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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47화 (247/335)

#247화

시스템 메시지.

그동안 시스템 관리자인 흰둥이의 전용 능력이었지만 레벨이 7로 올라가면서 시스템의 부분적인 능력 위임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이들도 쓸 수 있게 됐다.

그리하여 경호와 동진을 감시하기로 한 운애와 땅개가 그 능력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가 쫓으라는 거죠?

“어. 어차피 우리 둘이 들어가도 도망칠 정도의 능력이 있는 녀석이라. 오히려 다급하게 만들어서 쫓는 게 더 나을 거야.”

-우와. 대박.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너도 너튜브 많이 보면 할 수 있어. 그럼. 지금 들어갈게.”

운애가 들어가고 잠시 후 창문을 깨고 튀어나온 아가레스가 은신을 펼치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땅개는 그런 아가레스를 놓치지 않았다.

***

아가레스는 운애와 싸우고 나서 자신이 생각 이상으로 약하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달았다.

‘조용한 곳에 가서 인간들 몇 명만 잡아먹고 가야겠다.’

빙의된 영혼이 새로운 몸에 정착되는 과정은 쉬운 게 아니었다.

배도 고프고 머리도 아프고 힘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게다가 상황은 아가레스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도시 곳곳의 거대한 전광판마다 김동진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사무실에서 운애와 싸우고 도망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공개 수배’ 사진이 뜬 것이었다.

모든 최악의 경우를 계산한 경호가 대통령과 미리 이야기해서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나쁜 짓이라는 나쁜 짓은 다 하고 결국 악마에게 빙의까지 된 사업가로 공개 수배 중이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 요원들과 군 병력이 깔리고 교통 통제가 되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고 평소라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없지만, 지금은 국가비상사태, 계엄령을 내린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빠르게 삼엄해지는 상황에 으슥한 곳에서 인간을 쓱싹 해치울 생각을 하던 아가레스가 멈칫거렸다.

‘이거 자칫 잘못하면 걸릴 수 있다.’

요원이나 군인들의 눈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마도공학 기술이 들어간 탐지 장치들이 문제였다.

균열을 파악하기 위해 설치된 장치들은 미세한 마기도 감지할 수 있었고 그렇게 걸리면 주변에 깔린 요원이나 군인들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이 삼킨 동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아가레스였기에 그러한 것을 떠올리고는 계획을 수정했다.

‘그래. 그린 캔디 연구소로 가자. 거기면 숨을 수도 있고 먹이도 적당히 있으니.’

정 안 되면 그린 캔디라도 먹어야 했다.

부작용은 악마대공인 아가레스에게도 위험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용사와 수호신은 꼭 죽여야 했다.

목표가 정해졌으니 움직일 차례였다.

미적거리기엔 아가레스에게는 여유가 너무 없었다.

***

땅개는 언제나 경호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했다.

우선 땅의 정령이 가진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우직하고 고집스러웠다.

거기다 땅개는 경호가 세계수를 심으면서 흘러나온 기운으로 태어난 정령이니 당연히 충성심이 강할 수밖에.

바빠진 경호가 자주 찾지 않아 운애가 삐졌다면.

땅개는 자신의 충성심을 보일 기회가 없어 비통해하고 있었다.

‘기필코 이번에 성공해 꼭 칭찬받아야겠다!’

그래서 땅개는 이번 기회에 칭찬을 받겠다며 열의에 불타는 중이었다.

그런 땅개의 열의를 느끼며 경호는 항상 걱정이었다.

충성심도 좋고 열의도 좋았지만.

‘적당해야 하는 데 너무 과해서 문제가 터질 정도니….’

열의가 넘쳐서 너무 접근하다 발각당하면 일이 더 복잡해질 수 있었다.

아가레스가 마음먹고 숨으면 큰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시내를 돌던 악마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래?]

경호는 다행히 대통령이 서둘러 지명 수배 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땅개에게 다시 메시지가 왔다.

[주인님. 악마가 북한산 외곽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역시나 방향이 바뀌었다.

‘그린 캔디를 만드는 곳으로 가는군.’

비스트가 찾아낸 마목 재배 시설이 있는 곳.

아가레스의 움직임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경호의 미소에 옆에 있던 다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뭐냐? 아까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번에는 뭐가 좋다고 씨익 쪼개는 거야?”

