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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68화 (168/335)

#168화

“오늘은 여기까지!”

철푸덕! 철퍼덕! 털썩!

경호의 외침과 함께 정신력으로 겨우 버티던 이들이 하나둘 바닥에 쓰러졌다.

“혀, 형님.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바닥에 널브러진 성원이 죽어 가는 표정으로 경호에게 물었다.

“당장 3일 지났는데 훨씬 나아지고 있잖아. 안 그래?”

힘들어 죽을 거 같긴 한데 효과가 있으니 무작정 반대하기도 힘들었다.

오늘로 3일째 철심을 박아 넣은 목검을 제자리 뛰기를 하며 상하좌우로 검을 휘두르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 번도 쉬지 않고 2시간씩.

사실 5kg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목검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휘두르는 것은 상급의 각성자에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마력 없이’ 2시간 동안 목검을 휘두른다는 점이었다.

“그게 그렇긴 한데. 그래도 형님. 각성자가 마력을 더 자주 사용해야 능력이 좋아지는 거 아닐까요? 이건 너무 무식한 방법 같아서요.”

손목과 팔꿈치, 어깨,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고 다리를 후들거리다 결국 수련이 끝나면 모두 바닥에 쓰러져서 헐떡거리기 바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다현은 수련을 마치고도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다.

지친 기색이 완연했지만 거칠게 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다현. 너는 어때? 할 만해?”

“경호. 넌 정말 이런 수련을 1년 동안이나 한 거냐? 이거 오히려 몸 망가지는 거 아니야? 고작 3일인데 이렇게 힘든데. 후우.”

“이런 수련을 1년 동안 했냐고? 아니지. 이건 그냥 몸풀기라고.”

“뭐?”

3일 전.

처음엔 그저 악마 군단을 상대할 방법이나 알려 주고 말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현이 그런 경호를 향해 물었다.

“야! 그런 거 말고. 넌 정령계에서 어떻게 수련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수련하면 강해질 거 아니야. 넌 각성자도 아니었으니 따지고 보면 우리가 훨씬 빨리 배울 텐데.”

음. 어찌 보면 맞는 말 같기는 한데.

“그게 이론상으로는 그렇긴 한데. 아마 쉽지 않을 거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너희는 상황이 많이 달라. 아니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지.”

경호의 알쏭달쏭한 이야기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황이 다르다니? 그게 도대체….

다현의 말처럼 정령계로 넘어간 경호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호의 말은 오히려 더 안 좋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이해를 못 한 다현이 다시 물었다.

“경호. 그게 무슨 소리야? 상황이 많이 다르다니? 지금 우리 상황이 그때 너보다 수련하기 더 안 좋다는 거야?”

“그때의 나는 필사적이었거든. 정말 강해지지 않으면 그냥 죽는 거였어. 각성이니 특성이니 이런 것도 지구에 와서 시스템 적용을 받아서 알았지. 사실 그냥 내가 다 터득한 거라고. 살아남기 위해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 말이야.”

경호는 그저 덤덤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말이 담고 있는 무거움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필사의 각오는 여기 있는 이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다만 그 처절함이 아직 좀 부족할 뿐이었다.

“할게. 우리도 제대로 하면 되잖아. 다들 할거지?”

다현이 성원과 정수, 호돈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현이 한다고 나서는데 반대할 간 큰 인물은 셋 중에 아무도 없었다.

경호가 정령계에 처음 넘어가서 미르에게 가장 먼저 배운 게 바로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었다.

미르는 경호에게 매일같이 이야기했다.

-육체가 약하면서 기운이 강할 수는 없다.

-마력이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잘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그 한계를 경험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것이 그냥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경호는 그것을 이들에게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마력’은 일절 쓰지 않는다!”

경호는 정령계에서 마력이 없어서 쓰지 못했지만, 이들은 달랐다.

각성자는 특성과 마력을 사용하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각성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범인이었다.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족속이었다.

마력을 쓰면 훨씬 편하게 강해질 수 있는데 뭣 하러 쓰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어!’

경호의 최종 목표는 시스템 제한을 뛰어넘는 이들과 함께 악마 군단을 쳐부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호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육체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고작 3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력을 쓰지 않고 오직 육체의 힘만으로 휘두르고 있음에도 검격이 더욱 날카로워졌고 몸도 가벼워졌다.

“형님. 그럼. 가 보겠습니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성원과 정수, 호돈이 죽을 거 같은 표정으로 경호에게 인사를 했다.

정말 살기 위해 겨우 일어나 도망치듯 공원을 벗어나는 그들이었다.

“그래. 내일도 보자.”

경호는 그런 그들을 지켜보다 다현에게 물었다.

“너는 안 가?”

“야! 내가 어제부터 연습하던 게 있거든?”

“어. 그런데.”

다현의 표정은 진지했다.

“니가 좀 봐줬으면 해서….”

자존심 강한 다현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정말 간절한 모양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깨달았나 보네.’

다현의 눈빛을 보니 새로운 장난감을 눈앞에 둔 아이가 한시라도 빨리 가지고 놀고 싶을 때의 바로 그런 눈빛이었다.

그런 다현의 모습에 경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뭐야. 뭘 그렇게 웃어!”

“웃지도 못하냐. 그런데 뭘 봐주면 되는데.”

“내가 공격할 테니까 저번처럼 막아 봐.”

