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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238화 (238/335)

#238화

경호의 말대로 그 이후 시청자 투표 차이가 두 배 이상 벌어지며 압도적인 차이로 행운식당팀이 우승했다.

“저건 내내 인상 쓰고 있어서 악마의 편집이니 뭐니 말도 못 하겠네.”

결과를 지켜보던 다현도 동진의 태도를 지적하며 실소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형님! 정말 우승입니다!”

성원은 자기가 우승한 것처럼 펄쩍 뛰었다.

“그나저나 형님. 우승 상금 받으면 뭐 하실 겁니까? 아니 어머님 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우승 상금도 있니?”

상금이 얼만지도 모르는 지숙이었다.

“물론이죠. 많진 않지만요. 우승팀에게 나와요.”

“그래. 그럼. 그 상금으로 경호 근사한 양복이나 한 벌 사 주면 되겠구나. 맨날 저런 추리닝만 입고 다니니. 우리 미호도 수고했으니 예쁜 옷 한 벌 사 주고.”

“하하하하. 어머님. 형님 양복에 미호 옷 한 벌이라뇨! 옷 가게를 사 줘도 될 판인데.”

지숙의 말에 성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어머님. 우승 상금이 적다고 해도 30억이에요.”

“사, 삼십 억!”

지숙이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많지 않다는 성원의 말에 상금 액수가 천만 원 정도겠거니 생각한 지숙이었다.

그 돈이라면 경호와 미호에게 좋은 옷도 한 벌씩 살 수 있는 돈이었으니까.

그런데 삼십 억이란다.

“경호야. 너도 알고 있었니?”

“물론이지. 상금도 모르는 출연자가 어디 있어? 뭐. 그래도 우승은 생각도 안 해 봐서 깊이 생각을 안 해 봤어. 지금도 실감은 안 나고.”

경호는 크게 돈 욕심이 없었다.

보통의 헌터처럼 아티팩트에 돈을 쓸 필요도 없었고 딱히 돈이 드는 취미 생활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돈이라면 아공간에 쌓여 있는 마석이나 마수의 부산물, 악마의 물건을 팔기만 해도 재벌이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이고. 그렇게 큰돈인 줄 몰랐네. 너와 미호가 나가서 받은 거니 둘이 알아서 해라.”

그러자 옆에 있던 미호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야 보조로 나간 건데요. 저는 괜찮아요. 어머님.”

상금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주방 보조 역할만 했기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팬트리 달리기에 넘어지는 바람에 방해만 된 것 같았다.

“무슨 소리야. 미호가 꽈당녀가 된 덕분에 지금까지 올라온 건데. 그러니까 충분히 자격이 있지.”

“형님. 진짜 그 덕분에 시청자 점수는 쭉 높게 받은 거 같아요.”

“그래. 우리 반씩 나누자. 15억이면 넉넉하진 않아도 미호, 네가 원하던 식당을 차릴 정도의 돈은 되니까 말이야.”

“정말요?”

미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

마계의 모든 오크를 모아 지구를 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가레스는 계속 찜찜한 것이 있었지만 그것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어 답답했다.

-분명 뭔가 있는데…. 뭔가 느낌이 오는 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모든 것이 틀어졌지만 그것을 모르는 아가레스는 그저 묘한 이질감과 불안감에 찝찝함을 느꼈다.

평소의 아가레스였다면 당장 계획을 취소하고 그 뭔가 모를 찝찝함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가레스는 잘린 손목을 쳐다봤다.

지구에 내려보낼 악마를 만들 때 암흑마기를 너무 많이 쏟아부었기에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재생이 안 되고 있었다.

-이제 더는 기회는 없다.

이미 자신은 한 번 실패했고 이번이 그 실패를 만회할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불길하고 찝찝한 기운이 들더라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역시 그린 캔디를 쓰는 수밖에 없나?

아직 미완성의 그린 캔디였고 이렇게 쓰게 되면 분명 꼬리를 밟힐 게 분명했다.

그리되면 더는 동진과 그린 캔디는 쓸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아가레스는 계속 고민했다.

-그린 캔디를 쓴 오크들이 용사와 수호신을 죽이면 상관없다만 그렇지 않으면 괜히 중요한 패를 하나 날린 꼴이 되니….

