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60화 (160/181)

§160화 40. 맥주 버블#2(4)

“샘에게?”

“그래, 저기 샘이 있잖아. 어서 움직이자고. 샘이 맘 바꾸기 전에 얼른 팔아버려야지.”

빠르게 움직인 둘은 이윽고 샘 앞에 설 수 있었다.

“샘, 설마 이 가격에 사들이는 건 아니지?”

샘은 둘이 무슨 이유에서 자신을 찾아왔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맥주를 파시는 겁니까?”

“당연히 팔려고 왔지. 반값이나 떨어졌잖아. 이걸 누가 들고 있겠어?”

모두가 폭락한 맥주를 팔려고 아우성일 때.

샘은 오히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고급 정보를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폭락한 맥주를 다시 사들이려고 했다.

‘로스메디치 가문이 불러모은 군의 규모와 드워프 군의 규모를 봤을 때 이번 전쟁은 무조건 장기전이야. 거기다 양쪽 본대는 아직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거기다 제국과 드워프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확실한 이유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격변 이후 재평가된 대륙 최대 금광지대라는데, 이걸 상대에게 그냥 내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지.’

“네, 오히려 저는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물량을 독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샘의 말에 밥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게 기회라고? 설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샘은 대답에 앞서 서로 맥주를 팔려고 아우성치는 사재기꾼들을 보았다.

불과 어제만 해도 맥주를 안 팔겠다며 배짱을 부리던 사람들이었다.

‘이거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야. 다시 맥주가 귀해진다면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거야. 분명해.’

“파신다면 전부 사겠습니다.”

벨과 밥은 샘의 행동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아니, 이건 전쟁을 떠나서 맥주 가격이 너무 미쳤잖아. 지금도 비싼 건데, 앞으로 얼마나 떨어질지 감도 안 잡히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어차피 삶이란 게 도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벨과 밥은 부랴부랴 샘에게 맥주를 팔아 기존 가격에 120배나 되는 이익을 챙길 수가 있었다.

“후…… 그래도 이 가격에 팔아서 망정이지. 솔직히 미친 가격이었어. 아니, 무슨 맥주 가격이 240배나 뛰어. 이건 아무리 봐도 정신이 나간 가격이었다고.”

미쳐 버린 맥주 가격에 환멸을 느낀 밥이 말하자 같이 있던 벨도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이지. 세상에 그 가격이 맞다고 생각해? 그거 해봤자 맥주야. 최근 들어 구경하기 힘들어졌다고 해도 그냥 맥주라고.”

“아무리 맥주의 저주라지만 드워프들이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그 가격에 사는 것도 웃긴 거지.”

“잘 팔았어. 이건 솔직히 말해서 120배 정도에서 판 우리의 승리라고. 그걸 산 샘은 분명 후회할 거야.”

“맞아. 우리야 잘 팔았지. 120배면 우린 이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고. 부자야!”

“암 그렇고말고! 우리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그날 이후로 짐을 정리한 벨과 밥은 몬테펠트로 영지를 떠나 그들의 고향인 블랙라벨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요동치는 맥주 가격을 확인해 봤는데, 무슨 영문인지 그들이 판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다.

“맥주 가격이 생각보다 안 떨어지는데? 이거 설마 오르는 건 아니겠지?”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거기서 더 오른다고? 에이 이 사람아. 그건 아니지.”

“그렇지? 내가 지금 잘못 생각한 거지?”

“당연하지. 그냥 잊어버려. 증권도 똑같아. 오를 거 같으면서 또 안 오르더라고. 내가 볼 땐 이거 페이크야. 곧 떨어질 테니까 그냥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잊으려 했던 맥주 가격인데.

그들이 블랙라벨에 도착함과 동시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는 짧게 끝날 줄 알았던 금맥전쟁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제국과 드워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장기전 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맥주 가격을 끌어내렸던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눌렸던 가격이 다시 오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이게…… 말이 돼?”

블랙라벨에 도착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맥주 가격을 확인한 밥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요지부동이었던 맥주 가격이 세상에 하루아침에 3배나 뛰었단다.

“이, 이거 미친 거 아니야? 아니 기껏해야 맥주라고. 그냥 맥주야. 그런데 가격은 대체 왜 오르는 거야?”

그들이 정리한 120배의 가격도 솔직히 미치다 못해 정신이 달나라까지 가출한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맥주 가격이 또다시 요동치면서 이번엔 무려 360배까지 뛴 것이다.

“이거 샘이 맞았나 봐.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맥주 가격이 다시 폭등한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미친 가격에 사람들이 사 간다고? 이놈들 전부 다 대가리에 총 맞은 거 아니야?”

밥이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야 어차피 투기로 가격을 올렸으니 이해한다 쳐. 그런데 그 가격에 드워프가 안 사면 끝장인 거 아니야? 그런데도 그렇게 맥주 가격을 올린다고?”

“맥주 가격이야 제국뿐만 아니라 대륙 전체적으로 많이 오르긴 했지. 아니,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맥주가 엄청 귀해지긴 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밥은 그래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비싸도 너무 비싸잖아. 이 정도면 맥주가 아니라 아예 금으로 빚은 술이나 다름이 없다고.”

여기에 대해선 벨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솔직히 그 가격이면 차라리 금으로 술을 빚고 말지 누가 맥주 같은 걸 사 먹겠어.”

3배나 뛴 가격에 마음이 흔들리던 밥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벨에게 말했다.

“아니야. 이건 일시적인 거야. 이미 미친 가격이라고. 솔직히 여기서 더 오른다는 건 말도 안 돼. 진짜 말도 안 된다고.”

“그렇지. 말도 안 되지?”

