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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60화 (160/335)

#160화

“미친! 뭐야! 도대체 뭘 먹은 거야!”

경호의 눈앞에 녹색 괴물 셋이 서 있었다.

분명 A급 수준의 각성자였는데.

지금 느껴지는 수준은 최소 다현 이상이었다.

아니 단순하게 저 녹색 괴물 안에서 요동치는 마기와 마력의 순수한 양만 따지면 경호, 자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뿌드득! 뿌드득! 뿌드드득!

지금 이 순간에도 저 헐크와 슈렉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괴물은 그 덩치를 키워 가고 있었다.

“경호 씨!”

“우선 나가서 성원이든 다현이든 최대한 빠르게 찾아서 이 위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여기서 최대한 끝장을 볼 테니까요!”

저 상태로 밖으로 나가 민간인 주거 구역으로 넘어간다면 정말 재앙이 터질 수도 있었다.

“저도 여기서 돕….”

“아니 죄송하지만 저 혼자가 더 나을 듯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세요!”

S급 헌터기는 하지만 전투 전문이 아니기에 경호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바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크아! 이거 아주 환상적이군.

경호의 입장에선 환상보다는 환장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다.

2m를 넘는 거대한 덩치와 터질 듯한 근육질 몸매, 짙은 녹색의 피부.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마기까지.

콰앙!

순간 재혁이 바닥을 강하게 밟으며 앞으로 뛰어나왔다.

눈으로 좇기 힘든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동생아!

콰앙! 쾅!

동시에 정신을 차린 진호와 진수 역시 재혁처럼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경호를 향해 달려 나왔다.

상급 악마였던 바이몬에 비하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3명이 동시에 달려드니 결코 그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와 달리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경호는 아공간에서 즉시 용아검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려 즉시 청염을 피워 올렸다.

청염이 이글거리는 용아검이 재혁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쉐에에에엑!

날 듯이 달려오던 재혁이 순간 몸을 비틀어 심장이 아닌 어깨 부위에 검이 박혀 들었다.

푸우욱!

경호는 손에 쥔 검을 통해 근육을 찢어발기며 박혀 들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심장을 찌르는 것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방법이 있었다.

‘태워 주마!’

검에 마력을 더욱 밀어 넣었다.

푸른 불꽃이 새하얗게 빛나며 더욱 밝게 타올랐다.

백염이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기 타는 냄새가 풍겼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어엇!’

꾸우우우욱.

검이 박혀 있는 재혁의 근육이 크게 부풀더니 강하게 조여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설마 근육으로 불을 끈다고?”

한마디로 미친 짓이었다.

뭐. 불을 모래를 덮어 끄거나 젖은 이불을 덮어 끄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근육으로 꽉 잡아서 끄는 건 좀 아니잖아!’

이론상으로 가능해 보이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론상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검을 근육으로 쪼이니 정말 백염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이 미친 녹색 헬창아! 니가 3대 몇 치는지 모르겠지만 근육으로 불 끄는 건 좀 사기 아니냐?”

그때 경호의 좌우에서 진호와 진수의 주먹이 날아왔다.

‘제길! 늦었다!’

재혁의 근육 불 끄기 신공에 시선을 뺏겨 쌍둥이를 놓치고 말았다.

경호는 힘을 줘도 뽑히지 않는 용아검을 놓고 곧바로 가드를 올렸다.

쾅!

마치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쌍둥이 형제의 주먹이 경호의 가드 위에 폭발하듯 내리꽂혔다.

‘미친! 거의 멸망종 마수급 힘이잖아!’

인간이 약발로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경호는 날아가듯 뒤로 튕겨 한참을 굴렀다.

턱!

몇 바퀴나 구른 경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래서 약쟁이 헬창 놈들은 안 된다니까.”

말은 농담처럼 했지만 경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우선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백염도 근육으로 꺼 버리는 무식한 놈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이었다.

그리고 말도 하고 생각도 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약 먹고 살짝 정신 줄 놓는 게 상대하기 더 쉬운데 말이야.’

또 저번 상급 악마를 잡았을 때처럼 도와줄 녀석들도 없었다.

그때처럼 심장이 도와줘서 무지갯빛 검기를 뿜어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무슨 일인지 그날 이후로 심장이 꿈쩍도 하질 않고 있었다.

‘야! 심장아! 좀 움직여 봐!’

마력을 밀어 넣어도 의식을 이용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장에 붙여 놓은 악마 놈의 마기 때문인 듯싶었다.

조력자도, 변종 심장의 도움도 없이 저 녹색 괴물들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팠다.

거기다 용아검은 아직도 저 괴물의 어깨에 꽂혀 있는 상태였다.

그때 재혁이 꽂혀 있는 용아검을 뽑아냈다.

쨍그렁.

재혁은 용아검을 뒤로 던지곤 한쪽 벽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묵 빛 몽둥이를 손에 쥐었다.

-무기를 꺼내라. 뭐 하는 놈인지 모르지만, 맨주먹으로 숨통을 끊기 어려운 녀석이다.

단순한 쇠 파이프처럼 생겼지만 이 무기는 아가레스가 직접 건네준 무기였다.

그리고 그 쇠몽둥이를 본 경호 역시 그것을 알아차렸다.

‘마기가 깃든 무기다. 그것도 악마 귀족의 마기가 깃든 최상급 무기!’

쌍둥이는 허리춤에서 송곳처럼 날카로운 날붙이를 꺼내 쥐었다.

저 쇠파이프가 잡아 온 신수를 길들이는 데 쓰라고 받은 무기라면 쌍둥이가 꺼낸 송곳은 신수를 잡기 위해 아가레스에게 받은 무기였다.

