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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명가의 창시자-41화 (41/181)

§41화 12. 매점매석 #2(2)

이전 대화에서 맥주와 그 재료들을 매점매석하는 이야기는 하던 도중 중단됐었다.

록펠러와 두 동생이 그 일을 진행하기엔 생각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됐던 것은 바로.

“그리고 세금 문제도 쉽게 피할 수 있을 거야. 다른 곳도 아닌 교회랑 함께 하는 거니까.”

영지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제적 활동에는 필연적으로 세금이란 게 따라붙길 마련이었다.

영지는 원칙적으로 영주의 소유였고, 남의 땅을 빌려 장사를 했으니 마땅히 해당 땅의 소유주에게 일정 부분 이익을 나눠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록펠러 형, 교회랑 같이 하면 괜찮은 거야?”

“교회는 카터 아저씨랑 다른 거야?”

두 동생의 물음에 록펠러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부터 끄덕여주었다.

“물론 다르지. 교회엔 원칙적으로 세금을 물릴 수가 없어. 교회에 세금을 매긴다는 건 신에게 세금을 매긴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록펠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은 교단이 꽤나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국의 일인자인 황제보다 교단의 수장이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국에 포함된 수많은 영지에선 교회에 세금 같은 걸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

교회의 힘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들에게 세금을 매기고 싶어도 감히 매길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교회가 하는 일에 세금을 매긴다고 하면 여기 교구나 법황청에서 아주 난리가 날 거야. 신에게 세금을 매겼다고 하면서 여기 영주를 어떻게든 잡아먹으려고 할걸?”

록펠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교회랑 함께 진행하면 좋은 거지. 다른 건 몰라도 세금 문제를 확실히 피해갈 수 있으니까.”

그 말에 조슈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우리끼리 하면 안 되는 거야.”

조슈아의 중얼거림을 들은 앤드류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록펠러 형, 그냥 우리끼리 하면 안 돼? 교회랑 같이 하면 우리 이익이 줄어드는 거잖아.”

매점매석하는 일로 크게 돈을 번다면, 그 이익을 남에게 나눠주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두 동생은 이런 생각으로 교회와 일을 같이 하는 것에 옅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란 부분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록펠러의 생각이었다.

“너희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형이 모르진 않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세금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어. 그 일로 생기는 이익을 교회에 나눠주지 않으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여기 영주가 가져가게 될 테니까. 세금이란 형태로.”

이에 대한 두 동생의 생각은 록펠러가 듣기엔 정말 귀여울 정도였다.

“그냥 안 걸리면 되잖아.”

“그래, 저번에 사금 캤던 것처럼 우리끼리 몰래 하면 되잖아.”

록펠러는 옅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안 걸릴 수가 없다니까?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매점매석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게 될 거야. 그들은 바보가 아니니까.”

록펠러가 이어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도 우리처럼 눈과 귀가 있어. 이건 영주님도 마찬가지고. 만약 우리끼리 맥주를 몰래 매점매석하다 걸리게 되면 영주가 여러 트집을 잡으면서 우릴 괴롭힐 수도 있어. 이런 건 미리 생각해 둬야지.”

그 말에 두 동생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런 두 동생에게 록펠러는 말을 이었다.

“욕심이란 건 말이지. 때론 좋기도 하지만, 때론 경계도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 그 욕심이 너무 넘치지 않도록 스스로 잘 다스릴 줄 알아야 돼.”

그제야 두 동생이 반성하는 기색을 보였다.

자신들의 욕심이 너무 컸다는 것을 뒤늦게야 자각한 것이다.

“맞아. 록펠러 형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데 그걸 모를 수가 없을 거 같아. 나라도 의심하게 될 테니까.”

“사금 캐는 일이야 중간에 그만뒀으니까. 만약에 우리끼리 몰래 하다 걸리면……. 끔찍하긴 하겠다.”

록펠러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교회랑 함께 하면 좋은 게 두 가지나 더 있어.”

“두 가지나?”

“그게 뭔데?”

눈을 반짝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는 두 동생에게 록펠러는 뒷말을 이어주었다.

“첫 번째는 교회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거.”

생각지도 못한 일에 참여하게 되어 큰 이익을 보게 된다면 교회 입장에선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제안한 로스메디치 집안에 호감이 생기는 건 아주 당연한 일.

“우리 때문에 이익을 봤으니 교회에서도 우리 집안을 아주 좋게 보겠지?”

“당연하지!”

“맞아! 누구 때문에 돈 벌었는데.”

말을 마친 록펠러가 자연스레 넷째 레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사제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 레오에게도 아주 좋은 일이 될 거야.”

세상 사람들이 아는 것과 다르게 교회는 그렇게 깨끗하고 순수한 곳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일이 충분히 가능할 거 같기도 해.’

“우리 집안에 대한 호감은 자연스레 레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 * *

제국에 속한 여러 교구들 중, 주교나 대주교가 없는 곳은 그 규모가 다른 교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거나 교단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지역이 많았다.

소외당하는 이유야 뻔했다.

챙겨 봤자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었다.

제국 변방에 위치한 몬테펠트로 영지 또한 교단에서 많이 소외당하는 지역 중 하나였고, 그런 이유로 이 교구의 최고 책임자는 주교가 아닌 사제장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받을 수 없네. 그냥 돌려보내게.”

사제들 중 가장 막내라 할 수 있는 루시안 사제가 교구의 총 책임자인 사제장을 찾아가 새로운 사제를 추천하자 사제장 피터는 생각할 것도 없이 거부 의사부터 밝혔다.

그러자 놀란 루시안 사제가 항변했다.

