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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65화 (265/335)

#265화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당연하게도 경호 때문이었다.

“저기 쓰러져 있는 두 놈을 주연으로 영화 한 편 찍어야 할 거 같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마나 캐논이라는 엄청난 아이템이 사실 악마가 뿌린 무기라는 것을 알렸다.

“네엣!?”

악마계약자를 두고 영화 한 편 찍자고 할 때도 놀랐지만 마나 캐논의 진실을 듣고는 거의 기절할 뻔한 그들이었다.

“그, 그럼. 이게 악마군단을 해치울 비장의 무기가 아니란 말입니까?”

‘제발 아니라고 해 줘요!’ 하는 얼굴로 대통령이 경호에게 물었다.

물론 대답은.

“당연히 비장의 무기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정말 마나 캐논을 쓸수록 지구가 마계처럼 변한다는 겁니까? 악마에게 통하지도 않고요?”

“그렇습니다.”

허어.

대통령과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떡합니까?”

“실은 신화 마도공학 연구소에서 마나 캐논을 개량해서 악마에게 통하는 무기를 만들었습니다.”

“뭐라고요? 하하하핫! 저, 정말입니까! 아니 그럼 다 된 거 아닙니까! 그걸 숨기고 있다가 악마군단이 넘어오….”

“아니요. 저는 이걸 공개할 예정입니다.”

“에엣!? 아니 그러면 마계에 있는 악마들이 가만히 있겠습…. 아!”

뭔가를 깨달은 얼굴로 대통령이 눈을 크게 떴다.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럴 바라는 거고요.”

“그럼. 그때….”

“원래 사냥은 쫓아다니면서 하는 것보다 미끼로 끌어모아서 한 방에 하는 게 더 이득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미끼를 풀 장소를 만들어 주십시오. 대충 ‘국방과학연구소’ 소속의 생산 시설 정도면 되겠네요.”

경호의 말에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주변에 빈 공장 부지 확인해서 3일 안에 준비를 마쳐 놓도록 하지요.”

역시나 비서실장답게 눈치가 빠르고 실행력도 발군이었다.

“3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동안 악마놈들이 물지 않고는 못 배길 미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경호 씨. 부탁합니다. 그리고 항상 미안합니다.”

대통령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그럼. 3일 후에 뵙겠습니다.”

경호도 대통령의 눈빛에 담겨 있는 진심을 느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

경호는 성원과 함께 최용사 공방을 찾았다.

경호가 왔다는 말에 솔딘과 파루스가 공방에서 나왔다.

“어?”

사흘 밤낮을 망치질해도 끄떡없는 솔딘이었지만 눈이 퀭했다.

파루스는 거의 정신이 나가 ‘마력회로, 마력회로’를 외치고 있었다.

둘의 모습은 좋게 봐줘도 호러 영화에 나오는 좀비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니. 둘 다 상태가 왜….”

“경호 님. 살려 주십시오! 제발! 아니 그냥 죽여 주세요! 저 좀 죽여 주세요!”

파루스가 미친 사람, 아닌 미친 드워프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경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니 파루스 그게 뭔 소리야? 죽긴 왜 죽여?”

“저, 저저! 솔딘이 절 과로사로 죽이려고 한다고요!”

“과로사?”

솔딘의 집착에 가까운 창작욕을 잘 아는 경호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솔딘.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쉬어 가면서 해야죠. 이러다 누구 하나 쓰러지면 정말 큰일이라고요.”

“용사님. 걱정 마십시오! 한 병에 천만 원도 넘는 포션을 물 대신 마시고 있습니다!”

하아. 그러니까 더 걱정되잖아요!

경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딘이 손에 든 망치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죽겠다’라는 게 너무나 뚜렷하게 보였다.

솔딘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아이고, 솔딘. 그런 포션을 물 대신 마시고도 이런 얼굴이면 정말 죽어요!”

