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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63화 (263/335)

#263화

‘이 미친놈은 도대체 뭐야!’

건웅은 눈앞에 있는 저 추리닝 입은 미친놈을 보며 혼란에 빠졌다.

자신은 마왕인 루시퍼와 계약하기 전부터 S급에 맞먹는 힘을 가진 최상위 빌런으로 유명했었다.

거기다 악마, 그것도 보통 악마가 아닌 마왕 루시퍼와 계약 후에는 레인보우 식스 모두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의 절대적인 힘을 얻게 됐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잡놈 하나가 나타나서는 자신을 한방에 기절시키고는 이렇게 고문 아닌 고문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섭다!’

무서웠다.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는 저항할 수 없는 것에, 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죽음, 귀신같은 것에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건웅에게는 지금 눈앞에 추리닝을 걸친 잡놈이 죽음이나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이 미친놈은 뭔데! 왜 나한테 이러냐고!’

계속 뺨을 때렸다.

아팠다.

고작 가볍게 때리는 따귀가 아파도 너무나 아팠다.

강화계 각성자이기에 원래 치고받는 전투가 일상이었고 누구보다 맷집에 자신 있던 건웅이었다.

아픈 거는 옛날 옛적에 이미 면역이 돼 있는 몸이었다.

퍼억! 퍽! 퍼억!

“아악! 아아악! 악!”

이제 묻지도 않고 그냥 때리고 있었다.

나쁜 짓을 하면서 심하게 다친 적도 많았다.

내장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지고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버텨 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도 이렇게 아프진 않았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쪽팔렸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묶여 있는 상태였고 어떻게 했는지 마력도, 마기도 쓸 수 없었다.

격통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그 무기력함이 또다시 공포로 다가왔다.

퍼억! 퍽! 퍽!

또 아무런 말도 없이 주먹이 날아왔다.

끄아아아아아악!

얼굴에 있는 뼈가 모조리 뭉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퍽! 퍽! 퍽!

또 주먹이 날아왔다.

엉! 엉! 엉! 엉!

건웅은 목놓아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

폭력이 멈췄다.

아무 말 없이 노려만 보고 있는 경호를 본 건웅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덜덜덜덜.

건웅의 눈빛이 흐려지고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웠다.

무서워서 죽을 거 같았다.

“이 미친놈아! 뭐든 물어보라고! 제발! 제발!”

경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범죄자라고 다 죽일 놈이 아니듯.

악마계약자라고 다 쓰레기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파루스’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갱생의 여지가 있는 재활용 쓰레기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놈은 순전히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계약을 맺은 쓰레기 중에서도 핵폐기물 같은 쓰레기였다.

‘이놈은 인간이 아니다!’

경호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점점 용력을 높이며 건웅의 통증을 증폭시켰다.

그런 다음 중간부터는 말도 걸지 않고 기계적으로 주먹을 날렸다.

그렇게 눈빛이 흐려질 때쯤.

‘지금이면 통할지도 모르겠네.’

때리는 것을 멈추고 감각의 증폭이 아닌 감정의 증폭을 걸었다.

한 톨의 감정도 그 크기를 키우는 어찌 보면 굉장히 무서운 힘이었지만 상대에게 쓰기가 훨씬 어려운 힘이었다.

하지만 이미 반쯤 맛이 간 건웅은 생각보다 쉽게 걸렸다.

조금씩 무서워하던 건웅은 감정이 증폭되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아! 뭐든 물어보라고! 제발! 제발!”

드디어 경호가 기다리던 말이 튀어나왔다.

‘성공이다! 감정 증폭이 성공했다고!’

연습할 때는 잘 안 되던 것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경호는 자신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제, 제발요! 뭐든 물어봐 주세요!”

물론 바로 들어줄 마음은 없었다.

퍽! 퍼억! 퍽!

커억! 커어어어억!

그렇게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두들겨 팬 경호가 폭력을 멈췄다.