독룡의 송곳니를 갈아서 만든 송곳으로 마비를 일으키는 작용이 강해 강한 신수도 제대로 찔리면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기물이었다.

‘독이다. 그것도 꽤나 지독한 독.’

경호 역시 간파 특성이 만렙이었기에 송곳의 정확한 능력까지는 몰라도 그것이 풍기는 위험한 기운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경호가 손을 뻗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용아검이 날아와 손에 잡혔다.

“나도 무기는 있어야지.”

경호의 말에 재혁이 피식 웃더니.

-쌍둥이. 평소처럼 저놈 잡아다가 내 앞에 무릎 꿇려. 알았나?

-네엡!

재혁의 말에 쌍둥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경호의 좌우로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평소 뭘 했는지 알려 달라고 하면 안 알려 줄 거지? 근데 비스트가 사람 금방 데리고 올 건데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도망쳐야지. 응?”

-안 그래도 지금 널 죽이고 바로 갈 생각이었다.

그때 양쪽에 있던 쌍둥이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은신?’

물론 은신 만랩인 경호에겐 흐릿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뭐야! 약발로 헬스보이 됐으면 특성은 못 써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러면 이거 밸런스 깨진다고!”

당황한 연기를 하며 거리를 좁히는 쌍둥이에게서 자연스럽게 뒷걸음치며 멀어졌다.

재혁이 싸움에 끼어들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어디냐! 어디야!”

후웅! 후웅!

당황한 척 계속 검을 휘두르며 뒷걸음치자 좌우에 쌍둥이들이 검을 피하며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경호의 표정은 곧 죽을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지만 사실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자아. 어딜 노릴 거냐?’

송곳이 거의 같은 순간에 날아왔다.

머리와 허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송곳.

경호는 몸을 틀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노리는 녀석의 허벅지를 용아검으로 벴다.

깊이 베이진 않았지만 찌르는 각도가 낮아지기엔 충분한 깊이였다.

바로 바닥으로 몸을 낮춰 허리를 찌르는 녀석의 팔을 위로 걷어찼다.

그렇게 표적이었던 경호가 갑자기 사라지자 형제의 송곳이 서로의 가슴께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교차되는 거대한 녹색 팔뚝.

그리고 그 끝에 쥐고 있는 날카로운 송곳.

-엇!

-어억!

푸욱! 푸우욱!

관성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무거운 물체의 방향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법이었다.

흐릿하던 쌍둥이가 또렷하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마비 독이었네. 죽지는 않을 테니. 잠시 그렇게 있으니라고. 아. 잠시만.”

푹!

-끄어어억!

푸욱!

-커억!

경호는 용아검으로 마나코어를 찔러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악마계약자라 죽여도 업보 문제는 없지만 정신이 있는 녀석들이라 목숨을 끊지는 않았다.

-뭐, 뭐야! 쌍둥이의 은신을 간파하다니!

쌍둥이의 패배에 몽둥이를 어깨에 걸치고 있던 재혁이 당황하며 말했다.

“어. 내가 은신도 일가견이 있고 간파 특성도 만렙이거든.”

-미친 소리!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하여간 사실을 말해 줘도 믿어야 말이지.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수작은 내가 아니라 너희가 부렸잖아!”

재혁은 쓰러져 있는 쌍둥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사실 아까 불꽃 공격도 제대로 회복이 안 된 상태였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믿고 있던 쌍둥이도 끝장난 상태였다.

애초부터 목숨 걸고 싸우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적당히 위험한 일은 밑에 시키면서 종말 이후 마계 천하가 오면 한자리 받아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물론 재혁 스스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제기랄!

재혁이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탁자를 밀어내자 바닥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 속에서 손을 넣어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 야! 멈춰!”

그 유리병 안에는 녹색 알약이 서너 개 들어 있었다.

-나도 한 알 이상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경호가 놀라 몸을 날리려는 순간, 이미 유리병은 재혁의 입안에 들어간 후였다.

와그작. 와그작.

입가로 피가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고 꾹꾹 씹어 삼켰다.

순간 재혁의 몸에서 녹색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빛이 사그라들자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괴물체가 서 있었다.

반들반들한 대머리에 팔과 다리는 원숭이처럼 길었고 근육은 부풀어 오른 빵처럼 징그러웠다.

혈관이 터질 듯이 튀어나와 그런 근육을 감싸고 있었으며 이빨은 멧돼지의 그것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오크가 헐크로 변하면 딱 저렇겠네.’

-3분? 길어야 5분이군.

재혁이 자신의 몸을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몸이 이미 담을 수 있는 기운의 한계를 예전에 뛰어넘은 상태였기에 힘이 흘러넘치는 중이었다.

-널 죽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신력과 마기가 혼재된 이상한 괴물이 된 재혁이 경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야! 인마! 아직 연애도 못 해 봤는데 자꾸 죽는다고 할 거….”

콰아아아아앙!

번쩍하는 순간 재혁의 주먹이 경호에게 닿았다.

경호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으으윽!”

순간적으로 가드를 올리지 않았다면 오랜만에 크게 다칠 뻔한 공격이었다.

막았던 팔이 저릴 정도로 강한 위력이 담긴 주먹이었다.

거기다.

‘분명 팔이 늘어났어.’

원숭이 팔처럼 길기도 했지만 분명 마지막에 팔이 순간적으로 늘어났다.

‘악마의 열매라도 먹었냐고!’

3분. 어쩌면 5분.

경호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녹색 원숭이 괴물을 보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용아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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