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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41화 (241/335)

#241화

다현, 제니, 비스트, 성원, 정수, 호돈까지.

경호의 부름에 모두 모였다.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정부 협조는 이미 어제 구해서 혈사자의 숲을 관리하는 인원도 모두 신화길드 인원으로 바꿨습니다. 거기다 흰둥이와 울피는 어제부터 투항하게 만들 함정을 만들고 있고요.”

미리 알았으면 준비가 좀 더 쉬웠겠지만 어쩔 수 없이 흰둥이와 울피는 꼬박 밤을 새며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거기다 디스팩트를 이용해 방송할 거고요. 마계에서 알면 안 되기에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그래도 악마들과 싸우는 모습은 전 세계에 알려야 하니까.”

오크 웨이브가 밀려나오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그때까지만 악마계약자 같은 끄나풀이 모르게 진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용호 씨는 저번처럼 이것 좀 부탁 드립니다.”

경호가 비스트에게 핑크색 상자를 건넸다.

“그리고 오크 웨이브는 세 군데로 나눠서 온다니까. 세 팀으로 나눠서 악마를 맡아야 해.”

비스트와 다현, 제니와 성원, 호돈과 정수.

거기다 은가누와 다섯 조장이 붙을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정말 어림없는 조합이었다.

저들이 모두 덤벼들어야 하급 악마를 겨우 처리할 정도였지만 특성을 개발하고 다들 능력 사용에 대한 실력이 몰라보게 늘면서 이제는 제법 해볼 만했다.

거기다 오크, 특히 은가누는 혼자서도 하급 악마와 겨룰 정도로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였다.

“내가 증폭도 걸어 줄 거야. 아, 그리고 절대로 이긴다는 생각으로 죽어라 덤비지 말고 투항할 때까지만 버틴다는 느낌으로. 다들 아시죠?”

경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단 한 명.

다현만 ‘싫은데. 내가 악마놈 죽일 건데!’라는 눈빛을 경호에게 쏘아 보내고 있었다.

“다현아. 제발.”

“하아. 알았어.”

여전히 눈빛은 반항적이었지만 알았다고 했으니 그걸 어길 다현은 아니었다.

“다들 엄청나게 강해졌습니다. 그 힘으로 악마를 때려잡고 싶은 마음도 너무 잘 알고요. 왜 안 그렇겠습니까? 저 또한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

경호의 이력에 대해 아는 이들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는 어제 다현을 따로 만나 한번 강조했지만 여전히 눈빛이 살아 있기에 다시 강조하는 중이었다.

“우선 오늘 오크 웨이브를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쉽게 막아도 안 돼요. 마계에서 봤을 때 ‘어? 이거 이대로 두면 인간이 너무 강해져서 이기기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안 됩니다.”

그랬다간 오크 웨이브 실패 후 그냥 앞뒤 따지지 않고 악마군단이 밀고 들어올 수도 있었다.

정령계도 실패하고 그 후 몇 년을 공들인 지구마저 실패하면 마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연기가 중요했다.

이겨야 하지만 쉽게 이기지 못하는 모습.

그래서 그 장면을 보는 이들이 ‘우와! 저렇게 강한데 악마를 쉽게 못 이긴다고?’ 하는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하는 것.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꼭 해야 할 일이었다.

“어차피 하급 악마 수준이라 제가 증폭이랑 염력으로 보조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 악마는 심장이 두 개니 심장을 갈랐다고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그냥 목을 치세요. 아셨죠?”

지구의 운명이 달린 일이기에 다들 긴장을 떨치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들 하고 있었지만 결국에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늘 가볍게 끝내고. 행운식당에서 회식이나 하죠. 이래 봬도 요리 경연 우승자 출신이거든요.”

경호가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이라고 띄우려 회식 이야기를 꺼냈다.

“난 돈까스.”

다현이 피식하며 돈까스를 외쳤고.