“자아. 이제 대답할 자세가 좀 된 거 같네.”

엉망이 된 건웅을 벽에 기대 앉히고는 경호가 물었다.

“자아. 너는 이름이 뭐지?”

“기, 김건웅입니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건웅이 대답했다.

“너희 조직 대가리는? 최현식 그놈이야? 맞아?”

경호는 택춘의 단톡방에서 본 이름을 떠올리며 물었다.

“형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좋아. 너희 조직의 규모와 하려고 하는 거 다 말해 봐.”

“사실 조직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저와 현식이 형님 둘이서 혈랑회를 차지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요.”

해결됐으니 별거 아닌 일이 됐지만 터졌으면 거의 내전(內戰) 수준으로 커질 뻔한 일이었다.

그것도 고작 두 명 때문에.

이런 놈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몰랐다.

경호가 걱정으로 한숨을 쉴 때.

그때 테일러를 비롯한 워울프 전사들이 내려왔다.

“테일러. 끝났나요?”

테일러 입과 손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피가 이미 답을 말해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냈습니다.”

경호가 단톡방 메시지로 급하게 불렀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저놈 좀 챙겨가 주세요.”

“경호 님은 같이 안 가시고요?”

새벽 1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최현식’이라는 놈을 놔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는 한 군데 더 들렀다 갈게요.”

***

“뭐야? 지금 몇 신데 연락도 없어. 이 새끼 설마?”

말을 더 잇진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설마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당한 건 아니겠지?’

현식은 스스로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 피식하고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건웅이 나서지 않아서 그렇지 마기를 끌어 올려 싸우면 웬만한 길드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힘을 가진 놈이었다.

상급 각성자 수준의 워울프 삼십 마리 정도는 우습게 처리할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애초에 걱정할 정도였으면 보내지도 않았을 현식이었다.

“그래도 이거 너무 늦는데.”

연락이 왔어도 진작에 왔어야 했다.

새벽 1시가 넘어가는데도 연락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현식은 설마 설마 하며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리리!

익숙한 벨소리가 사무실 밖에서 들려왔다.

오늘 아침에도 촌스럽다고 놀렸던 건웅의 벨소리였다.

“어? 뭐야?”

띠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연락도 없이 온 건가?

현식이 전화를 끊었다.

똑똑똑.

그리고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그러고 보니 건웅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벨소리가 아니었다면 문밖에 누가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건웅의 벨소리가 분명했지만, 건웅은 분명히 아니었다.

이 모순된 상황에 현식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철컹.

“반가워. 이름이 최현식 맞으시죠?”

철문이 열리고 경호가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현식은 낡은 추리닝을 입은 경호를 쳐다보다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무언가를 봤다.

“아! 이거?”

경호가 손에 들고 있던 건웅을 들어 보였다.

구속의 밧줄로 꽁꽁 묶여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망가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 친구가 현식이 형님 있는 곳은 죽어도 알려 줄 수 없다고 해서 말이야. 나도 좀 힘들었다고.”

“너 뭐냐? 건웅은 네 놈이 그런 거냐?”

현식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풍기는 기세를 보면 그리 강한 인물은 또 아니었다.

아니 복장을 보면 제정신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건웅의 상태를 보면 엄청난 강자였다.

건웅이 동생을 자처하고 있지만, 자신과 크게 차이가 나는 실력이 아니었다.

“내가 혈랑회를 털고 있었거든. 워울프 전사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들을수록 혼란만 더할 뿐이었다.

“건웅은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현식은 말을 하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호를 향해 손을 들었다.

동시에 허공에 물방울이 하나둘 맺히더니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했다.

뭐 하는 놈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 우선 잡아 놓고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운애랑 비슷한 능력인가?”

거기에 마기가 담기며 물로 만들어진 칼날이 검게 변했다.

쉬익!

십여 개의 검은 칼날이 경호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다루는 숫자도 많고 움직임도 좋은데.”