경호가 정령석을 세계수 뿌리에 주렁주렁 열리고 난 후 솔딘은 파루스와 함께 잠깐도 쉬지 않고 계속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마나 캐논은 물론이고 아이템도 정령석을 이용해 개량하고 있었고 이동형 마법진이나 마나 회로도 연구하고 있었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을 저주할 정도로 너무나 빠듯하게 보내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체력이 떨어지면 포션을 먹었고 피곤하면 힐러의 회복술도 받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둘은 살아 있는 좀비가 돼 버렸다.

“용사님.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솔딘의 물음에 경호가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마나 캐논 때문에 왔어요.”

“아. 안 그래도 마계에서 온 최신형 마나 캐논을 참고해서 최종 개량 버전을 조금 전에 완성했습니다. 파루스. 그것 좀 가져와 봐.”

솔딘의 말에 파루스가 투덜거리며 비척비척 걸어가 마나 캐논을 들고 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시중에 파는 마나 캐논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용사님. 어떻습니까?”

“좋네요. 그런데 혹시 이거 조금만 더 바꿀 수 있을까요?”

“네? 바꾸라고요?”

“조금 개조할 부분이 있거든요.”

좋다는 말에 환하게 웃던 솔딘이 경호의 ‘개조’라는 말에 얼음처럼 차갑게 굳었다.

그 옆에서 무슨 말인가 귀를 쫑긋거리고 있던 파루스는 아예 휘청하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용사는 개뿔! 악마! 이 사탄! 루시퍼보다 더한 악마 같으니라고! 좀 전까지 우리 죽는다고 걱정하더니! 뭐? 개조라고! 개조! 뭘 더 개조해! 개조라는 게 뭐 그냥 한번 해 볼까요? 하면 도깨비가 방망이 두드리면 나오듯 뚝딱 나오는 건 줄 알아!”

바닥에 엎어진 파루스가 팔다리를 사방팔방 휘저으며 한이 담긴 목소리로 속사포 랩을 시전했다.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파루스를 솔딘도 차마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속으로는 파루스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밤낮 안 가리고 노력해서 조금 전에 완성한 마나 캐논을 테스트 한 번 안 해 보고 바로 개조부터 하라니!

‘설마 농담이겠지.’

하지만 경호의 얼굴은 진지했다.

아니 왜?

다 완성된 마당에 무슨 개조를 더 한단 말인가.

“요, 용사님. 그, 그런데 무슨 개조 말입니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이런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을 텐데요. 죄송하네요.”

경호의 대답에 솔딘과 파루스는 더욱 긴장했다.

얼마나 끔찍한 개조 작업이면 대답보다 먼저 사과부터 하겠는가!

“저번에 이야기한 거 있잖아요. 왜 배터리로 정령석을 대체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는 거요.”

“…?”

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거 언제 가능할까요?”

“네엣?”

“배터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개조’가 그 ‘연구’를 말하는 거라고요?”

모든 물건을 황금으로 바꿔 주는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연금술사처럼.

그 연구는 말 그대로 막연한 ‘연구’였다.

그런데 그게 언제 가능하냐고?

연금술사가 현자의 돌 연성에 언제 성공하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소리였다.

“용사님. 사실 배터리로 정령석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는 말 그대로 대체재가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한 겁니다. 지금은 정령석이 세계수 뿌리에서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상황인데 굳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배터리의 용량이 대격변 이후 비약적으로 커지긴 했다.

하지만 마나 캐논을 작동시킬 정도의 출력은 ‘아X언맨’의 ‘아크 원자로’ 정도는 돼야 했다.

“파루스. 가능할까? 대충 ‘아크 원자로’ 정도 출력이면 얼추 될 거 같은데?”

“형님! 그게 되겠어요? 영화니까 가능하지!”

솔딘과 파루스가 아무리 천재적인 장인이라 할지라도 그 정도 출력의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 솔딘. 그게 꼭 전기 배터리일 필요는 없습니다.”

“네엣?”

