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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40화 (240/335)

#240화

‘말도 안 돼!’

회의실에 모인 선임 헌터들은 아직도 모건과 싸웠던 성원의 실력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모건이 누구인가?

성격은 개차반이라고 하지만 실력만은 진짜였다.

급에도 수준이 있기에 그는 A급 헌터였지만 S급 대우를 받는 이였다.

특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마수와 싸우거나 극지던전에서 싸워 유명세를 쌓았기에 은연중에 모두 다현을 실력에 비해 거품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다현도 아닌 성원에게 모건이 단번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모두 충격에 휩싸인 상태였다.

“오크 웨이브가 성공하면 지구는 마기 농도가 지금보다 몇 배나 높아지면서 악마군단이 넘어올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저번처럼 오크를 투항시켜야 합니다. 승패에 관계 없이 오크와 싸우게 되는 것 자체가 마계가 원하는 방향이니까요.”

모두 진지한 눈빛으로 성원의 말을 들었다.

모건과 겨루기 전 기세를 뿜어내며 건들거리던 모습은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일본의 선임인 아키라가 손을 들었다.

“어차피 이번에 오크가 투항한다 해도 계속해서 던전이나 균열을 통해 마기가 높아지니까 결국엔 악마군단이 넘어오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크 웨이브를 무조건 잘 막아야 합니다. 우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모두 디스팩트 동영상을 보셨죠? 악마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강합니다. 헌터로 따지면 C급 수준인 악마도 여기 있는 모두가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합니다.”

성원의 실력을 보기 전이었다면 소리 내 비웃으며 겁쟁이라 놀렸을 말이지만.

꿀꺽.

지금은 모두가 숨을 죽이고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시간을 벌고 우리가 악마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요?”

모두 입을 열지 않았지만 아키라와 비슷하게 자신 없는 눈빛이었다.

“아니 아까 저 잡아먹을 듯한 눈빛은 다 어디 갔죠? 그리고 다들 머리가 나쁜 모양인데 저 두 달 전에 C급이었습니다. 여기 두 달 전 C급이었던 사람 손 좀 들어 보시죠?”

“네엣?”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회의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수군거리는 내용은 대체로 ‘정말 C급이었어?’, ‘괜히 희망 고문하려고 지어내는 거 아니고?’, ‘C급이 길드 마스터라는 게 말이 되냐?’ 등등의 말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원을 쳐다봤다.

최근에야 유명해졌지만 사실 헌터계에서 대한민국이나 신화길드는 딱히 유명하지 않았다.

‘레인보우 식스’라고 해도 특출나지 않았고 인구가 적다 보니 던전이나 균열도 적어 상대적으로 상급 헌터도 적었다.

“특성 파악과 그에 따른 훈련, 그리고 최고의 무기. 그 정도면 너희도 나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어때? 아직도 자신이 없나?”

S급보다 강하다는 악마에 기가 죽긴 했지만 이들 모두 헌터였다.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그런 헌터 중에서도 꼴통들.

“자신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이번 오크 웨이브에서 살아남아. 그러면 너희도 더는 계륵으로 불리지 않을 테니까. 자아. 오늘은 이만. 저녁에 모두 특성 활성화 장치로 훈련할 거니 그때까지 모두에게 잘 이야기해 놓도록. 그럼. 해산.”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군인 같은 모습에 성원이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작전 설명을 위해서 회의실에 모은 것이 아니었다.

전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작전이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이렇게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줘서 분위기를 바뀌기 위해 모았던 것이었다.

“후우. 우선 첫 단추는 대충 잘 끼운 것 같네.”

“제법이야.”

경호가 그런 성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 달 전 C급 헌터였던 그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죠? 형님. 저 엄청 잘 했죠?”

물론 경호 앞에서는 아직도 출싹대는 동생이었지만.

우우웅. 우우웅.

그때 경호의 전화가 울렸다.

“어? 은가누? 여보세요? 무슨 일 있어?”

