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43화 (143/181)

§143화 35. 왕관 전쟁(2)

시간이 흘러 왕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1황자 진영과 3황자 진영 간의 싸움이 격해질 무렵.

록펠러는 법황청에서 온 편지 하나를 받게 됐다.

이후 편지를 읽어 내리던 록펠러의 입가가 길게 휘어졌다.

‘끝났군.’

교단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는 교황이었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자리가 바로 궁무처장의 자리였다.

오늘 받게 된 편지 내용에는 베르키스 주교가 드디어 교황의 안수를 받아 궁무처장의 자리에 올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록펠러가 편지를 받고 미소를 띠우자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그의 아내가 말을 붙여왔다.

“좋은 이야기인가요?”

고개를 든 록펠러가 자신을 기대에 찬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그녀를 향해 말했다.

“드디어 결실이 맺어진 모양이야. 베르키스 주교 각하께서 궁무처장의 자리에 오르셨다고 하는군.”

“정말요?”

“정말이지. 지금 여기에 그 내용이 담겨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록펠러는 그녀에게 자신이 읽었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를 읽어 내리던 그녀가 이내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이네요. 혹시나 해서 불안해했는데.”

애당초 이렇게 될 줄 알았던 록펠러는 오히려 당당히 목소리를 내주었다.

“내가 말했었잖아? 돈 앞에선 교단이고 뭐고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요?”

“있긴 하지. 하지만 이번은 아니야.”

록펠러는 그녀에게서 다시 편지를 건네받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교단은 움직일 거야. 변화의 바람이 불 거라고. 적어도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없겠지.”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어.”

이 말을 꺼냄에 있어 록펠러도 솔직히 갈등을 했었다.

‘이미 일어날 일이지만 뭔가 영 찝찝했거든. 하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니 크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그게 뭐죠?”

“교황 성하가 그대로라는 거지.”

현 교황인 펠릭스 3세의 경우 죽을 때까지 이스마일 가문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게 뻔했다.

애당초 이스마일 가문을 이교도 집단이라고 낙인찍은 게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교황 성하가 그대로라면 결국 베르키스 주교 각하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어도 결국 교황 성하의 뜻을 넘어설 순 없거든.”

그 말에 그녀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 하네요.”

“그래서 걱정이야. 다 내 뜻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단 하나 이건 천운이 따라줘야 하거든.”

소설에서 보면 펠릭스 3세의 경우 이스마일에서 보낸 암살자에 의해 죽고 만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스마일 가문 사람 외에는 없었다.

교황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그가 죽었어도 노쇠하여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이스마일이 두려운 곳이기도 하지.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교황을 암살시켰으니까.’

그러자 그의 아내이자 이스마일의 진짜 주인이기도 한 그녀가 섬뜩한 말을 내뱉어주었다.

“사람이 죽는 일에 천운이 따를 필요가 있나요?”

그 말의 뜻을 록펠러는 모르지 않았다.

“당신이 처리하려고?”

“못할 것도 없죠. 다행히 교황 성하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저희가 가진 극약을 쓰면 사람들은 교황 성하께서 자연사한 줄 알 거예요.”

“흠…….

딱히 내키는 일은 아니었으나 어차피 이건 소설에 있던 내용이기도 했고, 또한 자신의 아내이자 이스마일의 결정이었기에 록펠러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말리기도 뭐하고 좀 그런데.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렇게 되는 게 좋긴 하겠지.’

만약 록펠러가 독실한 신자였다면 감히 요한 님께 누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록펠러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죽어서 지옥에 가는지도 모르겠어. 어차피 죽으면 죽는 거니까.’

“당신 결정이라면 뭐 그렇게 해야겠지.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걸 막겠어.”

그것이 록펠러가 교황의 암살에 있어 했던 마지막 말이었다.

이스마일의 주인이 교황을 암살하기로 마음먹은 뒤로부터 며칠 뒤.

교황 서거 소식이 널리 퍼지며 제국 전체가 비통에 잠겼다.

왕관 전쟁에 참여하여 격렬한 전투를 벌이던 두 황자도 교단의 눈치가 보여 잠시간 휴전한 뒤 깊은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평화롭던 그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고, 두 황자는 다시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가 더욱 더 격렬하게 치고받았다.

그사이 교단에선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급히 공의회가 소집되었고, 십자교단의 오랜 관례대로 교황의 비서이자 궁무처장인 베르키스 주교가 다음 교황 후보에 올라 그와 마찬가지로 추천된 몇몇 교인들과 함께 다음 교황 자리를 놓고 몇 주 동안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이미 지지기반이 확고해진 베르키스 주교를 따라올 후보는 없었고, 또한 길드 눈치가 보인 교인들은 반대의 뜻이 있어도 길드로부터 받는 예금 이자가 걱정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베르키스 주교를 긍정해 주었다.

그리하여 베르키스 주교는 록펠러가 알던 기존 소설과 다르게 펠리스 3세를 잇는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리고 베르키스 주교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성인의 이름을 따라 자신의 새 이름을 프란치스코 2세라 칭하였다.

교황이 된 베르키스 주교는 가장 먼저 록펠러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의 즉위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해당 소식을 편지로 읽어 내린 록펠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잠시 동안 깊은 승리감에 도취되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 일은 비단 록펠러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그의 아내인 실비아도 기뻐했고, 또한 록펠러의 다른 형제들도 전부 록펠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새 시대가 열리기 직전이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내 세상이 펼쳐질 거야.’

