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융명가의 창시자-7화 (7/181)

§7화 02. 금 사냥에 나서다(3)

“사금도 금이지만 보통 그 형태 그대로 쓰이진 않아. 휴대하기 쉽고 일정량의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선 대개 금화 형태로 가공하게 되지. 너희들도 금화에 대해선 알고 있잖아?”

“당연히 알고 있지!”

셋째가 가장 자신 있게 답했다.

“금이라고 하면 보통 금화를 떠올리잖아. 근데 금화는 왜?”

“여기서 그 금화는 누가 만들었을까?”

그 질문에 답한 건 둘째였다.

“혹시…… 금세공업자를 말하는 거야? 금화는 보통 금세공업자가 만들잖아.”

동생들이 어리긴 했으나 무지하진 않았다.

록펠러는 옅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맞아. 금화는 보통 황실의 허가를 받은 금세공업자가 맡게 되지. 은화야 영주가 직접 관리하고 그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화폐지만 금화는 아니야. 금화의 규격은 황실에서 정하고, 황실의 허가를 받은 몇몇 금세공업자만이 금화를 만들 수 있어. 그리고 그들은 편의상 각 영지에 위치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금화를 그 지역에 유통시키게 되지.”

그제야 록펠러의 의도를 알아차린 셋째가 화색이 돈 얼굴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가 캔 금을 그 금세공업자에게 팔면 되겠네? 그 사람은 영주님하고 무관하잖아?”

“그렇지. 그들은 황실의 허가를 받은 장인들이야. 물론 각 지방에 위치한 영주들과 전혀 관계없지는 않겠지만, 직접적인 관리를 받진 않아. 그러니 금을 몰래 팔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일이지.”

셋째는 수긍하는 눈치였고, 둘째는 약간 의문을 품은 얼굴이었다.

“록펠러 형, 그렇게 하면 정말 문제가 없을까?”

록펠러가 시선을 주자 둘째는 자신이 우려하는 바를 말해주었다.

“어차피 그 사람도 영주님 땅에서 장사하는 거잖아? 그럼 영주님과 전혀 무관하진 않을 거 같은데?”

“관계가 아예 없진 않을 거야. 하지만 우리가 그의 편의를 봐준다고 하면 그 사람 입장에선 굳이 우리와 했던 거래를 영주님께 알릴 필요가 없는 거지. 그 사람들이야 지극히 이윤만 추구하는 사람들이니까.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금세공업자가 성실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들은 이윤만 남길 수 있다면 악마와도 거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악마랑도?”

동생들은 악마 이야기가 나오자 약간 놀라면서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애들이란.’

록펠러는 금세공업자가 모두에게 신뢰받는 직업임과 동시에 그들이 가진 타락성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어떠한 사람이 황실에서 금세공업을 허락받기 위해선 그들이 가진 신용과 신뢰를 황실에 증명해야만 했다.

그동안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는지, 그리고 황실에 얼마나 충성하며 세금은 또 얼마나 잘 납부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만 아주 어렵게 허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황실에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금세공업자로 앉히진 않지. 금화를 만들어서 유통하는 건 대개 신뢰가 기반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 도덕성은 금화에 들어가는 순수한 금의 함량과 황실에 납부하는 세금의 성실성만 보이면 끝나는 일이었다.

이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딱히 도덕성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황실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최초의 고리대금업이 탄생하게 되는 거지.’

만약 금세공업자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면 과연 그들이 남에게 금화를 빌려주고 일정 부분 이자를 받는 일을 했을까?

‘교단의 교리상 남에게 이자를 받는 건 지옥에나 떨어질 일이지.’

아이러니하게도 금세공업자들은 그들의 신용과 신뢰를 황실에서 인정받았지만, 정작 고리대금업을 하여 지옥에나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귀족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지옥 따윈 개나 줘버리고 당장 눈앞에 이익만 좇는 부유한 평민들이 그 일을 맡아 가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애당초 금세공업자라는 게 그러한 사람들이니 록펠러는 그들과 몰래 거래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동생들에게 잘 설명해 주었다.

