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72화 (172/181)

§172화 44. 금맥전쟁 #3(4)

제국 황제를 만나러 갔던 골드만이 아무 성과도 없이 돌아오자 같은 원탁회의 멤버인 모건과 제이피가 의문을 표했다.

“아니, 왜 그냥 돌아온 거야? 우리 계획은 그게 아니었잖아?”

“국채 가격이 똥값이 돼야 정신을 차릴 거야?”

사정을 모르는 두 고블린의 구박에 골드만이 제국 황제를 만난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더불어 황제와 같이 있었던 록펠러의 이야기도 해주자 그제야 두 고블린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런 썩을 놈이 있었군.”

“천하의 버러지 같은 놈. 죽어서 꼭 지옥에 가라고 전해주지 그랬어.”

그 말에 골드만이 반응했다.

“하려다 말았지. 뭔가 재수가 없더라고.”

“그냥 지르고 보지 그랬어. 뭐가 아쉬워서 그런 말도 못 한 거야.”

“나 같아도 욕 한 바가지를 날리고 왔을 텐데.”

“아무튼.”

두 고블린의 말을 자르며 골드만이 제 생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제국놈들이 배짱을 부리기 시작했어. 어차피 자기들이 잘못되면 우리도 같이 잘못될 걸 아는 모양이야. 이거 아무리 봐도 놈들을 무일푼으로 도와주게 생겼어. 아니면 눈깔 뒤집힌 오크들 때문에 우리만 깡통 차게 생겼으니까.”

세 고블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천하의 몹쓸 놈들.”

“그놈의 금맥만 아니었더라도 그딴 똥 같은 국채는 쳐다도 안 봤을 텐데 말이야.”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어찌 됐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였다.

“어쩌겠어. 그런다고 떨어진 국채를 이제 와서 정리할 수도 없잖아.”

“정리는 무슨. 제국 놈들이 이번 위기만 잘 넘겨도 부르는 게 값이 될 텐데.”

“그건 그렇지.”

뜻이 모아지자 표정이 좋지 않던 골드만이 이후 일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일단 놈들을 살리고 보자고. 생돈 들여서 그놈들 살려주는 것도 역겹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사들인 국채를 한순간에 휴지로 만들 순 없잖아. 드워프야 몬테펠트로 영지를 차지하면 그만이지만, 이놈의 오크 새끼들은 제국이 망할 때까지 몰아붙일 테니.”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고블린은 없었다.

그렇게 고블린 방크의 뜻이 정해진 직후.

고블린 방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와이번 군대가 몬테펠트로 영지로 급파됐다.

오크들의 남하로 수비 병력에 공백이 생긴 몬테펠트로 영지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마른하늘에 와이번의 포효 소리가 가득해지자.

이를 예측하지 못했던 영주 체스터는 어이가 없었다.

“살다 보니 고블린의 도움을 받는 날도 오는군.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있어.”

그런 영주 곁을 지키던 오버시어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악명 높은 고블린 방크의 와이번 기수들이 찾아와 제국군의 철수로 부족해진 전력을 보강해 줄 줄이야.

“저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그 고블린들이…….”

영주 체스터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거친 포효를 일삼는 요새 안의 와이번들을 보았다.

어지간히 돈이 많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최강의 병력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요새를 버리고 후퇴하려던 계획을 굳이 실행할 필요가 없겠는데?’

국경지대에 맞닿아 있는 증축된 요새는 몬테펠트로 영지를 지키는 최전선이었다.

여기가 무너진다면 철갑으로 중무장한 드워프 군세로부터 몬테펠트로 영지를 지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악의 경우 영지 자체도 내줄 생각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군.’

“아무튼 잘됐군. 오늘 중으로 퇴각하려는 계획은 일단 물릴 수 있겠어.”

오버시어 역시 지상 최강이라는 와이번 기수들을 보며 왠지 모를 든든함을 느꼈다.

