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39화 (39/181)

§39화 11. 매점매석(3)

록펠러의 말에 앤드류와 조슈아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게 뭐야? 궁금해.”

“나도 궁금해!”

록펠러는 뜸을 들이지 않고 두 동생이 궁금해 하던 것을 바로 말해주었다.

“바로 매점매석이야.”

“매점매석?”

“그게 뭔데? 난 처음 들어보는데.”

록펠러가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해서 매점매석이라는 건 특정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사놓는 걸 뜻하는 거야.”

조슈아가 의문을 드러냈다.

“왜 그렇게 하는 건데? 그렇게 많이 사둘 필요가 있어?”

앤드류도 의문이었다.

“식재료 같은 걸 많이 사두면 나중에 썩게 되잖아? 그럼 안 좋은데.”

“맞아. 용병 아저씨들은 무조건 싱싱한 게 좋대. 그래서 그날 필요한 식재료는 그날 사서 가져다줘야 하는데.”

“식재료도 그 식재료를 오래 보관해 둘 수 있는 창고 같은 게 있으면 돼. 여긴 마법의 힘도 있으니, 그 마법의 힘을 빌리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식재료를 싱싱하게 오래 보관할 수도 있어.”

“그래?”

“그럼 그렇게까지 해서 많이 사두는 이유가 뭐야?”

“나도 궁금해.”

“나도.”

두 동생을 향해 록펠러는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매점매석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 만약 그 물건값이 많이 뛰게 된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으니까. 가령 A라는 물건이 있다고 치자. 처음엔 이 A라는 물건이 너무 흔해서 일반적인 가격에서 거래될 거야.”

“맞아 흔하니까.”

“그렇지 흔한 건 비싸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A라는 물건이 갑자기 귀해진 거야. 시장에서도, 주변 사람에게도 구할 수 없게 되지. 그럼 그 A라는 물건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

그 물음에 재빠르게 답한 건 바로 앤드류였다.

“당연히 오르겠지!”

“맞아. 그런데 그 물건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이 계속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번엔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가격이 계속 오르지 않아? 어차피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계속 내놓지 않으면 물건 가격은 계속 오를 거 아니야.”

“그렇지.”

“아니면 다른 물건을 찾을 것 같은데…….”

“A라는 물건 말고 다른 대체재가 있다면 A란 물건값이 많이 올라가진 않겠지. 하지만 그 대체재도 없다면?”

“그 물건을 대체할 게 없다고?”

앤드류가 고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엄청 비싸지는 물건값을 잡을 수가 없겠네.”

“맞아. 그럼 그 물건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제야 앤드류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떼돈을 벌지 않을까?”

록펠러는 대답 대신 고개만 주억였다.

“그래, 떼돈을 버는 거야. 이게 매점매석이고 형은 그 매점매석에 지금 관심이 있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조슈아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럼 록펠러 형은 뭘 잔뜩 사고 싶은 건데?”

두 동생의 물음에 록펠러는 차분한 어조로 반문했다.

이것은 동생들 교육을 위해서도 중요했던 것이다.

“지금 어떤 상황이지?”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당연히…….”

영지 근처에 발생한 두 세력 간의 전면전 이야기는 두 동생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것 때문에 오크 토벌로 찾아왔던 용병부대가 더 바빠졌고, 추가적인 용병부대가 고용됐다는 소식과 함께 영지와 맞닿은 국경지대에 거대한 요새 건설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인가 영주성에서 기이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주변 어른들 말로는 영주가 이번에 큰마음 먹고 거대한 비행 괴수를 사들였단다.

그게 와이번이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려진 상태.

이렇듯 영지는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었다.

“영지 밖에서 오크들이랑 드워프들이 싸우려고 하고 있잖아.”

“맞아. 그것 때문에 지금 다 난리잖아. 자칫 잘못하면 우리 모두 위험하다고 하던데?”

“옆집 아줌마 아저씨들도 많이 걱정하고 있어. 이러다 우리 큰일 나는 건 아니냐고.”

두 동생의 말에 록펠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맞아. 잘 알고 있네. 지금은 거의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야. 이곳 몬테펠트로 영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겠지만, 주변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우리도 휘말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이지.”

두 동생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록펠러가 의도적으로 옅은 미소를 지어냈다.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걱정하진 마.”

“왜? 록펠러 형은 걱정 안 돼?”

“난 무서운데…….”

록펠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영주님께서 금화를 많이 빌려 가셨거든. 전쟁은 곧 돈의 싸움이야. 돈이 많은 자가 항상 이기는 싸움이지.”

그 말에 앤드류가 의문을 드러냈다.

“정말 돈만 많으면 전쟁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거야?”

“꼭 그렇다고 할 순 없겠지만, 확률상으로 보면 무조건 돈 많은 세력이 유리하긴 해. 왜냐면 돈이 많으면 전쟁 지속력이 좋아지고 또 적보다 더 좋은 무기와 병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되니까.”

“그래?”

“전쟁은 곧 돈이야. 적군과 싸우려면 많은 병력이 필요하고, 그 병력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고용한 병사들에게 매달 월급은 줘야 할 거 아니야?”

“맞아. 내가 병사라면 돈을 줘야 싸울 거야.”

“나도! 만약에 돈 안 준다면 어림도 없지. 그냥 도망칠 거야. 내가 뭐하러 싸워?”

록펠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어떤 병사들이 애국심이나 기타 좋은 감정으로 제 편을 위해 싸운다는 건 아주 일시적인 거야. 결국 돈이 없다면 그 군세를 유지할 수가 없어. 왜냐고? 월급을 떠나서도 밥은? 일단 살려면 밥을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그것도 다 돈이야. 이렇게 돈이 없으면 병사들에게 줄 월급도, 밥도, 그리고 좋은 무기도 사줄 수 없지.”

