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용사의 골목식당-203화 (203/335)

#203화

행운식당이 계속 주목받자 동진은 화가 났다.

‘뭐야! 팬트리 레이스도 망쳐 놓고 오히려 주목은 더 받고 말이야!’

어리바리한 종업원이 나와서는 종이 인형처럼 넘어져서는 훌쩍거릴 때만 하더라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별것도 아닌 족타로 다시 이목이 쏠리니 어이가 없었다.

‘아니 고작 10분 밟아서 족타가 제대로 되냐고! 멍청한 짓을!’

제대로 된 족타는 최소한 30분, 아니 1시간 이상은 밟아 줘야 하는 방법이었다.

행운식당에서 보여 준 족타는 정말 말 그대로 쇼에 불과했다.

“장 팀장! 칼국수 면은?”

“생각보다 더 잘 나온 거 같습니다.”

동진이 만드는 요리는 바로 ‘칼날타조 칼국수’였다.

사실 고기 고명을 얹은 비빔국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원과 술을 마시며 메뉴를 바꾸게 됐다.

“형님. 그 ‘경호’라는 분은 무슨 요리 한답니까?”

마혼의 기운이 충분하게 들어가고 현혹도 확실하게 걸린 듯 보일 때 동진이 성원에게 경호의 경연 요리에 대해 물었다.

“응? 그게 아마 닭칼국수처럼 할 거라던데? 칼날타조로 비슷하게.”

“오. 그 아이디어 괜찮네요. 그런데 음식이 겹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사실 32개 팀이다 보니 겹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비밀로 해야 할 것들을 동진이 물어봤지만 성원은 술술 대답했다.

물론 이때 성원은 현혹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술 불었다.

“그래도 상관없지만 팬트리에 마수고기를 종류와 부위별로 조금씩 준비해서 모두가 재료를 다르게 가져가게 할 생각이야. 그러면 같은 요리라도 다르게 나올 테니까.”

“그럼. 팬트리에서 재료를 고르는 순서를 정해야겠네요. 근데 그건 무슨 방법으로 정하는 거예요?”

“그건 말해 주고 싶어도 말해 줄 수가 없네. 아직 정확한 방법이 안 정해졌거든.”

“그렇군요. 뭐. 재미있을 거 같네요.”

미리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동진은 미리 칼날타조를 선점해 메뉴를 뺏기로 결정했다.

레이스 성적이 좋아 칼날타조 고기를 골라 올 수 있었던 동진은 계획대로 칼날타조 칼국수를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마혼의 기운과 [최면] 특성이 있기에 무슨 요리를 하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기에 동진은 행운식당을 방해해서 일찌감치 떨어뜨리는 것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동진은 지금 경호의 자리를 뺐어야 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성원을 이용하여 다현을 치는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해! 그러려면 우선 저 ‘경호’라는 인간부터 끌어내려야 하고!’

동진은 압력솥을 열어 칼날타조 고기와 육수를 확인했다.

“장 팀장. 여기 고기를 좀 손….”

그때 성주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 최경호 참가자! 뜨거운 고기를 염력으로 손질하고 있습니다!”

동진이 행운식당 팀의 조리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둥둥 떠 있는 고기가 염력으로 잘게 찢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쳇. 이제 하다 하다 저런 쇼까지 하는군.”

동진은 그런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최대한 빠르게 떨어뜨려야 하는데….’

어차피 이길 상대였지만 이래서는 이번에 탈락시키기 힘들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압력솥에서 김이 풀풀 나는 칼날타조 고기를 꺼낸 성원이 형윤을 향해 소리쳤다.

“장 팀장! 너도 이거 바로 찢어! 할 수 있지?”

형윤은 상급 각성자이기에 가능은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마력을 끌어올려 손만 보호하려면 세밀한 마력 조절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동진의 지시를 거부할 순 없었다.

그렇게 마력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고기를 뭉개지 않고 찢기 위해 형윤이 애를 쓰는 사이 경호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커다랬던 삼족우 고깃덩이를 모조리 찢었다.

하지만 똑같이 뜨거운 고기를 찢더라도 그 임팩트가 달랐기에 진행자인 성주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나서서 ‘여기도 뜨거운 고기를 손으로 찢는다.’라고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덕분에 경호는 마력을 써서 고기를 뜯는 형윤을 보며 확실하게 알게 됐다.

