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16화 (16/181)

§16화 04. 방코의 조수가 되었다(4)

빌려 가는 사람에게 이러한 고금리는 부담이었고, 반대로 빌려주는 입장에선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놀이로 매번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업은 나름 리스크가 있는 일이니까.’

만약 돈을 빌려 간 사람이 배 째라 식으로 갚지 않는다면?

그러한 부분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했기에 카터 같은 금세공업자들은 이자를 너무 낮게 받을 순 없었다.

악덕 채무자에 대한 대비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 이자가 6퍼센트나 되는 건가? 이것도 그냥 나온 수치는 아닐 거야. 아마도 악덕 채무자와 이자 수익률에 대한 상관관계에서 나온 수치겠지.’

그래도 한 달 이자 6퍼센트는 다소 센 편이었다.

‘그래도 고금리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카터가 부연 설명을 이어나갔다.

“설령 빌려간 금화를 단 하루 만에 돌려줘도 이자는 무조건 한 달로 계산하거라. 빌려간 순간부터 바로 한 달 이자란다. 그리고 빌려간 기간이 한 달하고 보름이면 무조건 두 달로 계산하고,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카터는 제 턱수염을 매만지며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언급해 주었다.

“여기서 대부업을 하다 보면 별별 진상들을 다 만나게 되지만, 나야 리옹에 있는 누구들처럼 개나 소한테 다 금화를 빌려주지 않으니 지금까지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단다. 리옹에 있는 걔들이야 상대가 돈을 안 갚으면 깡패들까지 써서 무조건 받아내거든.”

“그럼 아저씨는 어떻게 하셨나요? 상대가 배 째라고 하면요. 아저씨도 깡패를 쓰셨나요?”

“애당초 그런 놈들에게 빌려주질 않으니 잘 모르겠구나.”

“지금까지 돈 떼인 적이 한 번도 없으신가요?”

“없기는. 당연히 있었지.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더욱더 신중해졌단다. 지금은 영주님과 같이 신용이 빵빵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금화를 안 내주고 있지. 그래서 돈을 떼인 적이 거의 없단다.”

“그렇군요.”

“하지만 나도 운영하는 자금이 늘 적어서 이자놀이에 애를 먹고 있었지. 그렇게 코딱지만 한 돈을 굴려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었거든.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고객들이 맡겨놓은 금화까지 몰래 손을 댄다면 이번에 하는 이자놀이는 제법 재밌겠구나.”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은 지금도 호황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야 항상 지천에 널려 있었으니까.

“가진 금화만 많다면 뭐가 걱정이겠느냐? 세상에 불량 채무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급전이 필요한 신용도 높은 고객들도 많이 있는데.”

모든 설명을 마친 카터가 탐욕에 젖은 미소로 록펠러에게 운을 뗐다.

“그럼 오늘부터 돈을 벌어보자꾸나. 부디 널 거둔 일이 잘됐으면 좋겠구나.”

그 마음이야 록펠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다만 서로 그리고 있는 꿈은 달랐다.

‘진짜 돈 벌기는 사실 기만에서 시작하는 법이지.’

카터는 지금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록펠러가 그리고 있는 진짜 판에 대해서.

‘그런 의미에서 진짜 기만을 시작해 볼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