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공략당해 버렸다-12화 (12/153)

12화

--

윤아와 곱슬이, 그리고 수연의 동생으로 추측되는 소녀는 결국 저번에 갔던 카페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을 끌고 온 곱슬이와 윤아를 바라보며 심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소녀를 보면서 윤아는 난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흥. 그러니까, 당신이 언니의 친구이고 저 적갈색 곱슬머리의 조련사라는 거죠?"

" 어이. 이녀석 제대로 대화할 마음 따윈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은데."

분명 처음 만났을 텐데 수연과 곱슬이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수연이 동생과 곱슬이의 관계는 호칭만 변했을 뿐 달라진 게 없었다. 참고로 둘 다 자기 이름을 소개한 지 오래였건만 소녀는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 줄 생각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 이쪽의 언니는 그래도 언니의 친구라는 게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지만 적갈색 곱슬머리를 한 당신이 언니의 친구라는 것은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 대체 언니의 친구가 되는 것과 내 적갈색 곱슬머리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

" 그것도 모르면 친구 실격인 거예요."

" 야, 이녀석 수연이 녀석보다 더 짜증나."

수연이는 무표정하게 이야기하니 참아 줄만하지만 여동생은 딱 보기에도 '몹시 대화하기 싫고 나는 지금 짜증이 치솟고 있다.'라는 생각이 얼굴에 가득 나타나고 있어서 곱슬이는 용솟음치는 분노를 어떻게든 참아 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열반의 반열에 들어 당장이라도 부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뭐... 좋아요. 한 천보 양보해서 당신들이 언니의 친구라고 치죠."

" 아..하하, 고마워."

여동생이 정말로 크게 인심 쓴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윤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수긍했다. 옆에 앉아 있는 곱슬이는 당장이라도 저 녀석을 요절을 내줄 테다, 라는 얼굴이었지만 차마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손에든 커피 잔만을 잡은 체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 저의 이름은 지윤이에요. 이 지윤."

약 십여 분간 씨름을 하고나서야 처음으로 듣게 된 수연이 동생의 이름이었다. 보통 수연이 같은 이름은 돌림자를 쓰는 경우가 많기에 수진이나 수현이나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 에, 그러니까 지윤아? 혹시 앞으로 일정 같은 거 있니? 없으면 기왕 만난 거 우리랑 같이 옷이나 사러 가지 않을래. 언니가 사줄 테니까."

" 일정도 있고, 아직 확실히 언니의 친구라는 증거가 없으니 따라가는 것은 사양하도록 할게요."

어떻게든 친목 다지기를 해보려 했던 윤아였지만, 누가 수연이 동생이 아니랄까 봐 지윤은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 하지만 그런 윤아의 질문이 전혀 소용없는 것은 아니었던 듯 지윤의 시선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변했다.

그렇게 우우~하고 우울해 하는 윤아를 빤히 바라보던 지윤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윤아-라고 하셨던가요. 음, 그러니까 윤아 언니. 혹시 친구 분 이시라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질문하는 건데요."

지윤은 마침 밖에서 마주친 자칭 언니의 친구라는 사람들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설령 눈앞의 사람들이 진짜 언니의 친구라고 할지라도 언니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라던가 하는 말을 이야기할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혹시, 오늘 언니가 어디 가신다거나, 어디 있는지 들으신 바가 있으신가요."

여태까지의 불퉁한 얼굴과는 전혀 다른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윤아와 곱슬이는 서로 얼굴을 돌려 마주본 뒤 절래 절래 고개를 내저었다.

" 아니, 우린 특별히 수연이에게 연락받은 바가 없는데."

" 역시 그런가요."

지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체 생각에 잠겼다. 매번 주말에 사라지곤 하는 언니이긴 하지만 오늘은 찾아야 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못 찾았지만 오늘은 꼭 찾아낼 생각이었다. 마침 다행이게도 이번엔 자신 말고도 언니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두 명이 있지 않은가.

