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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311화 (311/335)

#외전 011화

마계(魔界).

마왕이 지배하는 죽음의 세계.

마족이 마계를 지배하는 귀족이라면.

마수는 가축이나 야생동물이었고.

거인, 뱀파이어, 오크, 다크엘프 같은 종족은 백성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그랬고 실제로는 백성이기보다 노예보다 못한 삶이었다.

특히나 강력한 힘을 가진 거인이나 특수한 능력이 있는 뱀파이어와 달리 상대적으로 약한 오크나 다크엘프는 먹이나 성 도구로 쓰이고 있었다.

마계의 어느 외딴 숲속.

마족의 먹이로 쓰이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 오크.

하지만 여기 있는 오크는 뭔가 달랐다.

공터에 두 명의 오크가 거대한 도끼를 든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우우우웅!

둘은 빠르게 움직이며 도끼를 휘둘렀다.

쾅! 콰앙!

선명한 오려가 맺힌 도끼날이 부딪히며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쾅! 쾅! 콰앙!

거대하고 묵직한 공격이 빠르고 예리하게 서로를 노렸다.

도끼날이 부딪힐 때마다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주변으로 마력이 퍼졌다.

-하룬의 오러가 더 선명해진 듯한데? 조장 중에 가장 어린데 대단하네.

-단장님이 적당히 맞춰 주시는 거지. 그나저나 나이도 지긋한 양반이 어디서 좋은 거라도 몰래 먹는 거 아니야?

-에이. 맞춰주기는 표정 보니 죽을힘 다해서 쥐어 짜내는 중이구만.

공터 주변을 늘어선 오크들이 저마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둘의 결투를 지켜봤다.

청록색 피부, 새빨간 머리칼이 인상적인 하룬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

-단장님! 살살 좀 합시다. 누가 보면 원수지간이 생사결이라도 벌이는 줄 알겠어요.

하룬의 말에 단장이라고 불린 희끗희끗한 흰 수염이 난 제롬이 대답했다.

-네놈에게 지기라도 하면 부끄러워서 못 사니 목숨 걸고 해야지! 그나저나 네놈은 다 늙어빠진 노인네에게 그리 무식한 공격을 하는 게냐! 노인공경 모르냐! 노인공경!

2미터에 가까운 덩치에 터질 듯이 꿈틀거리는 근육질 몸은 ‘노인’이라는 단어가 어색했다.

공경보다는 공격이 어울리는 비주얼.

-자아. 그럼. 다시 간다!

-저도 이번에는 안 봐줍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정기적인 대련에 불과했지만 분위기는 전쟁터 한가운데처럼 살벌했다.

그런 살벌한 분위기를 식혀 주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여기냐?”

제롬과 하룬이 서로에게 다시 달려들려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얼룩덜룩한 얼굴을 한 채 비척거리면서 다가오는 오크 무리와 그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인간이 보였다.

바로 경호였다.

“와. 진짜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정령계에서 온 최경호라고 합니다.”

물론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었지만.

-이게 무슨…….

하룬은 얼음처럼 굳어서는 경호를 쳐다봤다.

-이, 인간?

제롬 역시 반응은 비슷했다.

마계에서 오크로 변하지 않은 인간이라니.

거기다 정령계에서 온 인간이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이곳을 이끄는 이는 제롬이기에 앞으로 나섰다.

-멈춰라!

경호는 주먹다짐을 통해 고분고분해진 다섯을 앞세우고 다가가다 제롬의 말에 멈춰 섰다.

“저 오크 할배가 너희 대장인 모양인데 가서 설명 좀 해라. 너희처럼 또 ‘주먹다짐’하긴 싫으니 말이야.”

주먹다짐이라는 말에 다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호의 실력을 제대로 겪었기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이들이 허겁지겁 제롬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손발을 마구 저어 가며 빠르게 설명했다.

제롬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다 고개를 돌려 경호를 노려봤다.

의문, 놀람, 불신 등등 다양한 감정이 실린 눈빛이었다.

하지만 경호 입장에서도 마계의 주민인 오크가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반군인 척하는 악마군단일 수도 있는 상황.

경호도 그런 제롬을 노려보고 있었다.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제롬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선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 보고 싶군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겠습니까?

“별로 괜찮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기세등등했지만 경호는 가볍게 무시했다.

-자아! 모두 마을로 돌아간다!

제롬이 크게 외치자 수십의 오크가 모두 경호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이동했다.

***

제롬과 하룬이 겨뤘던 숲과 달리 마을로 향하는 길은 야생의 정글 그 자체였다.

안내가 없었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수준으로 길은 험했다.

마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길을 만들지 않아 그랬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작은 냇가를 중심으로 얼기설기 지은 흙집이 전부인 곳.

쉽게 만들고 바로 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경호는 제롬이 이끄는 오크 반군의 마을에 도착해서는 가장 커다란 흙집인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단장인 제롬과 그의 부관인 하룬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인간. 이름이 뭐냐?

참을성이 부족한 하룬이 제롬이 있음에도 으르렁거리며 경호에게 말했다.

“너는 뭔데?”

경호 역시 삐딱한 시선으로 하룬을 노려봤다.

“그리고 주변이 꽤 불편한데.”

주변으로 기세가 날카로운 오크가 여럿 서 있었다.

경호는 그들을 보며 투덜거렸다.

-예의를 모르는 인간이군.

경호의 말에 하룬이 살기를 일으켰다.

“예의? 예의라고?”

