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66화 (166/181)

§166화 43. 금맥전쟁 #2(1)

과거의 땅을 되찾기 위해 세 산맥에 위치한 드워프 왕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신 번개가 내리치는 그곳은 드워프의 세 왕국 중 제국과 가장 밀접한 천둥산맥이었다.

쿠구궁!

가공할 번개가 내리치는 곳에서.

세 왕 중 하나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과거, 아즈락 골드마인은 우리 드워프의 자랑이었다.”

화염산맥의 주인, 골드킹 토글락이 운을 떼자, 이어 폭풍산맥의 주인, 골드킹 호큰이 말했다.

“끝없이 황금이 나왔지. 갑자기 금맥이 끊기기 전까지는. 그런데 그 땅을 인간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셋 중에 마지막으로 입을 연 것은 천둥산맥의 주인이자, 이 자리의 주최자인 골드킹 그롬 스타크였다.

“어림도 없는 소리. 그 땅의 주인은 옛날에도 우리였고, 지금도 우리야.”

세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과거 있었던 자질구레한 옛이야기는 잠시 잊기로 했다.

“아직 여러 이야기가 결판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인간 놈들에게 우리 것을 뺏길 수는 없겠지.”

“동의한다. 아즈락 골드마인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드워프의 것이 되어야 해.”

“만약 그 땅을 다시 수복한다면. 거기서 나온 황금은 전부 3등분 하여 칼같이 나눠 갖는 걸로.”

각자 한마디씩 하던 세 왕이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여기서 말이 더 나온다면 셋은 합의 없이 다시 전시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자.

세 왕은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하였고, 이윽고 셋은 각자가 데려온 군대를 향해 돌아가 그 군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 * *

드워프의 선전포고를 시작으로 몬테펠트로 영지에서 금맥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록펠러의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이미 몬테펠트로 영지엔 수많은 제국군을 포함한 교황군까지 결집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드워프가 선전포고를 한 시점에서 몬테펠트로 영지로 찾아온 록펠러는 제국군으로 편입되어 몬테펠트로 영지를 수복하기 위해 찾아온 둘째 앤드류와 만날 수 있었다.

“앤드류! 정말 많이 컸구나. 이제 누가 봐도 제국군 장교라 할 수 있겠어.”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로 자주 볼 수 없었던 앤드류 로스메디치는 이제 어엿한 사내 장교가 되어 있었다.

록펠러를 보고 말에서 급히 내린 앤드류가 록펠러를 와락 껴안았다.

“록펠러 형님! 드디어 뵙는군요! 일이 바빠 가족 일에 신경 쓰지 못해서 그동안 형님 걱정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누가 할 소리.

오히려 록펠러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은 무슨. 오히려 내가 더 걱정이 많았지. 그래, 군 생활은 좀 어때? 할 만한 거냐?”

“저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죠. 형님이야말로 정말 몰라보게 달라지셨군요.”

앤드류는 이제 귀족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진 록펠러의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보고 말을 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조슈아를 따라서 형님 밑에서 방코 일이나 배울 걸 그랬습니다. 그때 여기 일을 선택한 게 조금 후회가 되는군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솔직한 심정으로는 네가 위험한 군 생활을 멈추고 이쪽으로 와서 가문 일 좀 도와줬으면 한다. 그래도 남보단 같은 가족이 일을 도와주는 게 더 낫잖니?”

그 말에 앤드류가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럼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장교 일이 재밌는 줄 알았는데, 막상 여기서도 밑바닥 인생이라 그다지 재미는 없거든요.”

“그래,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정말 다행이구나. 그보다 스텔라는? 같이 있던 거 아니었니?”

“아, 스텔라는 영주님을 만나러 갔어요. 좀 이따가 스텔라랑 같이 찾아오겠습니다.”

“너무 신경 쓸 거 없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행동해야지.”

“아닙니다. 그래도 인사 정도는 드려야죠.”

이후로 록펠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앤드류는 제국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병력들을 보며 록펠러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기 있는 병력들은 전부 다 록펠러 형님의 작품입니까? 저도 여러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소집되는 병력들을 봐왔지만 이처럼 많은 병력이 모인 건 처음입니다.”

오죽했으면 교황군까지 보일 정도니 앤드류는 새삼 큰형의 힘이 느껴졌다.

“전부 내가 불렀지. 드워프들이 선전포고까지 한 마당에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

“그렇긴 하죠. 그보다 마석탱크가 정말 많네요. 오면서 그렇게 많은 마석탱크는 처음 봤습니다.”

“그것도 내 작품이지. 편지에서 말했듯이 마석탱크 공장의 지분을 내가 50%나 가지고 있거든.”

“50%라…… 동기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지겠군요. 한 대만 있어도 적진은 아비규환인데, 그걸 생산하는 공장 지분을 저희가 들고 있다면 정말 놀랄 겁니다.”

제국군도 저 정도의 마석탱크를 한꺼번에 부릴 수는 없었다.

말인즉 로스메디치 가문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였다.

“최근 들어 사령관님께서 아무것도 아닌 제 눈치를 보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막상 여기서 형님의 힘을 보고 나니 충분히 납득이 되는군요. 하하하!”

마찬가지로 웃어 보이는 록펠러는 여전히 같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군 생활은 그쯤하고 이쪽으로 돌아오라니까. 쥐꼬리만 한 봉급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챙겨줄 테니까.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이야 형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면 그만이잖니?”

“그건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최근 들어 자질적인 부분이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끝까지 해봐야겠죠.”

“그래, 그건 네 선택이니 존중해 줘야겠지.”

대화를 나누던 앤드류가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록펠러에게 양해를 구했다.