‘칼날타조 칼국수를 미리 선점해서 못하게 만든 거군. 거기다 인삼, 엄나무, 황기, 대추. 그리고 마목을 넣었군.’

마목을 적당히 잘라서 넣으면 엄나무와 구분이 어렵기에 아예 대놓고 넣은 후 같이 끓여 냈다.

그 덕분에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하는 특유의 마혼이 풍기는 기운을 경호는 느낄 수 있었다.

마목의 기운이 아주 지독할 정도로 풍기고 있었다.

‘아주 대놓고 넣었구만.’

어느새 미호가 한 양념과 채소를 넣고 끓인 육개장이 완성됐다.

후룩.

경호는 육개장을 작은 종지에 퍼서 간을 봤다.

“오!”

감탄사를 터뜨리는 경호를 미호가 한껏 기대감을 품은 눈으로 쳐다봤다.

“어떤데요? 괜찮아요? 국물이 진해서 맛이 있을 거 같긴 했는데.”

“요리하면서 간 안 봤어?”

“제가 원래 요리하면 간을 잘 안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요리사 중에 완성단계까지 간을 잘 안 보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미호도 그런 부류인 듯싶었다.

“자아. 먹어 봐.”

경호가 종지에 육개장을 떠서 미호에게 건넸다.

후룩.

“오!”

“무슨 느낌인지 알겠지?”

경호의 말에 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왜 먹어 보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았다.

맛은 있었다.

하지만 육개장이라고 하기엔 뭔가 달랐다.

분명 칼칼하고 진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육개장과 비슷한데 고기의 맛이 훨씬 더 진하게 올라오면서 고소한 맛이 있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느끼하지 않고 맛이 깔끔했다.

“대박! 오빠!”

미호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행운식당 팀의 정미호 참가자가 ‘대박!’을 외쳤습니다!”

성주가 미호를 언급하며 진행석에서 내려와 행운식당 팀의 조리대로 걸어왔다.

“혹시 그 대박인 게 혹시 이건가요?”

성주가 솥에서 끓고 있는 육개장을 보며 물었다.

“네. 육개장 칼국수를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오. 저도 육개장 좋아하거든요. 한번 먹어 봐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이런 경연에선 진행자가 진행하기 나름이었다.

“아직 완성은 아니지만 한번 드셔 보세요.”

이런 돌발 시식도 득이 되면 됐지 손해 볼 일이 아니었기에 미호가 환하게 웃으며 시식할 육개장을 종지에 퍼서 건넸다.

“그럼.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후룩.

“오. 진짜 대박이라고 할 만한데요. 이런 육개장은 처음이네요. 뭔가 표현하기 어렵지만 평소 먹던 육개장과 분명하게 다른 맛이네요. 이야. 정말 칼국수까지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거 같습니다.”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마무리까지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성주가 시식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 경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우리 팀 분량 많이 챙겼어. 두 번 넘어지고 대박! 외치고 말이야.”

“그러게요. 어쩌면 그래서 시청자 투표는 좀 더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 어쨌든 이제 면을 삶아서 마무리하자.”

이 요리 경연은 아주 특이한 채점 방법을 썼다.

원래는 평범하게 심사위원 몇 명이 채점하는 방식이었는데 TBN에 프로그램이 정식 편성되면서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 채점하는 방법을 색다르게 계획했다.

바로 심사위원, 참가자, 시청자가 각각 채점을 해서 모두 더 하는 것.

우선 음식을 4인분 분량을 2인분씩 담아서 내면 그것으로 심사위원 따로, 참가자가 따로 시식해서 평가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전파를 타고 방송되면 그것을 보고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면 셋의 점수를 합산해서 등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의 맛뿐 아니라 화면의 노출이나 방송에서의 태도도 중요했다.

“오빠. 여기요.”

미호가 면을 삶아서는 찬물로 씻어 탄력을 더했다.

경호는 그러한 칼국수 면을 받아 토렴하며 국물을 담았다.

커다란 면기에 2그릇을 담아서 내고는 양손을 들며 외쳤다.

“행운식당 완료했습니다!”

