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81화 (완결) (181/181)

§181화 47. 에필로그

Money, 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녕 그 무엇보다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 끝없는 행복을 가져다줄까?

당연하지!

‘돈이란 건 정말 중요하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무엇보다도. 생각해 봐. 아프면 그걸로 제 몸을 치료할 수 있고,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로 살 수 있어.’

돈이 있었기에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고, 동생들 역시 좋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앤드류도 내가 많이 도와줬지.’

둘째 앤드류는 군의 사령부에서 제국 제일 권력자인 록펠러의 후광에 힘입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최근엔 첫째 아이도 가지게 됐단다.

‘가장 중요한 건 군인 월급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저택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하던 영주 딸과 잘살고 있다는 거지. 아마 앤드류 입장에선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야.’

그런 앤듀르가 한 일?

‘그 행복을 얻기 위해 앤드류가 한 일이 있었나? 있다면 이 형을 잘 만난 덕분이지. 누구는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지만, 우리한테는 아니야. 내 동생들은 정말 나를 잘 만났거든.’

셋째 조슈아는 록펠러를 도와 가문의 재산을 늘리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특히나 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록펠러를 놀라게 할 정도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조슈아는 동생들 중에서 가장 이 가문에 적합한 사람이지. 신기한 건 나보다 감이 좋다는 거야. 어느 때에 어딜 투자해야 할지 기가 막히게 알고 있어. 크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계속 좋은 결과만 가져오겠지. 아니면 조금 잃어도 돼. 투자란 건 본래 그런 거니까.’

그리고 넷째 레오 역시 교황의 비서인 궁무처장이 되어 교단 내에서 제 입지를 서서히 늘려가고 있었다.

‘레오도 잘하고 있지. 앤드류만큼이나 교단 내에서 제 입지를 굳히고 있으니 아마 차기 교황은 궁무처장으로 있는 레오가 될 확률이 커. 아니면 내가 그 자리에 앉히면 되지. 지금 교황도 내가 만들었는데 두 번이라고 어려울 게 있겠나? 결국 그 자리도 돈지랄로 앉힐 수 있는 건데.’

마지막으로 막둥이 루시아는 황후가 되어 제국의 안주인이 되었다.

‘그것마저도 전부 돈으로 이뤄낸 거지. 만약 돈이 없었다면 그 일도 전부 불가능했을 거야.’

이처럼 돈은 록펠러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런 돈에 의미가 없다?

‘웃긴 얘기지. 돈은 전부야. 전부라고.’

누구는 말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며,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고.

‘이해할 수 있어. 그들은 마르지 않는 돈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아니면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라고 해.’

돈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록펠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그때 당신이 가지고 있던 돈은 충분했냐고.

‘절대 아니겠지. 부족했으니까 아쉬움이 남는 거고, 또 부족했으니까 이룰 수 없었던 거겠지.’

아, 한 가지만 빼고.

‘그래, 하나 정도는 맞겠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딱 하나 있거든.’

그게 무엇이냐?

‘바로 건강이지. 죽어가는 몸뚱이나 늙은 몸뚱이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있어.’

그거 하나만 인정하는 록펠러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찢었다.

‘그런데 그런 것도 돈으로 다 대비할 수 있지 않나? 뭐 어쨌든.’

허공에서 돈을 찍어내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어도.

록펠러가 주로 일하는 곳은 리옹에 위치한 조그마한 길드 본부였다.

제국의 제일 권력자이자 가장 부유한 자께서 왜 좁디좁은 방코 거리에서 일하느냐고 묻는다면 록펠러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여기가 편하니까.’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렇게 돈이 많으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런 물음이 있다면 록펠러는 코웃음부터 칠 게 뻔했다.

‘일이라는 건 내가 하는 게 아니지. 돈도 내가 버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길드에 속한 방코 업자들이나, 그들에게서 돈을 빌려간 수많은 이들이 로스메디치 가문의 부를 축적시키기 위해 정말 개처럼 일하고 있었다.

‘돈이 돈을 번다고. 내가 하는 건 딱 돈을 빌려주는 거야. 그럼 그 돈이 알아서 일을 해서 돈을 가져다주지.’

조용하던 게토 누오보 거리에서 갑작스레 소란이 일었다.

록펠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너머로 다가가 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개간년이! 네 애비가 돈을 빌려 갔으면 네년 몸뚱이라도 팔아서 갚아야지!”

“제가 다음 달 안으로 어떻게든 이자를 갚을게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이자? 원금은 어쩌고!”

“원금까지는 힘들어요. 제발요! 이렇게 사정할게요!”

“어림도 없어 이년아! 당장 갚을 돈 없으면 사창가라도 가서 네 몸뚱이를 팔아라고!”

방코 업자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사정사정하는 빈민가의 소녀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록펠러는 착잡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뭔지 몰라도 된통 걸린 모양이군.’

자신이 돈 버는 것은.

결국 저런 일의 연장선이었다.

자신이 돈을 빌려주면 방코 업자는 그 돈으로 대출 사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고리대금업을 시작하게 되고, 그 대출을 받게 된 불쌍한 천민들은 말도 안 되는 이자에 치여 오늘 내일 할 거 없이 죽어라 일만 하고, 또 어떤 때는 저런 식으로 욕보여지기도 했다.

‘심심하면 보는 일이지만 속이 불편해지는 건 언제나 마찬가지군.’

하지만 밖에 나가 도와줄 마음은 없었다.