" 당신들은 정말 언니의 친구가 맞는 것이겠죠?"

" 아, 진짜 속고만 살았나. 진짜라니까."

" 적갈색 곱슬머리 언니. 줄여서 곱슬이 언니는 조용히 있어 주세요."

" ......."

작명 센스까지 수연이와 비슷한 거냐... 라고 생각하며 곱슬이는 테이블에 쓰러지듯 고개를 쳐 박았다. 그런 곱슬이를 한심하다는 듯이 한번 응시한 지윤은 재차 윤아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친구가 맞으시죠?"

" 어? 으응. 맞다니까. 자봐, 휴대폰에 수연이 번호도 있다니까."

아, 진작 이것부터 보여줄 걸. 그동안 핸드폰 번호를 생각해 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윤아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기입되어 있는 수연의 번호를 지윤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지윤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 그렇다면 언니를 찾는 것을 도와주세요. 당신들이 언니의 친구라면, 분명 도와주시겠죠."

" 왜? 혹시 수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윤아가 놀란 듯이 묻자, 지윤은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나직하게 이야기해 왔다.

" 뭐, 무슨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고 해야 할까, 언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던가 하는 게 있지만 그런 것은 별로 상관없는 일이겠죠. 언니가 주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서 잘 찾거나 하지는 않지만. 매년 이날만큼은 언니가 있어 주기를 바라거든요."

뭔가 어감이 이상했다. 보아하니 수연은 주말에 잘 집에 들어가지 않는 듯싶었다. 집에서도 그렇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닌 듯했고. 동생의 말도 무척이나 담담했다. 그리고 다음의 말도 무척이나 걸렸다. '매년 이날'이라는 말은 무엇일까.

지윤의 말을 들었는지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있던 곱슬이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왜, 오늘이나 내일 무슨 일이라도 있어?"

" 있어요."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곱슬이와 윤아의 시선에 지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라- 당연히 있다. 어째서 언니가 이것을 거부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다.

자신은 어째서 언니가 어째서 변한지는 모른다. 이번의 이것을 해결한다해도 언니가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해결된다는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윤은 눈앞의 두 사람. '언니의 친구 두 명'에게 한 가지 사실을 이야기했다.

" 내일은 언니의, 친어머니의 '기일'이니까요."

--

버릇이라는 것이 있다. 계속 반복적으로 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그것을 자신도 모르게 계속하게 되는 행위. 습관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한끝에 자신도 모르게 고착화되어 버린 것을 습관이라고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이 무표정이나 남을 거부하는 행동이 버릇이나, 습관으로 불리울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버릇이나 습관이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체로 좋지 않을 뿐.

" 새 학기가 시작된 지는 이제 겨우 5일이 됐을 뿐이야."

쇼파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한다. 윤아의 아버지는 함께 점심을 먹은 이후 할게 있다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고, 현재 거실에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상혁이 뿐이었다. 그 뒤로 몇 시간이 지난 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상혁이 본인도 자신의 방에 들어가면 될 것을, 굳이 나의 옆에 계속 남아 있었다.

" 그러네. 뭔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신입생 대표로 이야기하고. 자기소개에서 특이한 발언을 했으며, 윤아와 친구가 됐고. 곱슬이나 청이 선배를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소설에서나 보던 것처럼 특별한 부에 자신도 모르게 입부하여 당연하다는 듯이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요세 점점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된 것도 그러한 곳이 생겨서 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방정도 뿐이던 대피처가, 학교의 부실이라는 곳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에.

" 겨우 5일이 됐을 뿐인데. 그러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마침이라 할까 타이밍 좋게 말려 들은 거지."

상혁이와 처음 만난 순간도. 자기소개를 했을 바로 그때도. 곱슬이와 탈의실에서 이야기했던 것도 모두 아주 작은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

내가 만약 그때 음향실을 찾아 헤매지만 않았다면.

상혁이가 눈에 띈다고 그 옆에만 앉지 않았다면.

