 단단한 철벽이라 구멍을 낼 수 없지만. 당황하여 빈틈이 생긴 언니는 분명 설득할 수 있어요."
대체 무슨 논리인 걸까.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지윤의 모습에 분명 의미는 있을 것이라 상혁은 생각했다. 확실히 계속 도망치는데 따라붙는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차갑고, 계속해서 거절해 왔을 수연이 겨우 그런 것에 설득당할까? 솔직히 상혁으로선 의문이었다.
" 수연이는 철저한 녀석이야. 내가 생각하기엔 또다시 붙잡아 봤자. '아아, 잡혀 버렸는 걸.'하면서 어제의 상황이 반복될 뿐이야. 결국 수연이 어머님의 묘소에 데리고 가더라도 끌고 가는 게 되는 거라고."
" 역시 언니와 만난 지 5일밖에 안된 언니초보는 알 수 없었나 보내요."
쯔쯔, 라고 한심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여동생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보다 언니초보는 뭐야. 너는 언니고수라도 되는 거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상혁은 애써 그 말을 눌러 삼켰다.
" 당신은 한 가지를 간과했어요."
" 간과했다고?"
" 그래요. 분명 언니는 완벽할 만큼 강력한 철벽으로 무장한 게 맞아요. 하지만요."
지윤은 눈을 감고 마치 선언하듯 당당하게 말했다.
" 언니는 '오타쿠'라구요? 그것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단한 오타쿠라구요? 하루 종일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을 하고 그런 것을 즐긴다는 거죠."
" 뭔 소리야……."
그것은 예상보다 전혀 뜬금없는 말이었다. 상혁은 그런 지윤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답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하지만 그런 상혁의 반응에도 지윤은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 아직도 모르겠어요? 멍청이 같으니라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그런 것에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거예요. 그런 것에서 재미를 찾고 위로받고 있다는 거라고요."
아, 하고 상혁은 그제야 지윤이 말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수연이는 확실히 철벽이다. 마음 같은 것은 꾹 닫아 버리고 다가오는 것은 모조리 거부해 버린다. 거부할 수 없으면 도망친다. 딱히 누군가랑 사귀지 않고 운동이나 이런 것을 즐기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만큼은 제대로 하고 있었다.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수연이 그러한 것에 완전히 무감정하다면 그러한 것을 즐길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사람들이 대체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소설을 읽고, 게임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여 자신이라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쉽게 상상하게 된다.
자신에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특히 수연이에게 있어 그것은 대피처였다. 사랑받지 못하고 외면 받고, 거절당했다 하더라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얼마든지 사랑받고 거절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 언니는 계속해서 도망칠 거예요. 우리는 그것을 계속 쫓아가겠죠. 언니는 분명 당황할 거예요.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으니까."
"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만난 지 겨우 5일이 지났을 뿐이야. 우리가 계속 쫓아간다고 마음이 흔들리거나 할까?"
" 5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더욱 혼란스러운 거죠. 당신들은 언니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요. 겨우 5일 됐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언니가 거절함에도 계속 따라잡아 버리면. 언니는 분명 당황할 겁니다. 이유를 알 수 없으니까!"
지윤은 알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알고 있던 언니는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그런 언니였다. 언제나 말버릇처럼 '언제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나~.'하고 바랄 정도로.
어떠한 계기인지 한번 부서졌다 하더라도, 그런 부서진 언니에게서 달라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긴다는 것이었다.
겉의 언니는 분명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속은. 그 마음은 상처 입었다 하더라도 근본은 그대로일 것이다.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던 언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따라잡는다.
언니는 도망치고, 우리들은 따라잡는다. 깊은 마음까지 자신들이 쫓아온다면... 흔들린다. 분명 흔들릴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호감에,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지금의 상황에.
" 바로 그때 설득하는 거예요! 혼란스러워 할때 마치 만화처럼, 애니메이션의 한장면처럼! 팍팍!"
흥분했다. 상혁은 힘차게 소리치는 지윤을 바라보며 짜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제야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지윤은 흠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한 뒤 평상시의 냉정한 어투로 돌아왔다.
" ...아무튼 언니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학원 연애물이나 우정물이에요. 분명 먹힌다고요. 언니는 은근히 그런 거에 로망을 느끼니까. 뭐 그리고 저도 할 말이 많고."
지윤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런 지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상혁은 피식 웃었다. 처음엔 냉정하고 차갑게 언니를 대하는 듯했지만 상혁의 눈엔 단지 언니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동생의 모습일 뿐이었다.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언니가 좋아하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 뭐 좋아. 아무튼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가 할일은 정해져 있겠지."
상혁의 말에 지윤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시간이 넉넉하지만 계속 넉넉하리란 법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수연이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 이번에는 정말 어디에 갔을지 모르니 마을 곳곳을 찾아봐야 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촉박할지도……."
아주 멀리까지 도망가진 않았겠지만 이 근처에 숨어만 있어도 솔직히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작은 마을도 아닐뿐더러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 그래서 말인데~."
방의 밖에서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는 상혁과 지윤의 뒤에서 차분한 윤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핸드폰을 든 체 빙긋 웃고 있는 윤아의 모습이 보였다.
" 이럴 땐 도움을 청해야 하겠지?"
상혁은 그제야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금발의 푸른 눈을 한 한명의 여성을.
그 사람이면 이럴 때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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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평소보다 조금짧지만 진행을 위해서 여기서 끊었습니다.
오늘 1권분량을 마무리 지을생각이니까요. 참 제가 계속 1권 분량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니 출판인가요? 라고 물으시는데 설마요. 설마 이런 글을 출판할까(...) 단지 라노벨인만큼 라노벨 형식에 따라 진행하려다보니 그렇게 말씀드린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