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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94화 (194/335)

#194화

“형님. 어때요?”

경호는 성원과 함께 공사가 거의 끝난 동물원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런 동물원의 중앙.

정말로 거대한 세계수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근데 이 세계수는 어쩌지?”

-그러게요. 이거 너무 큰데요?

흰둥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계수의 크기는 커져 있었다.

성원의 노력으로 동물원도 완공되고 신수와 섞여서 배치할 동물들도 모두 구했다.

동물관리사로는 보안을 위해서 푸른 이빨 부족원 중 전사가 아닌 이들로 뽑았다.

수인족, 그 중 워울프 종족 자체가 기본적으로 워낙 동물을 잘 다뤘기에 동물관리사로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정말 정식 오픈만 남겨 둔 상태였다.

다만 사신과 결합하고 하루가 멀다고 무럭무럭 자라는 세계수가 문제였다.

커도 정말 너무 컸다.

흔히 큰 나무하면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도 세계수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결계의 힘으로 막고 있어서 외부 노출이 없지만 결국 동물원을 오픈하게 되면 찾은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큰 것이 문제였다.

-경호 왔어? 요즘엔 통 오질 않아서 보고 싶었는데.

운애가 세계수 앞에 새롭게 만든 커다란 분수대에서 투명한 물줄기를 만들어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기운이 점점 강해지면서 정령 상태에서도 모습이 뚜렷해진 운애였다.

“어! 어어!”

운애는 경호가 여전히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뭐야? 뭘 그렇게 놀라는 거야?

“아. 아니.”

경호의 당황한 모습에 옆에 있던 성원과 흰둥이가 킥킥거렸다.

“형님은 역치가 좀 낮은 거 같아요. 거기다 티도 많이 나고.”

-경호 님. 이제는 적응하실 때도 됐잖아요.

“야. 내가 뭘. 그리고 역치는 내가 낮은 게 아니라 네가 너무 높은 거지.”

성원은 주변에 예쁜 여직원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경호와는 반응이 달랐다.

“뭐. 10년간 정령계에서 홀로 독수공방하셨으니…. 저는 다 이해합니다.”

“아. 아니라고! 내가 어! 거기서도 서큐버스랑 어! 너 서큐버스가 얼마나 이쁜지 모르지! 아니 그게 아니라! 하여튼 아니라니까!”

“알았어요. 형님. 알겠다니까요.”

성원이 킥킥거리며 흥분한 경호를 진정시켰다.

“그나저나 운애야. 혹시 세계수와 소통할….”

-근데 경호, 서큐버스랑 뭘 했는데 그래?

운애가 경호의 말을 자르며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

“어엉? 그게…. 아, 아니 뭘 한 게 아니라. 그냥 해본 말이지. 하하하. 내가 서큐버스랑 뭘 하긴 뭘 해.”

경호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말을 더듬자 성원과 흰둥이가 웃겨 죽으려고 하는 표정으로 소리죽여 큭큭거렸다.

개의 얼굴에서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다니…. 하아.

“아. 정말이야! 아무것도 안 했다고!”

운애가 그런 경호를 보고는 풋!하고 웃었다.

-나도 이제 알 만큼 알거든. 풋. 하여튼 경호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요.

“알긴 뭘 알아! 하아. 내가 어쩌다 운애한테 놀림당하는 수준까지 온 거지.”

그런 운애의 반응에 경호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어쨌든 그게 아니라. 운애 혹시 세계수랑 소통할 수 있어?”

-소통? 할 수 있지. 아니 경호도 할 수 있어. 그냥 안 하고 있을 뿐이지.

뭐라고?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정령계에서 그렇게 엄마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잤어도 소통이라는 건 꿈도 못 꿔 본 일이었다.

“소통이라니? 내가?”

-경호는 생각보다 엄청난 능력이 있거든. 본인은 잘 모르는 거 같지만.

“내가 모르는 능력이 있다고?”