“이렇게나 많은 와이번이라면 아무리 세 왕국이 연합한 드워프 군세라 해도 쉽사리 여기를 넘보진 못할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고블린방크의 주력 병력이 여기까진 뭐 때문에 온 거지?”

영주가 의문을 표하며 그 가능성에 대해 짚어보기 시작했다.

‘설마 돈지랄로 불렀나?’

“놈들에게 돈을 쓴 건 아니겠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고블린방크의 주력 병력을 용병 형식으로 데려오는 건 그쪽 입장에서도 힘든 일일 텐데.”

그 말에 오버시어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자세한 내용이야 저희 같은 사람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다만 요새를 지킬 병력이 늘어났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야 하지만…… 아니면 여기서 나오는 황금을 나눠주기로 했나?”

“그건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오버시어는 고개를 저었다.

“왠지 그럴 것 같지는 않군요.”

제 턱을 긁적이던 영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하긴 그놈 성격이면 절대 그걸 용납하지 않겠지. 솔직히 금이 나왔다고 해도 여기저기 다 퍼주게 되면 놈은 뭘 먹어?’

당장 몬테펠트로 영지와 관련된 이권에 개입한 곳만 해도 황실과 교단이 있었다.

이 두 곳만 해도 벅찰 지경인데 여기서 고블린까지 끌어들인다?

‘조금이라도 먹겠다면야 가능은 하겠지만. 뭔가 아닐 것 같군.’

“아무튼 우린 우리 일에만 집중하자고.”

그렇게 고블린 방크의 갑작스러운 참전으로 인해 쉽게 함락될 줄 알았던 몬테펠트로 영지는 새 지원군에 힘입어 가까스로 지켜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북경 지대로 급히 이동했던 제국군의 끊임없는 후퇴 소식은 고블린 방크로 하여금 똥줄을 타게 하였다.

연일 계속되는 제국군의 후퇴 소식에 고블린 방크에서도 난리가 났다.

급하게 열린 원탁회의에서 세 고블린 원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 논의에 나섰다.

“아니, 왜 지키지도 못하고 계속 후퇴만 하는 거야? 제국군이 언제 이렇게 동네북이 됐어.”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승전보 하나 없이 계속 퇴각만 하고 있다던데…… 이거 진짜 문제라고.”

“빌어먹을…….”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오크 대군의 남하는 급히 병력을 돌렸던 제국군으로 인해 저지되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제국군은 오크들의 남하를 저지할 힘이 없어 보였다.

“아무리 오크들 눈깔이 뒤집혔다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오크들 기세가 아주 대단한 모양이야. 하긴 외부에서 자기들 토템을 두 번이나 건드렸는데, 이걸 간과한다면 오크들도 동네북이란 소문이 쫙 퍼지게 되겠지. 오크들도 그걸 아니까 절대 적당히 할 생각이 없는 거야.”

“일단 며칠은 더 지켜보자고. 설마 황도 근처까지 제국군이 밀리겠어?”

“그래. 일단은 진정하고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아무리 그래도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은 제국군인데. 이렇게 계속 무너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그래 맞아. 좀만 기다려 보자고.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그들의 바람은.

황도 코앞까지 밀린 제국군으로 인해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제국군의 승전보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고블린 방크의 수장들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제국군의 위세에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얘들은 무슨…… 병신이야? 아니, 밀려도 적당히 밀려야지. 대놓고 후퇴하는 게 아니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벌써 황도가 코앞이라고. 이건…… 그냥 망한 거야.”

황도가 오크들 손에 넘어간다면 제국은 존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무섭게 떨어지고 있는 국채 가격 또한 똥값이 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듣자하니 몬테펠트로 영지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야.”

제국의 안 좋은 사정에 대해 듣게 된 드워프들도 총공세에 나서자 제아무리 지상 최강이라 불리는 와이번 군세가 자리한 몬테펠트로 영지도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나날이 드워프의 공세가 짙어지자 영지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방어선인 요새를 포기하는 이야기가 요새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단다.

