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76화 (176/181)

§176화 44. 금맥전쟁 #3(8)

“금을 사려면 고블린 달러가 필요하다는 겁니까?”

“네, 그런 식으로 하면 고블린 달러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가지고 있는 금을 어떤 식으로 팔 것인지는 제국에서 정하는 일이었다.

제국에서 금 거래에 있어 고블린 달러만 받는다고 하면, 다른 세력에선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

“확실히 저희가 가진 금 보유량이 많으니 다른 쪽에선 방법이 없겠군요. 고블린 달러를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거기다 고블린 달러는 두카트로 교환이 가능하니 그들도 받아들임에 있어 큰 거부감을 없을 겁니다.”

황제는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였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거 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까? 여기처럼 세금을 고블린 달러로만 걷는다든지, 그런 방법이 말입니다.”

“금 거래를 고블린 달러로 강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야 많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고블린 달러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야 많이 있겠지만.

록펠러는 그중에 이것을 언급해 주기로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현재 대륙의 금융 사업은 고블린 방크가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제국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긴 하나, 저와 리옹 길드는 대륙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일개 국가의 방코 업자일 뿐입니다.”

그 말에 황제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대륙 전체적으로 보면 록펠러의 말대로 고블린들이 벌여놓은 금융 사업이 많았던 것이다.

록펠러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이 여러 세력에 빌려준 자금 규모만 해도 엄청날 겁니다. 그리고 그 세력들은 전부 두카트로 이자를 대신 내고 있죠.”

고블린들의 화폐가 대륙 공용화폐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고블린들의 대출 사업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래서 록펠러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 이자와 원금을 앞으로 고블린 달러로 낼 수 있게 만들면 그만입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다 황제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고블린 방크에서 두카트 대신 굳이 고블린 달러를 받겠습니까?”

“고블린 달러는 언제든 두카트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이 대륙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는 저희가 그걸 보장해주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블린 방크에서 쓰기 좋은 고블린 달러보다 굳이 지들이 만든 두카트를 고집하겠다면, 그땐 저희가 그들을 강제하면 됩니다.”

“강제한다고요?”

황제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어떻게 그들을 강제할 수 있는 겁니까?”

고블린 방크에서 굳이 록펠러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저는 모르겠군요. 고블린들이 굳이 여기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러다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혹시 인질로 잡고 있는 그 고블린 수장을 이용할 생각입니까?”

그 말에 록펠러는 고개부터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는 잔머리나 굴리는 고블린들을 꼬드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희에게 강한 반감만 가질 뿐이죠.”

황제는 아까 전 록펠러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떠나간 골드만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좋은 감정도 없던 거 같던데.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그 물음에 록펠러는 우선 미소부터 드리웠다.

“폐하, 폐하께서는 고블린들이 가진 성격적 특징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성격적 특징이요?”

고블린이라고 하면 약삭빠르고 계산이 빨라 인간보다 더 지독한 고리대금업자 같은 느낌이 짙었다.

“성격적 특징이라면 그들이 약삭빠른 것에 대해 말하시는 겁니까?”

“물론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돈 앞에선 감정보단 이성을 우선시한다는 겁니다.”

“아…….”

돈 앞에서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는 녀석들.

그렇기에 거래를 함에 있어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아 지금까지 고블린 방크가 대륙 제일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어제 고객과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오늘 찾아온 고객에게 맡긴 돈을 내주지 않다거나. 아니면 철천지원수가 됐다고 해서 기존에 있던 거래 내역을 전부 없애버린다거나 하는 등의 몰상식한 행동들을 했었다면. 과연 고블린 방크가 대륙 제일 방코로 남았겠습니까?”

“듣고 보니 고블린들이 성격은 안 좋아도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고블린들이 가진 다른 종족과 차별화되는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어제 누군가와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해도 돈과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철저히 그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이성과 계산만 앞세우죠.”

공감한 모양인지 황제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아까 전에 고블린 방크의 수장이 절 욕했었죠. 하지만 그런 골드만도 제가 제시하는 제안에는 군침을 흘릴 겁니다. 그리고 비지니스는 확실히 하겠죠. 그래서 전 이후에 골드만을 찾아가 제안을 할 생각입니다.”

“제안이요?”

“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죠.”

어떤 제안일까?

황제는 감도 잡지 못했다.

“그들에게 할 제안이 있는 겁니까?”

“네 있습니다. 현재 고블린방크는 두 번의 투자 실패로 인해 천문학적인 손해를 본 상태입니다. 거기다 방금 전 잡혀간 골드만 수장을 다시 데려가려면 상당한 비용을 저희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록펠러는 쉬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주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고블린 방크의 사정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야…… 어려워지겠죠.”

정답이었는지 록펠러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렇습니다.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럼 그들이 벌이고 있는 대출 사업에도 문제가 생기겠죠. 당장 돈이 있어야 그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거 아닙니까?”

“아…….”

황제는 그제야 록펠러가 어떤 제안을 할 것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그들에게 돈을 빌려줄 생각입니까?”

“맞습니다. 그들에게 고블린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 또한 고블린 달러로 받을 생각입니다.”

