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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58화 (258/335)

#258화

언뜻 생각하기에는 신력과 마기가 상극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기에 신력보다 정령력이 더 상극이었다.

신력과 마기는 빛과 그림자 같은 반대되는 힘이지만 결국 주신과 마신은 권능이 다를 뿐 시작점은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 힘의 근본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순수한 기운인 정령력은 불순하고 탁한 마기를 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무기의 에너지원을 마석에서 정령석으로 바꾸면 악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걸 푼 악마 놈들은 상상도 못 하고 있겠지만요.”

파루스의 말에 경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니까 정령석을 마석 대신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지?”

악마에 대한 원한이라면 경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적지 않은 파루스였다.

“원래 시제품이 나왔는데 갑자기 마계에서 ‘마나 캐논’이 넘어오면서 다시 손보는 중입니다. 참고할 것들이 제법 있더라고요.”

신화연구소와 파루스가 합작한 정령석 무기도 대단했지만 지금 쏟아져 나오는 무기도 결코 떨어지는 물건이 아니었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파루스도 모르는 마력회로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그랬기에 마무리 단계였던 정령석 무기를 그것을 참고하여 다시 손보는 중이었다.

“우와. 이렇게 대단한 무기를 만드는 중인지 몰랐네요.”

성원은 예전에 정령석을 사용하는 무기에 대해 서류를 확인했었지만, 그때는 버거퀸의 마목 문제로 정신이 없어서 대충 넘어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곧 완성될 겁니다. 위력은 지금 풀린 마나 캐논보다 배 이상은 될 거 같고요.”

지금 풀린 마나 캐논만 해도 광풍(狂風)이라 불릴 정도로 난리였다.

에너지로 쓰이는 마석만 받쳐 준다면 재난종 마수도 죽일 수 있는 무기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마나 캐논보다 배 이상 위력을 낼 수 있다면 S급 헌터가 아니어도 텔빨로 하급 악마와 싸울 힘을 갖출 수 있었다.

“오. 그거 정말 대박인데. 최대한 빨리 상용화하자고! 이제 곧 악마군단이 쳐들어올 텐데.”

파루스 녀석이 뺀질거리긴 해도 정말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그런데 녀석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저기 근데….”

“어? 왜?”

“그런데 상용화하는 데 문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문제? 뭔데?”

“정령석이요.”

“정령석?”

“전 세계에서 나오는 물량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현재 정령석은 극지던전을 통해 나오는 거인을 죽이고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석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져 단가가 높지 않아 금액적인 부담은 없지만, 문제는 절대적 수량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좋은 ‘총’이라도 ‘총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아. 그건 내가 해결할게. 그럼. 정령석은 해결된다 치고. 그래서 무기는 언제쯤 풀려고?”

“음. 아직은 좀 더 간을 봐야 할 거 같아서요. 우선은 기다리는 중입니다.”

“엉? 간을 본다고?”

파루스의 알쏭달쏭한 말에 경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만의 마왕 루시퍼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던 루시퍼가 기분 좋은 얼굴로 자화자찬을 시작했다.

-역시 내 생각이 딱 맞아 들어가는구나! 멍청한 마몬 놈은 오크 웨이브나 생각했지. 그래서 수호신에게 병력만 갖다 바치고 말이야. 아니 그런가?

-맞습니다. 역시 루시퍼 님이십니다!

날카로운 뿔이 돋아나 있는 검은 색 사자 얼굴의 악마, 루시퍼의 2군단장인 마르바스가 넙죽 엎드려 있었다.

-그래. 지금 마기 농도가 얼마나 되느냐?

악마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 마기 농도가 절반은 넘어야 했다.

-30%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마나 캐논이 넘어가고부터 하루에 1%씩 오르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한 달 정도면 악마군단이 지구로 갈 수 있을 듯합니다.

3년 동안 20%도 오르지 않았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한 달? 아니다! 아니야! 그러면 지금 보낸 무기보다 더 성능 좋은 녀석으로 보내도록 해라! 보름 안에 내려가도록 한다! 알았느냐!

어차피 던전이나 균열의 마수 따위는 얼마나 더 죽어도 됐다.

지구의 인간을 오크로, 동물을 마수로 변화시키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루, 루시퍼 님. 하지만 마석을 이용하는 무기라 악마들에게 내성이 있다고 하지만 자칫하면 악마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시퍼는 단호했다.

-어허! 마신님의 계시를 잊었느냐! 속전속결 해야 한다! 빨리 진행하도록 해라!

더 강한 무기는 악마에게도 위협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왕의 명령에 반발할 순 없었다.

-즉시 지구에 풀도록 하겠습니다! 루시퍼 님!

***

악마의 혈석(血石).

마수의 마석(魔石).

거인의 정령석(精靈石).

세 종족이 가진 생명의 근원은 모두 그 역할이 달랐다.

악마의 혈석은 혈액을 대신해 마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건이었다.

말 그대로 마기는 악마에게 생존의 필수 요소였다.

그렇기에 대기의 마기 농도가 낮으면 능력이 떨어지고 활동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마수의 마석은 악마의 혈석과 그 성격이 반대였다.

혈액이 없고 마기 자체로 살아가는 악마와 달리 혈액 속에 흐르는 마기가 심장에서 걸러져 뭉쳐진 것이 마석이었다.

마수에게도 너무 강한 마기는 독성을 띠기 때문이었다.

거인의 심장에 맺히는 정령석은 세계수와 연관이 깊은 물건이었다.

거인족 자체가 세계수 위드그라실의 뿌리에서 태어났기에 가진 특성이었다.

애초에 세계수 자체가 주신이 정령을 위해 창조한 존재였다.

