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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66화 (266/335)

#266화

화르르르르르르륵!

뱀의 얼굴을 한 마왕 루시퍼의 거대한 뿔에서 검붉은 불꽃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감히! 감히! 드워프 따위가 정말 그런 물건을 만들었단 말이냐!

마나 캐논으로 마기 농도 높이는 작전이 어그러지게 생긴 것이었다.

루시퍼가 뿜어내는 서슬 퍼런 분노에 2군단장이자 루시퍼 군단의 무기를 관리하는 마르바스가 몸을 납작 낮춘 채 벌벌 떨었다.

콰아앙!

손을 가볍게 휘저었을 뿐인데 바닥이 뒤집히고 공간이 흔들렸다.

-루시퍼님. 그것이 ‘파루스’라는 놈이 악마계약자로 마계에서 마나 캐논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마계에서 배워 마계 것보다 더 좋은 걸 만든다는 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더, 아니 훨씬 좋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루시퍼가 벌벌 떠는 마르바스를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사실 마르바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럼. 더 강하고 더 값싸게 쓸 수 있는 무기를 뿌리고 마수도 더 많이 보내도록!

쏟아지는 마수를 잡으려면 더 강하고 값싼 무기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루시퍼님!

루시퍼가 그런 마르바스에게 살기를 폭사했다.

-마르바스! 네 너를 아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저쪽에서 배터리니 뭐니 하며 고쳐 쓰게 만든다면 네놈에게 그 죄를 묻겠다!

-저, 절대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세상은 반신반의했다.

마나 캐논이 악마에게 통하지 않는다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앞장서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마나 캐논’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반발이 심했다.

심지어 야당에서도 그런 그들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물론 그 뒤에는 ‘악마계약자’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마나 캐논’을 퍼뜨리는 것은 단순한 사업이 아닌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마나 캐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악마에게 영혼이 먹힐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목숨 걸고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폄훼하기 바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루머가 아닌 진실’이라는 소문은 들불처럼 빠르게 번졌다.

현식과 건웅을 알고 있는 악마계약자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보통의 계약자가 아닌 무려 ‘마왕 루시퍼’의 계약자인 것도 알려지면서 세상이 곧 망할 듯 활개 치던 이들도 잠잠해졌다.

거기다 아시아 3대 조직인 혈랑회도 함께 하다 그대로 사라졌다는 소문도 그러한 소문을 더욱 빠르게 번지게 했다.

그때 안 그래도 여기저기 넘쳐나던 던전과 균열이 폭발하듯 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마나 캐논보다 더 강력한 아이템 탄생!

-마나 소드! 마석의 에너지를 흡수해 자체 마력검기를 발생시키는 무기 발매!

-마석 폭탄! 상급 보스급 마수도 한 방에 날려 버릴 아이템을 천만 원에 살 수 있습니다!

‘마나 캐논’보다 싸고 강력한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마르바스가 쏟아 낸 물건들이었다.

***

서울 외곽의 가짜 공장은 진작에 완성됐지만 진짜 정령석 캐논의 생산 라인은 이제 막 신화 마공연구소 생산 공장에 만들어진 참이었다.

혹여나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어 모든 직원은 외부로 돌리고 정령석 캐논을 만드는 라인은 ‘드워프 부족원’과 ‘워울프 주민’으로만 작업하고 있는 상태였다.

전 세계에 물량을 풀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생산 라인을 최대한 자동화해서 생산량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하아.”

털썩.

파루스가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님. 정말 죽겠어요.”

워낙 뭘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체력도 좋은 종족이 드워프였다.

그런 드워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장인인 파루스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우와. 진짜 마계에서 그 고생하면서도 버티던 체력이었는데 정말 입에서 단내 나네.”

“그래도 동생 이제 끝났잖아. 이제는 라인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조금씩 손만 봐주면 되니까.”

솔딘도 설비를 마친 공장 바닥에 대(大)자로 뻗어서는 환하게 웃었다.

힘은 들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취감이 있었다.

착착 라인을 따라서 조립되는 마나 캐논과 정령석 배터리를 보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싸악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게요. 형님. 이제 우리 역할도 끝이네요. 이것들로 악마군단을 물리치는 것만 지켜보면 되겠어요.”