저런 일을 한두 번 도와주다가는 아마 이 거리 위의 모든 채무자는 사라질 것이다.

아니면 돈을 빌려가 놓고 갚지 않거나.

그건 록펠러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돈을 빌렸으면 응당 갚아야지. 형태야 어찌됐든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갚는 게 맞아.’

록펠러는 밖의 일에 대해 신경을 끄려 했다.

낯익은 누군가가 성난 방코 업자 앞에 서기까지는 말이다.

“그 빚이 전부 얼마죠?”

“로스메디치 부인.”

“이 아이의 아버지가 빌려간 돈이 전부 얼마인지 묻는 거예요.”

록펠러의 세 아내 중 하나인 그녀가 무섭게 쏘아보자 힘없는 방코 업자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게…… 밀린 이자까지 합치면…… 5 고블린 달러입니다.”

고작 5 고블린 달러라는 작디작은 돈에 어린 소녀가 사창가에 팔려가 하마터면 그 인생을 종칠 뻔했다.

그녀는 한숨이 나오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고선 같이 온 시녀에게 돈을 갚도록 지시했다.

일을 해결되자 방코 업자의 마수에서 해방된 어린 소녀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일어나 그녀를 향해 넙죽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마님!”

하지만 이대로 보낸다면 분명 그이가 싫어할 것이다.

“고마워할 거 없다. 일해서 갚으면 되니.”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도 모자라 일자리까지 내주다니.

빈민가 소녀는 로스메디치 가의 안주인을 향해 굽힌 허리를 쉽게 펴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님! 전 세실리아라고 합니다!”

“그래.”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가 앞에 서 있던 록펠러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록펠러가 시선을 피하자 그녀는 아직도 허리를 숙이고 있던 빈민가 소녀에게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거라. 저 안에 볼일이 있으니까. 일이 끝나면 나랑 같이 집에 가자꾸나.”

“네, 마님!”

길드 본부로 들어간 이자벨라는 록펠러와 만난 직후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보고 있었으면서 또 도와주지 않았네요.”

듣는 둥 마는 둥.

애써 무시하려는 록펠러가 건성으로 답해주었다.

“아비든, 그 아이가 빌렸든, 돈을 빌렸으면 응당 갚아야지.”

“당신이 대신 갚아줄 수도 있었잖아요?”

“누구 좋으라고?”

“저 아이요.”

“나는 그런 귀찮은 일까지 신경 쓰지 않아. 그리고 내가 그런 짓까지 한다는 건 내가 저 아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린데.”

록펠러가 물었다.

“그런 걸 원하는 거야?”

“그런 생각 없잖아요?”

“있는지 없는지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안 그래도 눈치 볼 부인이 세 명이라 매사 조심하고 있는데.”

“핑계도 좋으시네요?”

“아무튼 당신이 해결하면 됐지. 왜 나한테 구박이야. 그쯤 해.”

속으로 화를 삭이던 그녀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마이어가 당신 보고 싶대요.”

마이어는 둘 사이에 태어난 남자아이였다.

“마이어가? 그래, 저녁에 들를게.”

“그래도 자기 아이라고 챙기시네요.”

“당연하지. 내 아이인데.”

“……저녁에 봬요.”

“알았어. 저녁에 봐.”

이 결혼은 분명 잘못됐다.

속아서 결혼한 것도 문제였으나, 애당초 사람이란 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 알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와 관련된 모든 게 불만이었으나, 그냥 참고 살기로 했다.

이혼 도장을 찍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으니까.

“갈게요.”

“조심히 가고.”

그녀가 떠나가자 록펠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섰다.

그러곤 한참동안 서서 빈민가 소녀를 챙겨 떠나는 이자벨라의 마차를 보았다.

‘쯧쯧, 저렇게 거둔 시녀만 몇 명인지. 뭐 상관없겠지.’

거느리고 있는 시녀가 백이 되든, 천이 되든.

록펠러에겐 별 시답잖은 관심사였다.

그들에게 내줄 급여야 고블린 달러를 찍어내서 주면 그만.

그런다고 이 세계에 금융위기가 찾아올까?

‘그런 게 찾아오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지. 우리 가문에서 금을 쥐고 있는 이상, 고블린 달러의 수요는 계속 유지될 테니까.’

고블린방크에서는 이제 고블린 달러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제국 밖에서도 고블린 달러가 그들의 화폐처럼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록펠러가 바랐던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저들은 아무 것도 모르겠지. 어떤 식으로 자신들이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

창가에 선 록펠러는 거리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자신이 만든 ‘고블린 달러라는 화폐 시스템’ 안에서 그들의 부를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만약 시중에 금화만 돌아다녔다면, 그리고 그 금화가 순도 100%짜리의 금화였다면. 저들은 저들이 일한 가치나 부(富)를 그 어떤 시간이 지나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겠지. 금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늘어나지가 않으니까. 하지만 고블린 달러는 아니야. 고블린 달러는 내가 찍어낸 만큼 양도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치가 똥이 되거든.’

그런 생각이 들었음에도 록펠러는 그들이 가엾다거나 하는 연민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왜냐?

저들이 무지하고 어리석어야만.

자신과 자신이 세운 로스메디치라는 가문이 대륙 굴지의 금융명가로 자리 잡아 영원토록 저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갈 테니까.

‘당신들은 말이야. 절대로 알려고 하지 마. 당신들이 어떤 식으로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

이어지는 생각은 나름 진심이었다.

‘그래야 내가 좋거든.’

-금융명가의 창시자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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