종료까지 2분여 남은 시간이었다.

“이제 하나둘 완료가 되는 모습입니다! 진행팀에서는 완료된 음식을 심사위원석과 참가자 대기실로 옮겨 주시기 바랍니다! 자아! 1분 남았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경호는 한창 마무리에 열중인 버거퀸 팀을 쓱 보고는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으면 대기실로 이동했다.

“심사위원들도 좋아하겠죠?”

좋아는 하겠지만 아마도 1등은 버거퀸 팀이 받을 게 분명했다.

마혼의 기운은 아주 은밀한 마약과도 같았다.

경호처럼 느낀다면 모를까 아니면.

‘그냥 맛있고 기분 좋은 정도로 느끼고 더 좋은 점수를 주겠지.’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혼이 심장에 쌓여서 마기를 흡수하며 자라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이지. 이제 긴장 풀어.”

그렇게 미호의 긴장을 풀어 주며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하나둘씩 요리를 완성한 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거퀸 팀을 끝으로 32개 팀이 모두 대기실로 들어왔다.

마치 뷔페처럼 32개의 번호가 적힌 그릇에 음식들이 담겨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든 인원과 보조 연출자가 들어왔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한숨을 돌리던 출연자들은 다시 카메라가 들어오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오.’

경호는 두통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마혼의 기운에 짜증이 올라왔다.

마음 같아서는 기운을 싹 태워 버리고 싶었지만 참가자 중에 각성자가 있기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아! 하나씩 드셔 보시고 채점하시면 됩니다. 관찰 예능처럼 진행할 테니 그냥 평소처럼 시식하시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따로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참가자 시식회가 시작됐다.

잔치국수도 있었고 잡채도 있었다.

고기국수 형태도 있고 육수를 뽑아내서 베트남 쌀국수처럼 만든 팀도 있었다.

경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따져도 자신의 육개장 칼국수가 제일 맛이 좋은 것 같았지만 사실 누가 1등이 돼도 상관없을 정도로 비등비등한 맛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화그룹에서 고르고 고른 팀답게 역시나 맛이 다 잘 잡혀 있었다.

물론 다른 참가자들의 생각은 경호와 달랐다.

“대박. 이거 먹어봐!”

“국물 미쳤다. 토종닭 백숙 국물보다 더 좋은데.”

“그렇게 진한데 또 면이랑 이렇게 잘 어울리네.”

“그리고 묘하게 자꾸 땡기는데.”

역시나 최고의 인기는 버거퀸의 칼날타조 칼국수였다.

미호가 버거퀸의 요리를 먹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빠. 미안해요. 내가 넘어지지 않고 칼날타조 고기만 챙겼어도 저것보다 더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었을 텐데. 히잉.”

사실 그 어떤 요리를 해도 버거퀸의 마혼이 담긴 요리를 이길 수 없었기에 경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리고 난 저것보다 우리 육개장 칼국수가 더 맛있는데. 미호는 안 그래?”

“우리 칼국수도 맛있는데 저 요리는 뭔가 땡기는 맛이 있어요. 감칠맛이라고 해야 하나. 약간 라면 스프가 들어간 반칙 같은 맛이라고 할까? 하여간 뭔가 그래요.”

그때 잠자코 지켜보던 버거퀸 팀의 장형윤 팀장이 입을 열었다.

“오. 육개장 국물 맛이 끝내주네요. 솔직히 저는 오늘 만든 칼날타조 칼국수가 잘 나와서 1등은 무조건 우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너무 훌륭하네요.”

형윤은 그렇게 말하며 마력을 끌어 올려 자신의 특성인 [최면]을 썼다.

물론 티가 날 정도로 강력한 최면은 아니었지만 모두의 머릿속에 인상을 심어 주는 역할을 했다.

원래 최면과 세뇌를 제대로 걸기 위해서는 한 번에 강하게 거는 것보다 여러 번에 걸쳐서 약하게 거는 것이 더 깊이 새겨졌다.

‘이거 점점 승부욕 돋게 만드네.’

경호가 대기실을 가득 채우는 최면의 기운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자아! 모두 시식 끝나셨으면 여기에 평가지 넣으시면 됩니다. 그럼. 합격 여부 및 일정은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요리 경연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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