“나는 그때 갈비가 맛있던데.”

“저는 떡볶이요!”

“형님! 저는 이번 치즈 안동찜닭이요! 시원사이다 듬뿍 넣어 가지고요!”

***

꿀꺽.

디스팩트의 간판이자 대표인 허창수 기자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분홍색 상자를 바라봤다.

“형님! 형님!”

허창수 기자가 디스팩트에서 형님이라 부를 이는 최고참인 이영수 기자가 유일했다.

“어? 그거 그거다!”

그거 그거다.

분명 ‘지구의 멸망’을 말하던 수호신의 동영상이 담겨 있던 메모리카드가 들어있던 상자와 똑같았다.

창수가 즉시 상자를 열었다.

역시나 메모리카드가 덜렁 들어 있었다.

따로 부르지 않았지만 이미 디스팩트 사무실의 모든 기자가 모여 있던 상황이었다.

서둘러 메모리카드를 꽂아 담겨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음성 파일 한 개가 담겨 있었다.

“이번엔 뭐야?”

창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였다.

딸깍딸깍.

-오늘 오후 1시 혈사자의 숲 전방 던전에서 오크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전 세계 단독 보도의 기회를 드립니다. 대신 최대한 은밀히 오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도 의심했지만 이것은 확실히 신화길드와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알리고 싶은 않은 일에 아는 척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전 세계 단독 보도.

그것도 지구의 운명이 걸린 대결을 취재할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창수가 시계를 힐끗 봤다.

오전 9시 37분.

“야! 장비 다 챙겨! 생방송 준비까지! 당장!”

창수의 외침에 모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가레스는 납작 엎드려 있는 세 악마를 내려다봤다.

‘이런 쓰레기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쓰게 웃은 그가 입을 열었다.

-모두 임무의 막중함을 알고 있겠지.

이번 오크 웨이브에 출정할 이들을 아가레스가 직접 부른 것이었다.

용사와 수호신을 죽이고 함께 간 오크와 같이 산화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임무였고 그것이 성공해야 아가레스, 자신의 목이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신(臣) 스네스. 목숨 바쳐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뱀처럼 전신이 비늘에 덥힌 악마였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손톱과 발톱에 샛노란 극독이 맺혀 있었다.

-신 베어스. 주군을 위해 죽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갈고리흑색곰같이 생긴 거대한 악마였다.

다만 머리에 뿔과 등에 달린 박쥐 날개가 흑색곰과 다른 점이었다.

-신 타이스. 기필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칼날표범의 얼굴을 한 날렵하게 생긴 악마였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위협적이게 번뜩였다.

평범하게 생긴 악마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들의 생김새는 더욱 그랬는 데 그 이유는 이들이 마수혼혈 마족이기 때문이었다.

짐승인 마수와 피가 섞인 버림받은 마족으로 쓰레기 취급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이미 팔 하나를 잘라 사역마를 만들어 보낸 상태였기에, 다시 한번 사역마를 만들어 보내긴 어려워 아쉬워도 그들을 써야 했다.

이미 한번 실패한 웨이브 작전이었기에 잘해야 본전인 상황에서 죽으러 가고 싶은 악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가레스는 이들을 부르면서 조건을 걸었다.

‘너희가 가서 성공하면 너희 부족을 악마군단의 선봉으로 쓰겠다.’

악마군단의 선봉은 위험천만하지만 그만큼 영예로운 자리였다.

그리고 그만큼 공을 세워 출세하기도 좋은 자리였다.

그런 자리는 당연하지만 혼혈마족인 그들에겐 꿈에도 설 수 없는 위치였다.

어차피 쓰레기로 살다가 폐기되는 저주받은 이들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거래였다.

-그래. 너희의 희생으로 너희 부족은 영광 속에 살 것이다.

아가레스의 말에 셋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혼자 남은 그가 이빨을 드러내며 클클거렸다.