아니 배터리로 개조가 가능하냐고 묻더니 이젠 또 전기 배터리일 필요는 없단다.

농담인데 웃기지 않는 건가?

지금이 웃을 타이밍?

경호의 말에 솔딘이 혼란에 빠졌다.

“사실 미끼가 필요한 거여서요. 모양만 그럴듯하면 됩니다.”

“그게 무슨? 미끼요?”

경호가 피식 웃으며 대통령과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둘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어때요? 가능할까요? 배터리가 안 된다면 정령석에 철판을 둘러서라도 비슷하게 보이기만 하면 됩니다.”

마나 캐논을 작동시킬 배터리를 만드는 것과 정령석을 배터리처럼 만드는 것의 작업 난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컸기에 솔딘과 파루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용사님. 그건 충분히 가능하죠! 그러니까 그걸 대한민국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악마계약자들을 한방에 소탕한다는 소리 아닙니까?”

솔딘과 파루스의 표정이 경호가 오늘 본 것 중 가장 밝아지는 순간이었다.

“와하하하하하하하하! 경호 님!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데요! 악마놈들 아주 속이 철렁할 겁니다.”

악마와의 계약으로 일족이 멸족해 버린 파루스였다.

그 누구보다 악마에게 원한이 컸기에 항상 복수를 꿈꿔왔다.

“그래. 이번에 성공한다면 오크 웨이브를 막은 것 이상으로 큰 타격을 받겠지. 더는 수작을 부리기 어려울 테니까.”

악마계약자의 존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싸우는 것 같은 격이었기에 악마군단이 넘어오기 전에 꼭 정리해야 했다.

“그런데 경호 님. 저걸 악마군단이 넘어오기 전에 시판하자는 거지요?”

“그렇죠. 그래야 마계에서도 긴장하고 마나 캐논과 배터리를 만드는 공장을 치러오겠죠.”

“그러면 저걸 뜯어보면 정령석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 텐데 과연 속을까요?”

파루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당연히 뜯어 보지 못하게 만들어야죠. 마력회로로 그런 거 할 수 있잖아.”

경호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마력회로로 뜯어 보지 못하게요? 경호 님. 그게 가능할까요?”

파루스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파루스. 네가 그쪽으로는 전문가니까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지. 나는 마도공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네엣?”

아무래도 경호는 파루스가 드워프 장인이 아니라 드워프 마법사로 아는 게 분명했다.

파루스의 안색이 다시 좀비 같이 변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솔딘이 파루스의 등을 두드려줬다.

미우나 고우나 형, 동생하며 서로 의지하는 가장 믿음직한 동료였다.

“용사님. 그 배터리 모양의 정령석은 언제까지 만들어야 합니까?”

“음. 3일 뒤에 발표할 예정이니 모레까지 가능할까요?”

“네엣? 내일모레요?”

“힘들까요?”

“용사님. 누가 발표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미루면 안 될까요?”

“그게 대통령님이 발표하기로 한 거라….”

대통령이 모레 발표한다고?

파사사삭.

‘모레’라는 경호의 담담한 말에 언제나 ‘용사님’이라고 말하며 예를 다하던 솔딘의 평정심도 ‘모래’처럼 부서졌다.

“용사님? 모레요? 아니 그러니까 용사님! ‘모레’라뇨! 그러니까 지금 조금 전에 겨우 정령석을 넣고 쏘는 개량형 마나 캐논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다시 정령석을 배터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게 만들고 또 배터리는 분해하지도 못하게 만들라는 거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것도 내일모레까지 말이죠! 으하하하하하하하핫!”

“엇! 솔딘!”

손에 든 망치로 자신의 머리를 향해 휘두르는 솔딘의 손을 경호가 몸을 날려 겨우 이마 바로 앞에서 멈춰 세웠다.

“형님! 미쳤어요!”

“미쳤냐고? 미쳤냐고? 으하하하하하하하핫…. 커억! 컥!”

그렇게 미친 듯 광소를 터뜨리던 솔딘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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