“여차하면 몬테펠트로 영지에선 요새를 포기하고 드워프에게 영지 자체를 내줄 생각인가 봐.”

“우리가 도와줘서 망정이지. 이거 우리가 안 도와줬으면 이미 진작에 망했어.”

“하…… 이걸 어떻게 하지?”

제국이 망하는 것은 그들이 망하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제국 국채에 투자한 비용이 만만찮았던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국채를 팔아치우는 건 어때?”

그들이 제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그들도 매입했던 국채를 헐값이라도 팔 생각을 했다.

가지고 있다가 제국이 망해 똥이 되느니, 차라리 헐값에 팔아 푼돈이라도 건질 생각을 한 것이다.

“아니, 그걸 그 가격에 팔면…… 우린 그냥 망하는 거라고. 그걸 얼마에 샀는데.”

두 세력과의 전면전으로 인해 제국이 발행한 국채 가격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여 현재 액면가의 10분의 1 가격에서도 거래가 잘 안 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고블린 방크에서 매수한 국채를 대량으로 던지게 된다면 똥값이 아니라 휴지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

“던진다고 사는 놈들이 있기는 한 거야?”

“일단 가격은 있으니까 던지면 받아먹는 놈이야 있긴 하겠지.”

“그렇게 국채를 던지게 되면 우리도 같이 망하는 거야. 알잖아? 우리가 거기다 얼마를 배팅했는지.”

“하…… 이런 젠장할. 맥주에 이어 국채에서도 이리 쓴맛을 보게 될 줄이야.”

“만약 이렇게 손해를 보게 된다면 두 번 다시 제국 쪽은 건드리지 말자고. 이러다 진짜 망하게 생겼으니까.”

세상에 제 뜻대로 움직일 줄 알았던 그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그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젠장. 이번은 글렀어. 우리가 배팅을 완전 잘못했다고. 차라리 드워프 쪽에 걸었어야 했는데…….”

“천하의 쓰레기 같은 제국 놈들. 거기 황제나 귀족들은 죽어서 꼭 지옥에 가길 빌어줘야겠어.”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져야지. 제국이 망하면 다 휴지가 될 거 아니야?”

결국 그들의 뜻은 어쩔 수 없이 한곳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냥 팔자고. 다 팔아버리고 여기서 손을 떼자고.”

“그래도 휴지보단 낫겠지.”

“그래, 푼돈이 휴지보단 낫긴 하지.”

“제발 제국놈들은 뒤져서 지옥에 가길.”

* * *

제국 내부에서도 황도 근처까지 밀린 제국군으로 인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남하한 오크들로 인해 제국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고, 제국군의 의미 없는 퇴각을 반복적으로 지시한 록펠러에 대한 귀족들의 원성도 나날이 커져만 갔다.

특히나 그런 귀족들의 원성을 듣고도 참아야 하는 황제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폐하, 그 어떤 전장에서도 용맹함을 떨치던 저희 제국군이 계속 의미 없는 퇴각만 반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오크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며 그들에게 계속 좋은 위치를 내주고 황도 근처까지 제국군이 의미 없이 퇴각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제아무리 록펠러의 위세와 그의 힘이 막강하다 할지라도.

당장 제국이 망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자.

참다못한 귀족들도 감히 록펠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가 알아보기론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지시로 생긴 일이라던데.”

그의 시선이 황제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던 록펠러에게 고정되었다.

부라리는 눈이 상당히 매서웠다.

“그분께선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저희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그도 나름 각오한 모양이었다.

“저희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어 귀족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여론 또한 록펠러에게 안 좋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중재를 해야만 하는 황제가 진땀을 빼며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대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린다면 그대들에게 분명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좋은 소식은 언제 오는 겁니까? 적이 코앞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당장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록펠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원성을 모르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꽤 버티는 거 같은데…… 하지만 이제 놈들도 한계일 거야. 상황이 이 정도라면 놈들도 던질 수밖에 없다고.’

그때.

급히 찾아온 아래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듣게 된 록펠러가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끝났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블린들의 국채투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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