리옹 방코에 속한 대다수의 방코들은 로스메디치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뱅크 오브 로스메디치’로부터 돈을 빌려다 그 돈으로 대출 장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말인즉 록펠러가 고블린 방크도 제 아래로 두겠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한데 그들이 여기서 돈을 빌려가겠습니까?”

그 물음에 록펠러는 피식 웃었다.

“폐하, 돈이 없으면 대출 장사를 못 하는데 그들에게 다른 방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곳에서…….”

금맥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고블린방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륙 제일 은행이었다.

그런 곳에 돈을 대줄 곳이 존재한다면 아마 금맥전쟁 이후로 대륙에서 가장 부유해진 로스메디치 가문만이 유일할 것이다.

“아니군요. 여기서 빌리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을 거 같군요.”

“맞습니다. 달리 방도가 없는 겁니다. 그들이 어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체 어디서 그렇게 큰돈을 빌려다가 대출 사업을 벌이겠습니까? 결국 고블린들은 저 같은 큰손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대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사채업자 위의 사채업자.

그게 록펠러가 될 줄이야.

황제는 록펠러를 보며 드는 생각이 참 많아졌다.

‘사채놀이를 하는 곳에 돈을 빌려주면서 사채놀이를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떤 부를 거머쥐는 거지?’

쉽게 가늠이 안 됐다.

잠시 헛생각을 한 황제가 그 생각을 지우고 록펠러를 보며 물었다.

“그럼 그 돈을 빌려주면서 제안을 하실 생각입니까?”

“정확히 보셨습니다. 제가 돈을 빌려주고 그들에게 제안을 할 겁니다. 앞으로 고블린 달러로 대출 장사를 하라고요. 그리고 그 이자는 고블린 달러로만 갚으라고 할 겁니다.”

록펠러의 말이 쉼 없이 이어졌다.

“혹여 그들이 두카트에 미련을 갖는다면. 저야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고블린 달러를 가져오면 문제없이 두카트로 교환해 주겠다고.”

“그래도 그들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그 물음에 록펠러는 이 쐐기를 박아주었다.

“폐하, 제국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게 바로 저희입니다. 저희가 만약 금 보유량이 아쉬웠다면 고블린들이야 당연히 의심할 게 뻔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니 고블린들도 믿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제가 눈가를 좁히며 생각했다.

그게 맞든 아니든.

어찌 됐건 고블린 달러를 찍어내는 록펠러가 대륙에서 가장 많은 금을 가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긴 하겠군요.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게 세상일입니다.”

황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고블린 방크 수장을 만나보실 생각입니까?”

“네, 가서 제안을 해야겠죠.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야 반신반의합니다만.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모르긴 해도 만약 고블린 방크에서 고블린 달러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면.

고블린 달러가 두카트를 대신하는 대륙 공용화폐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군.’

45. 감옥 협정(1)

황제와 헤어진 록펠러는 곧바로 감옥에 투옥된 고블린방크의 수장을 찾아갔다.

목청 터져라 악을 내지르고 있던 고블린방크의 수장, 골드만은 찾아온 록펠러를 보고선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와서 비웃으려고 온 거야 뭐야?”

자신을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던 골드만에게 록펠러는 표정 없이 답해주었다.

“그건 아니고. 그냥 일적인 논의가 필요한 거 같아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일적인 논의? 떽! 여기 날 가둔 놈이 누군데 무슨 일적인 논의!”

골드만이 이어 소리쳤다.

“일 없으니까 당장 꺼져 버려! 네놈 면상만 봐도 토가 나올 지경이니까!”

자꾸만 언성이 높아지는 그에게 록펠러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주었다.

‘노답 같으니라고.’

“일단 얘기나 들어보시죠. 들어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골드만의 태도는 여전히 안 좋았다.

“개소리는 네 집 방구석에나 지껄이고! 당장 여기서 날 꺼내놓지 않으면! 그땐 다 엎어지는 거야!”

“와이번들도 다 죽었던데, 아직도 그렇게 할 말이 많습니까?”

“뭐?”

와이번들이 다 죽었다는 소식에 골드만은 당황스러웠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다 죽어?”

“모르셨습니까? 하기야 붙잡혀 있었으니 밖의 이야기야 어찌 알겠습니까. 이한이 깔끔하게 처리했더군요. 물론 저희 쪽 피해도 있었지만, 그거야 알아서 청구할 예정이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

세상에서 가장 비싼 군대가 그리 허무하게 증발했다니…….

골드만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게…….’

“말이 되냐고. 우리가 거기다 처바른 돈이 얼만데…….”

그런 골드만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젓는 록펠러가 말을 이었다.

“그러게 괜한 짓은 대체 왜 한 겁니까?”

“그게 네놈이 할 말이야? 우리가 누구 때문에 그 손해를 봤는데!”

“이거 좀 섭하군요. 그쪽 투자 실패를 왜 저희한테 묻고 계십니까?”

“맥주 버블 때도 너희가 먼저 맥주를 던져서 우리가 손해를 본 거잖아.”

“그건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저희가 손해를 봤다고 해서 그쪽에서 보상해 줄 것도 아니잖습니까?”

“이 새끼가!”

“그쯤 하시고. 어차피 투자 실패야 그쪽 책임이니 제가 하는 제안이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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