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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53화 (253/335)

#253화

“우, 우리 딸! 우리 딸! 이나야!”

김이박 대통령이 품에 안긴 딸 이나를 안으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아빠! 미안해! 아빠!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는 그저 반복해서 미안하다고만, 계속 미안하다고 외쳤다.

“아니다. 아빠가 미안하지.”

“아빠! 정말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이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그런 아빠를 더 세게 끌어안고 미안하다 외쳤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한 번도 미안하다 한 적 없는 이나였다.

냉소적인 이나의 성격도 성격이었지만 ‘근이영양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나가 그 어떤 날카로운 말로 가슴을 후벼 파고 상처를 줘도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녀의 부모인 김이박 대통령과 최영숙 여사는 더욱 그랬다.

‘미안하다. 엄마가 널 아프게 낳아서 미안하다.’

‘잘못했다. 아빠가 다 잘못했다. 우리 딸. 아빠가 잘못했다.’

매번 이런 식의 말만 할 뿐이었다.

그럴수록 이나의 예민함과 날카로움은 더해 갈 뿐이었다.

그러다 ‘소피아’를 만나고 몸이 회복되면서 조금씩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무뎌질 때쯤.

그때 악마계약자가 되며 몸 안에 갇혔다.

그리고 김이나는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를 잃었다.

‘혹시 갇혀 본 적 있는가?’

그것도 정말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만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꼼짝 못 하는 그런 공간에 갇혀 본 적 있는가?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죄수들도 독방에 갇히면 미쳐서 나온다.

하물며 악마에게 당해서 스스로에게 갇혔다고 생각하면.

거기다 그런 자신 때문에 아빠도 위험해지고 대한민국까지 위험해진다고 하면.

그렇기에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한 수준으로 난도가 높아졌다.

매일 같이 수천수만 번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죽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었을까?

그때는 그게 화가 나고 미웠지만, 지금은 그게 죄송하고 또 죄송스러울 뿐이었다.

자신을 향한 사랑의 깊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20살.

곧 죽을 거라는 생각에 그저 매일같이 화만 냈었다.

“흐윽. 아빠. 정말 내가 나빴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니다. 우리 딸. 아니야. 우리 딸.”

그렇게 대통령과 김이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이나가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물었다.

“아빠. 그런데 악마의 저주를 어떻게 푼 거야? 아. 엄마는?”

이나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몸 안에 갇혀 있었지만, 엄마의 위치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 엄마.”

이나의 엄마, 최현숙은 울고 있었다.

세상 모든 감정을 섞은 듯 복잡한 표정이었지만 그중 가장 커 보이는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이나가 몸을 돌리는 듯싶더니 순간 점멸 특성을 쓴 것처럼 엄마를 품에 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엄마!”

***

경호는 입을 쩌억 벌렸다.

아빠를 외치고는 번쩍하고 안기더니 엄마에게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이가 봤을 땐 점멸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형님. 저기 저 대통령 딸 확실히 각성한 거 같은데. 어머님처럼 이동 특성의 점멸인 건가요?”

성원 역시 그렇게 본 모양이었다.

“야. 이제 제법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 수준인 녀석이 그것도 못 알아보냐? 두 번이나 움직였는데.”

“네엣?”

경호의 말을 여전히 못 알아듣는 성원이었다.

“그냥 빠르게 움직인 거야. 지금 조절도 못 하는 상태에서 저 정도니까. 손에 포크라도 쥐여 주면 너도 못 당하겠네.”

“그러니까 저게 그냥 움직인 거라고요?”

경호도 첫 번째 움직임은 살짝 놓쳤을 정도였다.

물론 멍하게 쳐다보다 놓치긴 했지만 엄청난 빠르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다들 이제 눈물을 그치고 정신을 차리면서 그 점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어떻게?”

이나는 몸 안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근이영양증으로 집 안에서만 지냈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배꼽 아래, 마나코어가 있다고 하는 곳에서부터 전신에 묘한 기운이 돌아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이, 이거….”

“그게 바로 마력이라는 거지요.”

경호가 이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니. 마력이라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경호의 말에 대통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금 전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딸 아이의 놀라운 모습에 어느새 눈물을 닦고 귀를 쫑긋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통령님. 따님이 각성하셨습니다.”

“아!”

“사실 각성이 되는 요건은 각성 시스템을 만든 수호신도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혼합되어 나타나지만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경호의 말에 성원까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강한 의지와 건강한 육체. 이 두 가지입니다. 강한 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동안 지병과 악마의 계약이 각성을 가로막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자 이렇게 각성을 한 것이지요.”

이나는 경호의 말에 자신의 삶에서 강한 의지라고 불릴 것들을 돌아봤다.

‘걸어 다니는 모든 것을 저주했지.’

후회하고 자책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그것이었다.

움직이고 싶다는 것.

평생을 병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고 병이 치유되자 몸 안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일 수 있다.’

아빠를 안아 주고 사과하고 싶었다.

‘움직여진다고!’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특성인 [질주]를 각성한 것 같네요. 그것도 보통의 경우보다 월등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죠.”

“제가 각성을 했고 질주 특성을 가졌다고요?”

“네. 맞습니다.”

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이나를 찬찬히 살폈다.

역시나 마력의 흐름이 너무나 좋았다.

-흰둥아. 상태창 좀 뛰어봐.