-버거퀸 대표라는 사람이 와서는 그린 캔디를 주고 갔어. 물론 그전에 악마에게 아가레스의 연락이 왔고.

“어? 그린 캔디?”

-그리고 아가레스가 제법 상세하게 이야기했으니까. 지금 와 봐.

“알았어. 당장 갈게.”

전화를 끊은 경호가 궁금해하는 성원을 보며 말했다.

“가자!”

***

“그러니까 저번에 이야기한 그 그린 캔디를 동진이 오크들에게 건넸다고요?”

“그래. 은가누와 다섯 조장이 용사와 수호신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때를 대비하라는 거지. 저번에 상대해 봤는데. 몇 배나 강해지는 엄청난 효과가 있더군. 물론 굉장히 빠르게 폭주하며 죽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성원이 경호를 태우고 혈사자의 숲을 향해 운전해서 가는 중이었다.

“후우. 정말 오크들 투항을 못 받았으면 지금쯤 끝장났겠는데요.”

“그럴지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정령계를 침략하던 때보다 너무 빠르거든.”

경호가 용사가 돼 귀환해서 마신의 계시가 수시로 내려오니 점점 침략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침략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경호’였다.

“분명 뭔가 빨라진 이유가 있긴 할 텐데 그걸 모르겠네. 그걸 알면 어떻게든 시간을 더 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자신이 이유인 것을 모르는 경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아쉬워했다.

“어쨌든 이번만 잘 막아 내면 여유가 좀 있는 거죠?”

“아닐 수도 있어.”

“왜요? 마기 농도를 높이지 못하면 악마군단은 못 넘어온다면서요.”

마수와 다르게 악마에게 마기는 산소와 같아서 마기가 부족하면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기에 못 넘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안 넘어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렇지. 마계에 가장 많은 숫자를 가진 오크에 마기를 담아서 넘겨 보내는 걸 ‘웨이브’라고 하지만 사실 그냥 던전을 통해 마수가 넘어와서 마기를 퍼뜨려도 똑같거든. 그것들은 투항하지도 않을 거고.”

“그러네요. 그런데 왜 오크를 보내는 거죠?”

“지구로 따지면 오크는 벌레 같은 거고 마수는 야생동물 같은 거니까. 거기다가 오크처럼 마을 단위로 모여 있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거든.”

경호의 말에 성원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악마놈들이 좀 귀찮고 수고스럽더라도 다 달라붙어서 마수를 지구로 쏟아 내면….”

“그래. 그러니 상급 헌터 양성을 서둘러야 해. 그냥 손해 보고라도 쳐들어올 분위기니까.”

헌터 양성뿐 아니라 이번 웨이브를 막고 나면 세계수를 이용해 신수나 정령도 더욱 키울 생각이었다.

“그래도 대통령도 한 편 먹었으니 점점 나아지겠죠.”

대통령도 한 편 먹었고 다현이와 울피도 점점 인정받는 상황이라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 그럴수록 너는 더 고생인 거 알지?”

“요즘 잠을 한 두어 시간 자는 거 같아요. 그래도 전보다 더 힘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축나지 않게 몸 잘 챙겨라. 정수도 그렇고 호돈이도 좀 봐주고. 요즘 다현이랑 훈련한다고 난리던데.”

경호와 대련 이후 다현은 특성을 이용해서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녁에 혼술하는 시간만 빼고 훈련에 푹 빠져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수와 호돈은 그런 다현에게 휘말려 같이 훈련에 푹 빠져야 했다.

하루하루 강해질수록 초췌해지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안 그래도 길드 업무는 모두 빼 줬어요. 거기다 지금 다현 누님이 예전 길드원 중 쓸 만한 애들 싹 뽑아서 정수랑 호돈이 형이랑 같이 굴리는 중이에요.”

그렇게 최근 근황을 이야기 나누는 사이 어느새 ‘혈사자의 숲’에 도착했다.

