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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용사의 골목식당-159화 (159/335)

#159화

“야! 오늘 최소한 한 마리는 잡아야 한다니까. 빨리 나오라고!”

마몬의 1군단장인 아가레스를 추종하는 악마계약자의 조직, 네크로필리아의 행동대원 진호가 미적거리는 동생, 진수를 보며 소리쳤다.

“아, 알았어!”

“형이 항상 이야기했지? 잘할 때 더 잘하자고. 종말에 한 자리 차지하려면 이럴 때 잘 해야 하는 거야. 이 멍청한 놈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 몰라!”

“아. 형! 잔소리 고만하라고. 알았다니까.”

진호는 항상 굼뜬 동생인 진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속으로 한숨을 쉬며 화를 삭였다.

‘불쌍한 놈.’

항상 둔하고 답답한 동생에게 겉으로는 화를 내며 구박하고 있었지만 속으로 누구보다 미안해하는 그였다.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의지할 이가 없었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라면 부모의 슬하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다.

아니 어미의 배 속에서부터 저주를 받으며 자랐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생긴, 그것도 쌍둥이를 낳은 어미는 매정하게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이들을 추운 겨울날 종이 상자에 신문지 몇 장을 대충 덮어 보육원 앞에 놓아두고는 사라졌다.

‘최진호. 최진수.’라고 적인 종이 한 장만 덜렁 적힌 메모장과 함께.

그렇게 그 둘은 부모에 사랑은커녕 보육원에 버려져 제대로 된 보살핌없이 자라야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한 곳이 아니다.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그 어떤 이가 나서서 공정과 평등, 정의를 외친다 해도 인간의 본성이, 그리고 이 사회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중학교 시절부터 우리 형제는 가만히 있어도 시비를 걸어오는 이들이 참 많았다.

“아. 진짜 냄새나! 너냐. 너 방귀 꼈냐?”

“쟤들 보육원 애들이라 몸에 고아 냄새 배서 그런 거 아냐. 아. 존나 학교 격 떨어지게 저런 것들 받고 지랄이야.”

그냥 둘 앞에서 대놓고 시비를 거는 녀석들이 부지기수였다.

“야! 매일 씻어서 너보다 훨씬 깨끗해! 이 새끼야!”

참다못한 내가 이렇게 한마디 하면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됐다.

양아치들과의 싸움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벌어졌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더 맞지 않기 위해 싸우다 보니 점점 싸움 실력도 늘었고 성격도 거칠어졌다.

결국 크게 사고를 치고 고등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그 길로 보육원에서도 나온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공사판이며 배달이며 뭐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세상은 공정하고 평등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우리에게 사기 쳐서 등쳐먹으려는 이들로 세상은 바글바글했다.

바퀴벌레 같은 그들을 피해 입에 풀칠만 하다 살다 대격변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다.

그리고 우리 형제는 각성자가 되었다.

D급.

헌터가 되기엔 모자란 애매한 등급에 더 각박해진 세상에서 다시 힘들게 살아가야 했다.

그러다 크게 사기를 당했다.

멍청했다.

뭔지도 잘 모르면서 최소 몇 배는 남는 장사라는 아는 형님의 이야기에 빚까지 얻어 투자를 했다.

결국 ‘아는 형님’은 연락이 끊어지고 우리 형제는 허탈한 심정으로 세상을 저주하며 동생과 함께 농약을 마셨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바닥을 기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며 쇠를 긁는 듯한 거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마왕, 마몬을 모시는 아가레스다. 너희를 불쌍히 여겨 새로운 기회를 주고자 한다. 고개를 들라.

미친 농약 먹고 죽어 가는데 무슨 개소….

신기하게도 어느새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사라져 있었다.

“형!”

진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미쳤네.”

월세 50의 옥탑 단칸방 바닥에 금괴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갑자기 울린 휴대폰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빚을 청산하고 우리는 ‘네크로필리아’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조직의 행동대원으로 살아가게 됐다.

특별히 더 좋고 나쁘고 차이는 없었다.

‘악마계약자’라고 해 봐야 조폭이나 빌런과 특별한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 전부터 뭔가 달라졌다.

