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용사의 골목식당-297화 (297/335)

#297화

<상태창>

이름:최경호

나이:35

클래스:신의 그릇[???]

레벨:???

특성:[신의 그릇LV8]

카르마:0(중립)

“오. 레벨이 두 배가 됐네.”

마왕의 암흑마기를 배 터지게 먹어 치운 경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태창을 살폈다.

크게 볼 것도 없었지만 신의 그릇 레벨이 크게 올랐다.

거기다 원기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마왕의 암흑마기를 흡수한 일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근데 왜 마신은 왜 저기서 나오고 난린데!”

결계 밖 상공에 마신 소환 마법진이 새겨지고 있었다.

이제 곧 마신이 튀어나올 듯했다.

“이거 미치겠네.”

마신과 싸워야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마왕의 암흑마기를 모두 흡수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마신을 찾아가려 한 경호였기에 마신과 싸움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에서 마신과 싸우는 것은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경호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던가?

경호는 자신의 힘을 꽤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원기’라 이름 붙인 기운은 정말로 강력해서 손짓 한 번에 산을 지우고 바다를 가를 수 있었다.

거기다 신의 그릇은 이제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정말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속 끝판왕이나 보였던 능력을 이제는 정말 쓸 수 있었다.

아니 그것도 마왕의 암흑마기를 흡수하기 전에 가능했던 수준이니 이제는 레벨도 더 오르고 원기도 훨씬 강해져서 지금은 얼마나 강한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마신 역시 자신보다 더 강했으면 강했지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옛말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했었다.

자신과 마신이 싸우면 지구가 터져 나갈 터였다.

문제는 지구가 그렇게 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었다.

“젠장! 뭐가 급하다고 여길 찾아오고 난리냐고!”

그렇게 결계에서 나온 경호가 막 소환 마법진에서 빠져나온 마신의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

“와! 정말 더럽게 크네!”

흰둥이의 결계를 빠져나와 중얼거린 말을 들은 모두의 고개가 경호를 향해 돌아갔다.

“야! 경호!”

다현이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경호를 불렀다.

“경호! 마신이야!”

운애 역시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형님! 저거! 저거!”

성원은 놀란 표정으로 마신의 손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경호 님! 마신이 강림하고 있습니다! 어쩌죠?

흰둥이가 죽상을 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모두의 시선이 경호에게 꽂혔다.

경호가 그런 이들의 시선 속에 담긴 걱정과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마신이 뭐!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할 거니까! 그나저나 엄마는?”

“수호신님이 재워서 내 차로 옮겼어. 결계도 이중으로 쳤고.”

“그래. 잘했네. 그럼. 갔다 올게!”

콰앙!

경호가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

마신.

마계 너머에 있던 그가 지구에 강림했다.

주신의 힘이 강한 지구에서는 힘의 제약이 컸다.

마신은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에 있는 모든 마수를 끌어모아 그 마기를 이용해 소환 마법진을 만들었고 덕분에 본래 힘의 70%가량을 가진 상태로 강림할 수 있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쿵!

그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대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우선 마신은 거대했다.

암흑처럼 새까만 피부나 머리에 솟은 두 개의 큰 뿔, 핏빛 눈동자, 톱날 같은 이빨도 섬뜩했지만 그것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마신의 크기였다.

거대 마수인 크라켄이나 마수의 왕, 레비아탄은 강림한 마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장만 수백 미터는 돼 보였다.

경호는 그런 마신의 앞에 섰다.

“이거 그냥 물리력으로 따져도 위험하겠네.”

격투기에 체급이 생긴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 감각?

체급이 깡패다.

뉴턴의 ‘F=ma’라는 공식은 아주 단순하다.

F는 힘, m는 질량, a는 가속도.

한마디로 무겁고 빠르면 강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무작정 커지고 무거워질 수 없었다.

늘어난 크기와 무게에 따라 그것을 지탱해야 하는 골격과 근육이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신은 가능했다.

저렇게 크고 무겁지만…. 아마도 빠를 것이었다.

-신의 그릇, 이름이 경호였나?