체육 시간에 상혁이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나는 이들과 같은 부에 속할 일없이 중학교 때와 같은 학창생활을 보내게 됐을 것이다. 오늘만해도 만약 상혁이가 숙제를 놓고 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부실에서 게임을 하던 잠을 자던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기는 싫었으니까. 소파에 앉아 이렇게 아름다운 집안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감상적이게 되었다. 무채색으로 보이는 우리 집과는 달리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나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 스스로도 모르게 작게 속삭이듯 입을 움직였다.

" 버릇이나, 습관이라는 말이 있어."

무심코,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어째서 였는지는 모른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단둘이 있었기에 어색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화려한 집안의 모습에 지고 싶지 않았던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을 상혁은 조용히 귀를 기울여 들어주었다.

" 한 가지 행위를 반복되어 정립되어 버린 행동. 그것이 습관이며 버릇. 그것은 인간이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닌 후천적으로 살아가며 얻게 되는 것이지."

인생을 살아가며 아주 작은 것이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커다란 하나의 사건으로 자신도 모르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은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어쩌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 네가 아까 부실에서 물었던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겠어."

나를 '처음으로' 찾아내어 다른 곳으로 끌고 온 보답. 아니 보답이라기 보단 투정.

" 흘려들을지 무시할지는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

하지만 네가 멋대로 찾아내어 날 데리고 왔으니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제 와서 듣기 싫다고 거부해도 멋대로 떠들 것이다. 누구도 찾지 않고, 찾지 못했던 나를 네가 끌고 와 버렸으니까. 알고 싶은 이야기를 한 개쯤 알려줘도 이상하지 않잖아.

" 네가 아까 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부실에서 잤냐고 물었었지. 그것은 하나의 버릇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을 뿐이야."

그래. 단순한 버릇이다. 별거 아닌 습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싫었고, 그랬기에 언제나 도망쳤다. 그것을 피해 모습을 숨겼다. 나를 찾을 수없는 곳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그것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버릇?"

상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버릇이나 습관, 대체로 별거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버릇이나 습관이 있다면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고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계속적으로 반복된 행동일 뿐이니까.

하지만 말할 수 없다.

그 버릇을.

그 습관을 행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나이니까.

" 그래.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특별히 커다란 이유가 아니야. 방금전에 말했듯이 단지 단 한가지의 버릇을 피하기 위해서일 뿐."

별거 아닌 이야기다. 단지 한 가지 버릇일 뿐이니까. 한 가지 습관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버릇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외면하고, 거절하고 있는 아버지의 것이었다.

" 우리 아버지는 말이야, 매주 금요일이면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 밤늦게 만나곤 해."

누구나 있을 법한 일이다. 우리 아버지가 하는 일은 단지 매주 금요일마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그렇게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푼다는 이야기는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말이지. 평상시엔 항상 날 쳐다보지 않던 아버지가 그때면 나에게 다가와."

처음은 언제였을까. 초등학교인가, 중학교인가. 아버지는 밤늦게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셨다. 나는 자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들어오는 소리에 살짝 눈이 떠졌었다.

" 마치 홀린 것처럼. 아버지는 나의 방에 들어오지. 정확히 인지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우연히 눈이 떠진 그때에 처음 깨달았다. 잠이 든 척을 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여보, 눈 좀 떠봐.' '죽지 마.' 라고."

정말로 별거 아닌 버릇이었다. 정확히는 '술버릇'이랄까. 아마 아버지 본인도 모를 것이다. 술을 먹고 남에게 말을 거는 것은 흔히 있는 버릇이다.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 하는 것도 별거 아닌 일이다.

그때 깨달았다.

언제나 담담해 보였고, 나를 외면할 뿐이라 생각한 아버지는 계속해서 참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볼 때마다 나의 '어머니'를 투영했던 것이다. 나를 원망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점점 성장할 수 록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아 가는 나를.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난 나를.