-신수를 잡아 오라고요?

대격변 초기에 악마와 싸우는 신수를 본 적이 있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악마계약자가 되며 A급 헌터 수준으로 강해지긴 했지만 신수를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그거 자살행위 아닙니까?

자살은 이번 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살행위를 내가 뭐 하러 시켜!

들어 보니 위험할 순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대격변 초기와 달리 마기가 강해진 세상에 신수는 힘이 약해진 상태라고 했다.

그런 신수를 잡아 예전 흑천의 지부에서 만든 진화 사탕(Evolution Candy)을 다시 만들 거라고 했다.

-그때는 마기를 혼합해 만든 거라 안정성이 떨어졌거든.

레드 캔디, 블루 캔디 모두 성능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인간의 경우 미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마수 역시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폭주해서 목숨을 다했다.

-우리가 신수의 피로 새로운 진화 사탕을 만들 거다. 그러니 무조건 잡아 와.

신수를 잡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기 동물을 계속해서 죽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타났다.

그러면 마계에서 건네준 무기를 이용해 잡으면 끝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3마리의 신수를 잡았고 그것을 이용해 진화 캔디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저기 있다!”

요즘 하도 유기 동물을 죽여 놔서 CCTV 사각에서 죽일 동물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호가 소리치자 진수가 그대로 달려들어 강아지의 다리를 후려쳤다.

케엥! 켕!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빨리 죽이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주변에 신수가 있다면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고통을 주면서 오래 살려 둬야 했다.

타다다다닥!

그때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야! 이 미친놈들! 딱 멈춰!”

퍼억! 퍽!

“제길. 짭새!”

“형!”

진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형사를 노려봤다.

‘경찰을 죽이면 일이 너무 커진다!’

진호가 몸을 돌려 달리자 진수도 곧장 형을 쫓아 달렸다.

종로는 빌라나 작은 상가가 많아 도망가기가 좋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3m 높이의 담벼락도 쉽게 넘을 수 있었고, 달리는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빨랐다.

각성자가 쫓는다고 하더라도 길드나 본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잡힐 일은 없었다.

아니 없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호, 진수 형제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골목길.

그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달리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경호와 비스트였다.

경호는 비스트의 움직임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물론 경호가 가볍게 달리고 있었지만 비스트 역시 소음 없이 잘 따라오고 있었다.

“동물로 변신하지 않으셔도 빠르시네요.”

“저야 쫓는 게 일이니까요.”

그렇게 달려가던 이들이 주거 구역을 벗어나더니 허름한 창고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위험 구역으로 가는 거 보니 뒤를 봐주는 조직이 있는 거 같은데. 가 볼까요? 아니면 성원이를 부를까요?”

경호의 말에 비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지금 가야죠. 악마계약자한테 쌓인 게 많은 편이라서요.”

비스트에게 ‘리나’뿐 아니라 암흑거인이나 돌연변이 괴물도 모두 악마계약자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렸다.

대격변 초기를 제외하고 가장 큰 피해를 낸 것 모두가 악마계약자가 일으킨 사건들이었다.

“그래요. 그럼. 가죠.”

비스트는 번쩍이며 작은 고양이로 변해 창고를 향해 달렸고 경호도 그런 그의 뒤를 은신을 펼친 채 쫓았다.

***

폐창고 지하에 있는 비밀 공간으로 진호와 진수가 내려왔다.

신수를 가두기 위한 철창과 군데군데 알 수 없는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신수는 모두 본부로 이동시킨 터라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왔냐? 또 빈손이야?”

네크로필리아 종로 지부장인 재혁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그런 그들이 빈손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야! 다른 지부를 이겨야 할 거 아니야! 초반에 반짝 몇 마리 가지고 오더니 이게 뭐 하는 거야!”

“지부장님. 죄송합니다. 작업하던 중 짭새를 만나서요.”

진호가 얼른 사과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짭새? 외진 곳에서 작업하라니까!”

신수를 끌어들이는 일은 동물이 괴로워하는 소리를 오랫동안 나게끔 만들어야 했기에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작업해야만 했다.