마신이 경호를 보며 톱날 같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어. 너는 이름이 뭐냐? ‘마’씨 성에 이름이 ‘신’은 아닐 거 아니야?”

뱀처럼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는 것이 밥맛이 뚝 떨어졌지만 경호도 애써 웃으며 도발했다.

-큭큭큭. 이름 따위. 감히 날 이름으로 부를 존재가 없으니 그런 게 존재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더럽게 외로운 새끼라는 걸 그걸 겁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앉았네! 왕따에 아싸 새끼가!”

-건방지군! 뭐, 소중한 그릇이니 내 깨지지 않게 살살 죽여 주마!

경호가 마신의 말에 피식했다.

“그래. 니가 날 아주 우습게 보는 모양이네.”

경호 스스로도 마신의 손톱보다 작은 자신을 보면 만만하게 보이긴 할 거 같았다.

“우선 체급부터 맞춰볼까? 헤비급이 플라이급이랑 싸우려고 하면 쓰나.”

이미 ‘신의 그릇’이라는 특성은 단순하게 마나코어나 심장 같은 내부의 기관이 아니라는 걸 경호도 잘 알고 있었다.

경호가 곧 신의 그릇이고 신의 그릇이 곧 경호였다.

뭐든 담을 수 있는 신의 그릇이 크기 하나 바꾸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넌센스였다.

누구도 걸어가 본 적 없는 길이라 어찌 될지 모르지만 경호는 자신이 있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경호의 몸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점점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 이잇!

마신 역시 그런 경호의 모습에 당황했다.

하지만 경호, 신의 그릇을 차지해야 했기에 함부로 공격도 못 하고 지켜봐야 했다.

마신은 황금빛을 내며 커지는 경호를 보고도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했다.

퍼억! 퍼억! 퍽! 퍼억!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마신과 동등한 눈높이로 변한 경호의 주먹에 얼굴을 처맞기 시작했다.

그저 주먹질 몇 방에 불과했지만 원기가 실린 경호의 주먹의 위력은 정말 엄청났다.

마신은 총알보다 더 빠르게 인천을 지나 서해 한가운데로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수백 미터의 마신이 초속 수백 미터의 속도로 떨어졌다.

당연히 바다가 갈라지고 사방팔방으로 쓰나미가 일었다.

경호는 그런 마신을 쫓으며 아공간을 열어 모든 무기를 꺼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마신에게 검과 창, 도끼도 손톱만 했지만.

그 손톱만 한 무기에 황금빛 원기가 실리자 뿜어내는 기세가 달라졌다.

황금빛을 뿜어내는 손톱 수백 개가 자신을 노린다고 생각해 보자.

무섭지 않겠는가?

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용아검을 선두로 수백 개의 황금빛을 뿌리는 무기가 마신을 향해 날아갔다.

-그릇이 상할까 살살 다뤘더니 이거 꼴이 아주 우습게 됐군.

마신이 암흑마기를 뿜어 날아오는 수백 개의 황금빛 무기를 향해 휘둘렀다.

파괴에 특화된 마신의 암흑마기였다.

황금빛 원기가 암흑마기와 상극이라고는 하지만 마신이 분노하며 휘두른 암흑마기는 강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수백 개의 황금빛 무기들이 모래처럼 변해 흩어졌다.

마신은 곧장 움직여 경호 앞에 섰다.

그리고 바로 주먹이 날았다.

퍽!

경호의 주먹이 마신의 주먹을 마주쳤다.

퍽!

마신의 발이 경호의 머리를 노렸고.

경호의 반대 팔이 그런 마신의 발을 막아 냈다.

검은 암흑마기가 황금빛 원기를 찢어발기려고 꿈틀거렸고.

반대로 황금빛 원기는 검은 암흑마기를 태워 버리려고 이글거렸다.

쾅! 쾅! 쾅!

마신의 주먹이 경호의 옆구리에 꽂히고 명치를 때렸다.

쾅! 쾅! 쾅!

경호의 발이 마신의 턱을 올려 차고 쏘아 낸 원기의 구슬이 가슴에 틀어박혔다.

“크어억!”

