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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328화 (328/335)

#외전 028화

흡혈.

피를 흡수하여 힘을 얻는 뱀파이어 특유의 능력이다.

뱀파이어 혼혈 마족인 카닌은 흡셜을 더욱 발전시켜 포식이라는 특성을 만들어 냈다.

포식(捕食).

여러 제약이 있지만 상대의 힘뿐 아니라 특성이나 심지어 기억까지 흡수하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그런 카닌의 머릿속으로 그가 흡수한 바리둠의 기억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접 겪은 듯 생생한 기억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경호를 만나고 도망쳐 자신 앞에 오기까지 모든 것을 훑어봤다.

-이거 너무 맛있어 보이잖아.

절로 미소가 번졌다.

활을 쓰는 것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바리둠 녀석이 도망쳐올 정도로 강하긴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자신에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의 위력.

다른 오크 궁수의 화살을 볼 것도 없었다.

그리고 바리둠 녀석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지만 인간이 품고 있는 기운의 양이 엄청났다.

마계라 제대로 못 쓰고 있는 듯한데 그것을 흡수한다면 얼마나 큰 힘을 얻어 낼 수 있을지 두근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숨어서 활을 쏘는 오크에게서도 꽤 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삼대마가도 끝이다! 크하하하하하핫!

이계의 존재와 오크를 모조리 포식한다면 순혈이라 우쭐거리는 케로스와 헤이드를 짓밟고 제일마가로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 이제 어쩐다.

이제 선택해야 했다.

혈마가의 정예를 이끌고 토벌을 나갈 것인지.

아니면 은밀히 혼자 갈 것인지.

전자는 혹여나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가 걱정하는 돌발 상황은 이계의 존재나 오크가 아니었다.

‘케로스나 헤이드가 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공격해 올 수도 있다.’

상급 마족 서넛이 기습하면 카닌도 위험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기습을 막기 위해 정예를 이끌고 움직이면 들킬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이계의 존재를 파악하면 서로 알리기로 했기에 약속을 파기하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이계의 존재에 대한 포식을 포기하고 상황을 알릴 순 없었다.

‘혼자 은밀히 가자.’

카닌의 피처럼 새빨간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

바리둠과 싸우고 다시 회관에 경호와 멜리사, 카혼과 제롬이 모였다.

“대충 먹혔으려나?”

혼신을 다해 메소드 연기를 펼친 경호가 멜리사를 보며 물었다.

-그들에게 우린 먹잇감에 불과합니다. 설마 자신을 속이고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할 겁니다.

멜리사의 말에 경호가 다시 물었다.

“정말 카닌이 혼자 올까요?”

멜리사는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악마가 탐욕스럽지만 카닌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거기에 열등감도 심하고요.

열등감.

카닌은 혼혈 마족이라는 출신 성분에 대한 열등의식이 심했다.

그렇기에 힘에 대한 열망이 그 어떤 이들보다 강했다.

그리고 경호가 바로 그 열망을 채워줄 최고의 ‘영약’이었다.

-그러니 답은 정해져 있죠.

그런 영약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과연 탐욕의 화신인 카닌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답이 정해져 있다고요? 하지만 다른 가문에서 혼자 오는 카닌을 노릴 수도 있잖아요? 과연 목숨까지 걸고 혼자 올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마계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유일하게 통용되는 법칙은 단 하나. 바로 힘이죠. 카닌은 어떤 식으로든 용사님의 힘을 파악했을 거고 그렇다면 분명 목숨을 걸고라도 혼자 올 겁니다.

“상단전을 개방했으니 저도 최상급 악마에게 밀리진 않을 거 같긴 한데 걱정은 되네요.”

가주 정도 되는 최상급 악마에겐 어중간한 공격은 먹히지 않기에 경호 홀로 싸워야 했다.

도와준다고 같이 싸우다가는 괜히 방해가 되거나 자칫 포식을 당해 적을 돕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덜렁 경호만 던져 놓고 싸우라고 할 생각은 아니었다.

원거리 지원이나 마법 트랩, 정령 보조 같은 것들은 모두 생각해 놓고 있었다.

-우선 카닌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우선 바리둠을 겪어 봐서 대충 아시겠지만 재생력이 좋습니다. 특히 카닌은 혈마가주답게 바리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바리둠이 마기를 바람처럼 쓴다면 카닌은 혈마기라는 독특한 기운을 가지고 공격합니다.