“그랬습니다. CCTV가 없는 종로 탑골 공원 골목 끝 쪽에서 작업 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짭새가 떴… 어?”

지부장인 재혁이 진호와 진수가 서 있는 곳이 아닌, 저 너머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터벅. 터벅. 터벅.

계단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뭐야?”

잠시 후 경호가 계단에서 내려와 섰다.

“아. 한참 헤맸네. 뭐 이렇게 내려오기 힘들게 해 놨어?”

물론 경호를 모르는 이들은 살기만 흘리고 있었다.

마력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호의 모습에 재혁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너 뭐냐? 짭새냐? 아니….”

터벅. 터벅. 터벅.

경호의 뒤로 또 다른 누군가가 내려왔다.

평범한 생김새였지만 짙은 녹색 스포츠형 머리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비, 비스트!”

앉아 있던 소파에서 재혁이 벌떡 일어났다.

분명 비스트가 맞았다.

재혁은 머리를 굴렸다.

A급 빌런 셋.

하지만 전투 실력은 별로인 그들이었다.

답은 바로 나왔다.

“이 빌어먹을 놈들! 여기를 어떻게!”

“닥쳐! 이 악마계약자 놈들아!”

거기다 어찌 알았는지 자신들이 ‘악마계약자’인 것까지 알고 있었다.

이길 수도 없고 정체도 알고 있는 존재.

“제길! 약 먹어!”

재혁이 바로 품에서 녹색이 도는 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신수의 피로 만든 일명 ‘그린 캔디’였다.

진호와 진수, 역시 바로 약을 꺼내 삼켰다.

케엑! 컥!

동시에 약을 먹은 재혁과 쌍둥이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경호는 그런 모습에 서둘러 소리치며 달려갔다.

“무슨 약이야! 비스트! 뭔지 모르지만 무조건 살려야 해요! 여기 신수가 없는 걸 보니 빼돌리는 곳을 알아내야 하니까요!”

경호가 재혁의 마나코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마력과 마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폭주할 듯한 기세였다.

신체를 강화하는 특수한 영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살펴보니 그냥 ‘자살용 독단’인 듯싶었다.

“이런 독한 놈! 자살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흰둥이나 울피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다.

경호는 강력한 기운으로 독기나 마기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순 있어도 이렇게 죽자고 독단을 깨문 녀석을 살리는 재주는 없었다.

“비스트! 다현에게 전화해서 울피 데리고 당장 이곳으로 오라고 해 주세요!”

어차피 이건 신화병원을 간다고 해도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수나 정령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흰둥이를 찾아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경호 역시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왜요? 식당으로 갈까요?

“아니! 지금 당장 운애 데리고 여기, 성균관대 뒤쪽 폐창고 있는 곳으로 와.”

-어딘지 알겠네요.

“악마계약자 조직 끄나풀을 찾았는데 죽어가고 있어! 빨리 와!”

-네엣?! 알겠어요! 형님!

그때였다.

폭주할 것처럼 날뛰며 점차 커지던 마기가 전신으로 퍼지며 피부색이 아까 먹던 단약처럼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상태가 변했다.

‘독약이 아닌 건가?’

그 무엇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날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호는 바닥에 놓여 있는 기다란 쇠사슬로 바닥에서 퍼덕이고 있는 세 명의 몸을 꽁꽁 묶었다.

고치처럼 발목부터 어깨까지 돌돌 돌아가며 묶어 S급 헌터도 절대 풀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잘 묶었다.

“후우. 어쨌거나 조금 진정됐으니 운애나 울피가 올 때까지 시간은 있을 거 같네….”

회복시키고 심문을 해서 정보를 알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뿌득! 뿌득! 뿌드드득!

쇠사슬에 묶여 있는 이들의 몸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갑자기 벌크업은 왜 하는 건데!”

전신에 퍼지며 잠잠해졌던 마기가 다시 폭발하듯 커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그러다 죽은 듯 감겨 있던 세 명의 눈이 떠지며.

콰아아앙!

동시에 폭발하듯 몸에 감겨 있던 쇠사슬이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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