그리고 그런 나의 위에 어머니를 덮어 버릴 만큼.

그것은 한 시간인지 두 시간인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환청처럼 죽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눈을 뜨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아버지가 친구들과 즐겁게 만난 날이면 언제나. 계속해서 찾아오는 그런 버릇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찾아오는 것이 무서워서 옷장에 숨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방안 곳곳을 뒤져 나를 찾아내고 내 팔을 잡고 울었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다', 라고 말하며. 그 뒤로 나는 방에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다른 집이라면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하게 아버지를 놀리며 '아빠, 밤에 술 먹고 내 방에 들어오는 버릇 좀 고쳐~.'라고 말하며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눈을 뜨고, 아버지에게 내가 어머니가 아닌 당신의 딸임을 말할 용기 따위는 없었다. 매주 금요일 새벽.

토요일이 다가오는 아침. 언제나 나는 죽은 어머니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것을 피해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누구도 모를 것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누구도 내가 왜 금요일 날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머무는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다. 가끔 동생이 어딘지 물어보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다였다.

" 그래서 나는 이렇게 토요일엔 밖에서 머물곤 해. 일요일은 뭐랄까, 밖에 있다 보니 안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토요일 저녁쯤엔 들어가는 편이야."

가벼운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상혁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볼 필요는 없는걸. 내가 말한 것은 단순한 버릇이며 습관일 뿐이다.

그렇게 놀랄 만한 이야기는 아닌걸. 막상 말하려니 조금 꺼림직 했지만 다 이야기하고 나니 조금 편해진 기분도 들었다.

" ...그런 건 이상..하잖아."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일까.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 그런 건 네가 말하고, 거부하면 피할 수 있는 거잖아. 왜 굳이 집을 나와 도망쳐야 하는 거지? 아버지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하면……."

"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난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난 아이니까."

그렇게 아버지가 사랑하는 어머니를 빼앗은 것이 바로 나였으니까.

내가 거기까지 이야기한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적갈색에 곱슬거리는 머리의 소녀. 검은 단발머리에 귀여운 얼굴 하고 있는 소녀.

하지만 나의 시야를 사로잡은 것은 나와 같이 아름다운 긴 생머리를 한, 나와 전혀 닮지 않은 소녀였다.

무감정한 나의 눈과는 달리 짜증이 가득 담긴 그 눈으로 나를 직시한 그 소녀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하얗게 웃어 왔다.

" 처음으로 찾았네, 언니."

============================ 작품 후기 ============================

오늘은 일이 임시 퇴원 수속도 있고해서 좀 바쁘다보니 평상시보다 양이 좀 적네요. 시간나는데로 짬짬히 써서 겨우 이정도 썼습니다. 본래라면 수연이쪽 파트나 윤아쪽 파트 둘중한 곳이 좀더 길거나 했을테지만 쓰다보니 둘다 조금씩 짧아졌네요.

참고로 수연이 이야기는 친구가 예전에 겪었던 일을 조금 각색한 거에요. 친구의 경우엔 아버지가 매주 금요일 술드시고 오셔서 때리고(=ㅁ=;)그랬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일이 잘해결되었지요.

그때는 친구가 매주 금요일마다 재워달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뭐 수연이가 주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나왔지만 이건 그냥 주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일뿐이지 수연이가 왜 과거와 달라졌는지 이유는 되지 못하죠. 그건 천천히 이야기 진행하다가 나중에 나올 거에요.

1권의 주요 목표는 여동생양과 약간이나마 다시 화해하는 것과 부원들을 거부하는 것이아닌 조금이나마 마음을 여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지금 조금 만담이나 개그가 부족하지만 한 두세편정도만 지나가면 2권 분량으로 접어들면서 1권분량 초중반의 분위기와 비슷해질 거에요. 그뒤로 당분간은 진지한 파트는 별로 없을듯!

누가 말하길 1권의 내용은 1권해서 완결해도 되는 내용으로 짜라더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