“뭐? 혹시 너 내가 전투력 측정기로 보이는 거냐?”

“아! 빨리!”

다현의 성화에 경호가 한숨을 쉬며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다현은 철심이 박혀 있는 목검을 던져 놓고는 허리춤에서 완드를 꺼내 들었다.

“야. 또 백염을 꺼내 들고 시작인 거냐.”

달라지긴 달라졌다.

완드 끝부분에 새하얀 불꽃이 일렁이는 시간이 정말 빨라졌다.

처음 ‘백염’을 피워 올릴 때만 하더라도 몇 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던 기술이었다.

사실상 전투 중에 써먹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음에도 정말 엄청나게 발전한 ‘백염’이었다.

하여간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녀석이라는 걸 경호는 다시 한번 느꼈다.

“자아! 간다!”

다현이 달려오며 완드를 휘둘렀다.

같은 공격 패턴이었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단순히 강한 불꽃을 크게 키워 올렸다면 이번에는 백염을 손가락 크기로 잘게 쪼개 경호를 향해 날렸다.

‘오. 벌써 ‘백염’을 나눴어?’

백염은 그냥 피워 내는 것도 힘든 기술이기에 단순하게 뿜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백염을 잘게 쪼갰다.

기운은 스스로 뭉치는 힘이 강하기에 쪼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그것들을 각각 조종하기 시작했다.

경호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수십 개의 백염이 경호를 둘러쌌다.

하아. 하아.

다현의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육체 단련을 하며 마력 조절력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컨트롤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다현아. 그만해!”

“크윽.”

털썩.

다현이 낮은 신음을 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반딧불이처럼 경호 주변에 떠 있던 백염도 작은 연기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으이구. 무식하기는….”

“거의 다 됐는데. 쳇.”

경호는 주저앉은 다현의 마나코어에 손을 얹었다.

“야! 어딜 만져!”

“그냥 가만히 있어. 쫌.”

경호는 발작하려는 다현을 다른 한 손으로 누르며 심장으로 마력을 불어넣어 그것을 물의 정령력으로 변환했다.

그전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통제하여 기운을 변환할 수 있었다.

스으으으으으윽.

경호의 손을 타고 치유의 능력이 뛰어난 물의 정령력이 다현의 마나코어로 스며들었다.

“으윽.”

찢어질 듯한 고통이 순간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별거 아니니까.”

괜히 쭈뼛거리고 있는 다현을 보며 경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고맙긴 누가 고맙데.”

“그래. 고마워할 필요 없다고.”

“아. 다했으면 얼른 손 떼! 그리고 다음부터 내 몸 만지기 전에 미리 말하라고! 이 변태야!”

“말하고 만지면 괜찮은 거냐?”

“뭐?! 이 변태가! 죽을래!”

다현이 다시 주먹을 말아 쥐자 경호가 큭큭거리며 서둘러 도망쳤다.

“알았어. 알았다고! 하여간 오늘 정말 대단했다. 백염을 벌써 쪼개서 다룰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쳇. 말 돌리기는.”

띠링! 띠링! 띠링!

그때 다현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아! 맞다!”

다현이 화면을 확인하고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경호의 등짝을 짝 소리 나게 때렸다.

“야! 너 설마 내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거 아니지?”

여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질문 중 가장 무서운 질문이 경호에게 날아왔다.

거기다 다현의 화끈한 등짝 스매싱과 백염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눈빛까지 콜라보되어 다가오니 경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너 진짜 내일 무슨 날인지 몰라?”

“그, 그게…. 힌트 좀 주면 안 되겠지이?”

경호가 멍청한 표정으로 힌트를 구걸하자 다현이 한숨을 푹 쉬며 소리쳤다.

“이 멍충아! 너희 엄마 생신이시잖아! 너 정말 몰랐냐?”

엉? 엄마 생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엄마 생일도 잊은 경호였다.

자신의 생일도 까먹고 사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다현은 경호가 없는 동안 딸보다 더 지숙을 잘 챙겼기에 당연히 알람이 아니어도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10년간 경호의 빈자리를 최대한 감추고 싶어 생일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꼭 붙어 있었던 다현이였다.

“야. 어떻게 할 건데? 10년 만에 아들과 함께하는 생신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경호가 돌아왔기에 경호의 의견도 물어봐야 했다.

‘아. 10년…. 10년 동안 혼자였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지숙을 떠올린 경호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눈시울이 붉어진 경호의 모습에 한마디 더 쏘아붙이려던 다현도 그저 물끄러미 그런 경호를 지켜만 보았다.

경호의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이렇게 다현을 통해서 알지 못했다면 분명 내일 아침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을 것이 분명했다.

10년을 자신을 기다리며 그 고통으로 병까지 얻은 엄마였다.

“다현아. 정말, 정말 고맙다.”

눈시울이 붉어진 경호가 다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경호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오히려 다현이 당황했다.

“아니 뭘. 그런 걸로 이렇게 오버하고 그래.”

“아니. 10년 동안 우리 엄마 곁에 있어 줘서. 예전에도 한번 고맙다고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야. 너희 엄마 아니고, 우리 엄마거든. 하여튼 어쩔 건데.”

경호가 계속 사과를 하자 다현은 괜히 화를 내며 말을 돌렸다.

경호는 그런 다현이 더 고마웠다.

“음.”

잠시 고민하던 경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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