하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중요한 패가 아닌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군.

아가레스에겐 길게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

쾅! 퍼억! 챙그랑! 콰앙!

골목식당 결승을 보던 동진은 자신이 행운식당의 음식을 보며 짜증을 부리는 장면에서부터 물건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미친 거 아니야! 저걸 그냥 내보낸다고!”

손에 잡히는 것은 보이는 대로 집어 던졌다.

점점 벌어지는 시청장 투표.

우습게도 음식 평가 역시 모두 행운식당이 1등을 해 버렸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니! 마목을 그렇게 태웠는데도 졌다고? 이게 말이 돼!”

결국 우승은 행운식당에게 돌아갔다.

동진은 그 뒤로도 한참을 던지고 치고 밟으며 물건들을 부쉈다.

더는 사무실에 부술 게 눈에 들어오지 않자 동진은 그제야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아니 이건 말이 안 돼!”

마목을 태워 마혼의 기운을 모두에게 심었다.

그것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강하게 심었다.

1차전도, 2차전도 패하긴 했지만 음식 평가 1위는 버거퀸이었다.

“저런 사이다 넣고 끓인 닭이 맛있다고?”

평소 물에 담긴 닭을 싫어하는 동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다 속이 시원하니 어쩌니 모두 개소리였다.

“이거 분명 신화그룹과 관계있는 게 분명해!”

동진은 시뻘게진 얼굴로 성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동진 씨.

성원이 밝은 목소리로 동진의 전화를 받았다.

그게 동진은 더 화가 났다.

“아니! 방송 봤습니까? 우리 사업 파트너지 않나요?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시원사이다 밀어주는 게 너무 뻔히 보이는 방송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이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아. 그게 제가 관여한 부분은 없습니다. PPL이나 밀어준 것도 아니고요. 정말 오해입니다.

의심은 할 수 있었지만 정말 사실이었다.

다만 시원사이다의 효과가 좋았을 뿐이었다.

“좋아요. 그건 그렇다고 쳐도 중간에 제가 짜증 내는 듯이 나오는 장면은 편집해 줄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시청자 투표가 완전히 갈린 거 아닙니까?”

사실 그 부분은 방송사에서도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었다.

괜히 악마의 편집이라는 구설에 오르내릴 수도 있었고 경연이긴 했지만 요리 프로그램이었기에 굳이 자극적인 부분을 넣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원의 강력한 주장으로 삭제 없이 오히려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해서 방송에 나온 것이었다.

-아. 그건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미리 알았으면 말렸을 건데. 제가 이야기해서 재방송 영상에서는 모두 편집하라고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는 동진 씨의 떡갈비가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러니 승부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아….”

동진은 성원이 마혼의 기운과 최면에 완전하게 빠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말을 모두 믿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우승이 아닙니다. 그런 작은 식당과 비교하며 괴로워하지 마시고 우리 전 세계로 뻗어가는 버거퀸과 시원사이다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그런 허접한 골목식당에 내가 너무 화를 냈군. 격도 맞지 않는 상대에게….’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고 생각한 동진이 화를 가라앉혔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런 요리대회 우승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다.

성원과 가까워지고 그로 인해 마혼의 기운을 더욱 널리 퍼뜨려서 용사인 다현과 수호신을 처리하는 것.

그리하여 마계가 지배하는 지구에서 인간의 왕이 되는 것이 중요했다.

화르르르르륵.

화를 삭이고 있는 동진 앞에 검붉은 불꽃이 커다랗게 타올랐다.

동진이 곧장 바닥에 엎드려 아가레스를 맞았다.

“마왕 마몬님의 1군단장이신 아가레스님께 인사 올립니다.”

-네가 해 줄 것이 있다.

“말씀만 하십시오. 목숨을 걸고 해내겠습니다.”

이제 정말 마계의 본격적인 침략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동진은 더욱 최선을 다해 굽신거렸다.

-그래. 곧 오크 웨이브가 시작할 것이다. 은가누에게 그린 캔디를 전달해라. 나의 권속에게 이야기해 놓을 것이니.

아가레스의 말에 동진이 고개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안 그래도 제가 따로 받아놨었습니다. 제가 당장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잘했다. 최대한 빨리 전달하도록 해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린 캔디를 받아 놓은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경연에서 진 것 때문에 계속 어두웠던 동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

성원이 손에 들린 서류를 살폈다.

