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19화 (119/181)

§119화 26. 블랙라벨 유니온(6)

“리스크가 제로라…… 그렇군요.”

거래소에서 증권을 거래하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어떤 이가 팔고 나간 증권이 배가 돌아와서 대박이 날지, 아니면 배가 돌아오지 않아 쪽박을 차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증권투자자는 나름의 리스크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 증권을 사고팔 수 있게 도와주는 거래소에서는 그러한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증권을 거래하는 사람이 어떻게 되든 말든, 거래소야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면 그만이었으니까.

이를 생각한 리카르도가 말했다.

“거래된 증권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긴 거래소야 망할 일은 없겠군요. 누군가 거래를 계속 하는 이상 수수료는 계속 챙길 테니까요.”

그 말을 듣고 록펠러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두고 보십쇼. 이 블랙라벨에서 증권 거래가 어떻게 될지. 거래만 쉽게 된다면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상, 제가 연 거래소는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을 겁니다.”

인간의 본성이 도박을 좋아한다?

리카르도가 이를 생각하며 눈가를 좁혔다.

‘도박을 좋아하는 게 과연 인간의 본성이었던가?’

인간은 과연 도박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강하게 들자, 그를 지켜보던 록펠러가 설명을 위해 나섰다.

“혹시 사람들이 도박을 좋아하는지 의심하고 계신 겁니까?”

“네…… 조금은. 사람들이 도박을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하하, 사실 사람들은 증권 거래소에서 증권을 사고파는 걸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 좀 더 근사한 단어가 있죠.”

이어지는 말과 함께 록펠러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바로 투자라는 단어가 말입니다.”

“투자라…….”

“제가 단언하건대. 일반 사람들은 제가 연 거래소에서 증권을 거래하는 걸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겠죠. 그리고 투자라는 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멋모르고 투자한 이가 자신의 마누라한테 둘러대기 참 좋은 말이죠.”

짓궂기까지 한 록펠러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도박이나 투자나 잃고 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 두 가지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뭔지 아십니까?”

“차이점이요?”

“네, 둘의 차이점에 대해 알고 계신가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글쎄요. 투자라는 게 더 듣기 좋긴 하네요. 그 외엔…….”

“맞습니다. 거기서 사람들이 속는 겁니다. 투자라는 건 굉장히 듣기 좋은 말이죠. 뭔가 전문적이고, 도박장에서 노름하는 꾼들하고는 질적으로 달라 보이죠.”

록펠러가 다음 말을 강조하기 위해 검지를 세웠다.

“하지만 둘의 근본 속성은 결국 같습니다. 투자라 해서 쪽박을 차지 않는 게 아니고, 도박이라 해서 매번 잃는 것도 아닙니다. 따는 사람은 또 따죠.”

“결국 둘 다 같다 이 말씀입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사람들은 투자란 말에 현혹되어 스스로 도박판에 뛰어듭니다.”

록펠러는 확신을 가지고 다음 말을 이어주었다.

“과연 누가 제가 세운 거래소를 도박장이라 생각하겠습니까?”

“…….”

“도박장 주인은 뭔가 나쁜 일은 하는 것처럼 보이죠. 반면 제가 차린 증권 거래소는 그런 이미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둘의 속성은 같죠. 어차피 도박장이나 제가 차린 거래소나 찾아오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 똑같습니다.”

“돈 딸 생각이겠죠.”

“맞습니다. 전부 딸 생각만 하고 잃을 생각은 하지 않겠죠.”

생각에 많아지는 말이었다.

거래소라는 게 결국 도박장이었다니.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도박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투자란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근사한 단어에 현혹되어 제가 차린 도박장에 찾아올 거란 사실을요. 그들은 아마 찾아온 곳이 도박장인 줄 모를 겁니다.”

투자란 말에 현혹된 사람들이 록펠러가 차린 거래소에 찾아온다는 말에 리카르도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리카르도를 향해 록펠러가 다시 물었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도박장에서 진정 돈을 따는 사람이 누구인지. 실력 좋은 노름꾼? 아니면 그날 운수 대통한 노름꾼?”

록펠러가 불쑥 던진 말에 짧게 생각해 보던 리카르도는 어렵지 않게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왠지 그 도박장을 차린 주인 같군요.”

정답을 맞혔는지 록펠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화답해 주었다.

“맞습니다. 노름판에 낀 노름꾼 중 돈을 따는 사람은 거의 극소수이거나 아니면 없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자기 돈을 넣고 남의 돈을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일종의 제로섬 게임 같은 겁니다. 내가 잃은 만큼 남이 따고. 또 내가 딴 만큼 남이 잃게 되겠죠.”

록펠러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도박장 주인은 그런 노름꾼들을 모아다가 그저 판떼기만 깔아주면 됩니다. 그럼 그곳에서 자릿세를 받게 되겠죠. 결국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들은 거기서 돈 딴 사람이 도박장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늦었죠.”

“너무 늦게 알았으니까.”

“맞습니다. 주머니가 텅 비고 알아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미 도박장 주인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는데.”

그리고 마지막 말이 핵심이었다.

“결국 돈을 벌려면 노름꾼이 되는 게 아니라 도박장 주인 같은 게 돼야 하는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