경호는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경호에게 아픔은 다현이나 성원보다 더 친숙 존재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상대와 싸울 때도 쉽게 이긴 적이 결코 없었고 고통이 항상 따르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퉤엣!

경호는 핏물을 뱉어 내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마신은 달랐다.

-크어억!

아팠다.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아팠다.

자신이 누구인가!

파괴와 죽음을 관장하는 마신이었다.

마계를 더 확장하고 세력을 넓혀 결국엔 주신과 천계를 없앨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너무 아팠다.

끔찍한 고통은 마신에게 너무 낯설었다.

자신은 고통을 선사하는 존재지 고통을 받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고통에 더 크게 반응했고 그 반응이 점점 격차를 만들었다.

쾅! 쾅! 쾅!

경호는 피를 토해 내면서도 황금빛 주먹과 발을 휘둘러 끊임없이 마신의 몸을 때렸다.

쾅! 쾅! 쾅!

마신 역시 암흑마기를 두른 주먹과 발을 이용해 경호를 때렸지만 점점 반응이 느려지면서 한 대를 때리면 두 대를 맞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 마주 보고 치고받으며 상남자식 싸움을 이어가던 중.

-크아아아아악!

마신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몸을 뺐다.

단순하게 몸을 뒤로 뺀 것이 아니었다.

도망이라도 치듯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서로 생사결을 벌이다 마신이 도망쳤다고 경호가 ‘이겼다!’를 외치며 좋아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무슨 꿍꿍이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냥 마신을 쫓아가기도 어려웠다.

경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미친놈이!”

경호는 마신이 도망친 방향에서 엄청난 기운이 모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마신이 모으고 있는 기운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노리는 공격이라면 이렇게 멀리서 저렇게 기운을 풀풀 풍기며 준비할 리 없었다.

저 거리에서 이런 기운을 뿌리며 날아오는 공격이라면 피하면 그만이니.

문제는 애초에 자신이 아닌 지구를 노리는 공격이라는 점이었고 그 공격을 자신이 피하면 지구가 파괴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막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빗겨 쳐내는 것인데 그건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고작 자신의 운에 맡길 순 없었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야! 이 미친놈아! 아까는 그릇이 상하니 어쩌니 하더니 몇 대 처맞더니 그릇은 포기한 거냐!”

경호가 짜증을 가득 담아 마신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

마신은 경호의 영혼을 지우고 그릇을 차지한 후 지구를 제2의 마계로 만들 계획을 세웠었다.

그렇기에 마왕이 죽었음에도 아까워하지 않았고 지구의 피해도 크게 입히지 않고 경호를 상대함에도 조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느껴 보지 못한 고통이라는 낯선 감각은 마신에게 ‘두려움’이라는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두려움을 주기만 하던 존재였지 막상 자신이 두려움을 느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마신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경호, 신의 그릇을 차지하고 지구를 제2의 마계로 만든다는 계획을 모두 접어 버릴 정도로 강렬했다.

‘모조리 죽여 주마! 주신이나 천계는 천천히 다시 힘을 모아서 해치우면 되니까! 우선 저 빌어먹을 인간 놈과 지구부터 날려 주마!’

그래서 마신은 바로 싸우다 말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도망친 후 자신의 모든 암흑마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저 빌어먹을 인간 놈이 끼어들어 죽어도 좋고 피해 지구가 파괴돼도 좋았다.

주신의 힘이 담겨있는 지구가 파괴되면 그만큼 자신에게 걸려 있는 힘의 제약이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었다.

마신은 몸을 더 키웠다.

지구와 더 떨어진 우주 공간이기에 중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아 크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그리고 지구를 파괴할 정도로 암흑마기를 다루려면 육체가 더 커야 했기에 마신은 몸을 더 키웠다.

그렇게 거대해진 마신은 지구에서 우주 공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몸을 키웠다.

단순히 커졌다고 할 정도가 아닌 행성급 거체(巨體)로 변한 마신이었다.

그리고 그런 거대한 마신의 손에 대한민국 크기의 암흑마기가 쥐어져 있었다.

-모두 깔끔하게 증발시켜 주마!

그렇게 말한 마신이 손에 들린 암흑마기를 지구를 향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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