“혈마기요?”

이름만 들어도 섬뜩했다.

-붉은 마기를 실처럼 뿜어내 휘두르는데. 수십 가닥이나 되기에 막아 내기도 어렵고 각각이 날카롭기도 하고 단단하기도 하며 무겁기도 하고 질기기도 해서 최고의 무기이기도 합니다.

설명을 들으니 더 섬뜩했다.

“그래도 삼대가주 중 가장 약체라니 다행이네요. 그럼. 가서 준비할까요?”

-용사님. 물론 케로스나 헤이드보다 약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잔혹합니다. 특히 변칙적인 공격이 많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속도도 빠르고 은신을 쓸 수도 있고요.

멜리사가 걱정스러웠는지 전에도 이야기한 카닌의 특성을 다시 한번 말했다.

“걱정 마세요. 상단전이 열리니 이제 조심하고 싶지 않아도 조심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멜리사도, 카혼도, 제롬도 뒤에서 도와줄 거잖아요.”

경호의 말에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경호가 원래도 강했고 상단전을 개방하고 엄청나게 더 강해졌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최상위 마족인 혈마가주 카닌이었다.

강해졌다고 하지만 강함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기에 최상위 마족에 비해 부족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

경호가 조금 긴장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뒤를 멜리사와 카혼, 제롬이 따랐다.

***

‘이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올 줄이야.’

칠흑의 숲을 빠르게 돌파 중인 카닌은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다.

행운.

그것도 아주 완벽한 행운이었다.

보통 포식으로 강해지려면 그만큼 강한 존재를 섭취해야 하므로 그만큼 위험했다.

하지만 이계의 존재는 마력이 넘쳤지만 상대하기 쉬웠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화살 따위는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특히나 카닌은 ‘은신’의 대가였다.

상급 악마도 카닌이 마음먹고 몸을 숨기면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법사라면 범위 공격으로 은신을 써도 완전히 시선을 피하기 어렵지만 궁수는 달랐다.

감각을 피하고 눈을 속인다면 아예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은신을 쓰면 아마 찾지도 못할 거다.’

그렇게 바리둠의 기억을 되짚으며 달리던 카닌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멈칫했다.

그 순간 카닌의 주변에서 마법진이 떠오르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쾅! 콰앙!

멜리사가 설치한 마법 트랩이 발동했다.

‘제길! 마법 트랩!’

위력이 강하지 않아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은밀히 접근해 처리하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졌다.

‘어차피 상관없다!’

그때 검은 활을 든 인간이 카닌의 눈에 들어왔다.

“네가 혈마가주냐?”

그 말과 동시에 활시위를 당겨 마력화살을 쏘았다.

마력을 충분히 모아 쏘지 않아 위력은 약했지만 그렇다고 맞아 줄 용의는 없었다.

카닌이 가볍게 화살을 피하며 대답했다.

-정말 인간이군. 그래. 마왕 바알 님을 모시는 혈마가주 카닌이 바로 나다. 네놈의 피와 살을 모조리 씹어먹어 주마.

“피와 살을 씹어먹긴! 너 이 새끼야! 넌 나한테 접근도 못 해!”

말과 동시에 경호가 빠르게 활시위를 튕기며 마력화살을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 3발의 마력화살이 카닌을 향해 날아갔다.

-흥! 고작 이따위 걸!

카닌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력화살을 역시나 가볍게 피했다.

그사이 경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뒤돌아 달리고 있었다.

숲이라고 하지만 카닌의 속도는 최상위 마족 중에서도 발군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도망이라니.

‘얼마 못 가 잡아 먹힐 쥐새끼 같은 놈이!’

카닌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런 경호를 쫓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쫓아 달렸지만 카닌의 생각과 다르게 활을 든 인간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중간중간 마법 트랩이 터지며 방해를 했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저 앞에서 달리는 인간이 서서히 느려지며 거친 호흡이 카닌의 귀에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카닌은 굳은 얼굴을 풀며 더욱 다리에 힘을 불어넣었다.

***

허억. 허억.

경호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터져 나오는 것을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상단전을 개방하고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이런 달리기쯤은 종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된 경호였다.

‘그럼. 속도를 좀 줄여 볼까.’