이 세상은 강력한 마법 외에도 화약과 괴수병기가 크게 활약하고 있었다.

여기서 강력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법사를 고용할 수 있는 것도 돈이었고, 화약으로 중무장한 병력이나 거대한 괴수병기를 운영, 유지하는 것도 전부 다 돈이었다.

결국 전쟁에선 돈이 전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때? 돈 없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

“아니!”

“절대로 못 이겨!”

“그래, 그런데 지금 영주님은 그 돈이 많은 상태야. 형이 카터 아저씨랑 해서 영주님께 많이 빌려드렸거든.”

“진짜?”

“와, 대박. 그럼 우리 영주님 부자인 거야?”

그 말에 록펠러는 옅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부자?

그냥 부자처럼 보일 뿐.

사실 아무것도 없는 속 빈 강정이었다.

“당장은 영지를 방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국경 근처에 큰 요새를 짓는다고 했고, 또 부족한 병력은 추가적인 용병부대 고용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테니까.”

“그럼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는 거겠네?”

“다행이다. 나도 좀 걱정했단 말이야.”

“그래도 마냥 안심할 순 없어. 세상일이란 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하지만 확률상으로 보면 여기가 위험해질 일은 크게 없을 거야. 일단 영지 밖에서 일어난 싸움은 이곳과 전혀 무관할 테니까.”

록펠러의 이야기를 듣고서 두 동생은 빠르게 안도했다.

그러다 조슈아가 다시 의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황은 대충 알겠어. 그런데 록펠러 형은 이런 때에 어떤 걸 사들이고 싶다는 거야?”

그 말에 록펠러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주변 사람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무기나 식재료 같은 걸 잔뜩 사들일 거야.”

“맞아. 이번에 감자랑 당근이랑 가격이 많이 올랐어. 용병 아저씨들에게 가져다줄 물건도 많이 줄어든 것 같아. 괜히 그런 것 때문에 혹시 물건 빼돌린 거 아니냐고 또 의심받았다니까.”

앤드류가 물었다.

“그럼 우리도 주변 사람들과 같이 식재료를 잔뜩 사자는 거야?”

그 말에 록펠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부정의 의미였다.

“아니, 그런 거로는 크게 돈을 벌 수가 없어. 했어도 미리 움직여야 했으니까.”

“그럼?”

이 순간 록펠러의 눈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형이 지금 관심을 두는 건 일반적인 식재료 같은 게 아니야.”

“그럼 어떤 거에 관심이 있는 건데?”

“보리랑 홉이야.”

“보리랑 홉?”

두 동생도 그것이 어떤 것에 쓰이는지 모르지 않았다.

“보리랑 홉이면 맥주 만들 때 쓰는 거 아냐?”

“맞아. 나도 맥주 만들 때 보리랑 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보리를 싹 틔워 만든 맥아즙을 여과한 뒤, 여기다 홉을 첨가하고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게 바로 만인의 친구인 맥주였다.

“맞아. 형이 관심 있는 게 바로 그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보리랑 홉이야. 그리고 맥주까지.”

“맥주는 왜? 맥주가 지금 꼭 필요하진 않잖아.”

두 동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지 사정이 급박한데 여기서 맥주를 즐기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는 감자와 다른 식재료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모르겠어. 왜 록펠러 형이 맥주에 관심을 가지는지.”

“나도.”

“맥주가 그렇게 중요할까?”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맥주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던 중 앤드류의 뇌리를 가로지르는 게 있었다.

지금까지 록펠러와 대화했던 것 중에서 답이 있었던 것이다.

“설마…… 록펠러 형은 맥주를 독점해서 드워프에게 팔려는 거야?”

앤드류의 말이 이어졌다.

“전쟁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니잖아?”

그 말을 듣고 조슈아도 뭔가를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맞아. 드워프들이면 맥주에 환장하잖아. 나 그런 얘기 들었어. 드워프들은 맨날 맥주 마시면서 산대. 맥주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했어.”

어린 동생들이 아주 바보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 말에 록펠러는 입가를 길게 휘며 그대로 긍정해 주었다.

“맞았어. 전쟁은 비단 우리만 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드워프라 하면 설령 밥이 없어도 맥주 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하거든. 심지어 맥주 때문에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지. 그런 종족이야.”

드워프란 종족은 인간과 달랐다.

그들은 곧 죽어도 무조건 맥주를 마시고 죽어야 하는 그런 땅속의 난쟁이들이었다.

그만큼 맥주를 좋아하다 못해 환장한다는 소리.

“그리고 여긴 타지야. 이런 곳에서 맥주는 본국에서 가져오는 것 외에 주변 지역에서 사들일 수밖에 없는 거지.”

드워프는 여러 종족들 중 고블린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황금을 쥐고 있는 아주 부유한 종족이었다.

그만큼 부유한 종족이니 부족한 물자야 본국에서 충당하는 것보단 타지에서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것을 더 선호했다.

“드워프들은 무조건 맥주가 필요해. 하지만 부유한 그들의 성향상 본국에서 맥주를 가져오지 않고 주변 지역에서 맥주를 사들이려고 할 거야. 그리고 그 맥주는 그들에겐 공기만큼이나 필수품이니 어떻게든 사려고 하겠지?”

여기서 질문 하나.

“그런데 여기 맥주가 아주 비싸. 그럼 그들은 여기서 맥주를 살까 아니면 안 살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무조건 사지!”

“드워프는 부자잖아! 당연히 살 거야!”

빙고.

딱! 록펠러가 두 손가락을 튕기며 강한 마찰음을 냈다.

“맞아. 무조건 사지. 그럼 그 맥주를 독점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이 역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떼부자가 될 거야!”

“엄청나게 떼돈을 버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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