하여간 말을 참 이쁘게도 하는 다현이었다.

경호가 잠시 이들을 데려갈까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우선 경호는 아가레스의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운애에게 들은 것이 전부였는데.

아직 빙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는데도 가진 힘이 비슷하다고 했다.

빙의 수준이 떨어지면 10% 미만일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세계수 주변에 머물면서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의 운애와 비슷하다는 것은 분명 최상급 수준의 악마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백작급 이상의 악마일지도 몰랐다.

‘아직 상급 악마와 싸우기에는 위험하다.’

여기 같이 있는 이들.

다현이나 비스트, 제니. 거기다 성원과 정수, 호돈은 모두 강했다.

하지만 강하지만 아직 상급 악마와 싸우는 것은 위험했다.

다현만 해도 운애와 비슷할 정도 강했지만, 악마와 싸우는 것은 달랐다.

‘악마와 인간은 상성이 너무 안 좋아.’

물리적인 능력만으로 싸운다면 이들이 큰 힘이 될 것이지만 상급 악마일수록 물리적인 능력뿐 아니라 외적인 요소도 강했다.

감정을 흔들어 울고 웃게도 만들 수 있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치명적인 독에 중독시킬 수도 있었다.

환각에 빠뜨려 오감을 흔들어 서로를 공격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단순히 치고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신수와 정령은 그런 정신계 공격이나 독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에 상대적으로 덜 위험했다.

경호 역시 정령계에서 미르의 도움으로 그러한 공격을 적절히 받아 내며 신수와 정령 이상의 내성을 가져 덜 위험했고.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내성이 없었다.

그렇기에 경호는 이번 오크 웨이브를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바로 악마군단이 밀고 들어오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었기에.

하지만 마기 농도에 맞춰 넘어오는 하급 악마와 싸우다 보면 그러한 내성도 생길 것이었다.

상념을 털어낸 경호가 다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 갑자기 어딜 좀 가야 할 거 같아서.”

오크 웨이브를 계획한 악마를 잡으러 간다고 하면 어떻게든 따라오려고 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냥 얼버무렸다.

“어딘데?”

“비밀!”

“너 죽는다.”

“여기 마무리하고 와. 어쨌든 신화길드 차원에서 축하할 일이니. 나는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 놓을게.”

먹는 이야기로 방향을 전환하니 다현의 표정이 풀렸다.

“그래? 어서 가 봐!”

평소 보기 어려운 화사한 미소까지 머금은 다현이 살랑살랑 손까지 흔들고 있었다.

“내가 성원이한테 이야기해 놓을게. 그럼. 저녁에 봐! 아. 난 돈까스!”

메뉴까지 놓치지 않는 다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땅개야. 너무 접근하지 말고. 아마 도봉산 방향으로 갈 거 같으니까 악마가 멈추면 더 접근하지 말고 운애 불러서 같이 기다려. 알았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

아가레스는 생각보다도 더 낮은 마기 농도에 시간이 갈수록 빙의 수준이 오히려 더 낮아짐을 느끼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도심을 벗어나고는 인원 통제가 되는 탓에 은신을 풀고 최고 속도로 움직여 생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봉산 중턱 마법진으로 환영결계를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물론 아가레스의 눈은 그 결계 너머 내부까지 살피고 있었다.

‘연구원과 신수도 제법 많고 마목을 재배하는 인간들도 꽤 되는군.’

그 모두가 자신에게 피와 살이 될 일용할 양식이었다.

절벽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가서 아가레스가 손을 저어 마기를 뿌리자 거짓말처럼 굳게 닫힌 철문이 보였다.

빠각. 끼익.

잠겨 있는 철문이었지만 아가레스의 힘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진 않았다.

철문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보였다.

삐용! 삐용! 삐용!

철문을 강제로 뜯어냈을 때 작동했는지 정육점 불빛 같은 붉은 경고등이 번쩍이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방금 밭매고 온 듯한 허름한 복장의 두 명의 인원이 삽과 호미를 들고 매서운 눈빛으로 아가레스를 노려보며 달려오고 있었다.

“어어. 김동진 대표님?”