경호는 더 거칠게 호흡을 뱉어 내며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안 그대로 조금만 더 가면 만들어 놓은 공터가 멜리사와 카혼이 마법진과 정령으로 도배를 해 놓은 특별 무대이기도 했다.

-벌써 지쳤구나!

카닌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공격이 시작됐다.

강철도 찢어발기는 핏빛 손톱이 경호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경호가 몸을 돌리며 손에 쥔 단궁을 아공간에 넣고 동시에 용아검을 빼내 휘둘렀다.

카앙!

용아검으로 카닌의 손톱을 쳐낸 경호가 뒤로 물러섰다.

손톱이 깨져 나간 듯 보였지만 그것이 다였다.

사실 손을 잘라 버릴 마음으로 휘두른 것이기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진짜 당황한 것은 경호가 아닌 카닌이었다.

‘내가 공격이 막혔다고? 아니 지금 공방으로 손해 본 것은 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다.’

포식이야 어차피 목에 구멍을 뚫어 놓고 해도 상관없기에 죽일 생각으로 한 공격이었다.

그런데 막아 냈다.

아니 그냥 막아 낸 것이 아니라 자칫 잘못했으면 손이 통째로 잘릴 뻔했다.

그런데 검이라니?

바리둠의 기억을 더듬었을 땐 분명 궁수였다.

검사가 활을 쓰는 수준이 아니라 분명 제대로 활을 쓰는 궁수였다.

-이 빌어먹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카닌은 분노에 날뛸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우선 피해야 했기에 뒤로 물러났고 경호는 그 모습에 미리 준비한 특별 무대를 향해 달렸다.

이제 연기도 통하지 않기에 온 힘을 다해 달렸고 멜리사와 카혼인 만든 무대로 카닌을 유인할 수 있었다.

마기에 반응하도록 만든 마법과 정령 트랩이기에 등장과 동시에 폭발이 시작됐다.

쾅! 콰앙!

타격을 줄 정도의 트랩은 눈치채고 피할 수 있기에.

즉각 반응해 폭발하는 트랩이라 큰 타격을 줄 순 없었지만 안 그대로 열 받은 카닌을 제대로 거슬리게 하기 충분했다.

-이런! 죽인다!

아무리 냉정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마족은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종족.

폭발한 카닌은 트랩의 폭발에 성난 황소처럼 무작정 돌진했다.

은신하여 상대를 기습하는 것이 카닌의 특기지만 지금은 마치 철마가주 헤이드를 보는 듯했다.

날카로운 손톱과 카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혈마기가 경호를 노렸다.

경호는 그런 카닌의 공격을 용아검으로 쳐내며 기회를 노렸다.

땅정령이 발목을 붙잡고 마법 트랩이 눈앞에서 터지자 아주 잠깐 채찍처럼 휘둘러지던 혈마기가 멈칫했다.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혈마기의 공격이 멈추자 날아오는 것은 양손뿐이었다.

어깨에 붙어 있는 양손은 혈마기처럼 예상할 수 없는 각도로 날아오지 않기에 상단전 개방으로 넓어진 경호의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카닌의 날카로운 손톱이 경호의 얼굴을 노렸지만 이미 예측한 공격.

날카로운 손톱이 경호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흐핫!

경호가 용아검에 마력이 아닌 신력을 불어넣었다.

신력을 능력 향상이 아닌 직접 검에 담는 건 힘든 일이지만 해냈고.

신력이 담긴 용아검으로 카닌의 손목을 쳐냈다.

스걱.

이번에는 카닌도 경호의 검을 막지 못했다.

-끄억!

경호는 이어 바로 카닌의 목을 노렸지만.

손목이 잘린 카닌은 뒤로 몸을 날려 검을 피했다.

“아쉽네. 목까지 한 번에 날려 버릴 생각이었는데.”

경호의 말에 카닌이 잘린 팔을 움켜잡으며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버러지보다 못한 인간 주제에! 찢어 죽여 주마!

카닌이 살기를 담아 소리쳤지만 경호는 피식하며 다시 달려 나갈 준비를 했다.

“뭐래. 버러지보다 못한 인간에게 죽을 뻔한 주제에.”

그 말과 동시에 경호가 용아검에 신력을 더 강하게 불어넣으며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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