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36화 (136/181)

§136화 32. 증권거래소(3)

위로의 말을 전한 조슈아가 떠나갔음에도 주저앉은 밥은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배짱으로 저랬던 거야. 괜히 혹해서 나만 손해 봤잖아.”

그 말에 벨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무슨 소리야? 들어보니까 나름 확신하고 있던데.”

“그게 확신이야? 그냥 돌아오는 거에 배팅한 거지. 그리고 저 사람은 배가 돌아오기만 해도 이득이잖아. 내가 손해를 메꾸려면 화물은 무조건 실려 있어야 한다고.”

“그래도 나름 길드장 동생이란 사람인데. 좀 믿어보자고.”

“하…….”

땅이 꺼져라 한숨만 깊게 내쉬던 밥이 자신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내가 죽일 놈이지. 무슨 일확천금을 얻으려고 무역선에 투자를 해. 투자를 안 했으면 지금쯤 이러고 있지도 않을 거 아니야.”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나, 이 사람아. 늦지 않았으니까 조금이라도 건져보자고.”

어차피 다시 팔 용기는 없었다.

죽으나 사나 배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

‘제발! 제발 좀! 나 좀 살자고!’

“제발 돌아와야 돼. 안 그럼 난 끝장이야.”

밥이 무역선에 투자한 이후로 좋은 꼴을 보지 못했던 벨은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었다.

증권 투자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이다.

‘저런 꼴 안 보려면 무역선 투자는 절대 하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밥이 난데없이 육두마차를 끌고 벨의 의상점으로 찾아왔다.

“엣헴!”

요란한 마차 소리와 맞물려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등장한 밥을 보고서 벨은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저게 뭐야?’

타고 온 마차를 보니 자기가 타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마차가 아닌가?

모르긴 해도 꽤 비싸 보였다.

한동안 안 보이던 밥이었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놀란 벨이 찾아온 밥을 맞아주었다.

“아니, 자네, 저게 다 무슨 마차야? 어디서 빌려 타고 온 건 아닐 테고.”

“빌려 타기는 이 사람아. 크흠! 이참에 하나 장만했지.”

별안간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땅이 꺼지라 한숨만 내쉬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벼락부자가 돼서 찾아온 게 아닌가?

입고 있는 옷을 보니 최근 들어 돈깨나 만진 것으로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다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무역선 투자였다.

“설마 모닝글로리 호가 무사히 돌아온 거야?”

그 말에 밥의 입가가 아주 길게 휘어졌다.

“하하하! 살다 보니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

그 무역선 투자로 죽느니 사느니 했던 밥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찾아오자 벨은 의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어떻게 된 거야? 그 배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무사히 돌아왔지. 그것도 화물을 가득 싣고 말이야.”

“화물을 가득 싣고?”

여기서 벨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화물을 가득 실었어도 그 당시 밥의 말을 들어보면 기껏해야 본전을 되찾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때 한 말과 너무 괴리가 있지 않은가?

“아니, 배가 돌아와도 본전만 건진다면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 말에 밥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해 주었다.

“그랬었지. 본전만 찾아도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었지.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밥은 벨에게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글쎄, 딱 4배 정도로 봤던 수익이, 세상에 그게 아니었던 거지.”

“그럼 그 이상으로 수익을 본 거야?”

밥이 씩 웃었다.

“그렇지. 우리 해적님들께서 아주 열일을 하시는 바람에 마석파우더 값이 부르는 게 값이 됐어. 그래서 4배가 아니라 20배까지 뛰게 된 거야.”

“허허…….”

4배였을 때가 본전이라면, 20배까지 뛴 마석파우더로 인해 밥은 본전보다 5배 수익이나 본 셈이었다.

“내가 진짜 중간에 뻘짓거리만 안 했어도. 최소 20배를 남겨 먹었을 텐데.”

뼈아픈 지난 날이야.

전부 과거일 뿐.

밥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현재였다.

“그게 아쉽단 말이지.”

“허…… 그래서 지금 5배 수익을 봤다고?”

“그렇지. 그렇게 된 거야.”

남이 잘되면 배가 안 아플 수가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민의 감정으로 밥에게 밥과 술을 사주던 벨은 왠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게 이렇게 됐다고? 하…… 아무리 세상일을 알 수가 없다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게 20배 수익까지 나서…….’

“잘됐구만. 잘됐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주는 벨에게 밥이 오랜만에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서 떵떵거리며 목소리를 내주었다.

“하하하! 내가 기분이 너무 좋으니. 오늘 밤 술은 내가 사지. 오늘은 근사하게 한번 마셔보자고!”

껄껄껄!

웃으며 사라지는 밥을 보니 벨도 나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자신은 분수에도 안 맞는 사치나 부리며 재산을 까먹고 있었는데, 저 밥이란 친구는 인생 배팅을 해서 자신보다 몇 배나 더 큰 부자가 된 것이다.

밥이 타고 온 마차만 봐도 배가 너무 아파 일이 손에 안 잡힐 지경이었다.

‘하…… 인생. 요한 님도 너무하시지.’

이제 인생을 찾는 건 밥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벨이 되었다.

며칠간 식욕도 없이 시간을 보내던 벨이 돌연 각오를 다졌다.

그래,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자신도 무역선 투자를 한번 해보자고.

‘그래, 나도 한번 해보는 거야. 어디 밥만 잘 되란 법이 있겠어? 요한 님이 날 버리지 않으셨다면 나도 대박 한번 날 수 있겠지.’

그리하여 벨은 다시 신대륙으로 출항하려는 모닝글로리 호에 자신의 전 재산을 박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