파루스의 말에 솔딘이 조금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왜요?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 좀 불안해서…. 왜 그런 거 있잖아. 마지막 보스에게 막타를 때리고 나서 ‘훗, 해치웠나?’ 하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뭔가 느낌이 싸해서.”

“에이. 여기서 뭘 더 해요? 아니 더 할 게 없죠. 저 마나 캐논만 들어도 상급 마수는 우습게 상대할 수 있는 위력이잖아요. 우리가 머리를 쥐어짜도 더한 무기를 만들 순 없잖….”

그때.

“아! 여기 계셨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반가운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경계 대상 1호로 변한 경호였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솔딘과 파루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며 경호를 살폈다.

마치 생사대적을 눈앞에 둔 전사의 눈빛이었다.

다행히도 손에 뭔가 들린 것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냥 축하하러 온 거네.’

솔딘과 파루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경호를 반갑게 맞았다.

“용사님. 조금 전 생산 설비를 완성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 나온 거 같네요.”

“경호 님. 하루에 마나 캐논 1000정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정령석만 충분하면 배터리는 3000개 정도까지 가능하고요.”

“괜찮네요. 정말 수고했어요. 아. 그리고….”

아. 그리고?

경호의 말에 솔딘과 파루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솔딘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렸고.

‘설마! 에이! 설마!’

파루스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경호가 아공간을 열어 검 손잡이처럼 생긴 물건과 강철로 된 작은 공을 꺼냈다.

뭔지 모르겠지만 마석의 기운이 풍겼고 미세하게 마나 회로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도 마계에서만 쓰는 방법으로.

“이게 마나 소드와 마나 폭탄이라는 건데요. 요즘 마계에서 새롭게 뿌리는 아이…. 엇! 솔딘! 솔딘!”

털썩.

눈을 허옇게 뒤집은 채 까무러친 솔딘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파루스 역시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히죽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나고 경호는 다시 김이박 대통령을 찾았다.

***

“경호 씨. 어서 오세요. 무슨 일입니까?”

“대통령님. 이제 슬슬 악마계약자들이 미끼를 물게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야 하겠습니까?”

“우선 자원 유통을 좀 도와주십시오. 자금은 신화 그룹에서 낼 수 있지만 최근 마나 소드니 마나 폭탄이니 하면서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마도공학으로 기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마수로 인해 행동 범위가 줄면서 철강 생산은 줄어든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철제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니 원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국가적 차원으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자 회견이 한 번 더 필요합니다.”

경호가 아공간을 열어 마나 소드와 마나 폭탄을 꺼냈다.

물론 마석이 아닌 정령석을 배터리로 꾸며 넣은 제품이었다.

“이거 마나 소드와 마나 폭탄입니까? 아니 풀리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됐다고 들었는데요?”

풀리기 시작한 지 정확히 5일 정도 지났을 뿐이었지만 솔딘과 파루스를 갈아 넣어 생산 라인까지 깔아 버린 경호였다.

그리고 솔딘과 파루스는 과로로 신화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숭고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네엣?”

“그건 그렇고 마나 캐논과 마나 소드, 그리고 폭탄까지 지금 팔리는 평균가의 십분의 일의 가격만 받고 팔려고 합니다.”

“네엣? 지금도 원가 수준으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석을 이용한 마나 캐논보다 원가가 몇 배나 높았지만 가격 경쟁을 위해서 이윤 없이 파는 중이었다.

그런데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다면 이윤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백 수천 억의 막대한 적자를 보고 팔아야 했다.

“그래야 악마계약자들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신화 그룹은 이건용 회장이 ‘세상이 먼저다!’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막대한 지원을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정부에서도 세제 지원 같은 여러 가지 편의도 봐주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가격을 후려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악마계약자들이 힘을 써서 만들어 내는 아이템 제작회사들은 신화 그룹처럼 손해를 감수하며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애초에 동원 가능한 자산 규모도 달랐지만 ‘악마계약자’라는 신분을 택한 것 자체가 바로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 욕심쟁이들이 자신들이 손해 보는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는 가격 파괴로 아이템 시장의 물을 흐리는 신화 그룹을 공격해 올 가능성이 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었다.