“지금까지 형이 했던 말, 잘 알아들었지? 그들은 착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교단에 밉보여서 지옥에나 떨어질 사람들이지. 고리대금업을 하니까.”

이렇게 설명하니 동생들은 엉뚱하게도 이상한 걸 걱정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옥에나 떨어진다는 금세공업자와 엮이는 일이었다.

“록펠러 형, 그러다 우리도 지옥 가는 거 아냐?”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사후 세상인 천국과 지옥을 믿는 눈치였다.

둘째가 겁을 먹었고, 셋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옥에 가면 안 돼.”

여간해선 말을 하지 않는 넷째마저 그런 소리를 하자 록펠러는 옅게 웃으며 어린 동생들을 회유하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 천국도, 지옥, 결국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거.”

“에에? 왜 그렇게 되는데?”

셋째 조슈아가 강한 의문을 표하자 록펠러는 최대한 간단히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나중에 부유해진다면 그 돈으로 교단의 환심을 사면 되거든. 그럼 교단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해 줄 거야. 그럼 우리가 갈 곳은 어딜까?”

성금을 많이 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바로 그들이 알고 있는 교단이었다.

“너희들도 잘 알고 있잖아? 성금을 많이 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거.”

록펠러의 말에 부정하는 동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성금을 많이 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은 정말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이었으니까.

“결국 우리가 신의 뜻을 따랐어도 교단에 내는 성금이 작다면 지옥에 갈 수밖에 없어.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잠시 신의 뜻을 저버렸다고 해도 교단에 내는 성금이 많다면 천국에 갈 수 있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어린 동생들은 더 이상 금세공업자와 얽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 나중에 돈 왕창 벌어서 교단에 성금을 내면 되는 거야. 그럼 천국에 갈 수 있으니까.”

반색한 둘째가 말했고, 셋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돈 진짜 많이 벌어서 천국 가자! 천국에 가면 평생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대!”

그 와중에도 넷째는 록펠러가 한 말을 곱씹으며 천국과 성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천국 간다는 말에는 사실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교단 사람들이 기도를 많이 해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성금만 많이 내면 천국에 갈 수도 있구나.’

그런 동생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록펠러가 옅게 웃었다.

‘아직 애들이니까.’

지금이야 천국과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지만.

나중에 가서도 같을까?

‘믿을 수야 있겠지. 그거야 자유니까.’

록펠러는 신의 존재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신을 모시는 그들의 힘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진짜 부유해진다면 교단과 적이 돼서는 안 돼.’

동생들이 천국으로 가기 위해 성금을 낸다면 록펠러는 다른 이유에서 교단을 크게 후원할 생각이 있었다.

‘오히려 친구가 돼서 그들의 권세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지.’

록펠러는 이 집안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름 집안의 가훈으로 남은 그 말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존경받는 사람보단 차라리 두려운 사람이 되라고 했어. 나도 이젠 서른의 나이지만 정말 뼈에 와닿는 말이야. 사실 그 말이 맞아.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굳이 남에게 존경받을 필요는 없어. 오히려 모두에게 두려운 사람이 돼야지.’

칼과 마법만으로 두려운 대상이 된다는 건 1차원적인 생각이었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이지.’

생각을 마친 록펠러가 이후 진행에 대해 언급해 주었다.

“내일 형이 가서 금세공업자를 만나볼게. 가서 별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캔 사금은 앞으로 그 금세공업자를 통해 문제없이 팔 수 있을 거야.”

사금을 팔아 당장 생계 문제를 해결하는 건 록펠러의 첫 번째 목표였다.

‘금세공업자라…… 이거 잘만 하면 이 땅에 금융의 역사를 내 손으로 쓸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그 목표가 해결된다면 좀 더 큰 그림으로 나아가는 게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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