-오늘 용사와 수호신을 죽이고 지구 침략의 선봉에 설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마왕이 되어 지구를 지배하게 되겠지.

클클거리는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며 그의 저택을 가득 채웠다.

***

신화길드원과 신화학원 입학을 위해 온 이들이 모두 강당에 모였다.

그리고 성원이 그들 앞에 서서 크게 외쳤다.

“여러분! 투항한 오크들과 함께 후방 지원이라고 하나 결코 쉬운 전투가 아님을 잘 아실 겁니다!”

오크의 강함을 알고 있기에 다들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았다.

성원은 사실 표현은 안 했지만 너무나 두렵고 겁이 나 며칠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전투가 두렵고 겁이 나는 게 아니었다.

이들의 목숨을 자신이 책임지고 있다는 그 책임감이 두렵고 겁이 나는 것이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 내야 했다.

아니 그 정도론 부족했다.

이 중압감을 이겨 내서 당당함을 보여 이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 주어야 했다.

지금까지 잘 몰랐지만, 길드 마스터는 그런 자리이기에.

그렇기에 성원은 모두 앞에 마이크도 없이 이렇게 선 것이었다.

“이번에도 수호신님께서 악마에 홀린 채 달려드는 오크에게 신력을 쏟아부어 투항하게 만들어 주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들이 던전을 빠져나와 흩어지지 않게 모두 버텨 주셔야 합니다. 죽이는 싸움이 아니라 지키고 살리는 싸움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 주십시오. 살리는 싸움을 하다 죽는 거 만큼이나 허무한 죽음은 없으니까요. 무조건 살아남으세요! 이것이 최우선 명령입니다!”

진심이 절절히 담긴 성원의 말에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악을 쓰며 강당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대답했다.

“예엡! 알겠습니다!”

전투에 있어 흥분은 금물이었지만 사기가 오르는 건 좋은 것이기에 성원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고 모두에게 특별 포상금을 개인당 길드원은 10억, 입학을 위해 온 헌터분들은 5억씩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원의 말에 강당 안이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모두가 잠시 멈칫거렸다.

성원의 말을 이해하느라 생긴 빈틈이었다.

어? 포상금이 10억? 입학하러 온 이들도 5억? 뭐라고?

돈이 썩어 나는 재벌 2세라는 건 알았지만 적지 않은 돈에 잠시 멍했던 것도 잠시.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아플 정도로 커다란 함성에 강당이 들썩일 정도였다.

오죽하면 입학하러 온 헌터 중에 길드 가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생길 정도였다.

흥분이 가라앉길 기다린 성원이 200여 명의 헌터를 보며 소리쳤다.

“가자!”

***

혈사자의 숲.

가장 높은 망루에 경호와 은가누가 올라가 있었다.

“잘 되겠지?”

“잘된다. 걱정마라.”

200의 헌터와 300의 오크.

반면 상대할 오크는 최소 몇천이었다.

거기다 한쪽은 지키고 살리기 위한 싸움을, 다른 한쪽은 죽이고 죽기 위한 싸움이었다.

힘겨울 수밖에 없는 싸움.

그 싸움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더 빠르게 끝내기 위해 흰둥이와 울피가 고생하고 있었다.

“저번보다 마법진이 몇 배는 커진 거 같네.”

경호의 말처럼 마법진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때는 단순하게 발을 묶어 놓는 수준의 마법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효과도 다르기에 훨씬 힘들게 설치 중이었다.

“저기도 오네.”

저 멀리서 신화길드 인원이 탄 대형 버스가 줄지어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나저나 저기는 너무 가까운데. 은가누 몇 명은 저기에 배치해 줘.”

“알겠다.”

경호가 가리킨 곳은 조금 전에 와서 천막을 치고 있는 디스팩트 인원들이었다.

천생 기자들이라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깊게 심호흡을 한 경호가 은가누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아. 이제 1시간 정도 남았네. 잘해 보자.”

“알았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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