물론 운애에 비하면 처지는 실력이었지만.

검은 칼날이 거의 경호에게 닿으려는 순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던 경호가 움직였다.

경호에게 스피드스터인 이나처럼 [질주]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더 빨랐다.

하체에 깃든 마력이 용력으로 증폭되어 터져 나오는 엄청난 움직임이었다.

경호는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검은 칼날을 모두 피해 손을 뻗고 있던 현식의 앞에 섰다.

“이게 무슨 개….”

퍼억!

깔끔하게 턱에 들어간 경호의 주먹에 현식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아침 6시.

대통령의 일정이 있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는 서두르고 있었다.

“경호 그 친구는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김이박 대통령의 말에 박재호 비서실장과 이규석 안보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와대 지하에 있는 비밀 회의실 문을 열자 그곳엔 경호가 꽁꽁 묶인 두 사람을 양손에 들고 서 있었는데 둘 다 얼굴이 엉망이었다.

“허어.”

대통령과 비서실장, 안보실장. 셋 모두 그 모습에 입을 쩌억 벌렸다.

경호가 미리 연락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혈랑회 정보를 준 것이 어제저녁이었다.

부탁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혈랑회도 아니고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던 악마계약자를 잡아 온 것이었다.

“그래. 경호 씨. 어디 다치거나 하진 않았죠?”

“생각보다 강했지만 어렵진 않았습니다.”

경호는 상대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으니까.

“그럼. 우선 앉아서 이야기하죠. 저 둘은….”

“제가 깨울 때까지 기절해 있을 겁니다.”

그렇게 현식과 건웅을 구석에 대충 던져 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대통령님. 너무 이른 시간에 연락드렸죠?”

“아니요. 비상시국 아닙니까. 어차피 집무실에서 계속 보고 받는 중이었어요.”

그 말에 경호가 대통령의 안색을 살폈다.

얼굴에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것이 피곤함에 절어 있는 듯했다.

“아. 다른 쪽은 어떻게 됐습니까?”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말에 경호가 물었지만, 대통령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것이….”

그런 대통령의 반응에 경호는 대답을 듣지 않았지만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표정이 어두운 대통령을 대신해 안보실장이 나섰다.

“제가 괜한 걸 물었나 봅니다. 곤란하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곤란할 건 없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악마계약자들의 힘이 강하고 그 조직들이 너무 산발해 있더군요. 사실 빌런 조직을 캐다 보면 큰 뿌리가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경호가 처리한 혈랑회도 마찬가지였다.

백 명도 넘는 빌런 조직을 단 두 명의 악마계약자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혼란만 일어날 것 같더군요. 피해도 무시 못 할 테고요. 네 군데를 쳐서 두 군데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전멸했습니다. 성공한 곳도 사상자가 상당합니다.”

안보실장의 말에 경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왕이나 상급 악마와 계약한 이들은 굉장히 강하더군요. S급 헌터도 정면으로 붙으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그나마 마나 캐논을 써서 가능한 싸움이었습니다.”

마계에서 쏟아 낸 사기템인 마나 캐논이라면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악마계약자 중 마나 캐논을 튕겨 내는 이가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혹시 알고 계시는 게 있습니까?”

“그게 원래 악마에게는 안 통하는 무기라서 고위 악마와 계약한 이들도 그…. 아!”

경호의 머릿속에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불티처럼 팍하고 떠올랐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두루뭉술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경호가 말하다 말고 갑자기 혼자 피식거리며 멍하게 있자 다들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정신을 차린 경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군데군데 퍼져 있는 악마계약자 놈들을 한방에 정리할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요.”

“아, 아니 무슨 방법이 있나?”

대통령이 놀란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거렸다.

“우선 저기 쓰러져 있는 두 놈을 주연으로 영화 한 편 찍어야 할 거 같습니다.”

“““네엣!?”””

영화 한 편 찍겠다는 경호의 말에 셋은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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