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28. 블랙라벨 유니온 #3(4)
“흠…….”
총독의 침음성이 잠시간 이어졌다.
생각이 깊어지던 그때, 록펠러가 말을 붙였다.
“굉장히 좋은 조건입니다. 총독 각하께서 마다하실 이유가 없으실 텐데요?”
“한 가지 거슬리는 것은 유니온에 속한 방코 업자들입니다. 내가 리옹 길드에게만 방코 사업의 독점권을 주게 된다면 유니온 쪽에서 당연히 반발이 나올 겁니다.”
록펠러가 옅게 웃었다.
“그걸 신경 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차피 여긴 총독님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특정 세력에게 독점권을 쥐여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저희가 이렇게까지 선심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방코 사업의 독점권을 얻기 위함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3퍼센트의 낮은 대출 이자는 제안 받으실 수 없을 겁니다.”
“그거야 모르는 건 아닌데.”
“생각을 더 하셔도 아마 같은 결론에 도달하실 겁니다.”
마치 확신하듯 말하는 록펠러를 두고 총독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한쪽에만 독점권을 주라는 것은 유니온과 있었던 이전 관계를 싹 다 정리하라는 건데.’
“만약 리옹 길드와 함께한다면 내가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있겠습니까?”
록펠러의 미소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저희가 어디 모난 것도 아닌데. 저희와 독점적으로 거래한다고 해서 총독 각하께서 어디 불편하실 일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저희가 하는 일이야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이자까지 해서 돌려받는 게 전부인데요.”
“흠…….”
잠시간 기다리니 총독도 수긍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다만 그도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독점권은 내게 낮은 이자를 제안하는 쪽에 주는 것으로 하겠소.”
총독이 저런 제안을 할 줄이야.
록펠러가 눈가를 살며시 좁혔다.
‘유니온 쪽에서 반응을 한다면 서로 출혈경쟁을 하게 되겠군.’
록펠러는 좀 더 생각해봤다.
‘예금 이자 때문에 유니온 쪽 자금 상당수가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어. 서로 간 이자 싸움이 난다면 결국 체력적으로 우위인 것은 우리겠지.’
“그럼 저희가 먼저 3퍼센트를 제안했으니, 저희에게만 독점권을 주시는 겁니까?”
그제야 웃는 총독이 답해주었다.
“그렇소. 우선은 리옹 길드에 독점권을 주겠소. 하지만 유니온 쪽에서 더 낮은 이자를 제안한다면 그대들에게 줬던 독점권은 다시 유니온에게 돌아갈 것이오.”
총독도 나름 머리를 쓴 결과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록펠러도 굳이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나름 짱구를 굴렸는데 자신이 뭐라 하겠는가?
‘어차피 모든 사람은 저마다 그럴싸한 생각이 있지.’
처맞기 전까진.
‘나중에 유니온이 죽고 우리만 남게 된다면 3퍼센트 이자도 감지덕지해야 할 거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저희가 방코 사업의 독점권을 가졌으니, 총독 각하께선 저희 길드가 아닌 다른 소속의 방코 업자들이 이 블랙라벨에서 장사하는 걸 막으셔야겠군요. 그들에게 독점권이 없으니 따지고 보면 불법이 아닙니까?”
딱히 원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어차피 그 일을 유도했던 게 바로 자신이었으니 총독도 별말 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 그래도 그럴 참이요.”
그렇게 총독과 대화를 마친 록펠러는 자신의 비서인 엘리스와 함께 총독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유니온에서 더 낮은 이자를 제시할 거 같은데요?”
엘리스가 말을 붙이자 록펠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해 주었다.
“독점권이 걸렸으니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럼 저희에게 안 좋은 거 아닌가요? 그쪽에서 더 낮은 이자를 제시하면 저희는 여기서 장사를 할 수 없잖아요?”
그 말에 록펠러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투로 답해주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그들에겐 그 정도 자금력이 없을 테니까요.”
록펠러의 말이 이어졌다.
“총독의 채무는 제법 건실한 편이지만,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어설픈 자금력으로는 아마 덤비질 못할 겁니다. 그들이 어설프게 이자를 낮추는 사이, 그동안 저희는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필살의 일격을 꽂아주면 되겠죠.”
그 필살의 일격이란 게 대체 뭘까?
엘리스가 의문을 가졌지만 이 자리에선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