죽일 듯이 달려오던 그들이 아가레스를 보고 놀란 눈을 하며 멈춰 섰다.

분명 김동진 대표였다.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실질적인 이곳 관리자이자 지금 공개 수배로 난리가 난 인물.

이곳에도 폰이나 인터넷은 가능했기에 당연히 그 소식을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아가레스의 뒤쪽을 살피기까지 했지만 분명 혼자 온 것이 맞았다.

조금 전 서울 한복판에서 사라진 인물이 이곳을 찾아왔다.

그것도 잠겨진 철문을 부수고.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배가 너무 고프군. 우선 배부터 채워야겠다.”

너무나 약해진 몸이기에 허기를 참기 힘들었다.

아가레스가 마기를 끌어 올리자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뻣뻣해졌다.

여기 있는 둘 모두 악마 계약자였고 최상급의 악마인 아가레스의 마기에 반응해 몸이 굳어 버린 것이었다.

둘 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아가레스는 먼저 삽을 든 이에게 손을 뻗었다.

푸욱.

마치 두부에 손을 찔러 넣듯 가볍게 가슴에 손이 파고들었다.

크윽. 큭.

신음이 연신 흘러나왔지만 제대로 된 반항은 하지 못했다.

심장이 뽑혀 나오고 삽을 든 이가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펄떡이며 피를 쏟아 내던 심장이 아가레스의 손위에서 신기하게도 검은 마기와 섞이더니 작은 알사탕처럼 변했다.

“색이 이쁜 게 맛있겠군.”

와그작. 와그작.

오랜만에 먹어 보는 인간의 생명력에 아가레스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허기는 더욱 깊어졌다.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다.

호미를 든 이의 눈동자가 마구 떨렸다.

푸욱.

역시나 심장이 뽑혀 나왔고 알사탕처럼 만들어 씹어 삼켰다.

5%가 될까 말까 했던 힘이 조금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올라온 이들은 믿고 있는 것인지 더는 올라오는 이가 없었다.

아가레스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달렸다.

왼쪽 오른쪽으로 갈리는 길이 나왔다.

길이 제법 어두웠지만 아가레스에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왼쪽은 마목 농장이었는데 마목을 제외하고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오른쪽은 그린 캔디를 만드는 연구실로 연구원과 신수가 제법 있었다.

아가레스는 바로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달려 나갔다.

인간이 풍기는 생명력이 느껴질 수록 입에 군침이 돌았다.

닫혀 있는 연구실 입구가 보였다.

콰앙!

위쪽 철문과 달리 잠겨 있지 않은 문이었지만 그대로 발로 차서 부서트렸다.

“으악! 누, 누구…. 어? 김동진 대표님?”

선임 연구원이 놀란 표정으로 아가레스를 쳐다봤다.

올라왔던 이들과 같은 의문이었다.

“아니 여긴 어떻게?”

그리고 또 한 가지.

“올라갔던 이들은?”

그때 안쪽에서 이곳을 관리하는 이가 나왔다.

로키.

김동진 대표가 양지에서 활동하는 아가레스의 계약자라면 로키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아가레스의 계약자였다.

그린 캔디와 마목 재배를 총괄하는 조직, 네크로필리아의 두목이었다.

“말도 없이 이렇게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꼬리라도 달리…. 어? 너 각성했냐?”

로키가 아가레스를 쳐다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상급 각성자일수록 풍기는 생명력이 강하구나.”

아가레스가 군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개소리야! 야! 내가 묻잖아!”

소란이 일자 연구소 안쪽에서 네크로필리아 소속 인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여기 정말 잘 찾아왔네. 아주 좋아!”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을 아가레스가 코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이 미친놈이 밖에서 사고 치고 와서는 뭐라는 거야!”

로키가 인상을 와락 쓰며 아가레스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좀 나간 듯 보였지만 한 대 맞고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다.

푸욱.

그러나 로키보다 아가레스가 훨씬 빨랐다.

“커억! 컥!”

털썩.

로키가 그대로 쓰러졌다.

와그작. 와그작.

심장은 다시 사탕처럼 변해 그의 입안에서 부서져 사라졌다.

“역시 맛이 좋아. 달콤하면서 신선한 느낌. 오랜만이라 더 그런 거 같네.”

아가레스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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