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63화 (163/181)

§163화 42. 금맥전쟁(1)

대격변 이후 몬테펠트로 영지에서 거대한 금맥이 발견되고, 그 소문이 대륙 전역으로 뻗치자.

해당 소식을 듣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족이 있었다.

그들은 과거 몬테펠트로 영지의 주인이자 황금과 맥주를 가장 사랑하는 종족, 바로 드워프였다.

드워프들은 자기들이 버리고 간 땅에서 갑자기 거대 금맥이 발견됐다고 하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그들 내부에서도 여러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국에 패하여 뺏긴 땅이었거나, 아니면 호의적으로 넘긴 땅이었다면 이제와 그런 말도 안 나왔겠지만, 그 땅은 예전에 그들이 관리하기 귀찮아 그냥 내버려 둔 땅이었다.

달리 말해, 버린 땅.

그런 땅이었는데 어느 날 제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더니 자기네들 멋대로 깃발을 꽂는 게 아닌가?

그때 당시만 해도 세 왕국의 다툼으로 소란스러웠던 드워프들은 그들이 방치했던 땅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금맥이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든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땅이 아니었으니 어떻게 되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당장 자기들끼리 치고받으며 싸우기 급급한데, 그런 영양가도 없는 땅에다 누가 신경을 쓴단 말인가?

그러다 세월이 흐른 게 바로 지금이었다.

제국에선 그 땅을 실효지배를 하고 있었고, 반대로 드워프 입장에서 보면 그 땅은 제국에서 제멋대로 무단점거하고 있는 땅이었다.

천둥산맥.

시시때때로 천둥이 내려치며, 드워프의 세 왕국 중 하나가 자리한 곳.

그곳에 위치한 왕성에서 골드킹, 그롬 스타크는 몬테펠트로 영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거기서 금맥이 나왔다고?”

소식을 전한 드워프 병사가 그에게 한쪽 무릎을 굽힌 채로 머리를 조아렸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거긴 원래 우리 땅이었는데…….”

길게 늘어진 자신의 턱수염을 움켜 쥔 그롬 스타크가 표정을 구기자 근처에 있던 그의 부하가 말을 붙였다.

그는 그롬 스타크의 충실한 부하이자 과거 토템전쟁에서 그를 대신하여 제국 땅에 들어가 맥주를 수급했었던 오린이었다.

“실질적인 지배는 현재 제국이 하고 있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저희가 그 땅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그롬 스타크가 구긴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서 왜 금맥이 나온 거지? 이미 죽은 땅 아니었나?”

“대격변 이후 그쪽 지형에 큰 변화가 생겨 그동안 숨어 있었던 금맥이 외부로 노출된 거 같습니다.”

“이거 골치 아프군.”

그들이 아즈락 골드마인이라 불렸던 땅은 이제 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었다.

가서 시비야 걸 수 있겠지만, 인간들은 고상한 엘프와 다르게 황금이라면 자신들처럼 환장하는 종족인지라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냥 달라고 해서 주지는 않겠지?”

그 말에 오린은 고개부터 저었다.

“힘들 겁니다. 상대는 인간들이고, 그들도 저희만큼이나 황금을 좋아하니까요.”

“…….”

그롬 스타크가 구긴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고 이렇게 내줄 순 없을 거 같은데? 거긴 원래 우리 땅이었잖아.”

“확실한 것은 저희가 그 땅을 인간들에게 내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냥 방치했던 땅을 인간들이 가져간 거죠.”

인간만큼이나 황금에 환장하는 게 바로 그들이었다.

“안 돼. 그건 내줄 수 없어. 그냥 아무 것도 아닌 땅이었다면 그거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겠지만. 이건 아니지.”

오린도 왕의 말에 공감했으나, 그러기엔 인간들이 쉽게 물러설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그렇기야 한데…… 인간들이 쉽게 내줄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롬 스타크.

그는 드워프의 골드킹으로 천둥을 뿜는 자였다.

그의 마나가 주변 대기를 진동시키자 왕성 꼭대기에 거대한 번개가 내리쳤다.