“괜히 돈보다 권력이라고 하는 게 아니네.”

대통령 방문 후 하루도 되지 않아 각국에서 신화학원에 입학할 헌터에 대한 신상 자료가 성원에 손에 넘어왔다.

단순하게 이름과 나이 정도만 나와 있는 리스트가 아니었다.

성격이나 취미부터 가족 관계, 각성 전 인생사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세세하게 기록된 신상 자료였다.

성원이 각국에서 오는 헌터 중 가장 선임들의 자료부터 훑었다.

“하아.”

첫 번째부터 한숨이 터져 나왔다.

“헐.”

두 번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골라서 보내기도 힘들었겠네.”

세 번째쯤 되자 헌터를 보낸 나라의 의도가 읽혔다.

“이거 계륵 같은 놈들만 싸그리 긁어다가 보냈구만.”

계륵.

먹기는 귀찮고 버리기엔 아까운.

선임 헌터들 모두 A급 수준의 헌터로 굉장한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뭔가 하나씩 문제가 있었다.

폭력. 하극상. 절도. 음주운전. 마약. 강도. 성폭력까지.

문제들도 고루고루 다양했다.

“하아. 이거 참. 대단한 놈들이네.”

당장 내일이면 한국으로 입국하는 인원들이었다.

“푸닥거리하긴 해야 할 거 같은데.”

성원은 그래서 경호와 다현을 불렀다.

“형님. 누님. 갑자기 불러서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식당에서 몇 걸음이면 오는 곳인데.”

성원의 말에 경호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 하였고.

“아. 진짜! 한참 수련 중이었는데! 말만 그러지 말고 죄송할 짓을 하지 말라고!”

다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역정부터 냈다.

물론 성질은 내면서도 항상 부르면 바로 찾아오는 것을 보면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긴 했다.

“그래. 우릴 부른 이유가 뭔데?”

경호가 그런 다현을 보며 피식거리며 물었다.

“이번에 오기로 한 놈들 인적 사항을 훑어봤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헌터를 보낸 국가에 우선적으로 특성 활성화 장치를 보내기로 해서 대충 짬 처리도 할 겸 해서 보낸 놈들 같더군요.”

헌터는 기본적으로 거친 놈들이 많았다.

헌터 중에 거의 천사 수준인 성원도 경호나 다현이 앞에서나 그렇지 길드원을 굴릴 때 보면 꽤나 거칠었다.

그런 헌터 중에서도 문제가 있는 놈들이 각국에서 모였다.

국가만 다른 것도 아니었다.

성별과 인종이 달랐고 종교가 달랐다.

거기다 책임자가 성원이었다.

“고분고분하진 않겠지?”

경호의 말에 성원이 고개를 저었다.

“제 인지도 아시잖아요. 인기 투표면 모를까. 아직도 전투력은 재측정하지 않아서 B급 정도로 올라가 있고요. 저놈들이 절 사람 취급이나 하겠습니까?”

다현의 특훈으로 성원은 강해졌다.

성원뿐 아니라 정수와 호돈까지 모두 S급 헌터와 맞먹는 수준으로 강해졌다.

다만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었기에 잠자코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 내가 아주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줄까? 안 그래도 요즘 새로운 기술을 하나 개발했거든.”

다현이 눈빛을 번뜩이며 말하자 성원이 서둘러 말렸다.

기강을 잡기 위함이었지 사람을 잡기 위함이 아니었다.

“누님. 그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었다.

아니 다현 정도면 거의 범 잡는 칼 수준이었다.

“제가 해야죠. 앞으로 공식적인 책임자가 저니까요. 제가 안 하면 오히려 누님 뒤에 숨어 말만 하는 겁쟁이라 할 겁니다.”

“그래. 다현이 네가 하면 그냥 폭력이지. 뭐. 성원이 해야 기강이 잡힐 거야.”

경호도 다현이 사고 칠 것이 겁나 성원의 말에 힘을 보탰다.

“네. 형님. 그럴 거 같아요.”

“그래. 그냥 말 잘 들으면 다행인데 아니면 내가 증폭을 걸어 줄게.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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