[검술][궁술][은신][염력][간파][증폭]에 이곳에 와서 [요리]와 [용의 심장]까지 생겼다.

그리고 다 잘 쓰고 있었다.

그런데 모르는 능력이라?

-그 심장은 단순하게 힘을 흡수하고 변환해 주는 장치가 아니거든. 나는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내 심장, 그러니까 ‘용의 심장’ 특성이 그렇다고? 그런데 넌 어떻게 이런 걸 안 거야? 이 심장이 흔한 특성도 아니고, 너튜브로 세상 공부했으면서.”

경호는 운애가 용의 심장에 대한 특성을 자신도 모르는 부분까지 알고 있다는 게 의아했다.

-세계수가 성장하면서 이곳에 있는 정령과 신수도 따라서 많이 성장하고 있거든. 나도 내가 알고 있었는 줄 몰랐는데 점점 힘을 찾아가면서 그러한 기억도 돌아오더라고. ‘용의 심장’에 대한 특성도 마찬가지고 그러한 특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어? ‘용의 심장’이라는 특성을 가진 이들이 있었어?”

-어. 용. 용은 다 그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

용? 용이라고?

설마 이거 진짜 ‘용의 심장’인 거야?

지금까지 그냥 시스템상 등록된 특성의 이름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상한 푸른빛 젤리덩어리 같던 존재가 심장에 엉겨 붙어서 변한 것이 진짜 용의 심장과 똑같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변한 모양이었다.

“난 그냥 이거 힘을 흡수하고 변환해 주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하긴 경호는 자신이 이걸 얻을 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단순한 능력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힘을 흡수하고 변환시키는 거야 사실 ‘용의 심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특성이 아니어도 상중하, 세 단전을 조화롭게 성장시키고 있던 경호로서는 힘들긴 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그래서 경호, 네가 연습하면 용의 능력을 쓸 수 있을 거야.

용의 능력?

‘미르’ 같은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건가?

그런데 미르는 용의 능력이기보다 10레벨의 수호신이었기에 쓸 수 있는 능력이 많았다.

“뭐가 있는데?”

-음. ‘용울음’과 ‘용숨결’, 그리고 ‘용언’도 있지. 들어 봤지?

오! 마이 갓!

“어! 어어! 그, 그걸 내가 할 수 있다고?”

운애의 말에 경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용(龍). 드래곤(Dragon).

주신이 ‘세계수’와 더불어 특별히 창조한 존재로 ‘신수’였지만 ‘신수’가 아닌 아니었다.

특히나 운애가 말한 ‘용울음’, ‘용숨결’, ‘용언’은 ‘신의 권능’에 가까운 절대적인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걸 할 수 있다고? 내가?

-그렇지. 용도 결국 ‘드래곤 하트’ 때문에 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물론 그 심장의 수준에 따라 힘이 달라지긴 하겠지. 드레이크 수준인지 에인션트 드래곤 수준인지 그것은 나도 잘 모르는 거니까.

“그럼. 세계수랑 소통이라는 것도 나보고 용의 능력으로 하라는 거지?”

-정확히는 ‘용언’이지. 용언은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용의 권능이자 절대마법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말에 의지를 담으라고?”

말에 의지를 담으라는 말은 ‘얍! 하고 하면 돼!’하는 것처럼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나도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몰라. 다만 심장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용의 권능은 모두 심장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심장이라…. 흰둥아. 너도 몰라?”

-용의 특성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사신의 청룡을 제외하고 용족을 지구에서 본 적이 없어서요.

“그러냐?”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었고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였다.

후우. 후우우우.

경호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정령계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의식의 세계’에서 수련을 했기에 그 누구보다 의식적으로 내부를 관찰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과 뭔가 달라지긴 했다.’

용의 권능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인지 예전과 더욱 다르게 느껴졌다.

심장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수축하는 힘은 엄청났다.