이어지는 천둥소리가 왕성 안을 뒤흔들고,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드리우는 그롬 스타크가 왕좌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냈다.

“가서 제국의 황제에게 전해라. 과거 우리의 것이었던 그 땅을 곱게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와의 오랜 동맹도 이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며칠 뒤.

사절단 대표로서 제국에 찾아간 오린은 얼마 전 제국의 새 황제로 즉위한 크리스찬 콘스탄틴을 찾아갔다.

그를 만난 자리에서 깍듯이 예를 보이는 오린이 폭풍산맥의 주인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러자 황제를 포함한 다수의 귀족들이 크게 웅성이기 시작했다.

훗날 제국의 돈줄이 될지도 모르는 몬테펠트로 영지를 드워프에게 다시 넘기라고 하니, 그들 입장에선 기가 찼던 것이다.

모두가 웅성거리는 와중에 황제가 찾아온 사절단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그건 안 된다. 그 땅은 이미 우리가 실효지배를 오랫동안 한 땅이다. 과거 그대들이 그 땅의 주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엄연히 제국 땅이다. 그런데 그 땅을 돌려달라니.”

오린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저희 드워프가 그 땅을 인간들에게 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들이 우리 땅을 무단점거하고 있다는 소리나 다름없겠죠.”

사절단 대표의 말에 귀족들은 또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드워프들이 작정하고 찾아온 듯싶었다.

황제도 무슨 말로 그들을 설득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자, 지켜보고 있던 록펠러가 나섰다.

“찾아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물론 오린도 그를 몰라보진 않았다.

과거 그에게서 맥주를 샀던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어, 너는…….”

“오랜만에 뵙는군요.”

“왜 여기 있는 거야? 원래는 거기서…….”

“그땐 그때고. 지금은 제국 화폐재무성의 재상입니다.”

“재상? 재상이면 여기서 높은 직책이잖아?”

“맞습니다. 높은 직책입니다. 그것도 꽤 높죠. 또한 폐하의 하나밖에 없는 재정고문이기도 합니다.”

“재정고문?”

오린이 그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를 써보았다.

‘그래, 맞아!’

“록펠러 로스메디치! 그래, 그 이름이었어.”

제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는 오린에게 록펠러는 진한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래도 제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계셨군요.”

“그 이름을 절대 잊을 수가 없지. 특히나 돈에 환장한 네 녀석을 내가 잊을 리가 있나?”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어쩌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제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다니.”

록펠러와 마주하게 된 오린이 대뜸 표정부터 구겼다.

분명 그때도 그와 얽혀서 좋은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게 또 무슨 수작을 벌이려고.’

“그래, 너도 그 땅에 있었으면 잘 알겠구나. 거긴 우리 드워프의 땅이다. 너희 인간들이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땅이지.”

록펠러는 대놓고 고개를 저어주었다.

“그건 아니죠. 반대입니다. 거긴 엄연히 제국 땅이고, 오히려 당신들이 저희에게 찾아와 꼬장을 부리는 겁니다.”

록펠러가 물었다.

“제가 한번 물어보죠. 만약 그 땅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여기까지 왔을 거 같습니까?”

“그건 아니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 땅의 권리를 내세우는 겁니까? 어차피 버린 땅 아니었습니까?”

“그건…….”

지켜보는 귀족들이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록펠러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버린 땅인데 왜 이제 와서 난리치는 겁니까? 드워프들은 좀 이상하군요. 자기들이 버린 땅을 저희가 잘 가꾸고 있었는데, 이제 와 그 땅에서 황금이 나온다고 하니 그걸 내놓으라고 하는 겁니까?”

“원래 우리 땅이었어.”

“그럼 다시 묻죠. 저희가 병신입니까?”

직설적으로 묻는 말에 오린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자기도 드워프라 여기서 막말 못 할 말이 없다지만.

저놈은 자신보다 더한 놈이었다.

“뭐?”