“당연히 말도 안 되지. 그냥 무시하고 우리 할 거 하면서 살자고. 어차피 우린 120배나 되는 말도 안 되는 이득을 취했잖아? 그거면 된 거야. 이제부터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고.”

“나도 그 생각이야. 그거 올라 봤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르겠어? 올라 봤자 크게 안 오를 거야.”

“맞아. 분명 거품이야. 거품이니까 무시하고 싹 잊고 지내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하루하루 치솟는 맥주 가격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맥주 가격은 기존 가격의 700배까지 뛰는 기현상을 보였고, 이제 맥주는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귀족들도 이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자와 못 마시는 자로 구분될 정도로 맥주라는 게 제국에선 부의 척도가 된 것이다.

“700배라고…… 이건 뭐…….”

하루하루가 기적의 연속이었다.

들려오는 맥주 가격만 보면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있었다.

“아니, 700배면…… 그냥 맥주 한 통 사다가 쟁여 놓는 건데. 세상에 맥주가 700배까지 뛸 줄 누가 알았겠어?”

자주 찾는 선술집에서.

어느 누군가가 그리 말하자 벨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밥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판 게 120배의 가격이었다.

그런데 그 미친 가격이 이제 700배까지 찍고는 더 오를 기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건 미친 게 아닌 거 같은데.”

밥의 말에 벨이 어디서 주워들은 걸 말하기 시작했다.

“그 700배 가격에도 사는 귀족들이 있는 모양이야. 어차피 맥주야 전쟁이 계속되는 한 계속 오를 거 아니야?”

“그게 말이나 되냐고.”

“말이야 안 되지. 솔직히 드워프들이 맥주 없이는 전쟁이 안 된다는데 이걸 우리 같은 사람들이 납득이나 하겠어?”

“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샘에게 파는 게 아니라 무조건 버텼어야 했어.”

“그래 맞아. 그게 맞지.”

그러다 둘은 옆에서 맥주 이야기를 하는 두 손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을 수 있었다.

“이봐, 맥주 가격이 또 뛰었다면서?”

“이젠 럼주가 완전 서민 음료가 됐어. 세상에 그 흔하디흔한 맥주가 귀족들도 못 마시는 최고급 음료가 될지 누가 알았겠어?”

“귀족들도 황족이나 대공 정도가 아니면 잘 못 마신다면서?”

“그게 어디 한두 푼 짜리어야지.”

“솔직히 귀족들도 맥주가 그렇게 될지 전혀 몰랐을 거야. 그렇지?”

“그러고 보니 그 로스메디치 가문인가 뭔가가 그 맥주를 독점하고 있다면서?”

“어, 나도 그 이야기 들었어.”

“맥주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게 그 가문에서 무조건 사들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사실이야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무튼 맥주 가격이 더 오르면 올랐지. 이상하게 떨어질 거 같지가 않아.”

“미친 가격이긴 해도…….”

“돈 많은 귀부인들은 맥주로 목욕까지 한다던데.”

“캬, 그걸로 목욕을 한다고? 돈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꿈도 못 꿀 일이지.”

“하……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 한 통 무조건 사놨어야 했는데 젠장.”

그런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밥이.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근처에 있던 벨을 쳐다보았다.

“이봐.”

무언가 각오한 듯한 느낌이었다.

벨이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왜 그래?”

“맥주 있잖아.”

“어.”

“내가 볼 땐 더 오를 거 같아.”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더 오를 거 같다고.”

700배나 오른 가격에서 더 오를 것 같다고 하자.

벨은 밥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건데?”

하지만 밥도 아주 생각 없이 말한 건 아니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애당초 맥주 가격이 떨어진 적이 없는데.”

“한 번 있었잖아.”

“아니, 그게 떨어진 거야? 잠시 조정받은 거지. 그리고 우리 주변에 맥주를 가진 사람이 있기나 해? 전부 다 로스메디치 가문에서 독점하고 있다는데, 그 가문에서 가지고 있는 맥주를 풀기 전까지는 맥주 가격은 절대 안 떨어져.”

“여기서 더 오른다고?”

“애당초 미친 가격이었는데도 더 올랐잖아. 믿어. 지금보다 더 오를 거야.”

“그럼 어떻게? 이미 여기로 왔는데.”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다시 몬테펠트로 영지에 있는 그 술집으로 돌아가야지. 사재기꾼들은 전부 다 거기서 죽치고 있을 거 아니야.”

밥의 결심에 벨은 잠시간 고심 좀 했다.

과연 밥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생각하는 것인지.

‘그래, 그 미친 가격에서도 거의 5배 이상이나 올랐어. 솔직히 여기서 더 오른다고 해도 이미 미친 가격이라 더 올라가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을 마친 벨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맞아. 내가 봐도 맥주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거 같아. 생각해 봐, 주변에 맥주가 없잖아? 그리고 드워프들은 그 땅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럼 무조건 장기전인데 걔들이 맥주 없이 싸움을 지속할 수 있겠어?”

“그래서 맥주는 무조건 부르는 게 값이 될 거야. 싫어도 그 가격에 맥주를 살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드워프라고.”

“그래, 맞아. 어떻게 보면 로스메디치 가문에선 그걸 알고 맥주를 독점한 것일 수도 있어.”

“대륙 최대의 금광지대라 했어. 금맥전쟁 절대 이렇게 쉽게 안 끝나. 무조건 맥주 가격은 더 오를 거야. 그리고 그 미친 가격에 드워프들은 무조건 살 거고. 어차피 손해본 거야 금광을 도려내서라도 매꾸겠지. 대륙 최대의 금광지대인데.”

“맞아. 애당초 우리가 틀렸으면 이미 맥주 가격이 곤두박질을 쳤겠지.”

“가자고! 몬테펠트로 영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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