세상의 온갖 기운을 흡수해 불순물을 걸러 내 순수한 힘을 가지고 가지에 정령과(精靈果)가 영글고 뿌리에는 정령석(精靈石)이 달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정령과에서 새로운 정령이 태어나고 정령석으로 성장하게 했다.

***

그날 저녁 경호가 최용사 공방을 찾았다.

뭐가 불만인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파루스가 솔딘과 목소리를 높이며 투닥거리고 있었다.

경호는 기척을 죽이고 멀리서 둘의 말싸움을 지켜봤다.

“후우. 그래도 마나 캐논만 아니라 검이며 방패며 모두 그런 식으로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정령석 몇 개 더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잖아!”

“아니 개발만이라도 하자는 거죠. 그리고 부족하면 S급 헌터 전용이라도 만들자니까요! 그리고 정령석 말고 다른 대체제도 찾고 있잖아요!”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무기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고! 이제 악마군단이 정말 코앞까지 온 상황이라 바쁜데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게 왜요! 그러니까 더 만들어야죠! 하급 악마나 마수는 어찌 처리한다고 하지만 중급 이상 악마는 어쩌려고요! 용사님이 그들을 다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악마 귀족만 해도 100명이 넘습니다!”

“S급 헌터도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고 우리 아이템도 쓸 만하고 말이야!”

“쓸 만하지만, 정령석 무기만큼은 아니잖아요!”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경호가 솔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솔딘. 오랜만입니다.”

“어? 용사님. 언제 오셨습니까?”

“금방이요. 파루스! 또 뭐냐?”

경호는 충분히 들었지만 모르는 척 파루스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니 이제 모든 무기를 정령석을 이용해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자고 건의했더니 그게 말이 되냐며 역정을 내서 말입니다. 아니 용사님이 정령석은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게 묻는 파루스의 눈빛은 ‘그죠? 가능한 거 맞잖아요? 용사님!’이라고 외치는 듯한 눈빛이었다.

피식 웃은 경호가 둘을 말렸다.

“싸울 시간도 없습니다. 그만 싸우세요.”

“쳇! 해보지도 않고 겁먹어서는….”

“무조건 만들고 보자는 거냐! 하여간 무식하게 고집만 세서는….”

“정령석이 풍부하다고 치고 그럼 만들 순 있습니까?”

경호의 말에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스타일인 솔딘이 말했다.

“용사님. 그게 풍부하다고 치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파루스도 가만있진 않았다.

“만들 수 있습니다! 안 그대로 전기 배터리로 정령석을 대신하는 방법도 신화 마공연구소에서 연구 중이고요!”

물론 전기 배터리가 정령석을 대체하는 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음. 그럼. 우선 정령석을 구하는 것부터 해결해야겠네요. 저도 얼마나 구할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네엣?”

“에엣?”

경호의 황당한 소리에 둘이 입을 쩌억 벌렸다.

“혹시 이곳에 창고 하나 지을 수 있을까요?”

경호는 솔딘과 파루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 물론 창고를 지을 순 있습니다.”

공방 앞에 공터가 있었기에 상관 없었다.

“잘됐네요.”

경호의 말이 끝나자 바닥이 들썩들썩하더니 땅개의 검은 뿔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주인님! 다 뚫었습니다!

때마침 땅을 모두 판 땅개가 앞발로 경례를 붙이고 있었다.

“아니 이건 또 뭐?”

그때 땅개가 뚫어 놓은 구멍에서 굵은 나무줄기 같은 게 솟아 나왔다.

놀람의 연속이었다.

아니 이제 솔딘과 파루스는 더는 놀랄 힘도 없어 그저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갑자기 땅개가 땅을 뚫고 나오더니 거대한 나무줄기가 그곳을 통해 솟아 나왔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제 뭐가 되든 더 놀랄 것도 없을 거 같았다.

그때 갑자기 나무줄기에서 반짝이는 보석 같은 것이 군데군데 맺히기 시작했다.

손톱만 한 크기에서 손가락 크기로, 그러더니 금세 주먹만 한 크기로 커졌다.

무지갯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정령석이었다.

더는 놀랄 것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솔딘과 파루스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끄아아아악!”

솔딘은 비명을 질렀고.

“커! 커억! 컥!”

파루스는 호흡이 꼬여 기침을 뱉어냈다.

눈을 비비고 비벼 봐도 분명 정령석이었다.

“요, 용사님! 이거 정령석 아닙니까?”

솔딘이 눈을 비비고 볼을 꼬집어도 나무줄기에 매달린 정령석이 사라지지 않자 경호에게 물어왔다.

분명 땅개가 판 땅굴에서 나온 줄기에서 달린 것이니 경호와 연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령석 맞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열리네요. 하루에 몇 개나 열리나 확인해 봐야겠지만요.”

“아니 이게 도대체!”

“아니 정령석은 거인 심장에 생기는 건데. 이거 나무줄기가 어떻게 이렇게 쑥쑥 자라서 정령석이 생…. 설마 세계수? 그죠? 용사님. 이거 세계수 뿌리죠?”

거인족이 세계수의 뿌리에서 태어난 종족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 파루스가 경호를 떨리는 눈으로 쳐다봤다.

“맞아. 정령석은 세계수의 뿌리에서 열리기도 하거든. 물론 이렇게 열리기는 어려운데 신수들과 정령들이 세계수에 많은 힘을 넣어 주고 있어서 가능한 거지.”

그리고 경호의 [용의 심장] 특성이 강해지며 세계수와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돼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세계수한테 최대한 정령석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으니 이곳에 창고를 지어서 외부에서 볼 수 없게 해 주세요. 그럼. 솔딘 부탁할게요. 아까 다른 무기들도 고려해 보시고요.”

솔딘이 세계수 뿌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정령석을 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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