오는 말이 고아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다.

하룬의 살기를 느낀 경호의 몸에서 살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주변에서 경호를 노려보던 오크가 그 기세에 움찔하여 도끼를 치켜세우려는 순간.

-모두 멈춰라! 밖에서 대기하도록! 당장!

제롬이 큰 목소리로 오크들을 물렸다.

-단장님! 수상한 자입니다!

-어서! 밖으로 나가거라!

제롬과 하룬만 남은 채 모두 밖으로 나갔다.

경호가 일으킨 살기로 제롬은 경호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최상급 소드 마스터.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적이라면 최악의 상대였지만 그게 아니라면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함께 해야 할 인물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눈썰미를 가진 건 아니다.

아니 그보다 젊은 혈기가 더 앞섰다.

-이게 어디서 건방지게 살기를!

하룬이 몸을 일으켰다.

“아. 이놈은 안 되겠네.”

경호의 살기가 더욱 짙어지자.

-그만! 하룬! 앉거라!

제롬이 서둘러 나섰다.

-아니! 단장님!

마계로 끌려온 1세대 제롬.

마계에서 태어난 2세대 하룬.

세대가 다른 이들이기에 시각차가 날 수밖에 없었다.

‘늙어서 겁만 늘었어! 겁만 늘었다고!’

하룬은 화가 났다.

물론 하룬도 경호의 기세를 느꼈기에 강자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여긴 자신들의 마을 한가운데.

강자라고 하나 고작 한 명.

우선 제압하고 난 뒤 앞뒤 사정을 알아봐도 충분했다.

“거참. 여기 날 앉혀 놓고 둘이 싸울 생각입니까?”

경호의 말에 하룬이 다시 발끈하려 했지만 제롬이 이를 말리며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지요. 저는 제롬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환영합니다.

경호는 제롬의 환대에 자신 다시금 소개했다.

“환영에 감사합니다. 저는 경호라고 합니다. 정령계에서 마계와 싸우다가 우연히 넘어오게 됐습니다.”

굳이 시비 걸 이유가 없었기에 경호도 좋게 이야기를 건넸다.

물론 아직 한 명은 생각이 달랐다.

-단장님! 저놈 말을 믿는 거요! 저놈이 마족 끄나풀이면 어쩌려고요! 애초에 마계에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요!

하룬이 씩씩거리며 제롬에게 따지고 들자.

-하룬!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도록!

-단장!

-당장 나가래도! 명령이다!

-하지만……. 후우. 알겠습니다.

평소 직책이나 나이를 떠나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지만.

상명하복이 절대 원칙인 곳이기에 하룬은 화를 삭이며 밖으로 나갔다.

-젊고 어리숙하기도 하지만 마족의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 것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롬의 말에 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마계의 몬스터인 오크가 마족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인간이 정령계에서 용사로 활동하다가 마계로 넘어왔다는 것이 훨씬 더 이상했다.

서로 궁금한 것이 많은 상황.

“제가 알고 있는 오크는 마계의 몬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곳을 찾아오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호는 다섯 명의 오크와 주먹으로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암흑마기로 인해 오크로 변화했다는 것과 마기의 지배를 벗어난 소수가 뭉쳐 이렇게 반군을 형성했다는 것까지.

-저희도 그렇지만 정령계에서 이곳까지 넘어온 사정이 더 궁금하군요. 괜찮다면 먼저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8년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

-뿜어내는 살기도 그렇고 좋은 놈 같지는 않은데. 단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아우. 답답해 죽겠네.

하룬이 회관 밖으로 나오며 씩씩거렸다.

그러자 먼저 밖으로 나온 이들 중 하나가 말했다.

-안 그래도 아까 정찰 나갔던 녀석에게 물어보니 뿜어내는 검기가 심상치 않더랍니다. 단장님도 저 인간을 괜히 자극하는 것보다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아까 뿜어내는 살기만 해도 강하다는 건 하룬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말은 우리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있냔 말이지. 저자 말이 맞는다고 해도 저깟 인간 하나 제압 못 할까? 안 그래?

-단장님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전 조장님의 판단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위험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지금 시기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것도 의문입니다.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웅성거리며 쌓이기 시작한 여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궁금함으로 모여든 오크만 수십 명.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룬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럼. 우선 저 인간 놈을 제압하도록 하…….

그때 회관의 문이 열리고 경호가 밖으로 나왔다.

“작당 모의를 하려면 좀 조용조용하게 하던가. 거참 시끄러워서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잖아.”

경호가 하룬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

-이놈!

하룬이 등에 멘 도끼를 손에 쥐고 곧장 경호를 향해 휘둘렀다.

도끼날에 곧장 붉은 기운이 어렸다.

단순 제압이 아닌 살기가 실린 살초였다.

경호 역시 용아검에 검기를 씌워 도끼를 쳐냈다.

무게를 실어 내려치는 거대한 도끼와 가볍게 위로 쳐내는 검.

누가 보더라도 하룬의 우세였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뀌에에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하룬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쯧쯧쯧. 하여간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 있다니까.”

경호가 그런 하룬을 보며 혀를 차며 말했다.

“자아! 그럼. 다음!”

제롬 다음으로 강한 이가 하룬이었다.

그런 하룬이 우세를 점한 공격에서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땅에 처박힌 상황.

전의를 상실한 이들이 경호의 눈빛을 피해 괜히 바닥을 살폈다.

“없어? 다음 나오라니까! 어이! 나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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