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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66화 (166/335)

#166화

“아들. 대충 비슷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생뚱맞은 동물원이며 1조라니….

건용은 농담 같은 내용과 다르게 진지한 표정의 성원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위험하기도 하고 무모한 적도 있었지만 성원에겐 뭔가 기대하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 오히려 기대감 마저 들었다.

‘거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기업가인 건용은 이유가 확실하다면 1조가 아니라 더 큰 돈이라도 충분히 지원해 줄 생각이 있었다.

다만 요즘 마계 침략을 막겠다면서 발 벗고 나서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동물원이라는 정말 생뚱맞은 아이템을 들고 온 것이 의아했을 따름이었다.

“아버지. 여기 다현 누님이 데리고 있던 애완 여우 기억하시죠?”

“그 작은 새끼 여우 말이냐?”

언론에도 노출된 동물이기에 건용도 울피를 기억했다.

“맞아요. 그게 사실…. 음. 나머지는 누님이 이야기하시죠.”

이미 마계에서 다현을 ‘용사’로 확정 지은 상태였다.

그래서 오늘 길에 조금씩 그러한 사실을 알리기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비밀로 할 것은 비밀로 하되 밝혀야 할 것은 모두 다현에게 묻어서 가는 것으로.

그래야 경호의 움직임에 제약을 줄일 수 있었다.

“회장님. 그러니까 그 작은 새끼 여우는 사실 ‘신수’였습니다.”

“신수?”

건용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격변 이후 신수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게 무슨….”

하지만 신수라는 존재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다현이 그런 존재를 언급했다.

심지어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새끼 여우가 신수란다.

“운이 좋았습니다. 우연히 암흑지대에서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궁금증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새끼 여우가 신수인 것과 동물원을 1조나 들여서 짓는 것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데리고 있는 신수가 굉장히 상급 신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수도권에 흩어져 있던 신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계의 침략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 신수도 모여서 힘을 길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건용은 점점 다현의 거짓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모인 신수들이 지금 행운공원에 숨어 있습니다. 혹여나 마계에서 알아차리면 그곳이 습격당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행운공원을 신수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 그러한 곳을 만들어 동물원으로 위장하려는 거죠.”

성원이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서 드워프 장인들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우선 신수들의 기운이 강해서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는 결계도 만들어야 하고 해서 지하에 독립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1조 가까운 금액이 들 것 같습니다. 아버지.”

결과적으로 절대로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었다.

아니 이것은 사업이 아니었다.

동물원은 위장일 뿐 신수의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건용이 성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1조가 아니라 10조라도 지원하마. 돈 걱정은 말고 만들도록 해라. 이럴 때 쓰려고 힘들게 번 돈이다. 그러니 괜히 아낄 생각하지 말고. 절대로 마계에서 눈치챌 수 없도록 제대로 만들어라. 그리고 내가 성준이에게는 이야기할 테니 연구소와 바이오 관련한 것들도 협조받도록 하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당연한 것을.”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그나저나 요리 경연은 어찌 돼가는 거냐?”

헤벌쭉 웃으며 방방거리던 성원이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네. 아버지.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우선 신화F&B 쪽에서 준 자료를 바탕으로 가게 선정하고 있습니다. 가게 선정을 완료하면 곧바로 홍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 마수 고기를 정착시키는 것도, 오늘 이야기한 신수를 보호하는 것도 다 인류를 위한 일이다. 성원아, 너를 믿겠다. 나는 그저 돈이나 벌 줄 아는 늙은이다. 그러니 부탁하마. 하지만 무리하진 말고.”

“알았어요. 아버지. 그리고 감사합니다.”

건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 어서 가거라. 내가 다 연락해 놓으마.”

그렇게 ‘1조’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해결됐다.

***

“아니 그린캔디를 먹고도 상대를 이기지 못했다고? 그게 말이 돼? 어! 말이 되냐고!”

네크로필리아의 두목인 로키가 보고를 마친 종현을 보며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 종현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뒤져 봐도 쌍둥이의 시신은 없었고 지부장인 재혁의 것으로 보이는 일부 조직만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지급된 나머지 그린캔디를 모두 먹고 폭주하여 폭발한 듯 보입니다.”

“그러니까 폭주해서 싸웠는데 그냥 혼자 죽었다고? 그 상태론 다현이라는 계집이 와도 지지 않을 수준인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콰아앙!

로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때렸다.

“제길!”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신수 수급이 갑자기 줄어들고 있었다.

“신수가 더 필요해. 제대로 된 그린캔디를 완성하려면 아직 부족하다고!”

용사인 ‘다현’을 없애는 걸 포기한 악마귀족들은 자신의 계약자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었다.

‘인간들을 마기에 중독시켜라!’

‘더 강력한 영약을 만들어라!’

상급 악마도 처리한 다현이었기에 그전처럼 함부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

마계에서 통제가 가능한 수준은 ‘바이몬’정도가 한계였다.