교황과 황제가 자신과 친한 사람이라면 이후 세상은 당연히 그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돼야 곧 다가올 금맥 전쟁에서도 쉽게 군을 끌어들일 수가 있거든.’

로스메디치 가문이 가지고 있는 몬테펠트로 영지에 대한 수비를 황실에서 무시할 수도 없거니와, 교단에서도 군을 일으켜 드워프가 침노하려는 교구를 지키려 할 수도 있었다.

‘어찌 됐건 나한테는 무조건 좋은 일이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키스 주교의 부름으로 록펠러는 곧바로 법황청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록펠러는 과거 베르키스 주교였던 교황 프란치스코 2세와 만날 수 있었다.

“자네 왔군!”

그 누구보다 록펠러를 반기는 건 다름 아닌 교황인 프란치스코 2세였다.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군요.”

“내가 한 게 뭐가 있겠나? 다 자네 덕분이었지.”

프란치스코 2세는 록펠러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임신을 했다면서? 자네도 머잖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겠군. 미리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교황 성하.”

“하하, 아직도 어색하군. 계속 주교 각하라 불려오다가 이제 교황 성하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이 얼마나 어색한지 모르겠어.”

“좋은 일이죠.”

“그래 좋은 일이지. 정말 이게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어. 내가 이 자리에 오르게 되다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사실에 대해 알지 못 하는 프란치스코 2세는 서거한 이전 교황에 대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전 교황 성하께서 너무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찔리는 게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이 자리서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저도 그 점은 대단히 서글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쉽기야 하지만 하늘의 뜻이 그러하니 어쩌겠나? 그래도 요한 님 곁으로 갔으니 우리야 기뻐해야지.”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록펠러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야 교황 성하께서 부르셨으니 냉큼 달려온 건 맞지만.”

프란치스코 2세도 록펠러가 하려는 말을 모르지 않았다.

그가 전심전력으로 밀어줬던 것은 전부 다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네.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나도 자네와 약속을 하지 않았나?”

그가 말을 이었다.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응당 지켜야지. 만약 이스마일 가문에 대해 묻는 거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게. 이제부터라도 이스마일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천천히 바꿔나갈 생각이니까.”

“힘들지 않겠습니까? 너무 오랫동안 배척해왔던지라 교단의 입장을 바로 바꾼다는 게 제가 볼 땐 그리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그 말에 오히려 프란치스코 2세가 웃어 보였다.

“힘들기는. 오히려 자네가 있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애당초 날 지지하던 교인들도 나보단 자네 눈치를 더 보던데.”

그 말에 록펠러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교단 내에서 베르키스 주교를 지지했던 것은 결국 이자를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지금은 교황 성하의 눈치를 더 보겠죠. 저 같은 방코 업자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눈치를 보겠습니까.”

“그래도 이자를 주는 건 자네가 아니겠는가? 이제 내 눈치를 본다 해도 이자를 주는 건 자네니 자네 눈치야 계속 보겠지.”

록펠러가 겸손함을 보이기 위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프란치스코 2세가 다음 말을 이어주었다.

“아무튼 2황자에 대한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보다 왕관 전쟁은 아직 안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나야 이쪽 일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지금도 두 황자분께선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누가 이길지 도통 알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오랜 전투로 인해 두 황자 진영 모두 크게 지쳐 있습니다.”

“그럼 2황자는?”

“두 황자의 싸움을 피해 일단 숨어 있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죠.”

“어떤 때를 말인가?”

록펠러가 은근슬쩍 미소를 보였다.

“솔직히 지금입니다. 이제 교단에서 확실히 입장이 나왔으니 저 역시 마음 놓고 2황자 전하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던 프란치스코 2세가 말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교단이 왕관 전쟁에 개입한 적도 있었지. 그래야 황실에서도 우리 눈치를 보고, 또 우리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저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단 덕분에 왕관 전쟁에서 이긴 황자들은 교단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고 하죠.”

말을 꺼낸 록펠러가 무언가를 물어보았다.

“혹시 2황자 전하를 지원해 주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어차피 나야 자네와 뜻이 맞아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2황자를 밀기로 했으면 나도 응당 2황자를 밀어주는 게 도리가 아니겠나?”

“그러시군요.”

짧게 생각해 보던 록펠러가 이내 고개를 주억이기 시작했다.

‘교황군이라면 확실히.’

교단 자체적으로도 군을 소집하여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었다.

이 경우 신의 가호를 받은 성군이라 하여 모두가 두려워했다.

‘어차피 이기는 게임이지만, 이렇게 되면 더 재밌어지겠는데?’

본래 소설에서는 교단은 막판까지 2황자와 대립을 벌이던 세력이었다.

하지만 록펠러가 개입하여 교단의 입장을 바꾸자, 이전 소설 내용과 다르게 교단과 교황은 2황자의 든든한 아군이 되었다.

“훌륭하십니다. 그럼 저와 함께 2황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시죠. 그다음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면.”

교황도 만들었는데, 황제도 못 만들겠는가?

그 생각을 하는 록펠러가 말을 이었다.

“2황자 전하께서 차기 황제 폐하가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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