“바로 기자 회견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통령은 기자 회견을 열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배터리로 가동되는 개량한 마나 캐논과 마나 소드를 개당 천만 원에 마나 폭탄은 개당 백만 원에 팔기로 했다고 전 세계에 알렸다.

아마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건 광고를 한 최초의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일이었다.

***

대격변이라고 해도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서 바뀌지 않는 절대 원칙이 있으니 ‘손님은 왕이다.’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에 따라 그 절대적인 원칙이 바뀔 수도 있었다.

서울 외곽 예전 남양주시라 불리던 백색 지대와 회색 지대의 사이에 지어진 거대한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줄을 서시오! 제대로 줄을 서지 않으면 물건 안 팝니다!”

이곳은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첨단무기 생산 공장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그렇게 알린 것이고 사실은 신화 마도공학 연구소에서 물건을 가져다 놓는 창고로 얼마 전에 비밀리에 만든 곳에 불과했다.

가장 특이한 것은 바로 판매 방식이었다.

보통은 판매하는 쪽이 구매자에게 배송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곳의 방법은 달랐다.

우선 예약 주문이 불가능했다.

현장에서 바로 계약해야 했고 최소 수량은 100개 이상만 팔았다.

거기에 구매하고자 하는 단체나 기업의 이력을 소상하게 밝혀야 했다.

그리고 무조건 직접 와서 물건을 가져가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엄청나게 긴 대기 줄이 생겼다.

줄을 서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이들은 신화길드에서 파견 나온 길드원이었다.

물론 이곳에서의 역할은 영업사원이었다.

정부에서 파견된 보안요원들이 있음에도 굳이 영업사원을 신화길드 소속 길드원으로 배치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

김세연 의료팀장도 영업사원으로 배치된 길드원 중 하나였다.

힐러!

아무리 세상이 마나 캐논 같은 강력한 아이템으로 무장했다고 하나 던전 공략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녀였다.

특히나 최상급 신수인 ‘유니콘’과 계약을 맺고 나서 그 능력이 월등하게 강해지면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진 상태였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 고작 ‘영업사원’으로 앉아 있다니!

세연은 환하게 웃으며 첫 손님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깔끔한 인상의 중년 남성이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그럼. 우선 서류를 좀 볼게요.”

남성이 서류 가방에서 몇 장의 서류를 꺼냈다.

소속된 곳을 증명하는 서류였다.

“음. 중국에서 오셨군요. 금룡길드? 처음 들어보는 곳이네요.”

중년 남성은 세연의 물음에 밝게 미소를 지었다.

“신생 길드다 보니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이번 거래를 시작으로 신화길드처럼 강한 길드가 될 겁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 남성은 중국계 빌런 조직원이었다.

직접 써도 좋고 몇 갑절 이윤을 부쳐서 팔아도 손해 볼 것이 없기에 이곳에 온 것이었다.

어차피 서류야 중국 내부에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만들어 주는 곳은 차고 넘쳤다.

열의를 담은 눈빛 연기를 하는 남성을 세연이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구매 불가입니다.”

“네엣?!”

“구매 불가라고요.”

“아니 그게 무슨…. 지금 중국인이라고 차별하시는 겁니까?”

“차별이 아니라 거짓 정보를 가지고 오는 이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규정을 지키는 겁니다.”

“아니. 거짓 정보라뇨! 거기 전화번호로 확인해 보세요! 홈페이지도 있지 않습니까! 국가 인증도 돼 있고요!”

“보안요원! 여기 끌어내세요!”

남성은 끌려가면서도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세연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있는 사무실 너머 공간에 있는 유니콘, 퓨리가 상대의 거짓과 진실을 판단해서 알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남성의 말 속에 너무 심한 악취가 풍겨 힘들었다.

“저도 ‘퓨리’님이 알려 주기 전부터 느낌이 오더라고요.”

다른 사무실에서도 신화길드원과 계약한 신수나 정령이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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