그보다 더 강한 악마를 지구에 풀었다가는 다현만 없애는 것이 아닌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었다.

지배와 사육이 목적이지 파괴와 멸망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인간을 적당히 자극해 더 맛있게 영혼을 살찌울 필요는 있었지만 적절한 선을 지켜야 했다.

“보아하니 눈치를 챈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거의 10여 마리가 넘는 신수를 잡아들였기에 언젠가 밝혀질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이곳으로 모아라. 다시 각개격파 당하면 위험하니까.”

“알겠습니다.”

***

다시 정수가 운전하는 자동차 안.

다현이 옆에 앉아 있는 경호를 멀뚱히 쳐다봤다.

경호는 그런 다현을 애써 무시하는 중이었다.

“야!”

“어?”

“아, 아니다.”

“뭐야. 싱겁게.”

경호는 속으로 ‘제발 싱겁게 이렇게 끝내 줘!’를 외치는 중이었다.

다현은 그 후로도 노려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기만 반복하며 경호를 긴장시켰다.

“아! 왜! 뭔데?!”

참다못한 경호가 답답함에 다현을 보며 물었다.

“야! 한판 붙자!”

밑도 끝도 없는 다현의 결투 신청에 경호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 한판 붙기는 뭘 붙어!”

질색한 표정으로 거부한 경호였지만 내심 궁금하긴 했다.

‘다현이랑 싸운다라….’

당연히 싸워서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현은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고 시스템 제한이 사라지며 지금은 그때보다 몇 배는 강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의 강함과 별개로 다현은 경호에게 있어 언제나 든든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와 겨룬다는 것에 내심 기대감이 생겼다.

다현의 속마음은 경호의 기대감과 달랐다.

‘울피랑 어울리며 사냥하는 것만으로는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심정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차마 그런 부탁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차 안에 같이 타고 있는 성원과 정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급 각성자가 되어 헌터 등록을 하면 기본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기본’이었다.

아니 기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마수 공략법 같은 것을 가르쳐 주는 수준이었으니.

오죽하면 자신의 특성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성원이 ‘신화학원’을 만들었겠는가.

그렇듯 좋은 교육을 위한 기반 체계를 잡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문학. 수학. 과학.

이 같은 것들 모두 천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다듬어지고 발전하며 인간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었다.

대격변이라는 재앙 속에서 생겨난 각성자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법이 3년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 그러한 이상한 존재가 있었다.

‘정령계’라는 신비로운 곳에서 신수와 정령에게 제대로 배워 강해진 그런 존재.

“진심이냐?”

다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와 싸워 지고 나서 제대로 배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그래. 도움이 된다면 겨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형님! 저도요!”

“나도! 형님!”

경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성원과 정수도 너나 할 거 없이 소리를 질렀다.

경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좀 쉬자고!’

최근 상급 악마와 녹색 괴물, 시스템 해제까지 정말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물론 다현과 성원, 정수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고 있었다.

에휴! 그래! 내 팔자야!

“가자! 가! 행운공원!”

***

“아무래도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으니까 제가 먼저 해도 되겠습니까?”

정수가 경호에게 멋쩍게 웃으며 앞에 섰다.

“관객이 꽤 모였네.”

경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현과 성원은 물론 연락해서 온 호돈도 있었다.

그리고 흰둥이와 울피, 골병이에 운애, 땅개 그리고 행운공원으로 모여든 신수들까지 모두가 빙 둘러 가며 구경하러 모였다.

“나야 상관없어.”

정수의 검술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호였다.

더구나 이제 ‘검령’이라는 헛짓을 더는 안 해도 되어 한결 마음이 편했다.

정수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주먹을 말아 쥐고는 경호를 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너 뭐하냐?”

“예?!”

“검 안 들 거야? 나한테 박투술 배우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

“아니. 그래도 검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경호가 배를 움켜쥐고 정말 진심을 담아 한참을 웃었다.

“야. 위험할 정도면 이 짓을 시작도 안 했지. 뭐해! 빨리 칼 들어!”

“알겠습니다. 형님.”

그제야 정수가 자신의 검, ‘흑염룡’을 빼 들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정수가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잠깐.”

경호가 그런 정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 진짜 죽는다! 친선 대련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아까 말했잖아. 내가 악마다! 마수다! 이렇게 생각하고 덤비라니까? 그런데 검을 안 들 생각을 하질 않나. 이제는 검기도 안 두르네. 너 내가 만만하지?”

“검기도 두를까요?”

“그냥 실전처럼 하라고! 악마 나타나도 그렇게 마력도 제대로 안 끌어올리고 간 보면서 싸울 거면 그렇게 덤비던가!”

경호의 호통에 정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왕 할 거 경호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나서서 모두를 가르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친다면, 그래서 이들이 신화학교를 통해, 길드를 통해 그러한 것들을 널리 퍼뜨릴 수 있다면 어쩌면 각성자의 수준을 더욱 빠르게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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