***

“친구. 왔나.”

막사 앞에 서 있던 은가누가 다가오는 경호에게 ‘한국말’로 아는 체를 했다.

어어? 뭐?

“….”

경호와 성원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

“뭐하나. 친구.”

“너, 너어어. 한국말 배운 거야?”

“마혼 기운 사라졌다. 그러니 머리 맑아졌다. 그래서 배웠다.”

뚝뚝 끊기고 어눌했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몇 년간 배운 한국말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 은가누였다.

한국말을 며칠 만에 배웠다고? 아니 그게 가능한 거야?

우락부락 무식해 보이는 오크였지만 은가누는 대륙 최고의 검사였다.

단순히 몸만 쓰는 무식한 검사가 아닌 몇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였다.

다만 지금까지 마혼의 기운에 억눌려 있어 그 천재성이 가라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대, 대단하군.”

“너 마계어 배웠다. 나 한국어 배웠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는 뜻 같은데.

“어…. 어흑.”

경호는 서큐버스에게 홀려 마계어를 배우던 험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하여튼 세상은 심히 불공평했다.

“그나저나 어째 볼 때마다 더 강해지는 것 같네?”

경호가 한국어를 배운 것만큼이나 놀랍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강해졌다. 나 강해졌다.”

은가누의 말처럼 자신도 강해진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은가누가 이렇게 강해진 것은 사기에 가까웠다.

자신이야 새롭게 얻은 [용의 심장]을 서서히 적응시키고 확장해 나가는 단계에서 강해지는 것이었지만 은가누는 앞을 막고 있는 경지의 벽을 부수며 강해지는 것이었기에.

“저기 조장들도 좀 챙겨라. 너만 죽어라 강해지지 말고.”

뒤편에 있는 다섯 조장 역시 강해진 모습이었지만 은가누와 차이는 더욱 벌어진 상태였다.

“근성 부족이다.”

“하아. 천재가 어찌 범재를 이해하리오.”

슬쩍 보니 다섯 조장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이 봤으면 화를 내는 줄 알겠지만.

그 벽을 뚫어 내는 순간 든든한 조력자가 될 거라는 것을 경호는 확신했다.

“우선 들어가자. 친구.”

은가누의 막사 안으로 들어와 경호와 성원, 은가누가 탁자에 앉았다.

툭.

은가누가 유리병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놨다.

컵보다 조금 더 큰 유리병 안에는 십여 개의 녹색 유리구슬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린 캔디?”

“용사 수호신 먹고 죽이라고 했다.”

“연기는 잘 했지?”

이번 오크 웨이브를 막기 위해서는 마지막 라스트 최후의 순간 끝까지 마계 놈들을 속여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경호의 물음에 은가누가 피식 웃었다.

“완벽했다.”

경호가 그린 캔디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성원에게 건넸다.

“이거 연구소에서 연구하게 해. 정부 쪽에도 주고 싶지만 그건 안 될 거 같고. 신화마도공학 연구소 단독으로 알았지?”

경호는 성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은가누를 보며 물었다.

“그럼. 웨이브 날짜가 언제지?”

“내일 오후 1시.”

“엥? 내일?”

마신의 계시와 아가레스의 초조함, 동진이 미리 준비한 그린 캔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만들어 낸 결과였다.

“많이 빨라졌다. 그래서 연락했다.”

“잘했어. 은가누.”

은가누는 어색한 한국말로 아가레스가 지시한 사항이나 내일 전투 전개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고 경호와 성원 역시 내일 신화길드가 할 작전을 설명했다.

“그럼. 형님. 빨리 가시죠!”

당장 내일이었기에 앞으로 성원이 꽤나 바쁠 예정이었다.

정부에 이야기도 해야 하고 길드원 소집에 작전 지시도 해야 했다.

“은가누. 정말 고맙다. 내일도 잘해 보자.”

“친구. 함께 마계 다 부순다. 걱정 마라.”

경호와 은가누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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