“록펠러 형님, 저는 할 일이 있어 먼저 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사령관님 명으로 근처에 있는 용병부대의 대장들을 급히 소집해야 하거든요. 아마도 제국군이 중추가 되어 고용된 용병부대에게 역할 부여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또 보자꾸나. 아니면 형한테 말해. 형이 너 하나 정도는 바로 빼줄 수 있으니까.”

그런 록펠러의 말에 앤드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급히 말에 오른 앤드류가 떠나가고, 그런 앤드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록펠러가 생각에 잠겼다.

‘앤드류도 위험한 장교 생활은 접고 이쪽으로 와서 일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쉬울 게 없는 동생이 굳이 자기 밑으로 일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자질적인 부분은 분명 아쉬울 거야. 저쪽으론 우리 가문은 재능이 아예 없으니까.’

그럼에도 앤드류가 사령관 직계 부하로 남아 다른 장교들보다 더 대우받는 것은 역시나 제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 때문이었다.

‘아마 내가 없었다면 진작 때려치웠거나 아니면 전장에 나가 험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르지.’

장교가 된 앤드류를 록펠러가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그런 앤드류가 무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한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됐건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군.’

그렇게 시작된 금맥전쟁이 어느 정도 지나자.

이번엔 엉뚱하게도 맥주 가격이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금맥전쟁 이전부터 폭등 조짐을 보이던 맥주 가격이 드워프의 선전포고와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하여 카터 사제장과 이전처럼 맥주 사업을 벌이려던 록펠러에겐 굉장한 호재가 됐다.

문제는 맥주 가격이 뛰어도 너무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이런 데서 맥주 버블을 만나게 될 줄이야.’

록펠러가 알고 있는 버블은 튤립 버블이 유일했다.

그런데 그런 튤립이 아니라 세상에 맥주에 버블이 생길 줄이야!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한데. 맥주 공급이 제한되어서 가격이 오르는 거야 충분히 이해할 순 있어도 이 정도까지 가격이 뛸 이유가 전혀 없는데…….’

하여 다방면으로 알아보니.

세상에 동생 조슈아가 마구잡이로 맥주를 사들이고 있단다.

그것도 어떤 세력과 경쟁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조슈아가 맥주를 사는 거야 이해는 되는데…….’

조슈아는 공격적으로 맥주를 매수하고 있어 록펠러 입장에선 크게 문제 삼을 게 없었다.

어차피 조슈아 덕분에 자신이 벌이고 있던 맥주 사업이 호황을 맞게 됐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런 조슈아보다 더 큰 규모로 맥주를 사들이고 있는 또 다른 거대 세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놈들은 대체 누구지? 대체 누가…….’

하여 자신의 아내이자 이스마일 가문의 정보력을 통해 조슈아 외에 맥주를 다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자들에 대해 은밀히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맙소사!

세상에 그들이 개입되어 있을 줄이야.

‘정말 놀랄 노 자로군.’

그제야 록펠러는 왜 맥주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치솟게 됐는지 납득하게 됐다.

조슈아 덕분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도 크게 거들었던 것이다.

‘정말 돈이 되는 거면 뭐든지 하는 모양이군.’

* * *

제국에서 발행한 국채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대량으로 매입한 고블린 방크는 금맥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에 제국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치솟는 맥주 가격이었다.

이스마일 가문만큼이나 방대한 정보망을 갖고 있던 고블린 방크에서는 이 맥주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 날 갑자기 원탁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오게 됐다.

“이봐, 그 이야기 들었어? 맥주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오른 모양이야.”

그들이 알고 있는 맥주는 인간과 드워프, 그 밖에 몇몇 종족이 즐기는 저렴한 기호식품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맥주가 세상에 말도 안 되는 가격까지 뛰어올랐단다.

“그 예전에 토템전쟁이 일어났을 때 드워프들을 상대로 맥주 사업을 해서 이익을 본 녀석들이 있잖아. 아마 그걸 모델 삼아 누군가 이번에 맥주 사재기를 한 모양이야.”

골드만이 운을 떼자 모건과 제이피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이야? 맥주 가격이 그렇게나 뛰어올랐다고?”

“신기하군. 하지만 그래 봤자 맥주야. 그딴 게 올라 봤자 대체 얼마나 오르겠어. 안 그래?”

“그래도 꽤 올랐다고. 자, 봐. 지금 그 맥주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허허…….”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제국을 통틀어 대륙 역사에도 없을 일.

“이게 말이나 돼? 이거 해봤자 맥주인데.”

“그래도 오른 가격은 거짓말을 안 해.”

“아마도 제국에서 몇몇 놈이 대량으로 사재기를 해서 그런 모양이야.”

그렇게 맥주 이야기가 오가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이봐, 이거 잘만 하면 맥주 가격이 더 오를 거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매집해서 한번 엿 먹여보지 그래?”

“엿 먹이자고? 누굴?”

“누구긴 누구야. 이 맥주에 환장하여 투자하려는 호구 새끼들이지.”

모건이 씩 웃자 이를 보던 제이피와 골드만도 같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긴 우리가 손대서 안 된 일이 없었지.”

“이 세상에 우리보다 부자는 없잖아. 놈들이 팔면 그걸 다 끌어안고 더 올리면 돼.”

다른 이라면 불가능할 일.

하지만 그들에겐 불가능이란 없었다.

대륙 제일 부자였으니까.

“이왕 국채랑 하는 거. 맥주도 건드려보는 게 어떻겠어? 단순히 제국 안에 있는 맥주뿐만 아니라 엘프나 다른 종족들이 가지고 있는 맥주까지 싸그리 다 매수하는 거야. 그럼 우리가 그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고.”

“그거 좋은 생각이군. 난 일단 찬성이야. 미련한 인간 놈들에게 맥주의 쓴맛을 보여줘야겠어.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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