산소를 머금고 폐에서 온 혈액을 받아들이는 좌심방, 그리고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좌심실, 온몸을 돌아 산소를 소모하고 온 혈액을 받아들이는 우심방, 그리고 우심실에서 다시 폐로 보내는 과정이 보통의 사람보다 느렸지만 더 많은 양을 한 번에 움직였고 순환율도 월등히 높았다.

심장 자체의 능력이 높아진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경호가 찾는 것은 아니었다.

더 근원적인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눈으로 보일 듯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후우우우우우. 후우우우우우우우.

이제 거의 숨을 쉬지 않는 듯 느껴지도록 호흡을 길게 가져갔고 안 그래도 느렸던 심박은 더욱 느려졌다.

경호는 모든 감각을 심장으로 모았다. 그리고….

‘찾았다! 요놈!’

심방과 심실의 사이에서 처음 느껴 보는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은 마치 숨어 있는 듯 아주 은밀해서 거의 느껴지지 않는 기운이었다.

그래서 경호, 본인도 심장으로 여러 번 능력을 썼지만 모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저 기운이 ‘왜?’ 숨어 있었냐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을 차지하려고 했던 초기와 달리 이제 심장은 확실하게 자신의 한 부분이 된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숨기는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저 기운이 아직 나올 준비가 안 됐거나. 내가 저 기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거나.’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지금 저 숨어 있는 기운을 건드리면 좋을 게 없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

숨을 길게 뱉어낸 경호가 감았던 눈을 떴다.

“형님. 괜찮으세요.”

거의 호흡이 멈춰 있던 경호였기에 성원이 걱정스레 물었다.

“어. 괜찮아.”

-경호 님. 어때요? 용의 기운이 느껴집니까?

“용의 기운인지 모르겠는데 뭐가 있긴 하네.”

-경호. 그럼. 해 볼 거야?

운애의 말에 잠시 경호가 고민에 빠졌다.

용의 심장을 얻고 한 달이 넘게 숨어 있던 기운이었다.

앞으로 기운이 강해지거나 자신이 강해지거나 어쨌든 요건에 충족할 때까지 얼마나 더 숨어 있을지 몰랐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악마군단이 넘어올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그건 형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실 거 같은데요.”

-경호 님이 웨이브 던전을 최대한 잘 막아 내면 반년도 버틸 수 있다 했잖아요.

사실 경호의 질문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그래. 그래서 건드리면 안 되는 거 같은데 건드려 봐야 할 거 같아.”

모순적인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러다 갑작스레 악마군단이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 숨어 있는 기운을 깨워서 몸에 익히는 것은 위험했다.

그렇다고 마냥 묵히고 있을 수도 없었다.

‘묵히다 똥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경호의 말에 운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해 봐. 수호신도 있고 나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도와줄게.

“그래. 알았어.”

경호는 세계수 앞으로 걸어갔다.

“잘 부탁한다. 세계수. 그래. 너도 이름 하나 지어 주마. ‘엄마나무’의 씨앗으로 이리 성장했으니 ‘아들나무’. 어때? 좋지?”

경호의 네이밍 센스는 여전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경호는 세계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우. 후우우우우.

다시 경호의 호흡이 길어지며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자아. 그럼. 건드려 볼까?’

경호는 심장 깊숙이 은밀하게 숨어 있는 기운을 마력을 일으켜 건드렸다.

툭. 툭툭.

직접 건드리기 전에는 몰랐는데 마치 껍질에 싸인 알 같은 느낌이 느껴졌다.

경호는 좀 더 강하게 마력을 기운에 찔러넣었다.

퍼벅. 퍽!

결국, 기운을 감싸고 있던 무언가가 깨졌다.

‘어어어어억!’

마치 섬광탄이 터진 것처럼 심장 안에 숨어 있던 기운이 폭발하듯 커지며 모든 것을 새하얀 빛으로 삼켜 버렸다.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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