“받을 수 없다니요? 사제장님, 사제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신께선 그 아이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당황한 기색의 루시안이 신까지 들먹이며 묻자 책상에 앉아 조용히 업무를 보고 있던 사제장 피터가 고개를 들고 루시안과 똑바로 마주 보았다.

“자비로운 신께선 그 누구도 거부하지 않으시네. 그 아이를 거부하려는 건 바로 날세. 그러니 이 일은 자네가 찾는 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네.”

“왜 그 아이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전 그냥 받아주시지 않으셨나요?”

“자네까지가 마지막이었어.”

사제장 피터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더는 힘드네. 이렇게나 작은 교구에 너무 많은 사제를 거둬들였어. 영지 사정도 좋지 않은데 교구 사정까지 좋지 않으니 자네도 이런 점을 좀 헤아려주게나.”

그래도 루시안 사제가 물러섬이 없자 피터 사제장이 이 말도 전해주었다.

“요한님께선 항상 자비로우시다네. 이 교구에선 그 어린 양을 품을 수 없겠지만 다른 곳에선 또 모르겠지. 여기 말고 다른 교구를 추천해 보게나.”

다른 교구까지 찾아가려면 꽤 먼 거리를 가야만 했다.

그리고 이 교구에서 그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름 사정이 비슷한 다른 교구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 루시안이 다시 한번 설득을 위해 나섰다.

“이곳이 아니라면 그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부디 한 번만 그 생각을 재고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장 마지막에 받아들였던 사제가 바로 자기 앞에 있는 루시안 사제였다.

더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제장이 고개부터 저었다.

“힘드네. 안타깝지만 자네가 잘 말해서 돌려보내게나.”

그 말을 끝으로 사제장은 더는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사제장의 뜻이 완고하여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게 된 루시안 사제는 예배당에서 그의 큰형과 함께 기다리고 있던 레오에게 찾아갔다.

루시안 사제는 우선 록펠러라 불리는 큰형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한쪽 무릎을 꿇고 레오와 눈높이를 맞췄다.

“레오야, 정말 미안하구나.”

“네? 왜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그게…….”

지켜보고 있던 록펠러가 어린 동생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있던 루시안 사제를 불렀다.

“파더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레오보단 큰형인 록펠러에게 말하는 게 나은 것 같아 루시안은 몸을 일으켜 그와 마주 보았다.

체격이 서로 비슷한 걸 보니 같은 또래로 보였다.

하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는 루시안이 말을 붙였다.

“사제장님이 너무 완강하셔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을 거부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겁니까?”

루시안 사제는 예배당 안쪽까지 찾아와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몇몇 사제들을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좁은 교구에 들인 사제가 너무 많습니다. 신께선 항상 자비로우시지만, 사제장님께선 아무래도 교구의 부족한 사정을 좀 더 헤아리신 것 같습니다.”

재정적인 문제.

이로 인해 레오를 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고 있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까?”

“다른 교구는 작은 사업이라도 하여 부족한 재정을 충당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저희 교구는 그런 것도 없이 신도들의 작은 성금으로만 어렵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루시안은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했다.

“후…… 저까지가 아마 마지막이었나 봅니다. 더 이상은 힘들다고 하십니다. 자비로운 신께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셨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사제가 될 수 없다는 말에 근처에 있던 레오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록펠러가 그런 레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루시안 사제를 향해 말했다.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제 동생을 거둬들일 수 없다면, 제가 좋은 제안을 해드리고 싶은데. 혹시 사제장님과 따로 만날 순 없는 겁니까?”

그 말에 루시안 사제가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좋은 제안이요?”

“네, 아마 사제장님도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따로 자리 좀 마련해 주시죠.”

잠시 고민하던 루시안 사제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록펠러의 요구대로 사제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분 뒤.

교구의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사제장은 뜻밖의 소식에 반색했다.

“우리 교구를 위한 좋은 제안이 있다고?”

“네, 좋은 제안이라 했습니다. 아마 사업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업이라…….”

신의 어린 양들이 사업을 한다는 게 웃긴 얘기겠지만, 이미 다른 교구에선 부족한 재정으로 인해 포도밭이나 와이너리 같은 작은 사업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사업 제안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사제장은 루시안 사제가 말하는 사람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들여보내게. 좋은 이야기라면 우선 들어봐야지.”

그렇게 만남을 허락했건만.

찾아온 이는 루시안만큼이나 새파랗게 어린 소년이었다.

‘뭐야 어린애잖아?’

“들어보니…… 좋은 사업적 제안이 있다던데. 혹시 장난치러 온 게냐?”

사제장은 좋지 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라면 됐다. 들어줄 처지도 아니니 그냥 돌아가거라.”

그런 사제장에게 록펠러가 웃으며 운을 뗐다.

“신이 계신 곳에서 감히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제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방코에서 조수로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코=돈, 그리고 그곳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하자 사제장도 표정을 빠르게 바꾸었다.

‘방코에서 조수로 일하고 있다고?’

여기서 방코라 하면 카터라 불리는 금세공업자가 하고 있는 카터 방코 밖에는 없었다.

“그럼 네가 최근에 조수로 들어왔다는 그 아이냐? 카터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이 영지에서 사제장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바로 카터였다.

교회에 내는 성금 중에서 가장 많은 성금을 내는 자가 바로 금세공업자 카터였으니까.

“네, 제가 그분의 조수입니다. 록펠러 로스메디치라고 합니다.”

“로스메디치! 오 그래? 내가 널 몰라봤구나. 로스메디치 알고 있었지. 네 조부님께선 훌륭한 의사셨지. 어서 여기 앉거라.”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한 그를 보고 록펠러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궁하긴 많이 궁했나 보네.’

“네 그럼 편히 앉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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