“했던 말 그대롭니다. 저희가 무슨 병신입니까? 가진 걸 뺏기게. 그것도 황금이 나오는 땅을 말입니다.”

“끄응…….”

오린이 뭐라 말을 못하자.

그를 따라 온 드워프들이 옆에서 도와주기 위해 귓속말로 뭐라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바로 전쟁입니다. 왕께서는 분명 그리하실 테니까요.”

“인간들에게 겁을 좀 줘야 할 거 같습니다.”

“힘 있게 나가십쇼. 저희야 꿇릴 게 없지 않습니까? 저들이 뭐라 말해도 그 땅은 원래 저희 겁니다.”

다시 힘을 낸 오린이 목소리를 내주었다.

“큼! 그래도 내준 적도 없는 땅을 그대들이 무단으로 점거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무단점거라니요? 저희야 마땅히 임자 없는 땅을 가져간 것뿐입니다.”

“우린 내준 적이 없다니까?”

“그거야 당신들 드워프 생각이고. 저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실효지배는 저희가 하고 있고, 만약 그 땅을 당신들이 넘본다면. 이는 제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황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저 재상이란 놈은 대체 뭔지 눈 하나 안 깜빡거리고 제 할 말을 다 하고 있었다.

하여 어이를 상실한 오린이 황제를 찾았다.

“폐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재상이란 놈이 자꾸 옆에서 떠드는데, 어차피 이 나라는 폐하의 뜻이 아닙니까?”

하지만 황제 역시 록펠러와 그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좋은 땅을 이런 식으로 내줄 순 없지.’

실질적인 땅의 주인이야 로스메디치 가문이라 할지라도.

애당초 제국 땅인 이상 황실에선 그냥 세금만 걷어도 이득이었다.

더군다나 황금이 나오는 땅이니, 거기서 나오는 세금만 해도 엄청날 터.

황제 역시 록펠러만큼이나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 땅은 내줄 수 없다. 내 뜻도 저기 재상과 같으니, 가서 그대 주인에게 전하라. 제국은 절대 드워프의 위협에 굴하지 않을 거라고.”

이에 맞춰 록펠러도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런 노다지 땅을 그냥 내준다는 게 이상한 거지. 황실도 거기서 나올 세금을 생각한다면 거기 주인이야 어찌 됐든 무조건 내줄 수 없는 거지.’

어차피 알고는 있었지만.

록펠러는 여기서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드워프와의 전쟁.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올 테면 오라고. 어차피 다 준비해 놓고 있으니까.’

“폐하까지 그리 말하시는데. 더 하실 말이 있으십니까?”

오린이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나름 엄포를 내놓았으나, 이놈의 인간들이 겁을 안 먹었다.

‘우리 드워프가 아주 만만하게 보이는가 보지. 하기사 이제까지 우리와 크게 틀어진 적이 있었나.’

토템전쟁에서도 활약했던 게 바로 그들이었다.

‘오크들만큼이나 괴로울 거다.’

“그게 폐하의 뜻이라면. 가서 저희 왕께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저희 드워프는 황금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가 없다는 것을요.”

록펠러에게 이미 언질을 들었지만, 드워프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황제는 직감할 수 있었다.

하나 그런다고 그 땅을 쉽게 내줄 수도 없으니.

이 자리서 황제가 생각하는 건 각오였다.

‘드워프와 이런 식으로 틀어질 줄이야.’

그놈의 황금이 뭐길래.

‘아니지. 황금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거지.’

“제국은 그 어떤 위협에도 절대로 굴하지 않겠다. 우리의 의지를 확인했다면 가서 너희 왕께 전하라. 제국 절대 그 땅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황제가 그리 말하니 오린도 결국 빈손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시 천둥산맥으로 돌아온 오린은 제국 황제에게 들었던 내용을 고스란히 자신의 왕인 그롬 스타크에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왕좌에서 일어난 그롬 스타크가 드워프의 다른 두 왕을 찾으며 금맥전쟁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가서 두 산맥의 왕에게 전하라! 우리의 것을 인간에게 빼앗겼으니. 응당 되찾아올 때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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