경호는 뒤편에 있는 흰둥이에게 상태창을 부탁했다.

<상태창>

이름:최경호

나이:35

클래스:용사[신화]

레벨:99

[근력-999][민첩-999][체력-999]

[마력-999][정령력-539][신력-572][용력-129]

특성:[검술LV10][궁술LV10][은신LV10][염력LV10][간파LV10][증폭LV10][요리LV4][용의 심장LV4]

카르마:12374261523323342(선)

-야! 내 거 말고!

그나저나 상태창을 보니 정령력이랑 신력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거기다 원래는 없던 [용력]이라는 것도 생겼다.

그리고 [용의 심장] 특성도 1레벨에서 3레벨로 올라 있었다.

‘헐. 용력은 아직 바닥이고 용의 심장도 고작 4레벨인데 그렇게 강하다고?’

용력 좀 더 키우고 용의 심장을 만렙 찍으면 미르 없이 싸워도 마왕놈들 목도 딸 수 있을 거 같았다.

어쨌든 다시 흰둥이가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김이나

나이:20

클래스:스피드스터[희귀]

레벨:1

[근력-47][민첩-53][체력-47]

[마력-637]

특성:[질주LV3][강화LV2]

카르마:54121(선)

역시나 슈퍼 스피드를 가진 스피드스터(speedster)였다.

마블의 ‘퀵X버’라던가 DC의 ‘플X시’ 같은.

거기다 그들에게 없는 [강화] 특성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괴로움과 악마에 대한 증오심, 거기다 근이영양증으로 인한 무력감이 이러한 특성을 만든 것 같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악마를 죽여 버리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고.

-흰둥아! 이렇게 좋은 인재를 놓치면 안 되겠지?

-확실히 성장 가능성이 엄청나긴 하네요.

-엄청난 정도가 아니라 저 정도면 잘만 키우면 다현이 수준도 충분히 되고도 남을 거 같은데.

1레벨이지만 신화학원에서 훈련하고 곧 넘쳐날 던전에서 신화길드 버스 타고 광렙하면 마계와 싸움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럼. 울피야. 수호신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한마디 해라. 알았지?

스피드스터 김이나보다 훨씬 잠재력이나 특성이 좋았던 용사의 어머니인 자신의 엄마는 절대 싸움에 끼어들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던 경호였다.

‘내로남불’의 표본 같은 경호를 힐끗 본 흰둥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사이 울피가 슬쩍 앞으로 나왔다.

덩치를 고양이 크기에서 여우 정도의 크기로 키운 울피가 김이나 앞에 서서 찬찬히 훑어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물 연기로 상을 주는 시상식이 있다면 대상까지 바로 직행할 수 있는 수준의 놀라운 표정 연기였다.

“수호신님. 호, 혹시 우리 딸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대통령은 수호신인 울피가 자신의 딸을 보며 흠칫 놀라자 서둘러 물었다.

-문제라면 문제라 할 수 있겠구나.

울피의 말에 김이박 대통령이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했다.

비서실장이 제때 붙잡지 않았다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한 그였다.

“수, 수호신님. 많이 안 좋은 겁니까?”

정말 불쌍한 아이였다.

세상에 나서 제대로 움직여 보지도 못했고 몸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밝아지려는 순간 악마의 희생양이 된 그런 불쌍한 아이.

다 나아서 이제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문제가 있다니.

김이박 대통령은 정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이 미어졌다.

울피가 고개를 올려 불안감에 떨리는 이나의 눈을 쳐다봤다.

-아이야. 너에게는 악마와 싸울 특별한 힘이 생겼느니라. 그 힘으로 그들과 싸우겠느냐?

울피가 목소리를 착 깔아서 물었다.

이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와 싸우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구나.

옆에서 듣던 대통령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수호신님.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제 막 각성한 우리 딸이 악마와 싸운다니요?”

김이박 대통령은 말 그대로 한 나라의 수장이었기에 듣고 보아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그 누구보다 헌터와 악마에 대해서 많이 알아본 그였다.

‘분명 S급 헌터 수준을 제외하고는 레벨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중급 마수도 당해 내기 힘들다고 했는데….’

다현이나 비스트가 각성하자마자 마수를 찢어발긴 것은 그만큼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눈에는 자신의 딸 이나가 여려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너의 딸은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 물론 지구의 수호신이라고 해도 스스로 거부한다면 강요할 수 없다만 이리 나서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아, 아니. 그, 그것이….”

수호신이 이야기하는 것에 당장이라도 ‘우리 딸은 안 됩니다! 우리 딸은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됩니다!’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그였다.

“하아.”

그가 답답함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빠. 걱정 마요.”

하지만 이나는 그가 생각하는 만큼 여리기만 한 아이는 아니었다.

몸은 갇혀 있었지만 정신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그녀였다.

물론 날카로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중 하나였다.

세상을, 또 사람을 저주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무너졌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그 날카로운 부분은 모두 악마에게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자신은 그때 ‘소피아’의 계약과 함께 죽은 거로 생각했기에.

악마계약자가 되어 몸 안에 갇혀 있을 때 악마를 죽일 힘을 주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다짐한 그녀였다.

이제 그런 힘이 생겼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빠. 나 강해질 거야! 그래서 꼭 그 빌어먹을 악마를 내 손으로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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