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22. 고블린 달러(6)
록펠러가 한 말에 리카르도가 당연한 궁금증을 가졌다.
블록체인에 관한 것이었다.
“그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뭡니까?”
“설명하기 어려우나 쉽게 말하면 각각의 고블린 달러마다 공공 거래 장부를 마법의 힘으로 깃들게 하는 겁니다.”
“공공 거래 장부요?”
“네, 고블린 달러마다 하나의 장부가 되어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되게 하는 것이죠. 그러니 위조된 게 나와도 다른 고블린 달러가 이를 판별해 내기에 거짓된 고블린 달러가 나올 수 없는 겁니다.”
“판별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아직 구상 중이지만 대략 색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진짜가 거짓된 고블린 달러와 마주쳤을 땐 반응을 안 하게 만들고, 이것으로 고블린 달러의 위조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됩니다.”
“신기하군요. 그런 식으로 위조된 고블린 달러를 구분해 낼 수 있다니. 아니면 남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표식 같은 걸 넣어두면 어떻겠습니까?”
리카르도의 말에 록펠러가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이 알던 기존의 화폐들은 전부 다 리카르도가 말했던 방식으로 위조 여부를 판가름하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좋은 생각입니다만. 제가 말한 게 한 단계 더 진보된 형태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특정 화폐의 위조 여부를 가리는 건 매우 힘든 일이죠. 물론 그런 장치도 있으면 좋긴 합니다. 그것 역시 고안할 생각이 있습니다.”
“고블린 달러에 위조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마법을 건다라…….”
“기존의 금화나 은화엔 필요가 없는 장치죠. 하지만 위조가 쉬운 고블린 달러의 경우 이런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화폐의 위조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이죠.”
“하나 더 묻겠습니다. 그런 마법 장치는 어떻게 고안해 낼 생각이십니까? 보니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마법명가라 불리는 싱클레어 가문이 있긴 했으나, 그들은 완전히 신뢰할 순 없었다.
그들이 허튼 생각을 가지고 그들이 고안해 낸 블록체인 마법에 장난을 친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였으니까.
“저는 아무나 잘 신뢰하지 않습니다. 현재 저희 리옹 길드를 후원해 주고 있는 싱클레어 가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을 듣고 리카르도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싱클레어 가문을 믿지 않는다고요?”
“그들이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장 저도 2황자를 도와주려고 마음먹은 마당에.”
록펠러가 설핏 웃으며 반문했다.
“그들을 영원히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제가 2황자를 도와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요?”
“그거야…….”
록펠러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과 사이가 안 좋아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그들이 100% 정직하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만약 그들이 제가 고안해 낸 블록체인 마법에 장난을 친다면 일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리카르도가 봤을 때 록펠러란 인물은 100% 일반인이었다.
아무런 마력도 가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극한까지 몸을 단련시키지도 않은 일반인.
“잘 아시다시피 마법에 마 자도 모르는 저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당할 뿐이죠.”
“그건 문제군요.”
“그래서 그것도 나름 방법을 생각해 놨습니다.”
“어떤 방법이죠?”
록펠러가 옅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으시군요. 저는 아직 당신을 잘 모릅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 상대인지 확신이 없다는 소리죠.”
여기에 대해선 리카르도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자신은 그저 그의 가게에 두 번째 들른 조수 지원자였다.
어쩌다 뽑혀 그와 함께 길을 나섰을 뿐.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뭐 그렇게 극비사항까지 아니니 알려드리죠.”
그러자 리카르도가 진한 관심을 보였다.
대체 어떤 식으로 그런 마법을 구현해 낼지 궁금했던 것이다.
“싱클레어 가문이 아닌 더 믿을 수 있고 확실한 자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싱클레어 가문이 아니라 다른 자에게 맡기겠다니?
“궁금하군요. 당신이 고안해 낸 마법을 누가 구현시킬 것인지.”
“있습니다. 딱 한 명.”
“딱 한 명?”
리카르도가 가능한 인물을 몇몇 떠올려보았다.
마법명가라 소문난 싱클레어 출신의 마법사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애당초 존재할 리가…….’
그러다 아주 우연히.
한 명의 이름을 떠올리게 됐다.
최근래에 베헤모스 유적지에서 마검을 뽑은 자.
그로 인해 대륙 전체에 대격변을 일으키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한.’
설마 그자일까 의심이 들려던 찰나.
록펠러는 나름 확신을 가지고 말을 잇고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아마 맡길 수 있을 겁니다.”
“그자를 믿는 겁니까?”
실력이야 싱클레어 소속 마법사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확실하지가 않았다.
자기도 여기저기서 듣는 게 많다 보니 이한과 관련된 소문을 많이 접했었다.
그 소문으로 판단하건대…….
‘신뢰하기 어려운 자일 텐데?’
리카르도의 물음에 록펠러는 어느새 고개를 주억이고 있었다.
공감한다는 눈치였다.
“신뢰할 순…… 없겠죠. 그래서 다른 식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자가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
그 물음에 리카르도는 조용히 고개만 저었다.
“모릅니다. 짐작조차 안 되는군요.”
그 말을 록펠러는 믿지 않았다.
‘하나 짚이면서 왜 그래.’
“아무튼 그자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소문의 그자와 엮이려 하다니.
지금 록펠러가 언급한 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자와 맞는지는 확실치 않았으나, 만약 맞다면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한과 엮이려는지 심히 궁금해졌다.
하지만 대놓고 물을 순 없으니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려 버렸다.
“그보다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떤 생각을 말입니까?”
“위조된 고블린 달러를 구분해 내는 생각을 말하는 겁니다.”
생각?
그저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가져온 것뿐인데.
“뭐 그냥,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 위조된 화폐를 어떻게 하면 구분할 수 있을까 저 혼자 생각 좀 해봤습니다.”
혼자서 생각해 봤단다.
하긴 허공에서 돈까지 찍어내려는 인물인데 그런 생각을 못 해봤을까?
알아서 수긍하는 리카르도가 록펠러와 발걸음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